<특별인터뷰> '무상급식 중단 선언' 홍준표 경남도지사

"진보 좌파의 무상파티, 경남에선 종식돼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전국 최초로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선언하며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지난해 강성노조의 비효율적 경영을 이유로 진주의료원을 폐원한데 이어 두 번째 벌어진 무상복지와의 전쟁이다. 이 과정에서 홍 지사는 '무상 저격수'란 별명까지 얻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홍 지사의 지지율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전국 최초로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달 경남도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에 대한 감사를 거부하자 홍 지사는 “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며 내년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홍 지사는 여세를 몰아 “교육청이 감사를 받아들인다 해도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보 좌파의 무상파티는 이제 경남에선 종식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한편 홍 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선언을 시발점으로 다른 지자체들에서도 무상급식을 놓고 치열한 진영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홍 지사의 선언이 우리나라 전체를 단숨에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갈림길에 서게 한 것이다. 홍 지사는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홍 지사의 선택에 문제는 없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홍 지사를 만나봤다. 다음은 홍 지사와의 일문일답.

- 경상남도의 무상급식 갈등이 전국적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그런데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선언한 이후 홍 지사의 지지율이 오히려 크게 올랐다. 의외로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많았던 것 같다.
▲ 지난 2011년 전국적인 복지 포퓰리즘 광풍으로 시작된 무상급식 지원사업은 북유럽 등 담세율이 50%가 넘는 선진 복지국가의 정책이다. 그런데 국민 담세율이 20%에도 못 미치는 우리나라가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 무상급식은 매년 2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임에도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충분한 재정여건의 검토 없이 추진해 여러 가지 부작용이 표출되고 있다. 한정된 재원으로 재산과 소득에 관계없이 일률적, 획일적으로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맞춤형 복지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 ‘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며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선언하셨다. 하지만 경남교육청은 경남도와 경남교육청이 동등한 기관으로 상호간 감사권이 없다고 주장한다.
▲ 우리 도가 실시하려고한 감사의 범위는 도, 시·군에서 지난 4년간 교육청에 지원한 3040억원의 학교급식 보조금 집행실태였다. 교육청의 고유권한인 학사와 학예에 대한 감사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 근거로는 지방자치법 제167조가 있다. 경상남도 보조금 관리 조례 및 경상남도 학교급식 지원조례에 따라 도지사는 지원된 급식비가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지도·감독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복지 인색은 오해, 선택적 복지일 뿐"

- 감사권이 있다고 해도 경남교육청은 무상급식 집행에 대해 이미 해마다 감사를 받아왔고 그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왜 갑자기 감사를 하겠다는 것인가?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기 위한 트집 잡기는 아닌가?
▲ 교육청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경상남도는 2013년과 2014년 무상급식비 지원학교를 표본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식자재 불법구매 등 많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고, 2013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계약법령 위배를 다수 적발한 바 있다. 경찰청 수사에서도 학교관계자들이 급식업체로부터 뇌물수수 등 불법행위를 했던 사례가 다수 적발되었다. 금번 경상남도의 감사실시는 우리 도의 모니터링 결과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고, 식자재 구매와 관련해 끊임없이 발생하는 부조리의 근원을 파악해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 만약 경남교육청이 감사를 받겠다고 하면 무상급식 지원은 정상적으로 되는 것인가?
▲ 무상급식비 지원과 감사수용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감사를 받는다 하더라도 우리 도는 앞으로 학교급식비를 지원하지 않을 계획이다. 무상복지의 부작용을 우리는 남미와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이미 목격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이상 보편적 복지의 논리에 함몰되어 학교무상급식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 도에서는 무상급식예산 지원을 중단하되 그 예산으로 서민과 저소득층의 교육사업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무상급식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졌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나?
▲ 전국적으로 무상급식 재정부담(지자체 부담분 제외)은 3년 사이 3배나 증가했다. 반면 교육환경개선사업 예산은 3년 간 33%나 감소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초·중·고등학교 시설에 대한 일제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총 104개의 학교 건물이 위험등급인 D등급(미흡)과 E등급(불량) 판정을 받았다. 전국 지자체들이 무상급식 사업에만 매달리면서 교육환경개선이나 교원처우개선 등의 예산이 줄어들어 교육서비스의 질이 전체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보편적 복지의 확대는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복지예산이 줄어들게 하는 결과도 초래하고 있다.

-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면 경남도민들은 다른 지자체 주민들과 비교해 복지혜택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당장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지원 대책은 있나?
▲ 저소득층을 포함해 차상위계층 130%까지는 도, 시·군에서 무상급식비를 지원하지 않더라도 국가에서 급식비를 지원하므로 종전과 같이 급식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저소득층 가구 학생에 대해서는 고교학비, 방과 후 자유수강권, 교육정보화지원 등 교육비를 지원토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 도에서는 소득상위층 자녀들의 급식비 지원은 중단하되, 저소득층과 서민층 자녀들의 교육사업 등 자립기반에 많은 예산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공부하러 학교 가지 밥 먹으러 가나?"

- 지금은 무상급식이지만 경남도가 재정악화를 이유로 다른 복지사업 예산도 점차 줄여나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
▲ 그건 기우에 불과하다. 우리 도의 복지예산 규모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재정이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서민과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예산은 절대로 줄이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도는 사회적 약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실현에 최선을 다하고 이를 위한 복지정책을 적극 추진하되 소중한 세금이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 홍 지사께선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들과 비교해 복지수준이 매우 낮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에는 찬성하나? 어떤 방식의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 복지천국이라 불리는 북유럽 국가의 경우 조세 부담률이 40~50% 정도고 소득 수준도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다. 이런 나라들에서 시행하는 무상복지 정책을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현 시점에서 무리다. 만약 북유럽 국가들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조세 부담률을 올리고자 한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따라서 한정된 재원 속에서 복지정책을 시행하려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복지재원의 누수를 막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 도에서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사회복지분야 보조금 집행실태’를 감사해 14명을 수사의뢰했고 70억8500만원의 보조금을 회수하기도 했다. 진정한 복지는 ‘부자에게는 자유를, 서민에게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세금으로 급식하는 데도 무상이라고 거짓 선전한 진보 좌파의 무상파티는 이제 경남에서 종식되어야 한다. 학교에 가는 목적은 공부하러 가는 것이지 밥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경남교육청은 경남의 교육 수준이 왜 전국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지 분석해 적극 대처해야지 무상급식에 목맬 때가 아니다.



<mi737@ilyosisa.co.kr>


<홍준표 경남도지사 프로필>

▲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 제15~18대 국회의원
▲ 한나라당 원내대표
▲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 제35~36대 경상남도 도지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