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추적> 현대엔지니어링 1000억대 골프장 강탈 의혹 ①전쟁의 서막

대기업이 벼슬? “사업권 빼앗았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현대엔지니어링(구 현대엠코)이 벌인 골프장사업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위장 계열사, 분양대행사 선정 압박, 의도적 공사 중단 등 다양한 의혹이 일고 있다. 호텔레저 전문기업 라미드그룹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대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사업권을 강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잘 짜인 각본을 보는 듯 했다.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소재 오너스골프클럽(이하 오너스GC)은 회원제로 추진되다가 지난 2012년 7월 대중제로 전환해 정식개장했다. 강촌의 수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다양한 모습의 코스로 구성됐으며 서울 강남에서 40분, 강일IC에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주말 골퍼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골프장이다.

화려한 외관 뒤
숨겨진 우여곡절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는 오너스GC는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당시 현대엠코)과 호텔레저 전문기업 라미드그룹이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오너스GC의 시작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청운컨트리클럽이라는 골프장 개발업체는 신성건설과 골프장 시공계약을 체결하고 18홀 회원제 골프장을 짓기로 했다.

신성건설은 2006년 11월 신성미소컨트리클럽을 설립, 수동컨트리클럽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2007년 1월 수동컨트리클럽은 신성건설의 지원을 받아 청운컨트리클럽의 사업을 인수했다.


하지만 골프장 업계의 불황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여기에 신성건설이 유동성 악화로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2008년 11월 사업권 전부가 ㈜레덱에 넘어갔다.

신규 시공업체를 물색하던 ㈜레덱 앞에 등장한 게 현대엔지니어링이다. 사업권을 넘겨 받은 ㈜레덱은 같은 달 현대엔지니어링과 시공 계약을 맺었다. 공사는 지지부진했다. 때마침 사고사업장으로 남을 뻔 했던 골프장에 구원투수로 ‘라미드그룹’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2009년 6월 라미드그룹 계열사 라마다관광이 수동컨트리클럽의 지분 49%를 매입했고, 또 다른 계열사인 대지개발, 바이오피드백, 라군이 각각 26%, 18%, 7%를 매입하면서 골프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700억원을 떠안고 별도의 사업비 380억원도 투자했다. 라미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차그룹 계열사라는 점에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

라미드 측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골프장 회원권 분양사로 워너씨앤디를 선정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분양사 선정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이 2010년 1월15일 라미드에 보낸 ‘회원권 분양관련 진행사항 및 일정계획 수립 요청’ 문건을 보면 “당사(현대엔지니어링)는 본 사업의 수주에 있어 워너씨앤디의 회원권 분양계획을 바탕으로 했다”며 “워너씨앤디는 저희 그룹(현대차그룹)의 남양주 해배치CC, 제주 해비치CC/리조트 등을 성공적으로 분양한 검증된 업체이기 때문”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갑작스런 공사 중단 후 화해조서 작성 종용
지급보증 관행 깨고 우월적 지위로 ‘꿀꺽’


이상 기류가 포착된 것은 약 1년 뒤인 2010년 5월이다. 갑자기 공사를 중단한 현대엔지니어링은 라미드 측에 화해조서 작성을 요구했다. “사업을 진행하는 도중 발생할지 모르는 문제들을 사전 조율하여 법률적 다툼을 방지하고자 한다”는 게 이유였다.

공사 진행이 중단된 상황에서 라미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라미드는 화해조서가 치명적인 족쇄로 다가올 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2011년 1월 50억원의 원금 상환 기일이 도래하자 현대엔지니어링은 PF 대출의 보증 연장을 거절했다. 라미드의 곳간이 비었다는 게 이유. 라미드의 주장은 달랐다.

라미드는 “초기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골프장 개발 사업의 특성상 대기업이 지급보증을 서는 게 관례”라며 “삼성에버랜드의 남춘천CC, 한라건설의 세라지오CC, 삼성중공업의 젠스필드CC 두산중공업의 클럽모우GC, 유진건설의 가산노블리제GC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당시 라미드는 우리은행으로부터 계열사의 지급보증을 조건으로 200억원의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였다. 라미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PF 보증 연장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미드가 PF 원금 회수 압박에 시달리자 현대엔지니어링은 2011년 1∼3월 사이에 라미드의 PF 대출 인수를 조건으로 골프장 사업권을 넘길 것을 수차례 요구했다. 라미드는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금 상환 압박이 가중됐고 리스크가 다른 계열사까지 전가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라미드는 골프장 사업권을 현대엔지니어링에 넘기기로 하고 합의서 작성에 들어갔다.

원금 상환 압박
‘울며 겨자먹기’

합의서 작성은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맡았다. 2011년 1월27일 현대엔지니어링이 작성한 합의서 1차안이 라미드 측에 전달됐다. 합의서는 합의서 체결시, 회원권 50% 분양시, 회원권 70% 분양시, 사업권 매각완료시 등 4회에 걸쳐 실사해 정산된 투입사업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PF 대출 700억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떠안기로 되어 있었다. 라미드는 합의 내용에 수긍했다.

그런데 5일 뒤 수정된 합의서 2차안이 날아들었다. 234억을 3회에 걸쳐 지급하겠다는 내용.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화해조서대로 가겠다는 통보와 함께였다. 이 역시 라미드는 받아들일 계획이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같은 날 오후 유관팀 반대를 이유로 무효 통보했다.

이후 3차례 합의서가 수정됐다. 그때 마다 보상금액은 줄어들었고 마지막 합의서 5차안에는 양도 대금이 ‘0원’이었다. 사업양도, 권리포기, 화해조서 유효, 분양대금으로 공사비 충당, PF상환 후 잔액이 있을 경우 라미드에 이양, 부족시 청구하면 충당해야 한다는 등의 불평등 조항이 추가됐다.

라미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2011년 3월30일 합의서에 도장을 찍고, 사업권 및 자산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권을 양도 받은 회사는 워너관광개발. 워너관광개발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분양사 선정을 종용했던 워너씨앤디의 이모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이 대표는 워너관광개발 설립 초기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합의서에서 워너관광개발에 사업권을 넘기도록 명시했다. 워너관광개발의 자본금은 5000만원, 현대엔지니어링이 문제 삼은 라미드의 자금력에 훨씬 못 미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라미드 PF 대출 보증 연장을 거절하면서 라미드의 자금 능력을 문제 삼은 바 있다.


워너관광개발은 2012년 말 기준 당기순손실이 101억2700만원에 달했다. 총부채도 총자산을 약 132억3700만원 초과했다. 워너관광개발이 채무를 불이행하면 그 리스크가 지급보증을 선 현대엔지니어링에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은 워너관광개발에 600억원 가까운 운영비를 추가로 대출해줬다.

라미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골프장 회원권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고 PF대출을 상환한 뒤 잔액이 있을 경우 라미드에게 넘기기로 했다. 골프장 전체 조성자금으로 1700억원이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PF 700억원, 라미드 투자 380억원 등 1200억원가량이 확보된 상태로 800억∼900억원정도만 분양하면 라미드가 투자한 380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라미드는 이를 믿고 기다렸다. 당시까지 오너스GC 회원권 분양 실적은 약 200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의 분양지원은 없었다. 사업권을 양수도한 워너관광개발은 2011년 5월 1700억원을 목표로 주주회원제를 추진했으나 2012년 6월5일 기 회원권 분양대금 200억원을 일시 반환 후 7월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했다. 대중제는 회원제와 달리 입회 보증금이 없다. 라미드는 회원권 분양에 따른 정산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셈이다.

워너씨앤디·워너관광개발 수상한 두 분양사
“줬다” vs “못 받았다” 사라진 200억 행방은?

거래처원장을 보면 라미드는 2009년 12월31일부터 2010년 12월31일까지 현대엔지니어링에 약 204억원의 공사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라미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공사비를 단 한품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PF대출 지급보증 800억원, 공사미수금 600억원, 현장운영손실 150억원 등 총 1400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것. 따라서 라미드 측에 돌려줘야 할 돈은 없다는 주장이다.
 

오도환 라미드 대표이사는 “사고사업장을 인수해 정상사업장으로 돌려놓으니 현대엔지니어링이 자금력을 앞세워 골프장을 강탈해 갔다”며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몇몇 언론에 관련 내용을 제보해 기사화되기도 했다.


고발장 내용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회원권을 분양해 PF대출을 상환하고 남은 금액을 라미드에게 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현대엔지니어링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서 사업장을 강탈했고 ▲사업권을 인수한 워너관광개발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위장계열사라는 점 등이다.

회원제→대중제
정산 기회 박탈

하지만 공정위는 “약속 불이행과 관련해서는 민사, 즉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이며 현대엔지니어링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서 사업장을 강탈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으며 “워너관광개발을 현대엔지니어링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오 대표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지난 5월, 오 대표는 증거불충분에 따른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일요시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입장을 듣기 위해 본사에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회사 측은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가 합병 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실무자가 모두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상태라 사실 확인이 쉽지 않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han1028@ilyosisa.co.kr>

 

다음호에 ‘현대엔지니어링 1000억대 골프장 추적’제2탄 워너씨앤디-워너관광개발의 실체 「현대엔지니어링 위장소유 의혹」편이 이어집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