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추적> 현대엔지니어링 1000억대 골프장 강탈 의혹 ①전쟁의 서막

대기업이 벼슬? “사업권 빼앗았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현대엔지니어링(구 현대엠코)이 벌인 골프장사업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위장 계열사, 분양대행사 선정 압박, 의도적 공사 중단 등 다양한 의혹이 일고 있다. 호텔레저 전문기업 라미드그룹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대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사업권을 강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잘 짜인 각본을 보는 듯 했다.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소재 오너스골프클럽(이하 오너스GC)은 회원제로 추진되다가 지난 2012년 7월 대중제로 전환해 정식개장했다. 강촌의 수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다양한 모습의 코스로 구성됐으며 서울 강남에서 40분, 강일IC에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주말 골퍼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골프장이다.

화려한 외관 뒤
숨겨진 우여곡절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는 오너스GC는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당시 현대엠코)과 호텔레저 전문기업 라미드그룹이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오너스GC의 시작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청운컨트리클럽이라는 골프장 개발업체는 신성건설과 골프장 시공계약을 체결하고 18홀 회원제 골프장을 짓기로 했다.

신성건설은 2006년 11월 신성미소컨트리클럽을 설립, 수동컨트리클럽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2007년 1월 수동컨트리클럽은 신성건설의 지원을 받아 청운컨트리클럽의 사업을 인수했다.


하지만 골프장 업계의 불황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여기에 신성건설이 유동성 악화로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2008년 11월 사업권 전부가 ㈜레덱에 넘어갔다.

신규 시공업체를 물색하던 ㈜레덱 앞에 등장한 게 현대엔지니어링이다. 사업권을 넘겨 받은 ㈜레덱은 같은 달 현대엔지니어링과 시공 계약을 맺었다. 공사는 지지부진했다. 때마침 사고사업장으로 남을 뻔 했던 골프장에 구원투수로 ‘라미드그룹’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2009년 6월 라미드그룹 계열사 라마다관광이 수동컨트리클럽의 지분 49%를 매입했고, 또 다른 계열사인 대지개발, 바이오피드백, 라군이 각각 26%, 18%, 7%를 매입하면서 골프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700억원을 떠안고 별도의 사업비 380억원도 투자했다. 라미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차그룹 계열사라는 점에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

라미드 측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골프장 회원권 분양사로 워너씨앤디를 선정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분양사 선정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이 2010년 1월15일 라미드에 보낸 ‘회원권 분양관련 진행사항 및 일정계획 수립 요청’ 문건을 보면 “당사(현대엔지니어링)는 본 사업의 수주에 있어 워너씨앤디의 회원권 분양계획을 바탕으로 했다”며 “워너씨앤디는 저희 그룹(현대차그룹)의 남양주 해배치CC, 제주 해비치CC/리조트 등을 성공적으로 분양한 검증된 업체이기 때문”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갑작스런 공사 중단 후 화해조서 작성 종용
지급보증 관행 깨고 우월적 지위로 ‘꿀꺽’


이상 기류가 포착된 것은 약 1년 뒤인 2010년 5월이다. 갑자기 공사를 중단한 현대엔지니어링은 라미드 측에 화해조서 작성을 요구했다. “사업을 진행하는 도중 발생할지 모르는 문제들을 사전 조율하여 법률적 다툼을 방지하고자 한다”는 게 이유였다.

공사 진행이 중단된 상황에서 라미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라미드는 화해조서가 치명적인 족쇄로 다가올 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2011년 1월 50억원의 원금 상환 기일이 도래하자 현대엔지니어링은 PF 대출의 보증 연장을 거절했다. 라미드의 곳간이 비었다는 게 이유. 라미드의 주장은 달랐다.

라미드는 “초기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골프장 개발 사업의 특성상 대기업이 지급보증을 서는 게 관례”라며 “삼성에버랜드의 남춘천CC, 한라건설의 세라지오CC, 삼성중공업의 젠스필드CC 두산중공업의 클럽모우GC, 유진건설의 가산노블리제GC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당시 라미드는 우리은행으로부터 계열사의 지급보증을 조건으로 200억원의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였다. 라미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PF 보증 연장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미드가 PF 원금 회수 압박에 시달리자 현대엔지니어링은 2011년 1∼3월 사이에 라미드의 PF 대출 인수를 조건으로 골프장 사업권을 넘길 것을 수차례 요구했다. 라미드는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금 상환 압박이 가중됐고 리스크가 다른 계열사까지 전가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라미드는 골프장 사업권을 현대엔지니어링에 넘기기로 하고 합의서 작성에 들어갔다.

원금 상환 압박
‘울며 겨자먹기’

합의서 작성은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맡았다. 2011년 1월27일 현대엔지니어링이 작성한 합의서 1차안이 라미드 측에 전달됐다. 합의서는 합의서 체결시, 회원권 50% 분양시, 회원권 70% 분양시, 사업권 매각완료시 등 4회에 걸쳐 실사해 정산된 투입사업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PF 대출 700억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떠안기로 되어 있었다. 라미드는 합의 내용에 수긍했다.

그런데 5일 뒤 수정된 합의서 2차안이 날아들었다. 234억을 3회에 걸쳐 지급하겠다는 내용.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화해조서대로 가겠다는 통보와 함께였다. 이 역시 라미드는 받아들일 계획이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같은 날 오후 유관팀 반대를 이유로 무효 통보했다.

이후 3차례 합의서가 수정됐다. 그때 마다 보상금액은 줄어들었고 마지막 합의서 5차안에는 양도 대금이 ‘0원’이었다. 사업양도, 권리포기, 화해조서 유효, 분양대금으로 공사비 충당, PF상환 후 잔액이 있을 경우 라미드에 이양, 부족시 청구하면 충당해야 한다는 등의 불평등 조항이 추가됐다.

라미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2011년 3월30일 합의서에 도장을 찍고, 사업권 및 자산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권을 양도 받은 회사는 워너관광개발. 워너관광개발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분양사 선정을 종용했던 워너씨앤디의 이모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이 대표는 워너관광개발 설립 초기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합의서에서 워너관광개발에 사업권을 넘기도록 명시했다. 워너관광개발의 자본금은 5000만원, 현대엔지니어링이 문제 삼은 라미드의 자금력에 훨씬 못 미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라미드 PF 대출 보증 연장을 거절하면서 라미드의 자금 능력을 문제 삼은 바 있다.


워너관광개발은 2012년 말 기준 당기순손실이 101억2700만원에 달했다. 총부채도 총자산을 약 132억3700만원 초과했다. 워너관광개발이 채무를 불이행하면 그 리스크가 지급보증을 선 현대엔지니어링에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은 워너관광개발에 600억원 가까운 운영비를 추가로 대출해줬다.

라미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골프장 회원권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고 PF대출을 상환한 뒤 잔액이 있을 경우 라미드에게 넘기기로 했다. 골프장 전체 조성자금으로 1700억원이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PF 700억원, 라미드 투자 380억원 등 1200억원가량이 확보된 상태로 800억∼900억원정도만 분양하면 라미드가 투자한 380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라미드는 이를 믿고 기다렸다. 당시까지 오너스GC 회원권 분양 실적은 약 200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의 분양지원은 없었다. 사업권을 양수도한 워너관광개발은 2011년 5월 1700억원을 목표로 주주회원제를 추진했으나 2012년 6월5일 기 회원권 분양대금 200억원을 일시 반환 후 7월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했다. 대중제는 회원제와 달리 입회 보증금이 없다. 라미드는 회원권 분양에 따른 정산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셈이다.

워너씨앤디·워너관광개발 수상한 두 분양사
“줬다” vs “못 받았다” 사라진 200억 행방은?

거래처원장을 보면 라미드는 2009년 12월31일부터 2010년 12월31일까지 현대엔지니어링에 약 204억원의 공사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라미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공사비를 단 한품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PF대출 지급보증 800억원, 공사미수금 600억원, 현장운영손실 150억원 등 총 1400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것. 따라서 라미드 측에 돌려줘야 할 돈은 없다는 주장이다.
 

오도환 라미드 대표이사는 “사고사업장을 인수해 정상사업장으로 돌려놓으니 현대엔지니어링이 자금력을 앞세워 골프장을 강탈해 갔다”며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몇몇 언론에 관련 내용을 제보해 기사화되기도 했다.


고발장 내용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회원권을 분양해 PF대출을 상환하고 남은 금액을 라미드에게 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현대엔지니어링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서 사업장을 강탈했고 ▲사업권을 인수한 워너관광개발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위장계열사라는 점 등이다.

회원제→대중제
정산 기회 박탈

하지만 공정위는 “약속 불이행과 관련해서는 민사, 즉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이며 현대엔지니어링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서 사업장을 강탈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으며 “워너관광개발을 현대엔지니어링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오 대표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지난 5월, 오 대표는 증거불충분에 따른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일요시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입장을 듣기 위해 본사에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회사 측은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가 합병 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실무자가 모두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상태라 사실 확인이 쉽지 않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han1028@ilyosisa.co.kr>

 

다음호에 ‘현대엔지니어링 1000억대 골프장 추적’제2탄 워너씨앤디-워너관광개발의 실체 「현대엔지니어링 위장소유 의혹」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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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