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발 세금대란 막전막후

‘양치기 정권’ 국민들은 또 속았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증세 없는 복지증대.' 박근혜 정부의 세금·복지 정책의 대원칙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징수된 세금은 3조1200억원, 당초 목표치보다 3800억원을 초과했다. 그런데도 세수는 부족하기만 하다. 그래서 꺼내 든 카드가 세금 인상. 담뱃값 인상을 시작으로 주민세 및 지방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세금 인상은 없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호언장담은 공염불이 됐다.

지난해 국민 한 사람당 평균 세금 부담은 509만1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 국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와 지방세를 합쳐 계산한 국민 1인당 평균 세금 부담은 509만1000원으로 2012년 513만9000원에 비해 4만8000원가량 줄었다. 하지만 3년 전인 2010년 459만2000원보다 3년새 50만원가량 늘었다.

1인당 평균 세금
3년새 50만원↑

국민 1인당 세금 부담은 1년간 걷힌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 국세와 취득세·주민세·지방소비세 등 지방세를 합한 금액을 해당연도 인구 수로 나눠서 계산한다. 지난해에는 201조9065억원의 국세와, 53조7789억원의 지방세(잠정치) 등 총 255조6854만원의 세금이 걷혔다. 2013년도 추계인구는 5021만9669명으로 1인당 509만10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실제 국민 1명이 낸 세액과는 차이가 난다. 수치에는 기업이 부담하는 세수인 법인세가 포함돼 있고 국민 중에는 면세자나 소득세 등을 내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도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세 부담액은 경기부진에 따른 세수 감소의 여파로 2012년보다 4만8000원 정도 줄었다. 1인당 평균 세금부담이 직전 해보다 감소한 것은 2009년 434만7000원에서 2009년 426만3000원으로 줄어든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작년 국세 세수를 세목별로 보면 2012년에 비해 소득세는 2조원, 부가가치세는 3000억원 가량 증가했으나 법인세는 2조원, 교통·에너지·환경세는 6000억원가량 줄었다. 지방세의 경우 지방소비세는 1000억원, 재산세는 2000억원, 지방소득세는 500억원가량 늘었으나 지방교육세는 600억원, 취득세는 5000억원가량 감소했다. 다시 말해 평균 세금부담이 줄어든 것은 서민들의 세금 납부가 줄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경기침체로 기업 매출이 줄고 그에 따라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부동산 등 재산세가 줄었다는 게 주된 이유인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자 시절 복지공약 실천을 위한 재원마련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증세 없는 복지공약 실천'을 약속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공약집을 통해 "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를 균형 있게 제공해 평생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창출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일과 함께하는 복지를 확대하겠다"며 "더불어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맞춤형 빈곤정책과 급여체계를 통해 필요한 급여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빈곤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담뱃값 2000원 인상안 "사재기 확산"
지방세 개편안 발표…국회 진통 예고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예산, 즉 돈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 복지확대 등 각종 대선공약 실천을 위해 향후 5년간 50조7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7조2000억원을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확보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박 대통령은 "증세 없이 세제개편을 통해 나락된 세금을 철저히 걷는 것으로 재원마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은 일회성에 그쳤고 각종 세금 인상안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정부는 현금연수증 발급 의무 강화를 비롯한 각종 제도개편,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활용의 증가와 세무조사를 강화하면서 3조1000억원을 거둬들였다. 2조7000억원을 걷겠다던 본래 계획을 16% 초과 달성한 수치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증가했다.


먼저 조세 불복 소송 인용률(국가 패소)은 지난해 32.9%로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섰고 5만원권 회수율은 올해 1~5월 기준 27.7%로 전년 동기보다 24.6% 급감했다. 지난해 2조1000억원의 세수를 거두기 위해 국세청은 4조7000억원(징수율 45%)을 부과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목표 3조6000억원을 위해서는 8조원을 부과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목표달성이 불과하다는 회의론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언급자체를 꺼리고 있다. 

돈이 부족해진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시작했다. 한전은 지난해 11월 산업용 6.4%, 주택용 2.7%, 일반용 5.8% 등 전기요금을 평균 5.4% 인상했다. 도시가스는 지난 7월 경남 1.7%~2.31%, 대구 0.55% 등 인상을 시작으로 서울은 8월부터 도시가스공급비용을 7.7%, 주택용 기본요금을 7.1% 각각 인상했다. 같은 달 대전도 소비자요금을 0.42% 올렸다.

공공요금 인상
또 증세안 추진

이밖에 지하철 신분당선 요금이 2년 만에 12.5% 올랐으며 청주시와 공주시는 공영주차장 요금을, 파주시는 종량제봉투값과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을, 강원도는 시내버스 운임요율을 인상하는 등 지역별로 공공요금 인상 쓰나미가 몰려왔다.

추석연휴가 끝난 뒤에는 담뱃값 2000원 인상 카드가 전격 발표됐다.

정부는 지난 11일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들이 '종합 금연대책'을 논의한 뒤 담뱃값 인상 추진을 포함한 대책을 발표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담뱃값 인상 등 금연 종합대책'과 관련해 "담뱃값을 내년 1월부터 평균 2000원 인상한다"며 "늘어난 건강증진지원금은 금연지원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담배에 새로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는 인상된 가격인 4500원 중 594원이다. 과세 방식은 개별소비세를 종가세(2500원 담배 기준 600원 상당)로 부과한다. 종가세는 물품 가격을 세율 책정의 기초로 하는 조세를 말한다.

종가세 부과에 따라 고가 담배일수록 세금이 높아 세부담 역진성이 완화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담배에 붙는 국세는 40%가량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이전된다.

담뱃값이 4500원으로 인상됨에 따라 제세 및 부담금 비율은 담배소비세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건강증진부담금 841원, 개별소비세 594원, 기타 433원이 된다.

비가격 정책으로는 담배갑에 경고그림이 부착되고 소매점 내 담배 광고가 금지된다. 또 금연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부자감세 유탄
힘없는 서민에게

정부는 담뱃값 인상에 이어 주민세 인상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2일 주민세 인상과 지방세 감면혜택 중단 등을 담은 지방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현재 4000원 정도인 주민세는 2년에 걸쳐 1만원 이상으로 오르게 되고 카지노에도 레저세가 부과되며 부동산펀드·호텔 등에 적용됐던 지방세 감면 규정은 올해 시효가 만료된 후 더 이상 적용되지 않게 된다.


주민세는 1년에 한번 거주지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지방세'다. 현재 전국 평균 주민세는 4600원 수준. 전북 무주군 주민들의 경우 2000원을 내는 반면, 충북 보은군 주민들은 5배인 1만원을 내는 등 징수액은 지자체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99년 정부가 1만원 이하에서 지자체가 알아서 조례를 제정해 부과하도록 주민세 기준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간 재정자립도가 어려운 지자체에 한해 주민세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선거 등을 의식해 선뜻 나서는 지자체가 없었고 아예 법을 재정할 계획인 것이다. 일선 지자체들은 정부의 지방세 개편안을 반기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으로 3175억원인 주민세 징수액은 최소 두 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카지노 레저세는 기존 경마, 경륜, 경정, 소싸움에 부과하는 세금을 카지노에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매출의 10%가 레저세로 부과되는데 대표적 카지노시설인 강원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1조2773억원으로 1277억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안정행정부는 앞서 지난달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지방세 기본법·지방세법·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었지만, 입법예고 예정일 이틀 전 당·정·청 협의 실패로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담뱃세에 이어 지방세 개편안은 박 대통령의 '증세 불가' 방침을 깨는 것이다. 따라서 입법예고 후 여론수렴과 국회 논의 과정에서 만만찮은 진통이 예상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인 흡연율을 낮춰서 국민건강을 지키겠다는 게 정부가 내건 표면적 이유지만 사실상 세수증대를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정부는 조세재정연구원 연구결과를 인용, 담뱃값을 2000원 인상했을 때 담배소비량이 34.0% 감소하지만 2조8000억원의 세수증대가 기재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증세 없다"던 청와대 말바꾸기
"흡연율 감소" VS "꼼수 증세"

청와대는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 참여정부의 담뱃값과 소주가격 인상 대책에 대해 "소주와 담배는 서민이 애용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담뱃값 인상의) 명목상 이유는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라지만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애꿎은 서민 호주머니만 털겠다는 꼼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힘없는 서민만 부자 감세의 유탄을 맞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은 "정부가 공약이행이나 경기침체로 부족한 세수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 담뱃세 인상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진정 국민의 건강을 염려한다면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 부자증세와 함께 담뱃세 인상을 검토하는 등 종합적이고 균형 있는 세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담뱃값을 4500원으로 올리면 흡연율이 2.9%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수 있고 단계적으로 올리는 담뱃값은 고스란히 저소득층 부담으로만 전해질 수 있다"면서 "금연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적정 수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도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복지부 설문 조사에서도 담배를 끊게 된 가장 큰 이유로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가 69.9%이고 경제적 이유가 6.2%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또한 "정부가 겉으로는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는 명백한 증세"라며 "재정 확충을 위해 증세를 하겠다면 과세 공평성 확보와 함께 고소득자·재벌 및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누진체계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선행 또는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소설가 이외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 올린다는 주장은, 용왕님 토끼 간 씹다 어금니 부러지는 소리입니다. 한마디로 믿기 어렵다는 얘기지요"라며 "진실로 정부가 국민건강을 그토록 염려하신다면 깔끔한 정치로 국민 스트레스나 좀 줄여주시지요"라고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듯 소매점과 소비자의 담배 사재기 조짐이 관측되는 등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 따르면 지난 11일 하루 동안 담배 판매량은 2배 증가했다. 인기 있는 상표는 정오를 못 넘기고 매진이 됐고, 한번에 5보루, 6보루씩 사가는 흡연자들도 등장했다.

담배 사재기
부작용 속출

유통업계는 내년 인상시기가 다가올수록 사재기 움직임을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담배 판매점에 사재기를 막기 위해 평균 매출과 공급량을 관리하고 사재기 적발시 2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지만 흡연가들 사이에서는 "편의점 여러 곳을 돌며 조금씩 사 모으면 된다" "미리 사둔 담배를 인상 가격보다 조금 싸게 팔아 제태크를 해야겠다" 등 정부 정책을 비웃는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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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