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이승한 사퇴 진짜 이유

15년 장기집권 마감 ‘물러났나 밀려났나’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홈플러스를 뒤덮고 있던 이승한 그림자가 완전히 걷혔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15년 만에 모든 직위를 내려놓은 것. 연구와 교육에 전념키 위해서라는 게 홈플러스 입장이지만 영국 본사 회장 퇴임과 녹록치 않은 국내 상황이 이 회장의 사임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홈플러스 내홍을 짊어진 도성환 사장의 어깨는 더욱 처지게 됐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홈플러스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지난 8일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사내게시판에 이승한 회장의 사퇴소식을 알리는 글을 올렸다. 도 사장은 "그동안 쉼표 없이 살아오면서 미처 돌보지 못했던 건강을 회복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지고 싶다는 이 회장의 희망에 따라 회사는 사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사퇴배경을 설명했다.

퇴임 후 막후서
강력한 영향력

경북 칠곡 출생으로 계성고와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1970년 삼성그룹 공채 11기로 입사, 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이사를 거쳐 99년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홈플러스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14년간 홈플러스 지휘봉을 잡아온 이 회장은 지난 14년간 홈플러스를 연매출 12조원에 달하는 대형마트 2위 업체로 키워냈다.

홈플러스는 99년 삼성물산과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가 출자한 네덜란드 법인 테스코 홀딩스가 1대 1로 합작해 만든 삼성테스코㈜가 모태다. 이후 2011년 3월 삼성과 테스코의 상호 계약기간이 만료돼 법인명이 삼성테스코㈜에서 홈플러스㈜로 변경됐다.

이 회장은 2013년 초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회장 직함을 유지하면서 홈플러스 e-파란재단 이사장, 테스코·홈플러스 아카데미 회장, 테스코그룹 경영자문역을 맡아왔다. 지분이 0.1%도 없는데 '왕회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표이사 퇴임 이후 막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 회장은 당분간 경영이론 연구와 후진 양성에 주력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도 사장은 "앞으로 이 회장은 지난 45년 동안 경영일선에서 쌓아온 동서양을 넘나드는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글로벌 경영이론 및 모델 개발 등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내외 독보적인 존재…연구·교육 전념?
돌연 대체 왜? 사퇴 배경 두고 설왕설래

지난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 회장은 보스턴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성품 중심의 '인성 리더십' 설파에 나섰고 보스턴대학은 이 회장의 경영이론을 학부 교과과정에 반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프리먼 보스턴 경영대학장은 "홈플러스는 영국기업이 한국에서 성공한 글로벌 사례로서 학생과 글로벌 경영진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회장의 경영사례를 바탕으로 글로벌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교과과정에 반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업계가 내놓은 분석은 다르다. 이 회장의 사임이 테스코 회장의 퇴임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것.

필립 클라크 테스코 회장은 지난달 21일 실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테스코는 지난달 40년 만에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날 <BBC> <블룸버그통신> 등 현지 언론은 테스코의 클라크 회장이 최고경영자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으며 오는 10월1일자로 데이브 루이스 유니레버 퍼스널케어 부문 사장이 후임 CEO로 부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클라크 회장은 2011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뒤 실적부진으로 압력을 받아왔다. 지난 5월까지 테스코 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8% 하락했고 클라크 부임 이후 주가는 27% 하락해 주주들의 손실이 88억파운드(약 15조원) 규모에 이르렀다. 투자자들은 클라크 회장의 능력 부재가 테스코의 저조한 경영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일선 후퇴 후 테크코 경영자문역을 맡아온 이 회장이 클라크 회장의 퇴임이 여간 부담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경품사기·노사갈등
흔들리는 도성환호

이 회장의 퇴임으로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도 사장은 이 회장이 홈플러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사실상 단독 경영을 해 왔지만 '회장님'의 막강한 후광에 가려 최근 홈플러스를 뒤덮은 내홍의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하지만 '이승한 그림자'가 걷힌 지금, 업계는 모든 짐을 짊어진 도 사장이 어떤 위기 극복 시나리오를 써 갈지 주목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 홈플러스 브랜드 이미지는 '갑질 논란'과 '경품 사기극' '동반성장 꼴지' '국부유출 논란' 등으로 한 없이 추락했고 회사 내부는 '노사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13 동반성장지수'에서 3년 연속 최하등급인 '보통'을 받았다. 홈플러스 측은 "동반성장 평가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홈플러스의 '상생' 의지에 대한 진정성은 항상 물음표를 달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는 주력하던 대형마트와 SSM의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자 편의점 사업으로 골목 상권을 파고드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2년 '365 플러스'라는 명칭의 편의점 사업을 시작한 뒤 지난 4월 100호점을 오픈하며 매장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취임하면서 '상생'과 '성장'을 강조하고 지난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던 도 사장은 해외에선 "향후 10년간 국내에서 5000개 매장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해 상생의지가 아예 없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내우외환에 시름
추석 전 파업예고

이를 뒷받침하듯 홈플러스는 잇따른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월에는 명절 알바에 대한 갑질로, 지난 3월에는 액세서리 입점 매장에 대한 갑질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달 들어서는 홈플러스 직원이 협력업체 직원을 냉동창고에 가두고, 수시로 욕설을 하는 등 노예처럼 부렸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으며 협력업체에 납품단가를 내릴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매장 리뉴얼 시 협력업체의 직원을 동원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영국 본사에 바쳤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로열티로 영국 본사에 616억17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홈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 2509억여원의 25% 수준이고 2012년 대비 16배가 넘는 액수다.

상표 수수료 인상에 대해 홈플러스는 "한국에 대한 수수료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너무 낮다는 영국 세무당국의 지적을 받은 영국 테스코 본사의 요청으로 인상이 이뤄진 것"이라며 "이전까지 한국 홈플러스가 본사에 낸 수수료율은 0.05%에 불과하고 다른 국가는 1% 안팎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럽 경기 침체로 영국 본사의 수익이 줄자 이를 한국 홈플러스의 돈을 가져다가 메꾸려는 의도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국내 홈플러스는 'TESCO'라는 상표명을 사용하는 곳이 없다. 법인명에서도 '테스코'는 빠졌다. 반면 중·인도·말레이시아·체코 등에서는 국가명 앞에 'TESCO'라는 상표를 붙이고 있다. 따라서 도 사장이 영국 본사에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텅텅 빈 곳간은 노사 임금 협상 파행으로 이어졌다. 홈플러스 노사는 임금교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사측과의 임금교섭이 결렬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10년을 일해도 월급이 100만원 남짓인 현실을 바꾸기 위해 임금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직원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하필 이때…각종 논란으로 몸살
회장님 그림자서 벗어난 사장님
도성환 경영 능력 시험대 올라

노조는 "사측은 시급은 170원(3.25%) 인상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2015년 최저 임금과 90원밖에 차이가 안 난다"며 "임원들은 여전히 수십억원의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 "회사가 노동자들의 절절한 요구를 계속 무시한다면 다가오는 추석을 맞이해 총파업 등 강력한 투쟁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4월 노조가 설립된 이후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어왔다. 특히 '쩜오계약제'로 불리는 '꼼수'가 드러나면서 총파업 직전에 간신히 합의에 이르렀지만 최근에는 임금협상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악재의 정점은 지난달 말 불거진 '경품사기극'이 찍었다. 지난달 27일 <시사매거진 2580>은 홈플러스의 경품사기극을 적나라하게 보도했다. 홈플러스가 비싼 경품을 걸고 행사를 한 뒤 정작 주요 당첨자에게 경품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게 방송의 주요 내용. 홈플러스는 지난 2월 수천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외제차 등의 경품을 내걸고 고객대상 경품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행사 1등 당첨자들은 경품을 받지 못했고 다른 당첨자들의 미지급 사례가 쏟아졌다. 대부분의 당첨자들은 당첨사실조차 알 수 없었다. 1등 경품으로 나왔던 7800만원 상당의 2캐럿짜리 클래식 솔리테르 다이아몬드 링은 국내에 한 번도 수입된 적 없는 제품이었고 이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는 경품 행사 진행 사실도 몰랐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2년 3월, 4500만원 상당의 외제 자동차를 1등 상품으로 내건 행사에서 당첨자를 조작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한 직원은 응모 프로그램을 조작해 친구를 1등 당첨자로 만들었고 외제차를 경품으로 받고 되팔아 3000만원을 챙겼다.

홈플러스의 고객 기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품 행사로 할 수 있는 나쁜 짓(?)을 총 동원했다. 응모권에 고객이 기재한 개인정보를 제휴보험사에 팔아넘긴 것. 한 명당 2000∼2800원을 받아 챙겼다.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고객에게 얻어낸 개인정보는 4200∼4500원으로 더 비싸게 팔았다.

지난 3년 동안 매년 300만명이 넘는 고객정보가 홈플러스에서 보험사로 넘어갔다. 올해 목표치(?)는 400만명. 이를 위해 4번의 경품행사를 기획했고 48억이라는 구체적인 수익 목표치도 정해놨다.

말로만 '상생'
뒤로는 '갑질'

논란이 커지자 홈플러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연락이 부족해 경품이 지급되지 않은 사례가 발생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 "최근 개인정보 유출사태 이후 문자사기, 보이스피싱 등에 대한 염려로 당첨 고지에 대한 응답률이 낮아지면서 일부 경품이 지급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경품지급을 조작한 직원은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해당직원 2명을 고소했다"며 "아직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호소는 먹히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등을 돌렸다. 홈플러스 불매 운동까지 벌어졌다. 불똥은 홈플러스 임대매장에도 튀었다. 홈플러스 식품매장 바깥에 입점한 의류매장, 음식점, 커피숍, 안경점, 피부과 등의 업체 등 테넌트 매장은 홈플러스 불매운동으로 받는 피해가 극심하다.

홈플러스 실적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위기 극복 특명을 안고 도성환호가 출범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 지난해 매출(연결재무재표기준)은 8조9297억원으로 전년대비 0.6%늘었으나 영업이익은 3382억원으로 전년대비 24% 급감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 줄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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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