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신선설농탕 '직원감시' 논란

직원끼리 서로 고자질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신선설농탕의 직원 평가 시스템이 구설에 올랐다. '다면평가'로 불리는 직원 상호간 평가 때문이다. 직원 개개인의 장·단점을 서로 평가하고 그 자료를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는 것.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직원들에게는 "앞으로 잘 하겠다"는 서약서까지 받는단다.

신선설농탕은 외식업체 ㈜쿠드가 운영하는 국내 대표적인 설렁탕 프렌차이즈다. ㈜쿠드는 신선설농탕을 비롯해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시·화·담', 구이전문점 '우소보소', 한정식 전문점 '수련', 인테리어 브랜드 '이노데코' 등 5개 브랜드를 갖고 있다. 신선설농탕은 2009년 40%가 넘는 시청률 속에 방영됐던 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배경으로 사용되면서 화제가 됐다.

겉으론 '좋은 기업'

㈜쿠드를 이끌고 있는 오청 대표는 1992년 대학을 막 졸업하고 27세의 나이에 아버지 손에 이끌려 얼떨결에 설렁탕 사업에 발을 들였다. 한양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의 그에게 설렁탕 사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주방 매뉴얼을 만들고 고객서비스 헌장을 만드는 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94년에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설렁탕 포장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95년 3월 오 대표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첫 점포를 냈다. 3개월가량 주방에서 근무하면서 식자재의 체계적 조리방법을 완성, 그에 따른 공장을 지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지금 신선설농탕은 매장 수만 43개, 직원은 900여명에 이르는 거대 프렌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했다.

신선설농탕은 대중들에게 모범적인 사회공헌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저소득층에 설렁탕을 무료로 급식하는 '사랑의 밥차', 전 임직원이 계좌당 1004원을 후원하는 '1004모금운동', 개점 10주년을 맞은 매장의 일 매출을 해당 구청에 기부하는 '오픈매출기부', 쌀 9만포를 시가보다 2000원씩 비싼 값에 사들여 차액을 농가에 지원하는 '우리쌀값 지켜주기', 고객이 양이 적은 '나누미밥'을 주문하면 남는 쌀을 모아 아프리카 결식아동을 지원하는 '나누미 캠페인' 등이 신선설농탕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이다.

특히 오 대표는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수성가한 기업인' '앞장서는 사회공헌활동' 등 그럴싸한 겉모습과는 달리 속은 그렇지 못하다. 직원 관리에 있어서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직원이 직원을 평가하는 시스템인 '다면평가' 때문인데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곪을 대로 곪은 고름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다면평가는 신선설농탕에서 시행 중인 직원 평가 시스템의 한 종류다. 직원 개개인의 인성을 상호 평가하는 시스템인데 사실상 직원이 직원을 감시하는 셈이다. 신선설농탕 직원들은 1년에 한번 서로의 장·단점을 평가하고 있다. 결과는 본사에 보고되고 연말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임직원 상호간 장단점 평가 인사고과 반영
'나쁜 직원'에 "잘 하겠다" 서약서 강요도

본사는 해당 직원을 불러 결과를 발표한다. 장·단점을 적은 종이에 단점이 상대적으로 많으면 이른바 '나쁜 직원'으로 분류된다. 직원들은 결과에 따라 등급도 부여받는다. A부터 F까지 6등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선설농탕에서 근무 중인 한 직원의 말에 따르면 좋지 않은 결과를 받은 직원들은 그 수위에 따라 직위해제, 임금삭감, 임금동결 등의 징계를 받는다. 지난해 전체 직원의 5%가량이 임금동결 조치를 받았다.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선 신선설농탕의 직원평가 시스템을 두고 말들이 많다. 자칫하다가는 '인민재판' '인민감시'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 앙심을 품은 직원이 의도적으로 상대를 나쁘게 평가해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신선설농탕의 다면평가 방식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신선설렁탕을 고발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부터다. 신선설농탕에 근무했었다고 밝힌 A씨는 다면평가 방식을 공개하면서 "신선설농탕은 평가는 평가대로 하면서 직원에 대한 복리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라는 글을 개제했다.

A씨는 "(신선설농탕)은 1년에 한 번 개개인의 인성을 서로서로 평가한다"며 "평가서에 한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평가하는 건데 대략 결과는 한 달이 지나고 각 매장 직원을 차례로 불러 공개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예를 들어 장점과 단점이 각각 5줄이면 그 사람은 그냥 나쁜직원이 된다"며 "인간이 장·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TV로 비춰지는 좋은 이미지를 연기하지 마라"고 덧붙였다.

신선설농탕의 직원평가 방식 중 주목할 만한 부문은 또 있다. 바로 서약서 작성이다. 신선설농탕은 다면평가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 든 직원들에게 서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있다. "앞으로 더 잘 하겠다"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개선하겠다"는 일종의 '각서'다.

신선설농탕 한 직원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직원이 나를 평가한다는 것도 기분이 나쁜데 객관적 평가도 아닌 주관적인 평가에 따른 결과로 서약서까지 쓰는 것은 마치 반성문을 제출하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회사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반응이다. 다면평가는 신선설농탕의 직원 평가 방식 중 일부라는 것. ㈜쿠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고 퇴사한 전 직원이 회사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글을 쓰다 보니 와전된 부분이 적지 않다"고 반박했다.

"와전…오해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신선설농탕은 프랜차이즈라는 특성상 각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매장의 직원들을 일일이 관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다면평가를 직원 평가 방식의 일부로 선정했다. ㈜쿠드는 직원을 6등급으로 나누고 서약서를 작성하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다면평가 방식에 그치는 게 아니라 매장 실적, 서비스 모니터링 등을 종합해 직원을 평가하고 있다"며 "관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호 평가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라고 이해해 주면 고맙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han1028@ilyosisa.co.kr>

 

<알려왔습니다>

<일요시사>는 2014년 7월14일자 「<재계뒷담화> 신선설농탕 '직원감시' 논란」기사에서 신선설농탕의 직원 평가 방식 중 하나인 ‘다면평가’에 관한 보도를 했습니다.

이에 신선설농탕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위 기사에 대해 신선설농탕은 다음과 같이 반론했습니다.

▲다면평가. 직원 개개인의 인성을 상호평가하는 시스템, 사실상 직원이 직원을 감시하는 셈이다.

-당사에서 다면평가를 하게 된 계기는 2004년 광우병 파동을 맞으면서 매출이 급락하는 위기를 맞자 대표가 밤낮으로 열흘간 전 매장을 돌면서 현장직원들과 직접 한 명 한 명 면담을 했다. 이때 직원들이 매장내의 왕따나 편가름의 현실을 호소하거나 인성이 안 좋은 관리자의 전횡과 소왕국화, 선임직원들이 신입직원이나 파트사원을 함부로 다루고 차별대우 등을 하고 있음을 파악하게 됐다.

심지어 왜 이제야 저희 얘기를 직접 들으러 오셨냐고 우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 면담을 계기로 점포 관리자의 평가를 본사 특정 부서에 맡기지 않고 각 매장별로 직원들이 관리자를 평가하는 다면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었으며 주요 평가 항목은 인성과 표정, 미소, 의욕, 리더쉽, 업무능력 입니다. 당사의 인재상이 "올바른 인성을 가진 의욕과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기에 그 중 인성을 가장 우선시 여기고 평가란에 좋은 점과 개선할 점을 기록하게 됐다.

이 후 당사는 다면평가를 통해 실제 현장에서 인성이 바르지 못하여 동료들을 힘들게 하거나 직위만 내세워 직원을 존중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으며 권위적, 억압적 관리 형태를 바로 잡아왔다. 이로 인해 동료간의 갈등이 현저히 줄고 서로 배려하고 예의를 갖추는 근무분위기를 형성하게 됐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고쳐보려고 노력하는 직원에게는 동료들의 인정과 지지를 받게 되어 더 높은 관리자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서로 장, 단점을 평가한다. 장점과 단점이 각각 5줄이면 그 사람은 그냥 나쁜직원이 된다.

- 신선설농탕은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서비스업으로 평가항목이 개인의 좋은 점과 개선할 점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인성 외 표정, 미소, 의욕, 열정, 업무능력, 리더십 등의 여러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리자가 직원을 평가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원도 평가에 참여하는 양방향 평가로 10여년 동안 운영 노하우를 쌓으며 진행되고 있는 당사 고유의 평가제도다.

또한 피평가자의 좋은 점과 개선할 점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평가에는 매출 등의 경영 성과, 모니터링 서비스, 위생평가, 교육 및 역량 등 다양한 평가를 종합하여 진행하고 있다.

▲다면평가에 따라 직위해제, 임금삭감, 임금동결 등의 징계를 받는다.

- 다면평가를 통한 징계는 하위 5% 정도만이 임금 동결에 해당되고, 직위해제나 임금삭감의 경우는 심각한 사건사고에 적용되며 이 또한 회사의 징계 절차를 밟고 진행된다.

다면평가를 잘 받지 못해도 직위해제, 임금삭감의 징계를 받지는 않는다.

또한 적극적인 개선을 다짐하기 위해 서약서를 쓰기도 하지만 평가 이후 스스로 고쳐나가고 개선된 모습을 보이면 좋은 평가를 받는 직원들도 많이 있다.

▲앙심을 품은 직원이 의도적으로 상대를 나쁘게 평가해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 다면평가는 같은 점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모두 평가에 참여하는 것으로 일부 직원들이 개인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잘못된 생각으로 참여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점포별로 적게는 열명, 많게는 수십명이 동시에 평가를 하기에 잘못된 의도를 가지고 평가를 하면 분석과정에서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럴 경우, 다면평가에서 제외되는 필터링 시스템이 있어 우려하는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기명이 아닌 실명을 쓰고 평가를 하기에 앙심을 품은 의도적인 평가는 금방 드러나게 되어있어 그 내용은 제외된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직원이 나를 평가한다.

- 앞서 말씀드린 대로, 다면평가는 점포별로 진행됩니다. 점포 내에서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만 참여할 수 있는 제도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직원이 평가 할 수 없다.

▲직원 복리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직원 복리가 거의 없다는 주장은 터무니 없다. 복리후생이 변경된 부분은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하락과 금값 폭등으로 장기근속 시상 중 금을 주던 것 대신 휴가를 늘리고 제품 시식권을 드리는 것으로 변경된 정도다.

그 외 경조휴가, 경조사 지원, 근속기념선물 및 정기휴가, 건강검진, 여가생활지원, 자기계발지원, 콘도 지원, 제품가격 할인 등을 운영하며 동종업계 중 상위의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