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아모레퍼시픽 폭풍전야 내막

도대체 얼마나?…과징금 폭탄 투하된다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아모레퍼시픽의 상승세가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한 영향이다. 잔치를 벌여도 모자랄 판에 서경배 회장은 납작 엎드려 냉가슴을 앓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불어 닥친 '외풍'이 심상치 않아서다. 공정위 조사가 마무리되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최대 화장품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올 1분기에만 93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757억원과 1229억원으로 각각 25.3%와 35.6% 늘었다. 최근 국내외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한 영향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사업은 올 1분기 국내에선 12%, 해외에선 5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면세점과 디지털, 해외 사업이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중국에서만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5%, 88% 증가율을 나타냈다.

매출 증가에도
웃지 못하는 사연

이에 따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지분가치도 크게 상승했다. 국내 최상위 주식부호 순위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 회장의 지분가치 평가액은 3조7951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조782억원 늘어났다.

현재 서 회장은 아모레G 보통주 444만4362주(55.70%)와 우선주 12만2974주(13.50%), 아모레퍼시픽 보통주 62만6445주(1072%)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들어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 주가 상승분으로만 각각 7907억원, 2875억원을 벌었다.


잔치를 벌여도 모자랄 판에 서 회장은 납작 엎드려 냉가슴을 앓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아모레퍼시픽이 대리점에 행한 '대리점 쪼개기' '밀어내기' 등의 불공정행위 사건 조사를 마무리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갑의 횡포' 논란은 지난해 6월경 촉발됐다. 진보정의당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은 지난 6월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 을의 피해사례 보고대회'를 열고 '갑의 횡포'를 내놨다. 이들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목표한 영업실적에 도달하지 못한 대리점에 밀어내기로 상품을 강매하고 무상으로 지급해야 할 판촉물도 강제로 구매하도록 했다.

판촉물 강제 구매로 지난 2012년 한 해 각 대리점은 1800만원씩 부담해야 했다. 영업사원의 교육·훈련 비용도 점주가 내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을 달성했다고 해도 계약을 해지해 우수 대리점을 직영화하고 영업사원을 다른 대리점에 넘기거나 직영점으로 빼가기도 했다.

실제로 경남 마산의 전직 아모레퍼시픽 특약점 점주였던 서행수씨가 공개한 공문을 보면 회사는 2007년 12월 서씨에게 '경영개선 요청 내용'을 보내 2006∼2007년 매출이 역성장을 했다며 2008년 판매 증대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서씨는 2008년 판매를 5.0% 성장시키기로 했지만 9월까지 2.4%에 그쳤고 회사는 결국 그해 말 거래를 종료했다.

회사는 계약을 해지하면서 서씨와 10년 동안 계약을 맺은 60여명의 카운슬러를 모두 다른 특약점으로 가도록 했다. 서씨와 일하던 카운슬러의 절반은 그해 아모레퍼시픽을 퇴직한 점주가 운영하는 다른 특약점으로 이동했고 나머지도 이듬해 직영점으로 이동했다.

공정위 조사 완료…과징금 수백억 예상
남양유업 123억원 기록 깰까 초미 관심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실은 아모레퍼시픽은 상품 강제출고는 물론, 특약점주들에게 무상판촉물의 비용까지 전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 지역 한 특약점의 '2012년 월별 영업 현황'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해당 특약점의 매출보다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이 넘는 정도의 제품을 강매시켰다.


피해점주들이 내놓은 아모레퍼시픽과 대리점주 단 거래약정서를 보면 ▲제9조(대금결제) 2항 "갑은 수시로 을에게 상품대금 지급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을은 이에 따라 지체 없이 변제해야 한다" ▲제15조(판촉물 사용관리) 3항 "갑은 제2항의 무상의 판촉물 제작비용 일부를 을과 사전에 합의하여 을의 부담으로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김 의원 측은 "계약대로라면 '합의를 통해' '비용의 일부'만을 을에게 부담시킬 수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합의 없이' '전액'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 측은 "전체 550여개 대리점의 매출과 비교해 해당 점포의 매출이 낮으면 경영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계약을 종료하도록 한다"며 "특히 2003년과 올해 80개 직영점의 영업사원 수를 비교하면 오히려 감소해 영업사원을 빼갔다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7월18일에는 민주당 우원식 최고위원이 "남양유업 같은 막말 녹취록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증폭됐다. '아모레퍼시픽 피해대리점주협의회'(이하 협의회)는 5개 정도의 녹취록을 확보해 이를 우 최고위원 측에 전달했다. 협의회 측은 녹취록에 "너무 나서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다" "순순히 특약점을 내놓지 않으면 옆에 직영점을 열어서 내놓을 수밖에 없게 만들겠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녹취록은 바로 공개되지 않았다. 녹취록에 담긴 막말 수위가 남양유업 사태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남양유업 사태에서 공개된 녹취록은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주에 대한 폭언' 때문에 심한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도 "녹취록이 있다면 이미 공개했을 텐데 '갑의 횡포' 물타기만 하고 있다"며 "내부조사 결과 막말직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계약서 무시하고
을에게 전액 부담

아모레퍼시픽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 10월13일 2007년 녹음된 50분 분량의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영업직원은 대리점주에게 "사장님이 철밥통이요? 사업하는 사람이 공무원 됩니까? 능력이 안 되고 성장하지 못하면 나가야지" "니 잘한 게 뭐 있나? 1년 동안 뭐한 거야? 열받지, 열받지?" "나이 마흔 넘어서 이 XX야, (다른 대리점에) 뒤지면 되나, 안 되나?" 등의 폭언이 담겨져 있었다.

이에 대리점주가 '만약 내가 버티면 어떻게 되냐?'라고 묻자 영업직원은 "만약 사장님께서 말 그대로 협조 안 해주시면 물건은 안 나가고 인근에 영업장을 또 내는 거죠"라며 대리점 강탈 과정을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녹음파일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손영철 사장 명의의 '아모레퍼시픽을 사랑해 주시는 고객님께 드리는 글'을 통해 "해당 사안이 수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저희 직원의 부적절한 언행에 책임을 통감하며, 빠른 시일 내에 진상을 파악하고 피해를 입으신 분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자들에게 보낸 손 사장 명의의 이메일에서도 "불미스러운 일로 아모레퍼시픽을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하여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일을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겠다"고 전했다.

징계 결정 코앞
갑질 대가는?


손 사장은 지난 10월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내가 잘못 가르쳐서 이런 문제가 일어났다"며 "현재 근무하는 직원이나 관계자라면 불러서 충분히 교육을 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 후 매듭을 짓는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진위 여부가 파악되는 대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와 진보정의당은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행위와 대리점주들에 대한 횡포를 고발하고 아모레퍼시픽 본사와 공정위에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화장품 업계 갑을 논란이 불거지자 공정위는 지난해 7월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한 8개 화장품 업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직원 8명을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급파해 방문판매 대리점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아모레퍼시픽에 대해서만 추가 조사를 벌였다. 1년 가까이 진행된 조사는 최근 마무리됐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를 소회의에 상정하고 조사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아모레퍼시픽에 송부한 상태다. 2주 이내 아모레퍼시픽이 의견서를 제출하면 공정위는 심의 기일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공정위 측은 "일단의 소회의에 상정했지만 전원회의 상정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뒤 "일정상 다음 달에는 전원회의나 소회의에서 시정명령, 과징금, 검찰 고발 등의 시정조치가 내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아모레퍼시픽에 내려질 징계 수위에 대해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 거래행위 사안은 '남양유업 사태'와 유사한 점이 많다. 지난해 남양유업은 '욕설 녹취록'과 '밀어내기' 등 불공정 행위로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

쪼개기, 밀어내기…남양사태 판박이
검찰에 고발 등 중징계 내려질 전망


남양유업 사태는 지난해 5월 유튜브에 '남양유업 싸가지 없는 직원'이라는 제목으로 30대 영업직원과 50대 대리점주가 나눈 대화녹취 파일이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2010년 녹음된 2분45초 분량의 파일에는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예정됐던 물량보다 훨씬 많은 물건을 더맡기는 내용이 담겨있다.

음성 파일 속 영업직원은 "죽기 싫으면 받으라고요. 끊어 빨리. 받아. 물건 못 받겠다는 그 따위 소리 하지 말고"라거나 "(물건을 받을 상황이 안 된다면) 버리든가 그럼. 버려"라고 몰아붙였고, 대리점주는 "지난달에도 목표치 넘게 물건을 받았다"며 "이번에는 물건 보관할 창고도 없으니 더 이상 받을 수 없겠다"고 읍소했다.

그러자 영업직원은 "차라리 망해라" "죽여 버리겠다" "제품 못 받겠으면 버려라" "개 XX야" "씨XX아" "맞짱 뜨자"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이 남양유업이 2012년 5월부터 최근까지 전산 프로그램을 조작해 대리점 발주 물량을 부풀리고 명절 떡값 등을 갈취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대리점주 측은 고발장에서 남양유업이 주문관리 시스템을 조작해 대리점에서 낸 주문보다 2∼3배 많은 양의 제품을 대리점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밀어내기'를 한다는 것. 유통기한이 짧은 유제품 특성상 제품 대부분이 버려졌다.

또 남양유업이 떡값 및 임직원 퇴직위로금과 대형마트 판매 직원의 급여도 대리점에서 내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명절에 떡값 명목의 돈을 각 대리점마다 10만∼30만원씩 착취하고 유통업체 파견직 사원의 임금을 20∼30%만 지급한 채 나머지 임금을 납품 대리점에게 부담하게 했다는 것.

대리점주 측은 이를 거부하면 남양유업 측에서 계약 해지, 보복적 밀어내기, 투자비용의 매몰가능성 등을 이용해 협박과 압력을 가한다고도 주장했다.

남양유업 측은 당초 "불만을 가진 일부 대리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관련의혹을 부인했으나 '폭언 음성파일' 파문으로 남양유업 횡포에 대한 국민 공분이 커지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이를 일부 시인했다.

징계 철회·조정
기대 어려울듯

하지만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졌고 남양유업은 매출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갑의 횡포'가 사회 전반에 화두로 던져지기도 했다. 식품업계는 물론이고, 주류, 편의점, 화장품, 베이커리 등 유통업계 전반과 자동차 협력업체에서도 갑의 횡포를 고발하고 바로 잡으려는 을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123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전현직 임직원을 검찰 고발했다.

남양유업 사태를 전례로 볼 때 아모레퍼시픽의 징계 수위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위반행위와 관계된 매출액과 내용 정도 기간 가중 및 감경 요소 등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이 불공정거래행위를 통해 얻은 매출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매출(3조8953억원)은 남양유업(1조2298억원)의 3배가 넘고 불공정 행위 사안이 크고 악질적이라는 점에서 더 강한 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것. 징계가 철회되거나 수위가 낮아지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남양유업은 과징금 부과 뒤 "너무 많다"며 이의신청을 냈지만 공정위는 이를 기각한 바 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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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