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검풍 덮친 삼표그룹 막전막후

'철피아' 검은 커넥션 "끝까지 턴다"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은 '관피아' 척결을 위한 칼을 빼들었다. 첫 번째 타깃은 '철피아.' 지난 30년 동안 철도분야에서 성장한 삼표그룹이 수사 대상 1호로 지목됐다. 철도 부품 납품 관련 비리 정황을 포착한 것. 압수수색에 총수 일가 출국금지까지 내려졌다.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가 삼표그룹을 덮쳤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민관 유착 고리가 노출됐다. 검찰은 오랜 기간 쌓여온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달 21일에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전국 고검 및 지검 검사장 22명이 참석한 검사장회의를 열어 민관유착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검찰은 '관피아'(관료+마피아) 관행을 척결하기 위해 전국 18개 검찰청에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 특히 기업 범죄와 고위공직자 수사를 전담하며 대검 중앙수사부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특별수사부와 금융조제조사부 등 3개 부서가 민관유착 비리 수사를 전담하도록 했다. 다른 지역 검찰청도 실정에 맞는 특별수사본부에서 관할기관과 단체의 관피아 비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적폐 청산 위해
팔 걷어붙인 검찰

특별수사본부 구성 일주일만에 척결 대상 1순위로 '철피아'(철도+마피아)가 지목됐다. 검찰이 철피아를 정조준 한 것은 2011년 2월 KTX광명역 탈선사고 이후 철도와 지하철에서 대규모 인명피해 전조 증상이 여러 차례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사고 원인은 '레일체결장치' 불량이었다. 레일체결장치는 열차 하중을 분산하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철도와 침목을 연결하는 핵심 부품이다. 지난해 신분당선에서 400여 개가 파손된 채 발견된 것도 레일체결장치였다.

검찰은 이날 독일 보슬러에서 레일체결장치를 수입, 납품하는 ㈜에이브이티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에이브이티는 호남고속철도 납품업체 선정과정에서 제출한 시험성적서를 위조했다는 게 드러나 지난해 국회에서 논란이 된 회사다. 검찰은 시험성적서 위조가 밝혀졌음에도 에이브이티가 납품업체로 선정된 경위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업체는 따로 있다. 국내 철도궤도용품 시장의 '큰 손'인 삼표그룹이다. 삼표그룹은 국내 철도궤도 공사 시공능력 1위인 삼표이앤씨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삼표이앤씨는 1980년부터 철도용품을 제작하기 시작해 침목, 레일체결장치, 레일, 분기기 등 철도 관련 핵심 부품들을 만들고 있다. 전체 철도궤도용품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철도궤도 업체다.

검찰은 삼표이앤씨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과 임직원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검찰은 삼표 측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납품비리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담합의혹도 있다. 검찰은 호남 고속철도 궤도공사 업체로 2012년 7월 삼표이앤씨와 궤도공영이 선정되는 과정에서 가격을 미리 조율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입찰은 오송~익산(1공구), 익산~광주송정(2공구) 구간으로 나눠 진행됐다.

1공구는 예정가격의 89.03%인 1316억원을 적어낸 궤도공영 컨소시엄(궤도공영·대륙철도·삼동랜드·포스코엔지니어링)이 따냈으며 2공구는 예정가격의 89.48%인 1716억6490만원을 써 낸 삼표이앤씨 컨소시엄(삼표이앤씨·삼표건설·화성궤도·천운궤도)이 공사를 수주했다.

이들은 1단계 저가 심사를 통과한 뒤 2단계 저가 심사를 생략하고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투찰가격을 사전에 조작해 두 컨소시엄에 공사를 밀어주고 수주액을 나눠가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담합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발주처인 철도공단은 이를 묵인한 채 계약을 체결했다. 특혜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다.

철도공단은 수서발 KTX의 레일 장치 공급 계약 과정에서도 삼표이앤씨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지난 3일 <중앙일보>는 철도공단 직원의 말을 인용해 철도공단이 경쟁 입찰 없이 2016년 개통하는 수설발 KTX 건설 사업(수서역∼평택역, 총 길이 61.4km)에서 역차 진행 방향과 레일을 바꿔주는 장치인 '고속 분기기'(열차 선로 전환기) 납품 업체로 삼표이앤씨를 선정해 2일 통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 의지
'첫 타깃' 철도부품 납품비리 혐의 도마

고속 분기기 38개를 납품하는 이 사업은 총 사업비만 약 200억원. 국가계약법상 5000만원을 초과하는 물품은 경쟁 입찰에 부치도록 되어 있지만 철도공단 측은 입찰 공고도 없이 삼표이앤씨와 수의계약을 추진했다는 얘기다. 논란이 되자 철도공단은 계약 체결을 잠정적으로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공단은 성능검증심의위원회가 '부적합' 판정을 내린 삼표이앤씨의 철도 레일 자재 '사전제작형 콘크리트궤도(PST)'를 호남고속철도 등 10여곳에 도입하기도 했다. PST는 레일 아래 자갈을 까는 대신 미리 제작해 놓은 콘크리트패널을 까는 공법으로 레일 표면이 일정해지고 공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ST는 삼표이앤씨가 국산화에 성공, 국내 철도에 전량 공급했다. 현재까지 수주액만 400억원에 이른다. 철도공단은 2011년 삼표이앤씨와 PST 실용화 협약을 맺고 같은 해 8월 중앙선 망미터널, 2012년 7월 경전선 구간에 시험 부설했고 호남고속철도에도 지난달 공사를 마쳤다.

문제는 지난해 6월 망미터널에서 균열이 발생하거나 깨진 충전재가 342곳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경전선 구간에서도 최대 11mm까지 지반 침하 현상이 발생하고 균열이 생겼다.

철도공단은 같은 해 8월 성능검증위를 열었다. 검증위 일부 위원은 PST가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4차례의 자문위원회를 거친 철도공단의 최종 결정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PST는 전국에서 강행되고 있다. PST 부설이 허가난 철도만 해도 동해 남부선만 10여곳에 이른다.

그렇다면 삼표이앤씨가 철도공단의 무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삼표그룹의 철피아 인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표이앤씨는 2012년 영입한 대표이사 겸 부회장 신모씨를 비롯한 임원 대다수가 철도청·철도공단·서울메트로 등 철도 관련 공기업 출신이다.

담합 알면서도
발주계약 체결

삼표그룹 수사 '키맨'은 신씨다. 경기도 평택 출신의 신씨는 71년 9급으로 국방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80년 국방부 시설국 시설과 사무관으로 승진했고 82년 5월부터 철도청과 인연을 맺었다. 94년 서기관, 99년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면서 시설·건설본부장을 맡았다. 2002년에는 기술직 최초로 기획·예산·조직·인력을 관장하는 기획본부장에 올랐고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2004년 1급인 차장에 임명됐다.

같은 해 10월 신씨는 제 24대 철도청장에 취임했고 이듬해 1월 한국철도공사 초대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철도청을 공사로 전환시키는 시점에서 벌어질지 모를 노조의 반발과 직원들의 사기를 감안한 청와대의 인사였다.

당시 철도청장 공모에는 전·현직 건교부 간부와 현 코레일 사장인 최연혜 당시 한국철도대학 교수 등 여럿이 응모했다. 최 교수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최종 결정권자인 청와대가 재공모를 요구, 애초 공모에도 나오지 않았던 신씨가 지원해 청장으로 결정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사장에 취임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른바 '오일게이트'로 불리는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 의혹 사건 때문에 5개월 만에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신씨는 전문기관의 분석을 무시한 채 러시아 유전사업에 참여했다가 철도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아 2005년 10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2007년 6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도원·대현 오너부자 출금
각종 특혜에 비자금 조성 포착

신씨는 지난 2012년 9월 삼표이앤씨 상임고문을 맟으며 삼표와 연을 맺었다. 삼표이앤씨 부회장에는 지난해 1월 취임했다. 삼표그룹이 신씨를 영입하자 업계에서는 "방패막이와 로비 창구로 철도공사 고위급 인사를 영입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삼표그룹 측은 "철도 사업 관련 업무에 밝은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라고 신씨 영입 이유를 밝힌 뒤 "(신씨가) 업계를 떠난지 7년이 넘어 현재 영향력을 발휘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신씨는 2005년 5월 철도공사 사장직을 내놓은 뒤 2007년까지 재판을 받은 기간을 제외하면 철도 업계를 떠난 적이 없다. 신씨는 2008년 5월부터 지난 2012년 9월 삼표이앤씨에 발을 들이기 직전까지 신분당선(주), 네오트랜스(주)의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이 기간 동안 신씨는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도입한 무인운전시스템을 도입, 이를 적용한 신분당선(강남-정자)을 개통하기도 했다.

삼표이앤씨에 신씨가 있다면 철도공단에는 김광재 전 이사장이 있다. 김 전 이사장은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 출신으로 2011년 8월 철도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가 지난 1월 이사장직에서 사임했다. 김 전 이사장은 무리한 업무와 징계 등의 이유로 노조와 마찰을 빚었고 인사권 남용으로 징계를 남발해 거액의 소송비용을 낭비했다는 이유로 감사원에서 주의 조치를 받는 등 재임 시절 많은 잡음을 일으켰다. 검찰은 김 전 이사장과 철도공단 전현직 간부, 서울메트로 5급 직원 등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비리 사슬을 포착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각종 의혹 포착
소환조사 예고

관피아 척결로 시작된 삼표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 회장 일가의 소환조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검찰은 정 회장과 아들인 정대현 전무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사실이 알려졌다. 단순 납품비리로 총수 일가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이 납품비리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음을 가늠케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정 회장과 정 전무가 궤도 관련 시설공사나 부품 납품을 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두 사람이 비자금 조성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에 대해서도 영장을 발부받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검찰은 이들이 조성한 비자금이 철도공단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어서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삼표그룹은 정 회장이 83%, 정 전무가 1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표는 66년 강원산업그룹이 설립한 삼강운수를 모태로 한다. 74년 삼표산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꾸면서 본격적으로 건설자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4년 7월 지금의 삼표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레미콘 골재 등 건설 기초자재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98년 외환위기 당시 자발적 워크아웃을 선언하는 등 위기도 있었지만 2002년 워크아웃 졸업 후 2년 만에 삼표그룹을 출범시키면서 빠르게 확장했고 지금은 2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흔치 않은 혼맥
현대·포스코·LS

정 회장은 재벌가에서도 흔치 않은 화려한 혼맥으로 유명하다. 현대차, 포스코, LS그룹 등과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 있다. 정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장녀 지선씨는 지난 95년 현대차그룹의 후계자 정의선 부회장과 혼인했다. 정 회장은 정몽구 회장과 경복고 선후배로 그전부터 친분이 두터운 관계자다. 정 부회장과 지선씨의 사촌오빠 대우씨(정문원 전 강원산업 회장 차남)가 휘문고 동창이라 의선-지선 커플도 어릴 때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중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차녀 지윤씨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장남 박성빈 사운드파이프코리아 대표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박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자가 친딸 희경(미국명 캔디 고)씨의 교육감 자질 논란에 대한 폭로 글과 관련해 공작정치의 일환이라며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자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정 회장의 외아들 정 전무도 지난 2011년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녀 윤희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앞서 96년 구자엽 LS산전 회장의 장녀 은희씨가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 일선씨와 결혼을 해 LS그룹과 삼표는 겹사돈 관계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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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