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삼양목장의 비밀

박정희 말 안 듣더니…박근혜 공약도 뭉개나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삼양식품이 운영 중인 대관령 삼양목장이 지역 주민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 목장 운영으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면서 지역 상생에는 관심이 없다는 게 이유다. 목장 운영은 제쳐두고 관광객 몰이에만 급급하다는 것. 한때 4000마리가 넘었던 젖소는 현재 400마리도 채 남지 않았고 대선 공약이던 '대관령 자연순응형 휴양단지' 조성은 삼양목장의 반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대관령 삼약목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다. 1970년대 초 박 전 대통령은 놀고 있는 산지를 개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때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지금의 에버랜드자리인 용인 산간지대가, 조중훈 고 한진그룹 회장에게는 현대 제주 삼다수를 뽑아내고 있는 제주도 제동흥산 자리가,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은 대관령 삼양목장이, 국제 로비스트 한모씨에겐 지금 꿩사냥터로 유명한 서귀포 중문단지 옆 100여만평의 척박한 땅들이 각각 맡겨졌다.

1972년 개발
2002년 개방

박 전 대통령은 전 명예회장을 청와대로 불러 축산입국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대관령 땅을 국가에서 50년간 1년에 평당 100원을 받고 장기 임대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국유지를 거의 무상으로 임대하게 된 전 명예회장은 72년 2월 삼양축산개발(주)을 설립하고 그해 4월 농림부의 개간허가와 산림청의 국유림대부가 이뤄지자 73년부터 목장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고비는 있었다. 72년 12월 설상파종한 목초 씨앗이 73년 5월이 되어도 싹틀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6월3일 싹을 틔우는 목초가 개간지를 돌아보던 직원의 눈에 들어왔다. 당시 해당 직원이 너무 감격하여 울어 버렸다는 일화도 있다.

74년 중장비가 들어오면서 공사가 본격화됐다. 산을 깎아 길을 만들고 교량 등 기반건설 공사가 진행됐다. 목축업은 고산지대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비웃듯 초기 들여온 한우 50마리는 건강하게 자랐다. 이에 전 명예회장은 73년 7월25일자 <강원일보>에 우리나라 최초로 암송아지 매입광고를 내기도 했다.


이후 전 명예회장은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여러나라를 돌아보면서 육우보다 젖소를 사육하는 것이 소득증대에 유리하다는 사실을 확인, 캐나다와 미국 등지에서 젖소를 들여와 키우기 시작했고 78년 10월 최신시설을 갖춘 착유실을 목장에 설치해 우유 위생도를 높이고 착유 능률을 향상시켰다.

지난해 45만명 방문, 입장료 수익만 36억원
"목장에 소가 없다" 관광객 대다수 헛걸음

삼양식품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대관령 일대는 목장이 개발되기 전에는 화전민이 드문드문 옥수수, 감자 따위를 경작했을 뿐 주변 삼림은 고산지 특유의 잡관목과 넝쿨로 뒤덮여 있어 이용가치가 없는 땅으로 방치되어 있었다"며 "그러나 대관령 목장이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초지농업의 풍요로운 터전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고, 8년만인 79년에는 드디어 암울했던 옛 모습을 벗고 600만평의 비단결 같은 초지가 완성되어 수천 두 젖소들의 낙원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대관령 삼양목장 개발성공의 의의를 밝히고 있다.

'삼양축산개척십주년기념탑'에는 "대관령 삼양목장, 황량한 지대 위에 생명의 줄기가 움트기 시작했으며 자연으로 승화시킨 인간의 이상을 신념과 의지로 해발 1400미터의 고산지에 실현한 장엄한 서사시이며 생동하는 화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예리한 선견지명과 뜨거운 정열, 불굴의 의지로 다져진 삼양식품의 창조적 산물이기도 하다"고 새겨져 있다.

목장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초지는 600만평, 목장 부지 가운데 삼양식품이 10만평, 삼양축산이 90만평 등 삼양이 100만평을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500만평은 국유지다. 현재 이곳엔 1·2단지 축사 21개동, 착유실 1개동 등의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목장 내 도로는 모두 합하면 120km나 된다. 목장을 한 바퀴 도는 주도로만 22km, 차량을 이용해도 1시간30분이 넘게 걸린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은 빛바랜지 오래다. 한때 4000마리가 넘었던 젖소는 현재 400마리 수준으로 줄어들어 목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젖소 구경을 하기 힘들 정도다. 젖소 보다 양이 많아 '양떼목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을 정도다.

지역 상생 요청
회사 묵묵부답


삼양목장은 지난 2000년 초와 2011년 초 구제역 파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삼양목장은 구제역 예방을 위해 2010년 12월7일부터 목장관람을 중단했지만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아 한우·젖소 등 목장 내 900여마리의 소를 모두 살처분했다. 같은 해 4월26일 삼양목장은 목장 관람을 재개했다.

서울에서 3시간을 꼬박 달려 목장을 찾았다는 김모씨는 "어린 딸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홈페이지 어느 곳을 봐도 온통 소 사진과 소 그림뿐인데 정작 목장에는 소가 없었다"며 "모처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도시에서 보기 힘든 젖소도 보여주고 사진도 찍어주려 했는데 기분만 상했다"고 말했다.

삼양목장이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소는 볼 수 없었다. 삼양식품은 홈페이지 목장소식 게시판에 "양, 타조, 토끼, 거위는 관람이 가능하나, 젖소는 당분간 관람이 불가능하다"는 게시글을 올린 게 전부였다. 구제역 파동을 거치면서 삼양목장의 소는 줄어만 갔다. 삼양목장은 2011년 중순 젖소를 다시 입식했지만 그마저도 100여두가 다였다.

대관령면진흥회 관계자에 따르면 삼양목장은 매년 목장을 찾는 관광객들로 막대한 수익창출을 하고 있으면서도 지역 사회에는 관심이 없다. 이 관계자는 "삼양 목장은 연간 50만명에 가까운 관광객 몰이에, 1인당 8000원이라는 입장료와 내부에서 삼양식품 제품 판매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음에도 지역 상생의 움직임은 전혀없다"고 주장했다.

동계올림픽 유치 확정 후 평당 30만→50만
삼양, 산림청 측 국유지 회수 제의에 'NO'

삼양목장은 2002년 8월15일 관광객들에게 전면 개방한 이래로 2003년 4500원, 2004년 5000원, 2007년 7000원, 2012년 8000원 등 꾸준히 입장료를 올려왔다. 평창군에 따르면 지난해 삼양목장을 찾은 관광객은 45만2000여명. 지난해 입장료로 벌어들인 수익만 36억1600여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목장 내부에서 판매 중인 삼양식품 제품 판매 수익까지 합치면 40원억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 상생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관령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 한모씨는 "주말마다 수천명의 관광객이 대관령면을 통해 삼양목장으로 들어가지만 그로 인해 대관령면 주민이 얻는 수익은 전무하다"며 "그동안 면 차원에서 수차례 삼양목장에 상생을 요청했지만 들은 채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삼양목장이 목축업보다는 관광레저사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평창올림픽 유치 기대감이 커진 2003∼2005년 사이다. 당시 삼양식품은 2005년 한국관광공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레저업을 준비했다. 삼양목장을 친환경 관광지와 체험관광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 그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당시 평창올림픽 유치에 실패하면서 사업을 접었다.

삼양목장 부지
노른자위 땅

하지만 2011년 7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뒤 삼양식품이 추진하던 삼양목장의 레저시설 개발이 재차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단 부동산 시세가 크게 상승했다. 삼양목장이 평창동계올림픽 메인 경기장을 들어설 용평 알펜시아 인근으로부터 불과 6km 떨어진 노른자위 땅이기 때문이다. 평당 30만원이던 시세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결정 직후 10만원이 올랐다. 삼양이 소유한 목장 부지는 총 100만평, 3000억원이던 부동산 가치가 4000억원으로 뛰어오른 셈이다. 지금은 더 올랐다. 인근 부동산 업체에 따르면 1평당 50만∼60만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당시 삼양식품 측은 "2018 동계 올림픽 유치는 분명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호재"라며 "장기 비전 차원에서 종합리조트 사업 진출 프로젝트가 가동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평창올림픽 유치 결정 당시 삼양목장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추가적인 개발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계올림픽 기반 시설 건설이 본격화 되면 제한이 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고 실제로 강원 평창군은 지난해 4월부터 한시적으로 제한해 왔던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을 해제하기 시작해 지난 2월21일 모든 제한면적을 해제 완료했다. 여기에 최근 정부는 초지에 축산체험시설·운동시설 등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한 초지법 시행규칙을 올해 상반기 중 개정키로 해 삼양목장 개발 계획에 탄력이 붙게 됐다.


삼양식품은 450억∼500억원을 투자해 삼양목장을 복합관광단지로 만들 예정이다. 앞서 목장을 운영하는 계열사 법인명도 삼양축산에서 에코그린캠퍼스로 변경했다. 삼양식품은 개발 첫단계로 양떼몰이 전용 돔 건축물을 세울 계획이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사시사철 양떼몰이를 관람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겠다는 것. 이와 함께 목장을 찾는 관광객이 직접 젖소·양의 젖을 짜고 이를 치즈 등 유제품으로 만드는 프로그램과 함께 목장에서 방목하고 있는 육우·젖소를 활용한 양질의 스테이크 요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목장에 라면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방침이다. 박물관 안엔 자판기 형태로 라면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시설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실적 부진…영업·순이익 감소
'라면'보다 관광·레저에 치중?

삼양식품이 목장 개발에는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정부 주도의 개발 사업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양목장은 평창동계올림픽 특구로 지정됐다. 정부는 이 곳을 1차(목축)+2차(낙농)+3차(관광)산업이 결합된 대관령 자연순응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초 정부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특구종합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올림픽 개최지인 평창, 강릉, 정선 일원의 올림픽 특구에 대한 개발이 본격 추진된다.

올림픽특구는 2018년까지 1단계, 2032년까지 2단계로 국비 3641억원, 지방비 2828억원, 민간자본 2조6594억원을 투자한다.

앞서 2012년 강원도는 삼양목장 인근 130m² 규모의 부지에 올림픽특구 개발의 일환으로 자연순응형 휴양지구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동부지방산림청과 강원도는 삼양목장이 사용하고 있는 국유지를 회수하는 방안을 삼양목장과 협의 중이지만 삼양은 임대 국유지 회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관령면진흥회 관계자는 "2012년 10월께 삼양목장 인근에 수목원을 조성하는 사업이 검토됐지만 곧 없던 일이 됐다"며 "삼양목장 측에서 산림청 쪽으로 로비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삼양목장이 자체적으로 계획한 체험형 테마 목장 단지는 약 30만평에 불과한데 600만평을 점유 중인 삼양목장이 수목원을 위한 일부 부지를 내놓지 않는 것은 욕심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대관령면 발전을 위해서는 수목원 조성이 필수"라고 토로했다.

전체 매출의 80% 가량이 ‘라면 사업’에서 나오는 삼양식품의 실적은 레저·관광사업 확대와 맞물려 떨어지기 시작했다. 매출은 2010년 2726억원, 2011년 2947억원, 2012년 3153억원 등 꾸준히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다르다. 2008∼2009년 250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2010년 141억원, 2011년 151억원, 2012년 81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118억원으로 일부 회복된 모습을 보였지만 광고선전비를 전년대비 25억원 가량 줄인 효과에 불과했다. 순이익 역시 5년 전 188억원에서 지난해 59억원으로 감소했다.

올림픽 특구 지정
개발 사업 탄력

이와 관련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삼양목장 인근에 수목원을 조성하는 사업은 산림청과 의견 교환 정도만 이뤄진 정도"라며 "아직 반대·찬성 여부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목축업 보다는 레저·관광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삼양목장이 박정희 정부 목축사업 일환으로 시작한 것은 맞지만 현재는 정부의 지원이 끊긴 상태"라며 "지원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목축업만으로 목장을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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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