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특별기획> '적신호' 켜진 대기업 총수들 건강 체크

수고들 하십니다! 그런데 안녕 하십니까?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건강에는 왕도가 없다. 다 가진 재벌 총수들도 어쩌지 못하는 게 있다. 바로 '건강.'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심장 질환으로 재벌 총수들에게 '건강 주의보'가 내려졌다. 총수들이 고령이거나 투병 중인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총수의 건강 악화는 경영공백뿐만 아니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경영권 분쟁의 위험을 안고 있는 등 중대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픈' 회장님을 조명해봤다.

재계 1위 삼성그룹 수장이 쓰러졌다. 이건희(72)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0일 밤 10시56분께 호흡곤란과 급성 심근경색으로 위급한 상황을 보여 인근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직후 심장마비가 발생해 심페소생술을 받았다. 몇 분만 늦었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조치로 심장기능을 회복한 이 회장은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스텐스 시술 후
건강 회복 중

11일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고 다음날 아침 인공 심폐기인 '에크모'를 떼고 기능이 약해진 심장과 장기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체온을 32∼34도 수준까지 낮춰 24시간 정도 유지하는 '저체온 치료'를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이 회장은 현재 심장 기능과 뇌파가 안정적인 상태이며 당분간 진정치료를 계속 받을 예정이다. 그룹 측은 현재 이 회장을 일반병실로 옮기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장은 과거 호흡기 관련 질환을 주로 앓아왔다. 1999년 폐 부근 쇄골 밑 림프절에서 선암세포가 발견됐다 림프절이 확대된 증상이 나타나 수술을 받았다. 이후 이 회장은 꾸준히 주치의의 검진을 포함해 연 2회 종합정기검진도 받아왔다. 2005년에는 세계 최고의 암전문 병원으로 손꼽히는 미국 텍사스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검진도 받았다.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을 당시에는 저혈당 피로증을 호소했다. 2009년 초에는 기관지염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4일간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지난해 8월에는 폐렴 증상으로 열흘 정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건강악화설이 돌았지만 퇴원 후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이상설을 일축했다.

지난해 날씨가 추워지면서 연말과 연초에 하와이 등 따뜻한 나라에서 요양하면서 건강관리를 해왔다. 최근 거동에 불편함이 있어 회사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지만 거동과 관련한 질환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연초 신년행사를 마친 뒤 1월11일 출국해 미국과 일본 등에서 머물다 지난달 17일 귀국한 뒤 출근경영을 이어 왔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건강 관리를 해온 만큼 이 회장의 심장 질환 소식은 재계를 뒤흔들었다. 이 회장은 알아주는 골초였지만 99년 폐 수술 직후 담배를 뚝 끊었다. 어릴 때부터 배운 승마·골프 등으로 기초체력을 다졌고 일본 유학시절에는 레슬링을 배우기도 했다. 매일 아침 저녁 걷기 운동을 해왔고 겨울철에는 스키를 즐겼다.

이 회장의 심장 질환으로 대기업 총수들의 건강 문제가 재계에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부 대기업 총수들은 고령으로, 또 다른 일부 총수들은 건강 악화로 해당 기업들은 긴장의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창업 1·2세대 지고 후계 3·4세대 시대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 "투병 적지 않아"

중환으로 투병 중인 총수는 조석래(79) 효성그룹 회장과 이호진(52) 전 태광그룹 회장이다. 조석래 회장은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고 절제 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담낭은 간 바로 아래쪽에 있는 장기로 소화효소가 포함된 쓸개즙을 배출해 지방 등 영양분의 분해 작용을 돕는다. 일반인에게는 담낭이라는 이름보다 '쓸개'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기소된 조 회장은 사울대병원에서 심장 부정맥 증상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전립선암 선고를 받고 방사선 및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조 회장에 대한 재판은 6월 중순경 재개될 예정이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간암 3기 판정을 받아 3년째 입원 중이다. 현재 간 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이 전 회장은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2년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2년 6월 병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현재까지 보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모친 이선애(86) 전 태광그룹 상무도 건강이 좋지 않다. 이 전 회장과 함께 법정구속됐다가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았다. 2013년 1월에는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되면서 재수감됐지만 두 달 뒤 고령성 뇌경색, 치매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이후 세 차례나 연장했다. 이 전 상무는 지난 3월20일 급성 뇌경색이 상당부분 치유됐고 치매 증상도 완화됐다는 의료기록을 토대로 재판부가 형집행정지연장을 불허키로 해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1년6개월의 수감생활을 겪은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도 건강이 좋지 않다. 김 회장은 2012년 8월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 된 김 회장은 지난 2월 파기환송심을 통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1억원,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김 회장은 구속기간 동안 만성 폐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 당뇨, 우울증, 섬망 등의 증세가 겹쳐 서울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섬망은 다양한 신체 질환으로 인해 동반되는 질병으로 갑자기 의식과 주의력이 흐려지면서 인지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심하면 환각이 동반되기도 하는 노년기에 비교적 흔히 발생하는 질병이다. 노인들에게 주로 발생한다는 특성상 가족들을 물론 때로는 의료인들마저도 치매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회장 수감생활
기업 노심초사

김 회장은 지난 5월 신병치료를 위해 미국 앵커리지로 향했다가 지난 2일 귀국했다. 김 회장은 미국에서의 치료로 병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다시 종로 가회동 자택에서 머물며 마무리 치료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벌금은 전액 납부했지만 사회봉사는 신병치료로 연기된 상태다.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된 이재현(54) CJ그룹 회장은 희귀 유전병과 말기신부전증, 고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이 회장이 앓고 있는 유전병은 '샤르코-마리-투스병'이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CMT라고 불리기도 하는 병으로 손발의 근육이 점점 약해져 심하면 걷지도 못하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지난해 이 회장이 검찰 출석을 할 때 구부정하게 걷거나 특수신발 등 보조기구를 이용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 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MT의 근본치료법은 없다.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뿐이다. 심해지면 근육 변형을 교정하는 수술을 한다. 인구 10만명당 36명 꼴로 발생하며50대를 넘어서 급격히 악화된다.

운동·식습관
평소 관리법은?

만성신부전증도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이 회장의 신장 기능은 정상인보다 기능이 10% 이하로 감소한 상태.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서울구치소 내 병동에 최근 재수감됐다. 그는 신장 이식 수술 후 고용량 면역 억제 치료를 받고 있어 감염 위험이 높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 후 치료를 받는 동안 체중은 10kg 이상 빠졌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재수감에 따라 건강에 악영향을 받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또 94년 처음 고혈압을 확인하고 97년에는 뇌경색이 발생해 뇌졸중 판정을 받은 후 약물치료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657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회장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같은 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수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석방된 바 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바이러스 감염 등을 이유로 3개월간 2차 구속집행정지를 연장, 불구속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이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이에 이 회장 측은 항소와 함께 3차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지난 4월 말 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삼성과 한화, 효성, CJ, 태광 등이 총수 건강 악화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반면, 일부 기업은 "우리 회장님은 괜찮다"며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해당 기업 총수의 건강관리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몽구(76)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왕성하게 국내·해외 출장을 다닐 정도로 건강이 괜찮은 편이다. 경복고 시절 럭비부 주장을 맡았을 만큼 강골이다. 새벽 6시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 어김없이 출근한다. 골프는 가끔 치지만 즐기는 편은 아니다. 술은 적당히 하지만 담배는 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사는 한식을 위주로 한다. 국내외 사업장 등을 점검하기 위해 해외출장을 자주 나가는 행보는 현재 건강 상태를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2010년 정기검진에서 발견돼 심장 점액종 제거 수술을 했으며 2006년 비자금 사건으로 수감됐다 2개월 만에 풀려났을 때 협심증, 고혈압 진단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석방 직후 협심증과 고혈압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정밀진단과 치료를 받았다. 구속 전에는 강남성모병원 호흡기 내과에서 정기적인 치료를 받았다.

창업 1세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신격호(92)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별다른 질환은 없지만 워낙 고령인 탓에 건강이상설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신 총괄회장은 매년 5월 첫째주 일요일에 신 회장의 고향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열어온 고향잔치를 올해에는 연기했다.

그룹 측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서라고 연기 이유를 밝혔지만 업계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까지 고려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은 매일 한 명씩 계열사 대표를 롯데호텔 34층 집무실 겸 숙소로 불러 보고를 받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게 롯데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신 총괄회장은 가리는 음식이 없다. 술과 담배는 수십 년 전부터 멀리해왔다.

심근경색·각종 암 경계
우울증에 희귀병도 발병

이동찬(92)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대외활동이 많지는 않지만 지인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등 취미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이 개최한 제14회 우정선행상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국내 제약업계 큰 어른인 강신호(88) 동아제약 회장도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재계의 여러 모임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해 골프를 즐길 정도다. 골프 정규홀을 이동카트 없이 6시간 동안 걷는가 하면 동아제약이 주최한 국토대장정에 참가하기도 했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지만 '소식'을 건강비결로 꼽는다. 그의 식사량 제한은 유명하다.

총 식사량을 100으로 보면 '아침 30, 점심 40, 저녁 30'이 강 회장의 식사 비율이다. 맵고 짠 음식은 멀리하고 아침은 필수다. 아침 식단은 토스트 혹은 인절미 세 개, 주스 한 잔으로 가볍게 해결한다. 자사에서 만드는 건강음료나 건강보조식품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눈에 띈다. 지난 3월에는 조선호텔에서 동아쏘시오그룹 지주회사인 홀딩스 출범 1주년과 함께 자신의 미수연을 알렸다.

구본무(69) LG그룹 회장도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 평소 러닝머신 걷기와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주말에는 거래처 관계자나 계열사 임원, 지인들과 골프장을 돌면서 걷는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도 없다. 술은 적당히 즐기지만 담배는 안 피운다. 구자경(89) LG그룹 명예회장도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지난 7일 천암연암대학 개교 40주년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해 학교를 둘러보기도 했다.

허창수(66) GS그룹 회장 역시 건강에 문제가 없다. 182cm의 큰 키를 자랑하며 평소 골프와 테니스로 몸 관리를 한다. 테니스 실력은 아마추어 선수급. 걷는 것을 좋아해 재벌 총수치고는 일반인 눈에도 비교적 자주 띈다. 해외출장 시에도 구두와 함께 워킹화를 꼭 챙긴다. 임원들에게 만보기와 워킹화를 나눠 주기도 했다. 술은 업무상 어쩔 수 없이 마시지만 담배는 전혀 안 태운다.

조양호(64) 한진그룹 회장도 183cm의 큰 키에 건강체질을 자랑한다. 술과 담배, 골프를 안해 '3무 회장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조 회장은 등산 마니아다. 틈이 나면 전국의 내로라하는 사찰을 찾아간다. 산에서 사진 찍는 것이 취미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다. 해외출장 시에는 현지 음식을 많이 먹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생생하다지만
"안심 이르다"

박삼구(69)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타고난 강골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야구·탁구·농구 등 운동이란 운동은 죄다 섭렵했다. 담배도 끊었다. 아시아나항공 사장직을 맡은 뒤로 전직원 의무 금연을 선포했다. 기내 금연과 기내 담배 판매 중단도 지시했다. 회장 취임 전에는 수영으로 몸 관리를 했고 이후에는 골프로 건강을 단련하고 있다. 박 회장도 등산을 즐긴다. 매년 초 계열사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과 등산을 같이한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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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