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특별기획> '적신호' 켜진 대기업 총수들 건강 체크

수고들 하십니다! 그런데 안녕 하십니까?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건강에는 왕도가 없다. 다 가진 재벌 총수들도 어쩌지 못하는 게 있다. 바로 '건강.'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심장 질환으로 재벌 총수들에게 '건강 주의보'가 내려졌다. 총수들이 고령이거나 투병 중인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총수의 건강 악화는 경영공백뿐만 아니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경영권 분쟁의 위험을 안고 있는 등 중대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픈' 회장님을 조명해봤다.

재계 1위 삼성그룹 수장이 쓰러졌다. 이건희(72)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0일 밤 10시56분께 호흡곤란과 급성 심근경색으로 위급한 상황을 보여 인근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직후 심장마비가 발생해 심페소생술을 받았다. 몇 분만 늦었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조치로 심장기능을 회복한 이 회장은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스텐스 시술 후
건강 회복 중

11일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고 다음날 아침 인공 심폐기인 '에크모'를 떼고 기능이 약해진 심장과 장기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체온을 32∼34도 수준까지 낮춰 24시간 정도 유지하는 '저체온 치료'를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이 회장은 현재 심장 기능과 뇌파가 안정적인 상태이며 당분간 진정치료를 계속 받을 예정이다. 그룹 측은 현재 이 회장을 일반병실로 옮기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장은 과거 호흡기 관련 질환을 주로 앓아왔다. 1999년 폐 부근 쇄골 밑 림프절에서 선암세포가 발견됐다 림프절이 확대된 증상이 나타나 수술을 받았다. 이후 이 회장은 꾸준히 주치의의 검진을 포함해 연 2회 종합정기검진도 받아왔다. 2005년에는 세계 최고의 암전문 병원으로 손꼽히는 미국 텍사스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검진도 받았다.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을 당시에는 저혈당 피로증을 호소했다. 2009년 초에는 기관지염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4일간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지난해 8월에는 폐렴 증상으로 열흘 정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건강악화설이 돌았지만 퇴원 후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이상설을 일축했다.

지난해 날씨가 추워지면서 연말과 연초에 하와이 등 따뜻한 나라에서 요양하면서 건강관리를 해왔다. 최근 거동에 불편함이 있어 회사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지만 거동과 관련한 질환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연초 신년행사를 마친 뒤 1월11일 출국해 미국과 일본 등에서 머물다 지난달 17일 귀국한 뒤 출근경영을 이어 왔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건강 관리를 해온 만큼 이 회장의 심장 질환 소식은 재계를 뒤흔들었다. 이 회장은 알아주는 골초였지만 99년 폐 수술 직후 담배를 뚝 끊었다. 어릴 때부터 배운 승마·골프 등으로 기초체력을 다졌고 일본 유학시절에는 레슬링을 배우기도 했다. 매일 아침 저녁 걷기 운동을 해왔고 겨울철에는 스키를 즐겼다.

이 회장의 심장 질환으로 대기업 총수들의 건강 문제가 재계에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부 대기업 총수들은 고령으로, 또 다른 일부 총수들은 건강 악화로 해당 기업들은 긴장의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창업 1·2세대 지고 후계 3·4세대 시대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 "투병 적지 않아"

중환으로 투병 중인 총수는 조석래(79) 효성그룹 회장과 이호진(52) 전 태광그룹 회장이다. 조석래 회장은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고 절제 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담낭은 간 바로 아래쪽에 있는 장기로 소화효소가 포함된 쓸개즙을 배출해 지방 등 영양분의 분해 작용을 돕는다. 일반인에게는 담낭이라는 이름보다 '쓸개'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기소된 조 회장은 사울대병원에서 심장 부정맥 증상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전립선암 선고를 받고 방사선 및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조 회장에 대한 재판은 6월 중순경 재개될 예정이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간암 3기 판정을 받아 3년째 입원 중이다. 현재 간 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이 전 회장은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2년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2년 6월 병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현재까지 보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모친 이선애(86) 전 태광그룹 상무도 건강이 좋지 않다. 이 전 회장과 함께 법정구속됐다가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았다. 2013년 1월에는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되면서 재수감됐지만 두 달 뒤 고령성 뇌경색, 치매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이후 세 차례나 연장했다. 이 전 상무는 지난 3월20일 급성 뇌경색이 상당부분 치유됐고 치매 증상도 완화됐다는 의료기록을 토대로 재판부가 형집행정지연장을 불허키로 해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1년6개월의 수감생활을 겪은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도 건강이 좋지 않다. 김 회장은 2012년 8월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 된 김 회장은 지난 2월 파기환송심을 통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1억원,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김 회장은 구속기간 동안 만성 폐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 당뇨, 우울증, 섬망 등의 증세가 겹쳐 서울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섬망은 다양한 신체 질환으로 인해 동반되는 질병으로 갑자기 의식과 주의력이 흐려지면서 인지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심하면 환각이 동반되기도 하는 노년기에 비교적 흔히 발생하는 질병이다. 노인들에게 주로 발생한다는 특성상 가족들을 물론 때로는 의료인들마저도 치매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회장 수감생활
기업 노심초사

김 회장은 지난 5월 신병치료를 위해 미국 앵커리지로 향했다가 지난 2일 귀국했다. 김 회장은 미국에서의 치료로 병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다시 종로 가회동 자택에서 머물며 마무리 치료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벌금은 전액 납부했지만 사회봉사는 신병치료로 연기된 상태다.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된 이재현(54) CJ그룹 회장은 희귀 유전병과 말기신부전증, 고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이 회장이 앓고 있는 유전병은 '샤르코-마리-투스병'이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CMT라고 불리기도 하는 병으로 손발의 근육이 점점 약해져 심하면 걷지도 못하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지난해 이 회장이 검찰 출석을 할 때 구부정하게 걷거나 특수신발 등 보조기구를 이용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 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MT의 근본치료법은 없다.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뿐이다. 심해지면 근육 변형을 교정하는 수술을 한다. 인구 10만명당 36명 꼴로 발생하며50대를 넘어서 급격히 악화된다.

운동·식습관
평소 관리법은?

만성신부전증도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이 회장의 신장 기능은 정상인보다 기능이 10% 이하로 감소한 상태.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서울구치소 내 병동에 최근 재수감됐다. 그는 신장 이식 수술 후 고용량 면역 억제 치료를 받고 있어 감염 위험이 높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 후 치료를 받는 동안 체중은 10kg 이상 빠졌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재수감에 따라 건강에 악영향을 받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또 94년 처음 고혈압을 확인하고 97년에는 뇌경색이 발생해 뇌졸중 판정을 받은 후 약물치료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657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회장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같은 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수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석방된 바 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바이러스 감염 등을 이유로 3개월간 2차 구속집행정지를 연장, 불구속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이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이에 이 회장 측은 항소와 함께 3차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지난 4월 말 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삼성과 한화, 효성, CJ, 태광 등이 총수 건강 악화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반면, 일부 기업은 "우리 회장님은 괜찮다"며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해당 기업 총수의 건강관리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몽구(76)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왕성하게 국내·해외 출장을 다닐 정도로 건강이 괜찮은 편이다. 경복고 시절 럭비부 주장을 맡았을 만큼 강골이다. 새벽 6시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 어김없이 출근한다. 골프는 가끔 치지만 즐기는 편은 아니다. 술은 적당히 하지만 담배는 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사는 한식을 위주로 한다. 국내외 사업장 등을 점검하기 위해 해외출장을 자주 나가는 행보는 현재 건강 상태를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2010년 정기검진에서 발견돼 심장 점액종 제거 수술을 했으며 2006년 비자금 사건으로 수감됐다 2개월 만에 풀려났을 때 협심증, 고혈압 진단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석방 직후 협심증과 고혈압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정밀진단과 치료를 받았다. 구속 전에는 강남성모병원 호흡기 내과에서 정기적인 치료를 받았다.

창업 1세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신격호(92)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별다른 질환은 없지만 워낙 고령인 탓에 건강이상설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신 총괄회장은 매년 5월 첫째주 일요일에 신 회장의 고향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열어온 고향잔치를 올해에는 연기했다.

그룹 측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서라고 연기 이유를 밝혔지만 업계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까지 고려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은 매일 한 명씩 계열사 대표를 롯데호텔 34층 집무실 겸 숙소로 불러 보고를 받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게 롯데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신 총괄회장은 가리는 음식이 없다. 술과 담배는 수십 년 전부터 멀리해왔다.

심근경색·각종 암 경계
우울증에 희귀병도 발병

이동찬(92)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대외활동이 많지는 않지만 지인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등 취미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이 개최한 제14회 우정선행상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국내 제약업계 큰 어른인 강신호(88) 동아제약 회장도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재계의 여러 모임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해 골프를 즐길 정도다. 골프 정규홀을 이동카트 없이 6시간 동안 걷는가 하면 동아제약이 주최한 국토대장정에 참가하기도 했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지만 '소식'을 건강비결로 꼽는다. 그의 식사량 제한은 유명하다.

총 식사량을 100으로 보면 '아침 30, 점심 40, 저녁 30'이 강 회장의 식사 비율이다. 맵고 짠 음식은 멀리하고 아침은 필수다. 아침 식단은 토스트 혹은 인절미 세 개, 주스 한 잔으로 가볍게 해결한다. 자사에서 만드는 건강음료나 건강보조식품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눈에 띈다. 지난 3월에는 조선호텔에서 동아쏘시오그룹 지주회사인 홀딩스 출범 1주년과 함께 자신의 미수연을 알렸다.

구본무(69) LG그룹 회장도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 평소 러닝머신 걷기와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주말에는 거래처 관계자나 계열사 임원, 지인들과 골프장을 돌면서 걷는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도 없다. 술은 적당히 즐기지만 담배는 안 피운다. 구자경(89) LG그룹 명예회장도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지난 7일 천암연암대학 개교 40주년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해 학교를 둘러보기도 했다.

허창수(66) GS그룹 회장 역시 건강에 문제가 없다. 182cm의 큰 키를 자랑하며 평소 골프와 테니스로 몸 관리를 한다. 테니스 실력은 아마추어 선수급. 걷는 것을 좋아해 재벌 총수치고는 일반인 눈에도 비교적 자주 띈다. 해외출장 시에도 구두와 함께 워킹화를 꼭 챙긴다. 임원들에게 만보기와 워킹화를 나눠 주기도 했다. 술은 업무상 어쩔 수 없이 마시지만 담배는 전혀 안 태운다.

조양호(64) 한진그룹 회장도 183cm의 큰 키에 건강체질을 자랑한다. 술과 담배, 골프를 안해 '3무 회장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조 회장은 등산 마니아다. 틈이 나면 전국의 내로라하는 사찰을 찾아간다. 산에서 사진 찍는 것이 취미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다. 해외출장 시에는 현지 음식을 많이 먹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생생하다지만
"안심 이르다"

박삼구(69)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타고난 강골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야구·탁구·농구 등 운동이란 운동은 죄다 섭렵했다. 담배도 끊었다. 아시아나항공 사장직을 맡은 뒤로 전직원 의무 금연을 선포했다. 기내 금연과 기내 담배 판매 중단도 지시했다. 회장 취임 전에는 수영으로 몸 관리를 했고 이후에는 골프로 건강을 단련하고 있다. 박 회장도 등산을 즐긴다. 매년 초 계열사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과 등산을 같이한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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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