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호텔 함수관계 대해부

잘나갈 땐 보물단지 어려울 땐 애물단지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우리 손님을 다른 기업이 운영하는 호텔에 머물게 할 수 없다." 이러한 기업 오너의 자존심은 대기업 호텔사업 진출의 밑바탕이 됐다. 여기에 빠른 현금회전율이 합해져 대기업 소유 특급호텔은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은 다르다. 앞다퉈 사들이더니 다시 앞다퉈 내놓고 있다. 수천억원대의 특급호텔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대기업 오너를 만나러 온 각국 고객들이 다른 기업이 운영하는 호텔에 묵는다면? 여기에 계열 회사의 회의, 시상식, 워크샵 등 각종 행사를 다른 기업 호텔에서 한다면? 오너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오너들의 자존심은 국내 기업들의 특급호텔 시장 진출의 밑바탕이 됐다. 여기에 1970∼80년대 국내 경제 규모 확대와 88올림픽 등을 계기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특급호텔은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났다.

호텔 팔아야
사는 기업들

하지만 지금은 '애물단지'다. 장기적인 경제 불황과 그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특급호텔이 줄줄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서울소재 특1급 호텔 23곳 중 5곳이 매각을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르네상스호텔' '콘래드 서울' 등이다.

지난달 말 GS건설은 파르나스호텔 지분 67.56% 매각을 위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IM(투자안내서)을 발송했다. 배포 대상은 현대·삼성 등 대기업들과 쉐라톤 등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다. 매각주관사는 지난해 GS건설이 대규모 손실을 발표하기 전 자금조달 과정에서 주관사를 맡았던 우리투자증권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GS건설이 진행 중인 5200억원의 유상증자에도 KB투자증권과 함께 주관사로 참여 중이다.

파르나스호텔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등 2개 인터컨티넨탈호텔 운영권을 보유 중이다. 1985년 서울무역협회와 GS그룹의 공동출자로 설립된 파르나스호텔은 1988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1999년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개관했다. GS건설은 현재 파르나스호텔 지분을 약 70%가량 갖고 있다.


'재벌그룹=특급호텔' 잇달아 진출부터
빠른 현금회전 장점 우후죽순 늘어나

GS건설의 호텔 매각은 자금 마련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해외사업과 국내 주택사업 부진 등으로 지난해 9373억원의 영업손실과 772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자기자본금은 2012년 3조9284억원에서 지난해 3조1592억원으로 7000억원 가량줄었다. 2012년 1조원이던 순차입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조3000억원으로 1조3000억원 급증했다.

또 총 12개 현장에서 1조5억원 규모의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4일 회사채 2000억원을 현금 상환했지만 다음달 3227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또 돌아온다. 아라뱃길 등 4개의 대규모 사업과 관련한 담합사실이 적발돼 올해에만 과징금 217억5600만원이 부과됐고 지난해에도 4대강 공사 담합과 관련돼 받은 과징금 198억원을 합하면 2년간 과징금은 415억56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김포한강신도시 자원회수센터 입찰 과정에서 GS건설의 담합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과징금 추가 우려도 있다.

파르나스호텔의 장부가격은 4000억원대, 시장 예상가격은 6000억∼7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희망 매각 가격으로 약 1조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S건설은 상반기 내에 인수자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인수의향서(LOI) 마감은 다음달 8일이다.
 

2010년 6월 개장 당시 '대한민국 상위 1% 클럽'을 표방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이하 반얀트리호텔)은 5년도 채 되지 않아 두 번이나 주인이 바뀌었고 현재 세 번째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반얀트리호텔은 초기 '연예인이나 미혼은 받지 않는다'는 까다로운 입회심사와 1인당 1억3000만원에 이르는 회원권 가격, 최고급 시설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리먼쇼크에 직격탄을 맞고 자금사정으로 어려움을 겪다 700억원에 달하는 체납 공사비를 받지 못한 쌍용건설이 담보권리를 근거로 처분 권한을 행사해 매각에 나서면서 개장 2년 만인 2012년 6월 현대그룹 손에 넘어갔다.

반얀트리호텔
기구한 운명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현대로지스틱스 등 4개의 계열사가 990억원을 투자해 특수목적법인 현대엘엔알을 만들었다. 현대엘엔알은 반얀트리호텔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반얀트리호텔은 현대그룹 품안에서도 자리잡지 못했다.

인수 1년6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현대그룹이 내놓은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한 재무구조 개선 계획안에 현대증권 등 금융계열사 3곳 등을 포함해 반얀트리호텔이매각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2월 산업은행 인수 합병부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공동매각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매각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말 자구책 발표 이후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있다. 3조3000억원 이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인데 최근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 3사 매각 등을 통해 2000억원을 손에 쥐었으며, 현대부산신항만 투자자 교체, 컨테이너 매각, 신한금융지주·KB금융지주·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등을 통해 600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현대그룹은 쌍용건설에서 1635억원에 반얀트리호텔을 인수한 만큼 비슷한 가격대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매물은 많지만 사겠다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 새 중저가 비즈니스호텔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객실료가 비싼 특급호텔 객실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어느 누가 높은 매각대금을 대면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사업을 하겠느냐"고 전했다.

매물로 나온 특급호텔들의 매각 규모는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대에 이른다. 르네상스호텔은 1조1000억원, 파르나스호텔은 1조원, 콘래드호텔은 4000억원, 반얀트리호텔은 2000억원 등이다.

경영 어렵자 돈 구하러 '동분서주'
서울 특1급 23곳 중 5곳 매각 진행

호텔업의 불확실성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연평균 객실 예약률은 과거 3~4년 전보다 10∼15% 감소했으며 반면 지난해 말 기준 신규 사업 계획이 승인된 호텔은 100개가 넘었다.

이를 방증하듯 AIG그룹과 서울시가 추진해온 콘래드 서울 매각 작업과 삼부토건이 추진 중인 르네상스호텔 매각 작업은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14일 AIG와 서울시에 따르면 CXC종합캐피탈과 진행하던 콘래드 서울 매각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CXC종합캐피탈은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당했고 콘래드 서울 매각 절차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원인은 CXC종합캐피탈이 인수자금을 기한 내 모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AIG는 지난해 9월 CXC종합캐피탈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12월 말까지 모든 계약을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CXC종합캐피탈은 잔금납입을 차일피일 미뤘고 참다 못한 AIG가 협상을 전면 중단키로 한 것이다. CXC종합캐피탈은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 형제 중 막내인 조중식 전 한진건설 회장의 장남 조현호 회장이 이끄는 금융리스회사다.

콘래드·르네상스
매각 적신호

지난해 건설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대규모 순손실을 떠안은 삼부토건은 본사사옥을 비롯해 보유 자산인 르네상스호텔, 헌인마을 사업 등의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삼부토건은 지난해 매출 5984억원, 영업손실 290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전년(283억원)대비 344% 불어난 1256억원을 기록했다. 삼부토건은 지난해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시작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이지스자산운용을 선정했다. 하지만 이지스가 지난해 11월로 예정된 본계약 일정을 지키지 않고 뚜렷한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아 매각은 안갯속이다.

 

<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