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10색> 월급 안 받는 총수들 속사정 & 노림수

무보수 회장님 “먹고 살 걱정 없는데 뭐...”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보수를 포기하는 그룹 회장님들이 늘고 있다. 이유는 모두 다르다. 경영 복귀 차원에서 '무보수 경영'을 선언한 총수가 있는가 하면 고액 연봉에 따른 비판과 회사의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으로 '무보수 경영'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억에서 수천억에 이르는 배당금 덕분이다.

재벌 총수 중 무보수를 가장 먼저 선언한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 회장은 2008년 4월 등기 이사를 사임한 뒤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한 뒤 '무보수 경영'을 내세우며 그룹을 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의 무보수 경영은 여타 회장과 성격이 다르다. 이 회장은 경영 복귀를 위함이지만 다른 회장들은 고액 연봉에 따른 비판과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보수를 포기하거나 연봉을 반납했다. 

이건희 회장
무보수 첫 시작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보수 전액을 포기했다. SK그룹은 지난 7일 최 회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 301억원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고 SK C&C 퇴직금 수령도 포기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주),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 C&C 등 4개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면서 급여 94억원, 2012년분 성과급 207억원 등 총 301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SK그룹 측은 "지난달 초 회장님이 지난해 받은 보수 전액을 좋은 일에 써야겠다는 뜻을 전달해 왔다"며 "그룹 차원에서 실무진이 처리 방식과 사용처 등을 놓고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 측은 이어 "회장님은 올해 초 대법원 유죄 판결 이후 보수의 처리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수공개가 이뤄지자 무척 아쉬워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올해부터 SK(주)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의 비상근 회장으로 재직하되 보수는 전혀 받지 않는 집행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수뿐 아니라 작년 실적을 토대로 한 성과급도 받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SK C&C에서도 임원직 사임과 함께 퇴직금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역시 포기하기로 했다. 최 회장의 SK C&C 임원 재직기간은 15년, 퇴직금은 수십억원에 이른다.

최 회장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배임 등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경영참여를 하지 못했는데도 고액의 보수를 받자 사회적 비판이 일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비판 여론 잠재우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생색내기라는 것. 일각에서는 똑같이 사법 처리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비교를 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한화건설을 비롯한 계열사로부터 33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지만 200억원을 반납했다. 나머지 131억원2000만원은 상여금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한화건설에서 52억5200만원, 한화케미칼에서 26억1200만원, ㈜한화에서 22억5200만원의 상여금을 받았으며 한화L&C와 한화갤러리아에서도 각각 15억200만원의 상여금을 수령했다.

계열사별 반납 급여는 한화케미칼 49억7300만원, ㈜한화 49억7200만원, 한화건설 34억1400만원, 한화L&C와 한화갤러리아가 각각 33억2400만원이다.

같은 듯 다른 연봉 포기 내막은?
월급 없어도 배당금으로 '떵떵'

한화그룹 측은 "김 회장이 2012년 8월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구속된 뒤 병원에 입원하는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만큼 구속 이후 받았던 급여 전액을 반납했다"고 전했다. 반납액 200억원은 김 회장이 법정 구속된 2012년 이후로 정상적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기간에 해당하는 급여를 모두 반환한 것이라는 얘기다. 김 회장 역시 올해부터 계열사 7곳의 등기이사에서 모두 물러났다. 김 회장은 경영 복귀 전까지 급여나 상여금 일체를 받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경영난이 심했던 GS건설로부터 거액 보수를 받아 논란이 된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고액 연봉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보수를 포기했다.


허 회장은 지난해 경영난이 심했던 GS건설로부터 거액 보수를 받아 논란이 됐다. 지난 3월 공개된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 명단에 따르면 허 회장은 지난해 GS건설로부터 급여 15억9500만원에 상여금 1억3200만원을 포함, 17억27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허 회장의 동생인 허명수 부회장도 급여 5억7900만원에 상여금 5600만원으로 6억3500만원을 받았다.

반면 GS건설은 지난해 935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입는 등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GS건설은 지난달 3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인운하 사업과 관련한 담합이 드러나 70억79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으며 금융위원회에 플랜트 부문의 대규모 손실과 기업어음(CP) 발행 사실을 숨긴 채 회사채를 발행한 것이 적발돼 2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허 회장이 올해 보수를 포기함에 따라 허 부회장과 전문경영인 임병용 사장도 올해 보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GS건설 사내 등기임원 3명 모두 무보수를 선언한 것이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6월 고액 연봉 논란이 불거지면서 퇴임했다가 보수를 전액 포기하고 지난 4월 책임경영을 강조하며 회장직에 복귀했다.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의 금융감독원 사업보고서를 보면 조 회장은 지난해 총 보수는 '0원'이다.

퇴직소득과 성과급을 포기한 것. 금융지주에서 받을 예정이던 근로소득 2억1384만원과 퇴직소득 9억원, 메리츠화재에서 받기로 한 퇴직소득 33억3230만원과 근로소득 12억595만원 모두를 받지 않았다. 다 합치면 총 56억5209만원이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 주머니를 연 회장들도 있다. 한진해운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취임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해운이 흑자가 날 때까지 연봉을 받지 않기로 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29일 임시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취임사를 통해 "한진그룹의 인전·물적 자원을 최대한 지원해 한진해운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초일류 해운 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총력을 쏟겠다"며 "흑자로 돌아설 때까지 연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은 기본급 30%를 자진 반납했다. 황 회장은 지난 1월 KT 분당 사옥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현재 KT는 핵심인 통신사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된 데다 비통신 분야의 가시적 성과 부재, 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으로 인해 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사활을 걸고 경영 정상화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준·황창규
기본급 30% 반납

황 회장은 이를 위해 자신의 기본급 30%를 반납하고, 장기성과급 역시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보일 때까지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황 회장의 올해 연봉은 2012년도 KT 회장 대비 6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KT 임원들 역시 기본급의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KT는 지난해 4분기 6조214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기 대비 8.4% 상승했으나 영업손실 1493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2012년 4분기 당기 순이익 적자, 2009년 4분기 영업이익 적자에 이어 3번째 적자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기본급 30%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권 회장이 지난 3월 취임 후 처음 열린 임원회의에서 이같이 밝히자 윤동준 경영인프라 본부장은 "회사가 어려운 경영 여건을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임원들도 자율적으로 급여 반납에 동참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에 임원 전원은 자율적으로 기본급의 10∼25%를 반납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줄어들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61조8646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2.7% 줄었고, 영업이익은 2조9961억원을 기록해 1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1조3550억원으로 43.2% 줄었다. 부채비율은 2008년 65.7%에서 지난해 84.6%로 18.9%포인트 높아졌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주력 계열사 현대상선의 경영난을 고려해 올해 연봉을 30% 정도 줄이기로 했다. 현 회장은 등기임원으로 활동 중인 3개 계열사에서 총 25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 회장은 현대상선에서 8억8000만원,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지스틱스에서 각각 8억10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지난해 현대그룹은 총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상선은 585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재벌 회장들
주수입원은?

금호산업 정상화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산업 대표이사를 맡았음에도 연봉은 '1원'에 불과하다. 박 회장은 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금호그룹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실패할 경우 등기이사 사임은 물론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는 위험성이 있다.

재벌 회장들이 연봉을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곳간은 넉넉하다. 연봉이 아닌 배당금이 주수입원이기 때문이다. 4년째 연봉이 '0원'인 이건희 회장은 배당금만으로도 재계 총수 가운데 소득 '1위'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대주주 일가와 주식을 보유한 임원 등 2742명 가운데 이 회장은 배당금이 1078억6400만원으로 지난해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714억원), 삼성생명(352억원), 삼성물산(11억원) 등이다.

고액연봉 논란에 수백억 포기
경영난 등기임원도 봉급 반납


301억원의 연봉으로 랭킹 1위에 올랐던 최태원 회장은 배당금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최 회장은 SK(주), SK케이칼, SK C&C, SK하이닉스 등 4개 계열사로부터 285억70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전년보다 20% 늘어난 금액이다. 배당금의 99%는 SK C&C에서 나왔다. SK C&C는 그룹 지주회사인 SK(주)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한 최상위 지배회사다. SK C&C의 주당 배당금은 지난해 1250원에서 올해 1500원으로 상승했다.

김승연 회장은 67억9000만원의 비교적 적은 배당금을 받았지만 200억원의 연봉을 제외하고 남은 131억2000만원의 연봉을 합쳐 연간 수입 6위를 기록했다.

허창수 회장은 2012년에 비해 반토막이 나긴 했지만 올해 60억원 수준의 배당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허 회장이 대주주인 GS건설이 실적 부진에 따라 배당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판 여론
잠재우기

조양호 회장은 배당금 3억원을 받아 10대 그룹 총수 중 꼴찌를 기록했다. 대한항공 등 한진 주요 계열사가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조 회장은 한진그룹 계열사에서 총 58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대한항공이 27억3545만원, 한국공항이 19억8175만원, ㈜한진이 10억8175만원 등이다.

조 회장은 이들 회사 외에 한진해운홀딩스, 한진정보통신, 정석기업, 한진칼, 한진관광, 토파스여행정보 등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의 등기이사도 맡고 있어 실제 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연봉지급액이 5억원을 넘지 않거나 기업규모가 연봉공개 기준에 미치지 못해 조 회장의 연봉을 공개하지 않았다.

회사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는 와중에 현정은 회장은 지난해 92억원의 순손실을 낸 현대유엔아이에서 적립금까지 끌어다 12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현 회장의 장녀 정지이 전무도 유엔아이에서 2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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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