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대기업 골프장 전쟁 막전막후

경기회복 온기 도니…그린 유혹에 빠진 재벌들

[일요시사=경제1팀] 2013년 골프 시장은 사상 최악이었다. 분양대금을 놓고 소송전이 이어졌고 골프장은 꾸준히 매물로 나왔다. 올해 역시 골프장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하지만 이유가 다르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가장 장사가 잘 되는 수도권 골프장'인 레이크사이드CC를 삼성이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다른 대기업들도 다시 골프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내 골프장업계가 불황에 몸살을 앓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시장에 핵폭풍을 몰고 왔던 리먼사태 이후 회원권 가격은 연일 바닥을 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법원에 골프클럽 Q안성의 '17% 변제' 판결을 내리면서 하락세에 기름을 끼얹었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해 9월 Q안성의 모기업인 태양시티건설의 회생계획안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기존 회원들에게 입회금의 17%만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회원 자격 승계의무를 명시한 '체육시설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정면충돌하는 판결이었다. 이를 계기로 계약 만기가 돌아온 골프장 입회금을 돌려받으려는 회원과 입회금 반환을 거부하는 골프장 운영업체의 법적분쟁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입회금 반환요구
법적분쟁 급증

에이스회원권거래소가 발표하는 ACEPI(골프회원권) 지수는 지난해 1월 748.9포인트에서 12월 714.2포인트로 4.6% 하락했다. 회원권 평균가는 1억1172만원에서 1억174만원으로 998만원 하락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174개 골프장 가운데 84개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골프장의 적자규모는 2009년 1453억원에서 2011년 267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골프장업계가 빠져나오기 힘든 '벙커'에 빠진 셈이다.

하지만 불황에도 눈 여겨 볼 골프장은 있다. 거대 자본의 뒷받침으로 입회금 반환에서 자유롭고 설사 적자가 나더라고 개의치 않는 대기업 계열 골프장이다. 그 중심에 삼성그룹이 있다.

지난 14일 침체된 골프계를 뒤흔드는 '빅뉴스'가 나왔다. '국내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되는 수도권 골프장'으로 알려진 레이크사이드CC를 삼성이 인수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날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는 레이크사이드CC 운영사인 서울레이크사이드의 지분 100%를 3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매각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물산과 에버랜드의 지분 비율은 8대 2이다.


레이크사이드CC는 총 400만m²가 넘는 부지에 홀만 54개, 연매출 약 500억원, 매년 140억원 내외의 흑자라는 메리트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57억원이다. 이번 인수로 삼성은 총 6개 골프장(안성베네스트·가평베네스트·안양CC·동래베네스트·글렌로스·레이크사이드CC) 등에서 총 162홀을 보유하게 되면서 '골프왕국'으로 거듭났다.

삼성, 레이크사이드CC 인수…판도 변화 전망
불황에 앞다퉈 팔던 다른 기업들도 다시 눈독

'골프왕국'의 정점을 찍고 있는 골프장은 얀양CC로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남다른 문화·예술 사랑이 더해져 한국의 대표적 명품골프장으로 자리 잡았다. 구성수, 이기봉 등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작가 작품이 클럽하우스 내에 전시되어 있고 로비에는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일본계 미국 아티스트 조지 나카시마의 원목 테이블과 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골프장 내에 심어진 나무 값만 1조원대에 이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968년 설립되어 96년 코스 리노베이션을 거쳐 안양베네스트로 변신했으며 2년 전에는 아예 문을 닫고 리노베이션을 실시, 안양CC라는 옛 이름을 되 찾았다. 99년까지 국내 1위 골프장을 유지했으며 최근에는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코스'에서 당당히 40위에 자리했다.

이러한 '안양CC 효과'는 삼성의 다른 골프장인 안성·동래·가평베네스트와 글렌로스에 막대한 후광으로 작용해 삼성이 '골프왕국'으로 거듭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골프장업계는 삼성이 레이크사이드CC를 인수함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이 골프장 인수합병(M&A) 또는 추가 오픈에 눈독을 들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골프장이 회원권 분양에 실패하고 입회금 반환 소송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하지만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들이 운영하는 골프장은 상대적으로 불황에서 자유롭다. 실제로 골프장 인수 제의가 잇따르고 오픈을 앞두고 있는 신생 골프장도 많다"고 말했다.

삼성 못지않게 골프장 늘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36홀 규모의 해비치제주와 18홀 규모의 해비치서울을 운영하고 있다. 해비치서울은 군인공제회가 짓고 있던 록인 골프장을 2005년 11월 인수해 문을 연 골프장이다. 특히 해비치서울은 50만평의 자연숲속에 위치해 있으며 서울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태안 현대기업도시 내에 현대더링스CC를 조성 중이다. 현대더링스CC는 고 정주영 회장이 바다를 막아 농경지를 만든 지 30여년만에 서산간척지 천수만 B지역을 새롭게 도시로 변모시키기 위한 첫 번째 사업으로 한투라티에라PFV가 556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조성한 36홀의 골프장이다.

오는 4월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막바지 단장에 한창이다. 태안팔경 중 하나인 백화산을 배경으로 간척지의 특성인 습지를 활용하여 레이크가 어우러진 코스가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은 태안에 추가로 72홀 골프장을인허가 받은 상태다. 모두 완공되면 총 보유홀수가 삼성과 같아진다.

잇따르는 인수 제의
오픈 앞둔 골프장

신안그룹도 골프장업계 영역확대에 한창이다.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은 80년 세운 신안종합건설을 모태로 M&A를 통해 건설·레저·철강·금융업 등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특히 90년대 말부터 골프장을 잇달아 건설하거나 인수하면서 '골프재벌'로 급부상했다.

[현대차] 4월 중 현대더링스CC 오픈
[신안] 골프장 포함 테마파크 조성

신안그룹은 현재 리베라CC(36홀·경기 화성), 신안CC(27홀·경기 안성), 그린힐CC(18홀·경기 광주), 에버리스CC(27홀·제주), 웰리힐리CC(45홀·강원 횡성) 등을 운영 중이다. 총 홀수는 153홀, 삼성이 레이크사이드CC를 인수하기 전까지 업계 1위를 유지했다. 신안그룹은 800억원 안팎을 투자해 성우리조트 유휴부지에 골프텔 160실과 27홀 규모의 골프장이 포함된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있다. 신안그룹은 지난 2011년 현대시멘트로부터 신안종합리조트(옛 현대성우리조트)를 인수했다.

계양산에 발목잡힌
롯데그룹 숙원사업

롯데그룹은 '계양산 골프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2월 말 인천시의 계양산 골프장 도시관리계획 폐지 결정이 부당하다며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계양산 골프장 사업은 1100억원을 들여 12홀 규모의 골프장과 어린이놀이터, X-게임장, 문화마당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골프장 도시관리계획 폐지안을 심의·의결하면서 중단됐다. 롯데건설과 롯데상사, 신격호 회장은 지난해 2월 인천시가 체육시설로 지정된 계양산 골프장을 다시 공원시설로 지정한 것은 불합리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인천지법은 인천시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롯데건설이 1심 재판부에서 본인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항소를 제기한 것이다.

롯데는 스카이힐제주(36홀·제주), 스카이힐김해(18홀·경남 김해), 스카이힐성주(18홀·경북 성주), 스카이힐부여(18홀 충남 부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스카이힐제주는 2009년부터 5년 연속 국내 각종 상을 휩쓸고 있으며 2012년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스카이힐성주는 전환 첫해에 '국내 10대 퍼블릭 코스'에 선정됐다.

골프장 레저 시설 개발 및 건설·운영 전문기업인 에머슨퍼시픽그룹의 경우 최근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사업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에머슨퍼시픽그룹은 전국에 5개 골프장(총 117홀)을 보유하고 있다. 에머슨(27홀·충북 진천), 아난티클럽서울(27홀·경기 가평), 세종에머슨(27홀·세종), 힐튼남해(18홀·경남 남해), 아난티클럽금강산(18홀·북한 금강산) 등이다. 힐튼남해는 2005년 힐튼과 운영 계약을 맺으면서 국내에 고급 리조트 개념을 최초로 소개했고 2007년에 문을 연 아난티클럽금강산은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난티클럽서울은 골프장 안에 수영장과 테니스장, 캠핑장을 조성해 가족과 함께 즐기는 골프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에머슨퍼시픽그룹은 부산에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를 2015년 말 완공 목표로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CJ그룹은 인천 굴업도에 골프장과 리조트 건립을 추진하다가 시와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굴업도는 십자 모양의 지형에 해안가와 절벽, 염분과 파도에 녹아내린 해식 등으로 유명한 섬으로 인천지역에서 이를 천연기념물로 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굴업도를 포함해 인천 백령도 인근 도서지역 일대를 지질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CJ그룹의 굴업도 골프장 건립사업은 CJ 측이 제출한 사전환경성검토서가 인천시에서 보완 결정이 나면서 사업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롯데·CJ] 프로젝트 추진 가속
[한화·GS·SK] 기존 사업 확대

CJ그룹은 나인브릿지라는 세계적 골프장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나인브릿지제주와 경기도 여주에 해슬리나인브릿지가 있다. 나인브릿지제주와 해슬리나인브릿지는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코스'에 각각 59위와 72위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골프장 운영회사인 골프존카운티와 트룬골프는 국내에서 프랜차이즈 골프장 그룹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 고창의 선운산CC를 인수해 골프장 사업에 뛰어든 골프존은 금융투자회사와 함께 법정관리에 들어간 골프장을 인수하고 있다. 골프존은 지난해 말 Q햄튼에 이어 Q안성 인수에 성공했다.
 

강원도 알펜시아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 트룬골프는 골프장 설계회사인 로버트트렌드존스, 삼일회계법인, 법무법인 태평양과 1조원대의 펀드를 조성해 '더 골프그룹'을 출범했다. 더 골프그룹은 부실 골프장 50곳을 잇따라 인수해 프랜차이즈 골프장 그룹으로 태어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이들 기업 외에도 골프장 사업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은 많다. 한화그룹은 계열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전국에 5개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플라자용인(36홀·경기 용인), 골든베이(27홀·충남 태안), 플라자설악(18홀·강원 속초), 제이드팰리스(18홀·강원 춘천), 플라자제주(9홀·제주) 등이다. 한화그룹은 일본에 18홀 규모의 오션팰리스도 보유하고 있다.


레이크힐스그룹은 레이크힐스순천(26홀·전남 순천), 레이크힐스용인(27홀·경기 용인), 레이크힐스제주(27홀·제주), 레이크힐스경남(18홀·경남 함안), 레이크힐스안성(9홀·경기 안성)을 보유하고 있다.

쌓여 있는 매물
3년 새 40여개

GS그룹은 엘리시안강촌(36홀·강원 춘천), 엘리시안제주(36홀·제주), 샌드파인(18홀·강원 강릉)을, 코리아 골프 아트빌리지는 경기 용인에 골드(36홀), 코리아(18홀), 코리아퍼블릭(9홀)을 운영하고 있다. SK그룹은 2010년 제주 핀크스골프장을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700억원에 사들였고 한국야쿠르트는 2009년 경기 동두천 다이너스티(18홀)을 인수해 티클라우드라는 이름으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국내 M&A시장에는 골프장 매물이 쌓여 있다. 먼저 공기업이 소유한 골프장 매물을 보면 국가보훈처가 소유한 경기 용인의 88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뉴서울, 한국광해관리공단의 블랙밸리, 한국관광공사의 제주중문 등 4곳이다. 

지난해 전남 레이크힐스순천과 경기 양평TPC가 경매로 나왔고 지난 2월 제주도 1호 골프장인 제주CC도 매물로 나왔다. 제주 라헨느와 경기 포천 가산노블리제도 지난해 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됐다. 2012년에도 9개가 올려지는 등 최근 3년 새 40여개 골프장이 법원 경매 신세가 됐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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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