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공백기’ 재계는 지금…

‘옥중’ 회장님 빈자리 황태자들이 땜빵

[일요시사=경제1팀]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사법당국의 심판을 받고 경영전반에서 물러나면서 재계가 오너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너의 공백이 길어질 것으로 보이는 기업은 후계자 양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본의 아니게 시험대에 오르게 된 3·4세 경영인들은 후계자 자질을 입증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형 확정에 따라 지난달 18일 ㈜한화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김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달 11일 파기환송심 끝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받았다.

김 회장은 또 지난달 말에는 법무부 보호관찰소에 사회봉사연기 신청을 냈다. 법무부에 따르면 김 회장 측은 "구속 기간 중 당뇨, 만성 폐질환, 우울증 등으로 서울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며 "현재 건강상태도 좋지 않아 사회봉사명령 연기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철창행 장기화
"대책을 세워라"

대표이사직을 모두 내려놓고 건강까지 악화된 상황에서 김 회장의 경영복귀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 회장의 차남 동원씨가 경영일선에 한 발짝 다가섰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동원씨는 한화L&C의 평직원 신분으로 입사해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에 파견돼 근무를 시작한다. 동원씨가 주로 맡게 되는 업무는 디지털마케팅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씨는 평소 IT와 인터넷 방면에 관심이 많이 필요한 경우 실무회의에도 참석해왔다.


동원씨는 미국 세인트폴고와 예일대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에 돌아와 공연기획사를 운영하면서 해외 대중음악 가수들의 공연을 취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씨의 한화 입사를 두고 재계는 장남에 이어 차남까지 경영에 참여시키면서 오너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회장의 장남 동관씨는 앞서 2010년 1월 한화그룹에 차장 직급으로 입사, 2011년 12월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현재는 그룹 핵심사업인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동관씨는 태양광 사업 실무를 직접 담당하면서 지난해 매출액을 그가 부임한 해 매출액보다 3배 넘게 끌어 올렸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2012년보다 무려 17배나 증가한 979억원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지난 연말부터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동관씨는 영국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수주하고 중국,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도 모듈과 셀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 장남 이어 차남도 입성
웅진가 장남 형덕씨 홀딩스 최대주주 등극

승마 국가대표 출신인 3남 동선씨는 미국 유학 중으로 2006년 도하, 2010년에는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따내 올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선전이 예상된다. ㈜한화 지분 보유율은 김 회장이 22.65%, 장남이 4.44%, 차남과 삼남이 1.67% 등이다.

웅진그룹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나야 했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최근 16개월간의 법정관리를 마치고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웅진홀딩스는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기업회생절차 조기종결 결정을 받았다. 웅진홀딩스는 그간 웅진코웨이, 웅진케미칼, 웅진식품 등 계열사 매각과 윤 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을 통해 1조5002억원의 부채 가운데 1조1769억원(78.5%)을 상환했다. 나머지 3233억원 중 1767억원도 상반기 중 추가로 갚겠다는 계획이다. 이후에는 전체 채무의 9.8%인 1466억원만 남게 된다.
 

웅진그룹은 법정관리 기간 동안 외형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웅진코웨이, 웅진식품, 웅진케미칼 등 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반토막이 난 것. 그러나 2012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재무구조는 자본잠식에서 벗어났고 부채비율도 174%로 줄어들었다. 


윤석금 회장
다시 꾸는 꿈

윤 회장은 웅진홀딩스 법정관리 졸업 후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방판 사업'으로 성공한 윤 회장이 이번에도 역시 방판사업을 발판으로 재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장품이나 건강식품 분야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사업구조는 교육, 출판, 태양광, IT컨설칭, 레저산업으로 재편할 예정이다.

70세의 고령인 윤 회장은 지난해 말 지분 대부분을 2세 형제들에게 넘겼다. 웅진홀딩스는 지난해 12월26일 기존 최대주주인 윤 회장이 특수관계인인 형덕(장남)씨, 새봄(차남)씨를 대상으로 장내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보유 주식 전량을 처분, 최대주주가 형덕씨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형덕씨는 148만5197주가 늘어난 156만8595주(3.67%), 새봄씨는 148만5196주가 늘어난 155만2083주(3.63%)를 추가로 보유하게 됐다. 이로써 형덕씨는 웅진홀딩스의 최대주주(12.52%)가 됐다. 새봄씨는 12.48%를 보유, 웅진홀딩스 지분은 두 형제가 모두 25%를 갖고 있다. 웅진홀딩스 채권단은 웅진홀딩스 회생을 위해 오너 일가가 400억원대의 사재를 출연하고 대신 25%의 지분과 경영권을 보장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웅진씽크빅이 형덕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오는 21일 주주총회에 상정한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형덕씨는 웅진씽크빅 신사업추진실장으로 근무 중이다. 신사업추진실은 화장품이나 건강식품 분야의 방판사업 진출 등을 주도한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형덕씨는 웅진씽크빅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다. 경영기획실장으로 근무 중인 새봄씨도 웅진홀딩스 사내이사로 신규선임 예정이다. 윤 회장은 지난 1월부터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과 배임 혐의로 공판을 받고 있다. 결심판결은 4월이 돼야 날 것으로 예상된다. 윤 회장이 혐의를 받고 있음에 따라 당장 경영 전면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형덕씨가 경영을 이어 받는 것도 무리가 있다. 아직 경영 경험이 적고 37세라는 젊은 나이도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재계는 당분간은 윤 회장이 두 아들을 앞세워 경영공백을 최소화 하면서 차근차근 경영권을 넘기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버지 아들
나란히 재판

총수의 재판이 예정된 효성그룹의 경우 장남과 삼남에게 경영권 전반이 옮겨지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 1월9일 5000억원 상당의 분식회계와 1500억원 상당의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뒤 지난달 5일부터 공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효성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해외사업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자 10여년 동안 1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 수천억원을 탈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효성 일가는 1990년대부터 보유주식을 그룹 임직원 등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관리하는 수법으로 1000억원이 넘는 차명재산을 마련해 양도세를 내지 않은 의혹도 받고 있다. 홍콩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한 주식 위장 거래 의혹과 함께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거래와 양도차익에 대한 조세포탈 의혹도 제기됐다.
 

효성그룹의 후계구도는 장남 조현준 사장과 삼남 조현상 부사장의 대결로 압축된 상황이다. 차남인 조현문 변호사는 지난해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 효성은 지난달 19일 이사회에서 조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확정하고 오는 21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키로했다. 안건이 통과되면 조 부사장은 조 회장과 조 사장, 이상운 부회장과 함께 등기이사직을 2년간 수행하게 된다. 효성은 조 부사장의 등기임원 선임에 대해 "탄소섬유 등 신사업을 육성해낸 성과 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세 아들은 현재까지 치열한 지분 경쟁을 벌여왔다. 지난 2010년 본격화되기 시작한 형제들의 지분 매입은 지난해 3월 조 변호사가 경영에서 손을 떼고 효성 주식 240만주(6.83%)를 매각하면서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의 집중적 매입이 시작됐다. 지난해 말까지 9.85%의 지분율을 보였던 조 사장은 지난 2월6일과 7일 각각 3만500주와 3039주 등 총 3만3539주를 장내 매수해 9.95%로 끌어올렸고 9.06%였던 조 부사장의 지분율도 같은 날 3만9500주를 장내 매수하면서 9.18%를 기록하고 있다. 두 형제 모두 조 회장의 지분(10.37%)에 필적한다.

효성그룹은 장자승계 원칙을 표방해왔다. 조 회장 역시 장남으로 고 조홍제 창업주에게 그룹을 물려받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조 사장이 차기 후계 구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얘기가 된다. 반론도 있다. 조 사장이 조 회장과 함께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 부사장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조 사장에게 불리한 판결이 날 경우 조 부사장이 치고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조 회장의 건강상태도 변수다. 조 회장은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건강이 급격이 악화됐다. 조 회장은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권유를 받아들여 지난 1월21일 암 진단을 위해 미국 LA로 출국했다가 지난달 4일 귀국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과거 담당 종양으로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전립선암까지 추가로 발견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최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재현 CJ 회장은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올해로 임기가 만료되는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재선임하지 않는 방식으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효성 경영승계 조석래 회장 건강이 변수
CJ 1남1녀 주력사에 입사해 경영수업 중

이 회장은 현재 CJ·CJ제일제당·CJCGV·CJ대한통운·CJE&M·CJ오쇼핑·CJ시스템즈 등 7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이중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는 CJE&M, CJCGV, CJ오쇼핑 등 3곳. 이 회장의 후계자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신입사원들 사이에서 '프린스' 찾기 열풍을 몰고 왔던 장남 선호씨는 지난해 6월 CJ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직무교육 차원에서 지주사 내 여러 부서를 거쳐 지금은 CJ제일제당에서 일하고 있다.
 

선호씨가 직무교육을 받을 당시 신입사원들 사이에 '우리들 중 프린스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를 찾으려는 소동이 벌어진 일화는 유명하다. 입사동기들은 수더분한 선호씨가 '왕자님'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후문이다.

장녀 경후씨는 최근 CJ에듀케이션즈에서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 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후씨는 지난 2011년 7월 대리로 CJ 기획팀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으며 그해 12월 CJ에듀케이션즈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3월 과장으로 승진했다. 업계는 경후씨가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일을 배워온 만큼 주력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 이운형 회장의 세아그룹에서는 장남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가 떠오르고 있다. 이 회장이 세상을 등진 후 세아그룹은 지분 상속과 차기 그룹 회장직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계열분리, 상속 분쟁 등 갖가지 의혹도 난무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 회장의 지분 대부분은 이태성 상무가 승계했고 이후 이태성 상무는 지분율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 회장 작고 당시만 해도 세아홀딩스 17.95%, 세아제강 10.74%였던 지분율은 세아홀딩스 32.05%, 세아제강 19.12%까지 늘어났다. 이태성 상무와 그의 모친 지분을 합치면 세아홀딩스 지분은 39%대에 이른다.

세아그룹 이태성
새롭게 떠오른 별

비슷한 시기 이 회장의 동생 이순형 회장의 아들 이주성 세아제강 상무도 지분을 늘리기 시작했다. 현재 이순형 회장의 부인과 이주성 상무, 이순형 회장의 세아홀딩스 지분율은 37.16%다.

비어있는 회장직은 이 회장의 미망인 박의숙 세아네트웍스 사장이 채웠다. 이태성 상무는 지난해 12월 세아베스틸 기획본부장으로 겸직 발령됐다. 이로써 이태성 상무는 그룹 경영과 함께 핵심사업까지 맡게 됐다. 그리고 지난달 19일 세아그룹은 이사회를 열고 오는 2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상무의 등기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상정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태성 상무는 미국 미시건대 심리학·언론학을 전공하고 중국 칭와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