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③박찬종 변호사

"안철수 새정치 도전…성공한다면 기적"

[일요시사=정치팀]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치계 원로의 충고 한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한줄기 빛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이정표를 잃어버린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에서 준비한 정계원로들과의 릴레이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일요시사>가 이번 호에 만난 정계원로는 5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찬종(74) 변호사다.




박찬종 변호사의 정치 역정에 대해선 두 가지 극단적 평가가 교차한다. 첫 번째는 권위주의 정치, 3김 정치(김영삼·김대중·김종필)에 도전했으나 끝내 실패한 시대를 앞선 정치인이라는 평가다. 두 번째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하지 못했던 독불장군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세간의 평가를 모두 부인하며 "나의 도전은 실패하지 않았다. 새정치의 뿌리를 내렸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박 변호사는 1980년대 전두환 군사정권에 저항한 학생들을 가장 많이 변호한 인권변호사로, 또 정치인으로 시대의 불의에 끊임없이 저항했다.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신정치개혁당을 창당해 현재의 '안철수 새정치 바람'과 유사한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부산 서구 국회의원에 도전했다 낙선하며 정치권을 떠난 그는 이후 변호사로 돌아와 석궁 테러사건의 수학자 김명호, BBK사건의 김경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 등의 변론을 맡아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시대의 불의에 맞서 끊임없이 도전했고, 지금은 현실정치에서 한 발 물러나 법률구조사업에 전념하고 있는 박 변호사에게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꽉 막힌 대한민국 정치권이 나아갈 길을 물어봤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변호사님 반갑습니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정치권 밖에서 일반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정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끔은 방송 토론회에 나가 입장을 밝히기도 하구요. 또 변호사로서 에너지가 닿는 범위 내에서 법률구조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 지난 대선 때 지지했던 후보가 있으십니까?

▲당시 박근혜·문재인 대선후보 양측에서 도와달라는 강력한 요구가 있었으나 모두 거절했습니다. 정당 대결 논리, 당 내에선 힘의 논리에 의해 뽑힌 후보 중에서 고르려니 적임자가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정당을 떠나 가장 우수한 정책을 가진 사람, 정직하고 깨끗한 사람을 가려 뽑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 가운데서는 눈여겨보는 사람이 있으십니까?

▲앞으로 차기 대선이 다가오면 눈에 띄는 사람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사건 수사와 관련해 축소·은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 여야가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며 다투고 있는데 변호사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선진경제국가입니다. 하지만 김용판 전 청장의 1심 판결을 두고 여야가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다투는 것을 보면 아직 진짜 선진국 수준에는 오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른 OECD에 소속된 국가들은 이 사안으로 다투는 우리를 우습게 여길 것입니다. 

- 판결 자체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법조인 입장에서 보면 이번 판결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번 재판은 '사실이냐 아니냐' 증거를 따지는 것인데, 1심 판사는 김 전 청장의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본 것 같습니다. 이념에 대한 사안이 아닌 사실관계에 대한 판결을 두고 논란이 이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법관·검찰에 대한 불신이 깊기 때문인데, 국민들은 유권무죄(권세가 있으면 무죄), 유전무죄(돈이 있으면 무죄)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민생 건성건성 챙기는 정치인은 '건달'과 같아"

"윤진숙은 임명 자체가 실수…바꿀 사람 더 있다"

 

-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잦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결국 경질됐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윤진숙 전 장관은 원래 연구자입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연구원으로는 우수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수부 장관이라는 자리는 한 부처를 총괄하고 국가의 전체 정책방향에 해수부 정책을 접합시켜 나가는 총괄능력을 갖춰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는 이런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쉽게 말해 기본이 안 된 사람이 장관이 됐기에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마이너스가 됐고, 본인도 불명예 퇴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 임명 자체가 실수였다는 말씀이신지요?

▲결론적으로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제가 아는 김영삼 전 대통령 외 문민시대 대통령들은 장관을 임명할 때 직접 면접을 한 후 임명을 했습니다. 대통령의 장관 후보자 면접은 함께 일할 부처의 장을 뽑는 것이기에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윤 전 장관을 기용할 때 면접을 안 본 것 같습니다. 면접을 했다면 조직을 맡기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 윤 전 장관 해임을 계기로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개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각론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치체계를 가진 미국의 경우를 보면 대통령과 장관은 임기가 거의 같이 갑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질·능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자꾸 나오다 보니 개각 목소리가 벌써부터 불거지는 것이지요. 기본적으로는 미국처럼 가는 것이 맞다고 보지만 특별한 재주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말실수도 잇따라 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경제팀은 한 번 바꿔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각을 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람이 있을까?'(웃음)하는 생각도 듭니다.

-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첫 선고가 2월17일 있을 예정입니다. 이 사건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RO라는 조직의 실체가 있는지, 비밀회합에서 오고간 말을 내란 선동으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증거 유무가 핵심입니다. 담당변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통진당의 성격이 '대한민국은 기분 나쁜 나라다'라는 생각을 가진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과격하게는 '박정희·전두환정권의 후예인 박근혜정권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정권'이라는 생각을 가진 듯합니다. 그러나 생각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기 때문에 판결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통진당은 정부에 의해 해산심판도 청구되는 등 사실상 정부가 '종북정당'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불행하게도 종북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상당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왜 종북이 생겨났는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종북이 싹틀 여지가 있었는데, 특히 전두환정권인 5공 시대에 종북적 성향을 가진 이들이 많았습니다. 전두환씨의 불법적인 정권 탈취와 반민주적 국가 운용에 대한 반발 심리로 "차라리 김일성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지요.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북에서 벗어났지만 아직도 일부가 남았고, 이것이 통진당 사태라 봅니다.

- 종북의 싹이 5공 때부터 생겨났다는 말씀이신가요?

▲종북의 토양은 전두환씨가 만들었습니다. 80년대에 반정부운동을 하다가 구속된 학생들 변론을 가장 많이 했던 변호사가 바로 저입니다. 당시 운동권 학생들은 양심을 지키기 위해 정권에 저항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생적으로 종북주의화 했지만 민주화 시대로 접어들며 대부분은 여기서 벗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분열의 씨앗을 처음 퍼트린 전씨는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수사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국방부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처음부터 외부기관, 예를 들면 특검을 통해서 조사를 했어야 합니다. 군 검찰이 상당히 수사를 잘 한 것 같은데 국방부 울타리 안에서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지다 보니 결과를 신뢰받지 못하고,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군 사이버사 요원들의 활동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군 검찰과 군 법원 양쪽의 지휘관이기 때문에 비판을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 지방선거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 창당 준비 과정과 전망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새정치를 열망하는 국민들은 지방선거에서의 전면적 정당 공천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야가 논의 중인 기초단체뿐 아니라 광역 시·도의 장에 대한 정당 공천도 폐지해야 합니다. 나아가 광역 단체를 제외한 시·군·구 의회도 폐지하는 것이 옳습니다. 이것이 새정치의 방향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안 의원은 새정치라는 이름을 내걸고 정당을 창당해 이 판에 뛰어든다고 선언했습니다. 새정치도 구호 외에는 모호한데 이런 사람이 성공한다면 저는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새정치연합에 대한 희망은 없습니다.

 

"모호한 새정치…새정치신당 희망 없다"

"지난 1년 정치권, 정당 놀이판 전락"

 

- 정치 선배이자 원로로서 여야 정치권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지요.

▲지난 1년 정치는 정당의 놀이판이었습니다. 민생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났고 여야 의원들은 정쟁만 했습니다. 아마도 지방선거까지도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입니다. 말로만 민생을 찾고 실제로는 호주머니 채울 궁리만 하고 있는 작금의 정치인은 완전히 '건달'이 됐습니다. 민생을 건성건성 여기는 정치인들 반성해야 합니다.

- 오는 25일이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꼭 1년이 됩니다. 박근혜정부의 지난 1년을 총평 하신다면?

▲인사, 공약 실천 여부, 소통 3가지로 나눠 봤을 때 모두 A학점을 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D나 F학점을 주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는 주요 인사를 앞두고 대통령이 면접을 직접 진행하는 등 신중을 기하고 공약은 이행 여부를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얘기해야 합니다. 예컨대 65세 이상 전원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등의 공약을 못 지키게 됐으면 '보류'라는 말로 포장할 것이 아니라 '파기'라고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면서 소통에 나서야 합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변호사님 본인의 정치인생에 대해 자평하신다면?

▲저는 1992년 14대 선거 때 신정치개혁당을 만든 사람입이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이미 신정치에 개혁까지 붙여서 시도했었습니다. 영·호남과 충청의 탄탄한 지역구도 위에 김영삼·김대중·김종필씨가 대장 노릇을 할 때 덤벼들어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새정치의 뿌리를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박찬종 변호사는?

▲법무법인 다올 고문변호사

▲올바른사람들 공동대표

▲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장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5선 국회의원(9·10·12·13·14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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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