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③박찬종 변호사

"안철수 새정치 도전…성공한다면 기적"

[일요시사=정치팀]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치계 원로의 충고 한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한줄기 빛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이정표를 잃어버린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에서 준비한 정계원로들과의 릴레이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일요시사>가 이번 호에 만난 정계원로는 5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찬종(74) 변호사다.




박찬종 변호사의 정치 역정에 대해선 두 가지 극단적 평가가 교차한다. 첫 번째는 권위주의 정치, 3김 정치(김영삼·김대중·김종필)에 도전했으나 끝내 실패한 시대를 앞선 정치인이라는 평가다. 두 번째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하지 못했던 독불장군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세간의 평가를 모두 부인하며 "나의 도전은 실패하지 않았다. 새정치의 뿌리를 내렸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박 변호사는 1980년대 전두환 군사정권에 저항한 학생들을 가장 많이 변호한 인권변호사로, 또 정치인으로 시대의 불의에 끊임없이 저항했다.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신정치개혁당을 창당해 현재의 '안철수 새정치 바람'과 유사한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부산 서구 국회의원에 도전했다 낙선하며 정치권을 떠난 그는 이후 변호사로 돌아와 석궁 테러사건의 수학자 김명호, BBK사건의 김경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 등의 변론을 맡아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시대의 불의에 맞서 끊임없이 도전했고, 지금은 현실정치에서 한 발 물러나 법률구조사업에 전념하고 있는 박 변호사에게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꽉 막힌 대한민국 정치권이 나아갈 길을 물어봤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변호사님 반갑습니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정치권 밖에서 일반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정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끔은 방송 토론회에 나가 입장을 밝히기도 하구요. 또 변호사로서 에너지가 닿는 범위 내에서 법률구조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 지난 대선 때 지지했던 후보가 있으십니까?

▲당시 박근혜·문재인 대선후보 양측에서 도와달라는 강력한 요구가 있었으나 모두 거절했습니다. 정당 대결 논리, 당 내에선 힘의 논리에 의해 뽑힌 후보 중에서 고르려니 적임자가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정당을 떠나 가장 우수한 정책을 가진 사람, 정직하고 깨끗한 사람을 가려 뽑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 가운데서는 눈여겨보는 사람이 있으십니까?

▲앞으로 차기 대선이 다가오면 눈에 띄는 사람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사건 수사와 관련해 축소·은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 여야가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며 다투고 있는데 변호사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선진경제국가입니다. 하지만 김용판 전 청장의 1심 판결을 두고 여야가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다투는 것을 보면 아직 진짜 선진국 수준에는 오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른 OECD에 소속된 국가들은 이 사안으로 다투는 우리를 우습게 여길 것입니다. 

- 판결 자체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법조인 입장에서 보면 이번 판결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번 재판은 '사실이냐 아니냐' 증거를 따지는 것인데, 1심 판사는 김 전 청장의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본 것 같습니다. 이념에 대한 사안이 아닌 사실관계에 대한 판결을 두고 논란이 이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법관·검찰에 대한 불신이 깊기 때문인데, 국민들은 유권무죄(권세가 있으면 무죄), 유전무죄(돈이 있으면 무죄)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민생 건성건성 챙기는 정치인은 '건달'과 같아"

"윤진숙은 임명 자체가 실수…바꿀 사람 더 있다"

 

-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잦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결국 경질됐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윤진숙 전 장관은 원래 연구자입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연구원으로는 우수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수부 장관이라는 자리는 한 부처를 총괄하고 국가의 전체 정책방향에 해수부 정책을 접합시켜 나가는 총괄능력을 갖춰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는 이런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쉽게 말해 기본이 안 된 사람이 장관이 됐기에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마이너스가 됐고, 본인도 불명예 퇴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 임명 자체가 실수였다는 말씀이신지요?

▲결론적으로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제가 아는 김영삼 전 대통령 외 문민시대 대통령들은 장관을 임명할 때 직접 면접을 한 후 임명을 했습니다. 대통령의 장관 후보자 면접은 함께 일할 부처의 장을 뽑는 것이기에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윤 전 장관을 기용할 때 면접을 안 본 것 같습니다. 면접을 했다면 조직을 맡기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 윤 전 장관 해임을 계기로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개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각론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치체계를 가진 미국의 경우를 보면 대통령과 장관은 임기가 거의 같이 갑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질·능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자꾸 나오다 보니 개각 목소리가 벌써부터 불거지는 것이지요. 기본적으로는 미국처럼 가는 것이 맞다고 보지만 특별한 재주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말실수도 잇따라 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경제팀은 한 번 바꿔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각을 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람이 있을까?'(웃음)하는 생각도 듭니다.

-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첫 선고가 2월17일 있을 예정입니다. 이 사건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RO라는 조직의 실체가 있는지, 비밀회합에서 오고간 말을 내란 선동으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증거 유무가 핵심입니다. 담당변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통진당의 성격이 '대한민국은 기분 나쁜 나라다'라는 생각을 가진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과격하게는 '박정희·전두환정권의 후예인 박근혜정권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정권'이라는 생각을 가진 듯합니다. 그러나 생각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기 때문에 판결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통진당은 정부에 의해 해산심판도 청구되는 등 사실상 정부가 '종북정당'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불행하게도 종북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상당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왜 종북이 생겨났는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종북이 싹틀 여지가 있었는데, 특히 전두환정권인 5공 시대에 종북적 성향을 가진 이들이 많았습니다. 전두환씨의 불법적인 정권 탈취와 반민주적 국가 운용에 대한 반발 심리로 "차라리 김일성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지요.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북에서 벗어났지만 아직도 일부가 남았고, 이것이 통진당 사태라 봅니다.

- 종북의 싹이 5공 때부터 생겨났다는 말씀이신가요?

▲종북의 토양은 전두환씨가 만들었습니다. 80년대에 반정부운동을 하다가 구속된 학생들 변론을 가장 많이 했던 변호사가 바로 저입니다. 당시 운동권 학생들은 양심을 지키기 위해 정권에 저항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생적으로 종북주의화 했지만 민주화 시대로 접어들며 대부분은 여기서 벗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분열의 씨앗을 처음 퍼트린 전씨는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수사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국방부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처음부터 외부기관, 예를 들면 특검을 통해서 조사를 했어야 합니다. 군 검찰이 상당히 수사를 잘 한 것 같은데 국방부 울타리 안에서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지다 보니 결과를 신뢰받지 못하고,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군 사이버사 요원들의 활동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군 검찰과 군 법원 양쪽의 지휘관이기 때문에 비판을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 지방선거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 창당 준비 과정과 전망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새정치를 열망하는 국민들은 지방선거에서의 전면적 정당 공천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야가 논의 중인 기초단체뿐 아니라 광역 시·도의 장에 대한 정당 공천도 폐지해야 합니다. 나아가 광역 단체를 제외한 시·군·구 의회도 폐지하는 것이 옳습니다. 이것이 새정치의 방향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안 의원은 새정치라는 이름을 내걸고 정당을 창당해 이 판에 뛰어든다고 선언했습니다. 새정치도 구호 외에는 모호한데 이런 사람이 성공한다면 저는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새정치연합에 대한 희망은 없습니다.

 

"모호한 새정치…새정치신당 희망 없다"

"지난 1년 정치권, 정당 놀이판 전락"

 

- 정치 선배이자 원로로서 여야 정치권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지요.

▲지난 1년 정치는 정당의 놀이판이었습니다. 민생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났고 여야 의원들은 정쟁만 했습니다. 아마도 지방선거까지도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입니다. 말로만 민생을 찾고 실제로는 호주머니 채울 궁리만 하고 있는 작금의 정치인은 완전히 '건달'이 됐습니다. 민생을 건성건성 여기는 정치인들 반성해야 합니다.

- 오는 25일이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꼭 1년이 됩니다. 박근혜정부의 지난 1년을 총평 하신다면?

▲인사, 공약 실천 여부, 소통 3가지로 나눠 봤을 때 모두 A학점을 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D나 F학점을 주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는 주요 인사를 앞두고 대통령이 면접을 직접 진행하는 등 신중을 기하고 공약은 이행 여부를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얘기해야 합니다. 예컨대 65세 이상 전원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등의 공약을 못 지키게 됐으면 '보류'라는 말로 포장할 것이 아니라 '파기'라고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면서 소통에 나서야 합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변호사님 본인의 정치인생에 대해 자평하신다면?

▲저는 1992년 14대 선거 때 신정치개혁당을 만든 사람입이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이미 신정치에 개혁까지 붙여서 시도했었습니다. 영·호남과 충청의 탄탄한 지역구도 위에 김영삼·김대중·김종필씨가 대장 노릇을 할 때 덤벼들어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새정치의 뿌리를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박찬종 변호사는?

▲법무법인 다올 고문변호사

▲올바른사람들 공동대표

▲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장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5선 국회의원(9·10·12·13·14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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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 추태’ 윤석열 드러누운 노림수

‘팬티 추태’ 윤석열 드러누운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특검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무작정 버티기’에 나섰다. 내란 특검의 조사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불출석하는 것과 더불어 김건희 특검의 소환 조사와 체포 집행에도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인으로서 부끄럽다’는 의견과 ‘어차피 실익이 없으니 다른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조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하 김건희 특검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결국 조사하지 못했다. 조사에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거부로 이도저도 못하게 됐다. 드러누운 법꾸라지 김건희 특검팀은 ▲통일교 청탁 의혹 ▲집사 게이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재판 청탁 의혹 ▲공천개입 등 ‘명태균 게이트’ ▲양평고속도로·양평공흥지구 특혜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 여사와 이들 의혹의 직접적인 연관고리를 밝혀내기 위해 ‘키맨’이라 불리는 여러 핵심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한 뒤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당초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윤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의 소환에 불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전반적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를 거론하며 지난달 재구속된 이후 내란 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의 소환 조사에도 줄곧 불응해왔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 재판에도 같은 이유로 3주 연속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법조계 예상대로 윤 전 대통령은 해당 소환 조사에 불응했다. 특검 측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소환 요구 시한인 오전 10시까지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았고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의 지병인 당뇨가 악화하고 간 수치가 상승하는 등 건강이 나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주치의로부터 실명 위험 소견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상관없이 김건희 특검팀은 언론 공지를 내고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늘 오전 10시에 출석하도록 통보했으나 별다른 설명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내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는 수사협조요청서를 서울구치소장에게 재차 송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 소환 조사에도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 수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상 이유로 모두 불응 속옷 차림에 부상 주장까지 그러면서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아직 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한 어떠한 소식도 전해 들은 바 없다”며 “내란 특검에서 소환했을 때도 건강에 큰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특검팀의 엄포에도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0일 예정된 2차 소환조사에도 불응했다. 김건희 특검은 이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늘 오전 10시에 출석하도록 통보했으나 별다른 설명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향후 조치에 관하여는 오후 브리핑 때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결국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오후 2시12분경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반드시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게 됐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가 영장 집행을 위해 구치소로 오면 구치소 직원들을 지휘해 영장을 집행하도록 법이 정하고 있다”며 “검사가 지휘하면 따라야 한다. 이는 강제조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현장에 투입된 실무자들이 집행을 거부할 우려도 있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는 세 차례 구치소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구치소 측이 “물리력 행사가 어렵다”고 호소하면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 관련 혐의로 구속돼 있어 내란 특검은 별도의 체포영장 없이도 강제구인할 수 있다. 실제로 김건희 특검팀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구인을 2차례나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 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저항 때문에 중단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 김건희 특검팀의 문홍주 특검보는 검사와 수사관과 함께 서울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했다. 특검팀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윤 전 대통령을 찾았을 당시 그는 팬티와 메리야스(민소매 속옷 상의)만 입고 수용소 바닥에 누워있었다고 한다. 체포 집행 점입가경 특검팀은 20~30분 간격으로 총 4회에 걸쳐 체포영장 집행에 따를 것을 요구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특검팀이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수차례 말을 끊으면서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이날 물리력을 동원한 강제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게 2시간여 동안의 대치는 빈손으로 끝났다. 당초 문 특검보가 서울구치소를 직접 방문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건 교도관을 지휘해 어떻게든 조사실로 데려오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속옷 차림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에 대해 “옷을 다 갖춰 입지 않은 상태에서 물리적인 접촉을 하면 강하게 대응할 것이 예상돼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인을 위해선 옷을 입도록 해야 하는데 강제로 옷을 입히는 과정에선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오 특검보는 “피의자(윤 전 대통령)에게 다음번엔 물리력 행사를 포함해 체포를 집행할 것임을 고지했다”며 “피의자는 평소 법과 원칙 및 공정과 상식을 강조해왔다. 전직 검사·검찰총장·대통령으로서 특검의 법 집행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이 중지된 지 1시간 만에 변호인단을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견 이후 변호인단은 “4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 협소한 공간에서의 수용자 복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설명하며 논평하는 건 인신 모욕”이라며 “윤 전 대통령은 심장혈관 및 경동맥 협착의 문제, 자율신경계 손상으로 인한 체온조절 장애까지 우려돼 수사와 재판에 응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김건희 특검팀은 체포영장 만료 시일인 지난 7일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저항으로 또다시 불발됐다. 이날 체포영장 집행 시도는 서울구치소 기동순찰팀(CRPT) 요원을 포함한 교도관 10여 명이 윤 전 대통령을 붙잡고 끌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물리력을 동원한 2차 체포 집행으로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특검팀은 또다시 갈등을 빚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두고 이날 오전 9시에 변호인 접견을 신청했다. 특검팀은 이보다 이른 오전 7시50분쯤 서울구치소에 도착했고, 윤 전 대통령 측 김홍일·배보윤·송진호 변호사도 오전 8시를 약간 넘은 시각 구치소에 도착했다. 특검 측과 변호인단은 오전 8시쯤 사랑방(휴게공간)에서 마주쳤고, 변호인단은 특검 측에 동행을 요구했으나 특검 측이 거절했다고 한다. 버티는 이유가⋯ 김건희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이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양측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는 “오전 8시20분쯤 특검 측과 교도관들이 윤 전 대통령 측에 ‘이야기 좀 하자’고 요청했고, 윤 전 대통령은 ‘변호사를 불러준다면 가겠다’며 응했다”고 전했다. 이에 수의를 입은 윤 전 대통령이 면담을 위해 별도 건물에 있는 출정과장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특검 측이 주차돼 있던 차에 윤 전 대통령을 태우려 했다는 게 변호인단 주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 반발로 양측은 출정과장실에서 마주앉았다고 한다. 변호인단은 “특검 측이 윤 전 대통령의 팔짱을 끼고 데려가려 하고, 이에 실패하자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있던 윤 전 대통령의 팔과 다리를 잡은 채 의자를 밀어서 데리고 가려 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과 문홍주 특검보 사이 통화가 이뤄졌다고도 전했다. 문 특검보는 “자발적으로 오실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고, 윤 전 대통령은 “불법에는 응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변호인단은 양측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바닥에 떨어졌다고도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의자가 확 빠지며 윤 전 대통령이 땅에 철썩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허리를 의자 다리에 부딪혔고 팔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팔이 빠질 것 같다, 제발 좀 놔달라’고 해서 강제력에서 겨우 벗어났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50분쯤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체포영장 집행을 했으나, 피의자의 완강한 거부로 부상 등의 우려가 있다는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오전 9시40분 집행을 중단했다”고 공지했다. 강제 집행 이후에도 김건희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 측의 갈등은 멈추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 관계자 고발을 예고했다. 변호인단은 “형사적으로 강요죄이며 그 자체로 가혹행위”라며 “변호인들은 수차례 걸쳐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하더라도 물리력과 강제력을 행사해서 인치하는 건 불법이라고 주장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리 검토를 마친 뒤 집행에 참여한 사람들을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오 특검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을 피의자가 수감된 상황까지 고려해서 집행한 상황”이라며 “적법하게 영장을 집행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오늘 변호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곳에 변호인 들어와 있어 그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만료 기한인 7일에도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하지 못하자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기 바밨고, 법조계에서는 조사가 성립되더라도 혐의를 부인할테니 다른 키맨 수사에 몰두해 확실한 증거를 잡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한 만료까지 강제 구인 못해 “어차피 진술거부권 행사할 듯”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것을 두고 “특검은 물러서지 말라”고 촉구했다. 전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속옷 저항으로 버티던 윤석열의 완강한 거부에 이어 부상 우려가 있다며 또다시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 최고위원은 “국민에 총칼을 겨눴던 자에게 부상 우려가 웬 말인가”라며 “윤석열은 대한민국 공권력이 그리 만만한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당장 특검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고 특검에 출두하라”며 “국민과 법을 기만하는 자에게 한 치의 관용도 베풀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검찰총장을 지낸 전직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누워서 버티고, 특검의 체포영장에 불응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국민이 뭘 배우겠나”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 개인의 인격 수준이나 이런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수준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7년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에 소속됐던 한 변호사는 “체포영장 집행 기간이 7일까지지만, 이미 집행에는 착수한 것이고 그 이후 중지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또한 국정농단 특검 당시에도 최순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받아 강제 구인도 쉽지 않았지만 체포영장을 다시 받아서 결국에 강제 구인에 성공했다. 이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당시 수사 팀장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김건희 특검팀이 강제구인에 성공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을) 사무실까지 끌고 올 수 있어도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과거와 같이 조서에 날인을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진술을 안 하거나 거짓말을 할 거라 꼭 조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주변인 조사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규 형사전문 변호사도 “재판도 안 나오는 사람을 강제로 끌고 간다고 입을 열진 않을 것”이라며 “인권 측면에서 보더라도 조사받기 싫다는 사람을 수사기관에 강제로 데려간다는 것 자체가 좋은 선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한편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2차 체포 집행이 진행되는 날에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김 여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3가지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