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카드사 집단소송' 나선 원희룡 전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2.17 16: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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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사 출마 위한 이벤트라뇨? 황당합니다"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총선에서 돌연 불출마 선언을 하고 정치권을 떠났던 새누리당 원희룡 전 의원이 카드사 정보유출에 분노해 '변호인'으로 돌아왔다. 그가 주도하고 있는 카드사 정보유출 집단소송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벌써 3만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과연 승소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그동안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변호인으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새누리당 원희룡 전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카드사 정보유출 집단소송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재 2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달라붙어 하루 종일 일을 처리해도 밀려드는 신청서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다.

이번 소송은 원 전 의원과 올해 갓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새내기 변호사 10명이 함께 진행한다. 특히 이번 소송은 피해자들이 인지대 5000원 외에는 착수금이나 성공보수 등 일체의 소송비용을 내지 않는 무료소송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최근 원 전 의원의 제주지사 출마설이 보도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이 제주지사 출마를 위한 정치적 이벤트 성격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승소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변호인'으로 돌아온 원 전 의원을 만나봤다. 다음은 원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 카드사 집단소송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이 같은 소송을 기획하게 된 계기와 배경은?
▲ 우선 제 자신이 피해자고, 그동안 여러 번의 비슷한 사건이 있었지만 카드사는 배상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그때마다 일회성, 형식적인 대처로 넘어갔다. 당국도 솜방망이 제재를 했기 때문에 재발방지가 전혀 안됐다. 이 사건을 보면서 개인정보보호를 소홀히 했다가 사고가 터지면 회사가 망할 정도의 배상책임을 진다는 선례를 남겨야겠다, 국민이 자기정보 관리권을 발동했을 때 얼마나 무서운지를 본때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마침 주변에서도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어 함께하게 됐다.

- 현재 소송 관련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가?
▲ 순조롭지가 않다. 내용적으로는 준비가 다 되어있는데 참여 인원이 너무 폭주하다 보니까 위임 의사확인과 여기에 대해서 여러 가지 소송서류와 일치하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자원봉사자 20명이 꼬박 분류하는데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양이 3000건밖에 안된다. 그런데 벌써 3만명 가까이가 신청했기 때문에 이런 업무량의 폭주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머지는 소송과정에서 처리해야할 문제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 전례에 비춰볼 때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 승소 가능성은 반반 정도로 보고 있다. 승소 가능성의 핵심은 용역회사 직원이 USB를 이용해 고객정보를 빼돌렸는데 여기까지만 보면 기존 판례로는 패소한다. 그런데 직원이 또 다른 사람에게 개인정보를 넘긴 게 있다. 이게 통제된 범위에서였는지 아니면 시중에 유출될 수 있는 그런 위험이 발생된 건지가 쟁점이다. 시중에 추가 유출될 수 있는 위험이 발생됐으면 저는 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정확한 내용은 검찰수사결과 내용을 보고 추가적인 증거관계를 봐야 판단할 수 있다.

- 원 전 의원께서 주도하고 계시지만 법조계에서 오랫동안 떠나계셨고 재판에 참여하는 변호사들은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한 43기 새내기들로 알고 있다. 카드사들이 고용할 베테랑 변호사들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는데.
▲ 워낙 국민적 관심이 많은 소송이기 때문에 소송 진행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그리고 자기가 소속된 회사 때문에 이름을 밝히기 힘들어서 그렇지 사실 많은 변호사들이 자문을 해주고 있다.




- 카드사들은 집단소송에 대해 자신만만한 태도다. 부정사용으로 인한 피해 전액 보상 등 후속 대책을 이미 마련했다는 입장인데?
▲ 카드사들은 유출된 정보를 가지고 도용, 인출 등의 피해가 나야만 2차 피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용역회사 직원이 정보를 빼간 것 자체가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본다. 그동안 관행이 너무 너그럽게 인정을 해가지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객에게 직접 피해가 없다고 판결을 해왔다. 저는 이번에는 이것 자체로도 문제가 된다고 본다. 고객들이 개인정보를 맡긴 게 용역직원들이 USB로 빼가라고 맡긴 게 아니지 않나. 카드사들이 너무 뻔뻔하다. 석고대죄해도 모자라다. 시중에 유출됐는지 안됐는지도 검찰 수사기록을 봐야 알 수 있고 카드사들의 주장은 믿을 수가 없다.

- 만약 패소하게 될 경우엔 집단소송에 참여한 국민들은 인지대만 날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패소하게 될 경우는 어떤 대안을 마련해 놓고 있는가?
▲ 패소할 경우 인지대가 소모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고, 그 부분은 충분히 공지가 되어 있다. 대신 나머지 비용, 송달료나 카드사가 악랄하게 나왔을 때 자기들이 사용한 변호사 비용들을 원고에 청구한다던지 이런 비용들은 소송 신청인들에게 전혀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 만약 패소했을 때 인지대 5천원을 날리는 것이 아까운 분은 지금이라도 바로 환불해 드리겠다. 저희는 승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당장 배상금이나 승소 여부보다도 자기정보 관리권에 대해서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는 캠페인 또는 시민운동의 성격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역시 한 푼도 안 받을 뿐 아니라 자비까지 들여서 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취지에 동감하시는 분들만 참여하시길 바란다.


신청자 3만명 폭주에 업무마비 '흥행 성공'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 본때 보여 주겠다"


- 이번 소송을 진행하면서 시민들로부터 많은 응원도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 특히 젊은 변호사들이 사법연수원 마치자마자 돈벌이 되는 사건보다도 공익적인 사건에 나섰다는 점을 칭찬해주신다. 그동안 변호사를 돈만 아는 법률기계로 봤는데 이런 모습들을 보니까 우리 사회에 아직도 희망이 있다. 이런 메시지들을 보고 저도 매우 흐뭇했다.

- 거액이 걸린 소송인 만큼 패소할 경우 카드사들은 끝까지 항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때마다 인지대는 추가로 내야 하는 것은 아닌가?
▲ 인지대는 제가 아니라 법원에서 받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로 내야 한다.


- 재판이 대법원까지 가면 오랜 시간 재판을 해야 하는데 원 전 의원께서 끝까지 책임을 지시는 것인가?
▲ 제 자신이 이번 재판의 선정 당사자를 맡기로 했다. 당연히 끝까지 간다.

- 원 전 의원의 제주지사 출마설이 나오면서 많은 분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출마를 하시게 되면 재판에 소홀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일각에선 처음부터 제주지사 출마를 앞두고 인지도를 쌓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었냐는 의심도 있다.
▲ 그런 분들은 모든 것을 상상력과 음모론으로 보는 것이다. 집단 소송을 위해 새내기 변호사들과 첫 미팅을 하고 연락을 했던 것이 지난 1월20일이다. 그런데 제주지사 출마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2월 초였다. 당시 당 지도부가 저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방송 인터뷰에서 제가 제주지사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저는 단지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뿐이었다.




- 처음에는 제주지사 출마설을 강력하게 부인하다 최근에는 결론이 열려 있다고 언급했는데.
▲ 당에서 여러 당직자들이 가능성은 열어놓고 대화를 하자, 지금 당이 어려운데 당신이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 말 자체는 제가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론이 어떻게 나든 가능성은 열어놓고 대화를 해보자 이렇게 된 것이다. 아직까진 불출마에 무게가 실려 있는 상태다.

- 당에서 제주지사 출마를 이렇게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특별히 안하려는 이유는?
▲ 원래 계획에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저는 물러날 때 당분간은 제도권 밖에서 정치개혁운동과 민생이슈 등에 집중하고자 했다.

- 제주지사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7월 재보선 등으로 정치복귀 계획은 없는가?
▲ 현재로는 정해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 안철수신당행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가능성은?
▲ 저는 안철수신당이 잘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국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신당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과 제가 거기에서 무슨 역할을 할 것이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저는 새누리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사람이고 새누리당에서 대선 경선 후보까지 나갔던 사람인데 어찌 함부로 움직이겠는가. 저는 새누리당에서 뿌리를 내린 상태에서 새누리당을 좀 더 개혁적으로 바꾸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저는 그 부분에 매진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집단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우선 이 소송의 승패에 대해서는 너무 집착하지 마셔야 한다. 저희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소송의 승패보다도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가 정보보호에 대한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 국민들이 채찍질을 가한다는 자세로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원희룡 전 의원은?

▲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 16~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 한나라당 최고위원
▲ 한나라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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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