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②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

"정치권에 대한 실망…책임은 정치인 아닌 국민 몫"

[일요시사=정치팀]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치원로의 충고 한 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빛줄기처럼 반갑다. 길을 잃은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에서 준비한 정치원로들과의 릴레이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본지가 이번 호에 만난 정치원로는 한화갑(75) 한반도평화재단 총재다.





'리틀DJ(김대중)' '정치9단' 등의 별명을 가진 한화갑 총재는 정치인으로서는 드물게 목표를 이룬 정치인이다. 전라도에서 태어나 가난하고 차별받는 전라도의 후배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가난과 차별을 없앨까 고민한 끝에 정치에 투신했다는 그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호남 출신의 좋은 대통령을 만들어 좋은 정치를 펼치면 '가난은 당장에 물리치지 못하더라도 차별은 완화시키지 않겠나'라는 그의 생각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4선 국회의원(14·15·16·17대), 여당 대표 등을 지내며 이제는 정치원로로 불리게 된 한 총재는 남은 일생은 한반도평화재단 일에 몰두하며 남북 교류협력 증진과 통일에 바칠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정치에서 한 발 비켜선 정치9단 한 총재에게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꽉 막힌 정치권이 나아갈 길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월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한반도평화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한 총재와의 일문일답.

- 총재님 반갑습니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한반도평화재단'을 설립한 지 올해로 11년째인데 그동안 제대로 가꾸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마지막 평생 사업으로 (재단 활동을 통해) 남북 교류협력을 증진시키고, 나아가 민족의 통일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전념하기 위해 준비 중이랍니다.

- 구체적으로 구상 중인 사업이 있으신지요?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지만 간접적 의사소통은 서로 하고 있습니다. 북에서 간접적으로 요청한 것도 있구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 정부, 미국과도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2월 말께 시작되는 한미 키 리졸브 군사훈련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추진할 사업이 있다는 것 정도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 키 리졸브 훈련에 앞서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열자고 제안한 것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잘한 일이라고 봅니다. 이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북한이 얼마나 성의를 가지고 대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기대 반 의심 반 정도인 상황인데, 최근에는 북한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민족의 활로를 찾아보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응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예측하기 힘든 북한이 또 엉뚱한 행동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야권에서는 5·24조치 해제 등 정부의 실질적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만….

▲정부의 입장과 야당의 입장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금강산 관광 도중 사람이 죽었고, 연평도 포격 등의 사건도 있었는데 북한의 사과도 없이 그냥 묻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국가의 위신이 달렸기 때문입니다. 야당은 남북관계를 대하는 기본적 관점에서 그런 주장을 할 수도 있지만 북한의 과오에 대한 사과와 책임은 요구하고, 또 받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를 총평하신다면?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그는 야당이나 국민에 대해 "이렇게 밤잠도 못자고 애쓰는데 왜 이런 충정을 몰라주고 흔드나"라는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외교적으로는 분명 성과가 있기도 했습니다. 다만 국내정치가 끊임없는 대립의 연속이었고, 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국정목표는 뚜렷한 형태로 구체화되지 않았습니다. 노력은 한 것 같은데, 아쉬운 대목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 집권 2년차 구상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지요?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표현까지 쓰며 통일문제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은 긍정적이나 구체적 프로그램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세부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설명을 해야 합니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원칙적으로 옳은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구상을 밝혔는데 이제 시작 단계니 연말까지 지켜봐야겠지요.

"노력은 하는데 아쉬운 점 많은 박근혜정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약속은 지켜져야"

-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논란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요?

▲이것은 지난 대선 때 양당 대선후보의 공통 공약이었던 만큼 꼭 지켜져야 합니다. 여당이 최근 내놓고 있는 '위헌' 발언은 지금까지 치른 수많은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견강부회'입니다. 야당 입장에서는 여당이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오는 지방선거에서 이것을 선거에 이용해 정권심판론을 외쳐도 됩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여당은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도 여야의 견해 차이가 큰데요. 

▲국정원의 국내파트를 폐지 및 축소하고 대북·해외 정보수집 등의 기능만 남기려는 야당의 주장이 그대로 수용된다면 정보기관인 국정원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고 맙니다. 핵심은 국정원의 고유기능은 인정하면서 다시는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않도록 국정원을 개혁하는 것입니다.




- 국정원의 대선개입사건은 어떻게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야당이 특검까지 주장하며 사방에서 돌팔매질을 했지만 박 대통령이 온 몸으로 다 막아냈고, 결국 야당이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간 모양새입니다. 박 대통령이 이겼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내용적 측면에서 박 대통령은 내실 있는 국정원 개혁방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새정치신당이 구체적 창당 로드맵을 밝혔습니다. '안철수 현상'에 대해 한마디 하신다면?

▲안철수신당이 뜰 기회는 순전히 민주당이 만들어 줬습니다.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고,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연장선에서 민주당이 너무 못해 '안철수'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지요. 이제 시작단계에 들어선 만큼 신당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민주당에 이기면 좋고, 아니어도 지방선거 광역단체장에 한 자리라도 차지하면 성공한 것이지요. 느긋하게 준비해 나간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 '선택과 집중'의 연장선에서 현재는 당사자들이 야권연대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특정 지역에 한정된 선택적 연대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연대 자체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과거 야4당이 난립하던 시절에도 연대를 한 적은 없었습니다. 일부 지역에 후보를 안 냈으면 안 냈지 각자의 길을 갔고 나름의 성과를 얻었었지요. 물론 독재에 대한 저항은 함께 했지만 민주 경쟁은 독자적인 길을 갔습니다. 김대중은 호남, 김영삼은 영남, 김종필은 충청 등 확실한 지역이 있어 싸울 필요도 없었지만 이들이 모두 맞붙었던 수도권 등에서도 연대는 없었지 않습니까. 안철수 의원이 포커스를 전라도, 부산, 수도권 등에 맞추고 집중한다면 독자적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새정치신당이 어느 지역에 주력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호남입니다. 호남 민심은 민주당의 무능에 지쳤고, 대안으로 안철수의 새정치신당이 뜬 만큼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일부에선 지역정당이라는 혹평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봅니다. 그만큼 지역기반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지요. 국회의원도 결국은 지역을 기반으로 합니다. 과거 김대중·김영삼이 어떻게 정치를 해 왔는지를 안 의원이 공부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 국민들이 오는 지방선거에서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무엇일까요?

▲고착화된 투표 성향, 선거 관행이 안철수 의원 등장으로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입니다. 특히 호남에서는 이제 민주당이니깐 무조건 지지하는 것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충청도는 역대 선거에서 왔다 갔다 했는데 이곳도 안 의원이 들어갈 틈이 있다고 봅니다. 새정치신당의 전라도, 충청권, 수도권 도전이 어떻게 될지가 주목됩니다.

- 7·30재·보궐선거가 10곳 이상의 미니 총선급으로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재보선 결과가 달라질 것입니다. 선거에서 여당은 언제나 수세적입니다. 반면 야권은 이번에 민주당과 안철수가 사활을 걸고 맞붙을 텐데,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하지만 결국 지방선거의 연장선에서 재보선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와 관련해 오늘 첫 변론이 시작됐습니다. 정부의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한 견해를 밝히신다면?

▲민주국가에서 위헌 소지가 있는 정당을 법에 의해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낼 때까지 지켜봐야겠지요. 

- 야권에서는 이석기 의원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나선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만….

▲모순입니다.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에 민주당이 동의했기에 그가 체포된 것입니다. 체포동의안에 동의해준 순간 민주당도 이 의원의 혐의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표한 것이지요. 그래놓고 이제 와서 섣부르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입니다.

-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고언을 한 말씀 해주시지요.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한다는 명분은 좋습니다. 그러나 5000만명의 국민을 상대하는 것보다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여야 협상과 타결이지요. 민주당 의원 126명 가운데 100명 정도만 설득하면 됩니다. 그리고 정치적 내각이 되도록 각료들이 움직여 줘야 합니다. 내각은 있는데 장관, 국무위원이 누가 누군지 모를 정도로 역할이 없고, 소신도 없습니다. 

- 개각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신가요?

▲개각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원칙 있는 새로운 출발이 됐으면 좋겠다"고 건의를 했었는데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판단은 대통령의 몫이고 책임도 대통령의 몫입니다.

- 정치선배이자 원로로서 여야 정치권에도 한 말씀 해주시지요.

"안철수 새정치신당 뜰 기회는 민주당이 만들어…"
"'투표혁명'으로 국민들이 정치 바로 잡아야"

▲여당이 제 목소리를 못 낸다는 비판은 언제나 있었습니다. 청와대가 아니라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다만 옳은 일이라면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용기를 가지고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야당은 여당 이상의 활동을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야당이 연립정권이란 생각을 갖고 민생과 관련한 법안을 챙긴다면 지지율은 자연스레 오를 것입니다. 다만 야당은 부자들을 적으로 만들면 안 됩니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직장인들의 돈을 벌게 해주는 만큼 무조건적 비판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 총재님 본인의 정치인생을 어떻게 자평하시는지요?

▲전라도 사람으로 태어나 가난하고 차별받는 전라도의 후배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가난과 차별을 없앨까 고민했고, 그것이 일생의 목표였습니다. 호남 출신의 좋은 대통령을 만들어 좋은 정치를 하면 가난은 당장에 물리치지 못하겠지만 차별은 완화시키지 않겠나 생각했었지요. 그때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고, 이 분을 위해 일생을 바치자고 했는데, 목표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최근 여유를 가지고 그 과정을 되돌아보니 여당 대표까지 했지만 김 대통령의 1등 참모 노릇도, 1등의 충성스러운 역할도 못한 것 같더군요. 내용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점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으시다면?

▲국민들이 정치에, 정치인에 실망하고 비판하는데 결국 책임은 국민 몫입니다. 결코 정치인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이유는 그런 정치인을 투표로 뽑은 것이 바로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투표혁명이 필요합니다. 당을 보고 뽑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정책을 보고 투표하는 투표혁명을 통해 국민들이 정치를 바로 이끌어야 합니다.

 

대담=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한화갑 총재 프로필>

▲현 한반도평화재단 총재
▲평화민주당 대표
▲민주당 대표
▲새천년민주당 대표최고위원
▲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
▲국민회의 원내총무
▲제 14~17대 국회의원(4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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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