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②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

"정치권에 대한 실망…책임은 정치인 아닌 국민 몫"

[일요시사=정치팀]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치원로의 충고 한 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빛줄기처럼 반갑다. 길을 잃은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에서 준비한 정치원로들과의 릴레이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본지가 이번 호에 만난 정치원로는 한화갑(75) 한반도평화재단 총재다.





'리틀DJ(김대중)' '정치9단' 등의 별명을 가진 한화갑 총재는 정치인으로서는 드물게 목표를 이룬 정치인이다. 전라도에서 태어나 가난하고 차별받는 전라도의 후배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가난과 차별을 없앨까 고민한 끝에 정치에 투신했다는 그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호남 출신의 좋은 대통령을 만들어 좋은 정치를 펼치면 '가난은 당장에 물리치지 못하더라도 차별은 완화시키지 않겠나'라는 그의 생각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4선 국회의원(14·15·16·17대), 여당 대표 등을 지내며 이제는 정치원로로 불리게 된 한 총재는 남은 일생은 한반도평화재단 일에 몰두하며 남북 교류협력 증진과 통일에 바칠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정치에서 한 발 비켜선 정치9단 한 총재에게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꽉 막힌 정치권이 나아갈 길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월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한반도평화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한 총재와의 일문일답.

- 총재님 반갑습니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한반도평화재단'을 설립한 지 올해로 11년째인데 그동안 제대로 가꾸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마지막 평생 사업으로 (재단 활동을 통해) 남북 교류협력을 증진시키고, 나아가 민족의 통일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전념하기 위해 준비 중이랍니다.

- 구체적으로 구상 중인 사업이 있으신지요?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지만 간접적 의사소통은 서로 하고 있습니다. 북에서 간접적으로 요청한 것도 있구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 정부, 미국과도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2월 말께 시작되는 한미 키 리졸브 군사훈련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추진할 사업이 있다는 것 정도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 키 리졸브 훈련에 앞서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열자고 제안한 것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잘한 일이라고 봅니다. 이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북한이 얼마나 성의를 가지고 대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기대 반 의심 반 정도인 상황인데, 최근에는 북한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민족의 활로를 찾아보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응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예측하기 힘든 북한이 또 엉뚱한 행동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야권에서는 5·24조치 해제 등 정부의 실질적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만….

▲정부의 입장과 야당의 입장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금강산 관광 도중 사람이 죽었고, 연평도 포격 등의 사건도 있었는데 북한의 사과도 없이 그냥 묻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국가의 위신이 달렸기 때문입니다. 야당은 남북관계를 대하는 기본적 관점에서 그런 주장을 할 수도 있지만 북한의 과오에 대한 사과와 책임은 요구하고, 또 받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를 총평하신다면?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그는 야당이나 국민에 대해 "이렇게 밤잠도 못자고 애쓰는데 왜 이런 충정을 몰라주고 흔드나"라는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외교적으로는 분명 성과가 있기도 했습니다. 다만 국내정치가 끊임없는 대립의 연속이었고, 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국정목표는 뚜렷한 형태로 구체화되지 않았습니다. 노력은 한 것 같은데, 아쉬운 대목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 집권 2년차 구상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지요?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표현까지 쓰며 통일문제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은 긍정적이나 구체적 프로그램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세부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설명을 해야 합니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원칙적으로 옳은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구상을 밝혔는데 이제 시작 단계니 연말까지 지켜봐야겠지요.

"노력은 하는데 아쉬운 점 많은 박근혜정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약속은 지켜져야"

-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논란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요?

▲이것은 지난 대선 때 양당 대선후보의 공통 공약이었던 만큼 꼭 지켜져야 합니다. 여당이 최근 내놓고 있는 '위헌' 발언은 지금까지 치른 수많은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견강부회'입니다. 야당 입장에서는 여당이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오는 지방선거에서 이것을 선거에 이용해 정권심판론을 외쳐도 됩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여당은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도 여야의 견해 차이가 큰데요. 

▲국정원의 국내파트를 폐지 및 축소하고 대북·해외 정보수집 등의 기능만 남기려는 야당의 주장이 그대로 수용된다면 정보기관인 국정원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고 맙니다. 핵심은 국정원의 고유기능은 인정하면서 다시는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않도록 국정원을 개혁하는 것입니다.




- 국정원의 대선개입사건은 어떻게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야당이 특검까지 주장하며 사방에서 돌팔매질을 했지만 박 대통령이 온 몸으로 다 막아냈고, 결국 야당이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간 모양새입니다. 박 대통령이 이겼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내용적 측면에서 박 대통령은 내실 있는 국정원 개혁방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새정치신당이 구체적 창당 로드맵을 밝혔습니다. '안철수 현상'에 대해 한마디 하신다면?

▲안철수신당이 뜰 기회는 순전히 민주당이 만들어 줬습니다.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고,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연장선에서 민주당이 너무 못해 '안철수'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지요. 이제 시작단계에 들어선 만큼 신당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민주당에 이기면 좋고, 아니어도 지방선거 광역단체장에 한 자리라도 차지하면 성공한 것이지요. 느긋하게 준비해 나간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 '선택과 집중'의 연장선에서 현재는 당사자들이 야권연대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특정 지역에 한정된 선택적 연대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연대 자체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과거 야4당이 난립하던 시절에도 연대를 한 적은 없었습니다. 일부 지역에 후보를 안 냈으면 안 냈지 각자의 길을 갔고 나름의 성과를 얻었었지요. 물론 독재에 대한 저항은 함께 했지만 민주 경쟁은 독자적인 길을 갔습니다. 김대중은 호남, 김영삼은 영남, 김종필은 충청 등 확실한 지역이 있어 싸울 필요도 없었지만 이들이 모두 맞붙었던 수도권 등에서도 연대는 없었지 않습니까. 안철수 의원이 포커스를 전라도, 부산, 수도권 등에 맞추고 집중한다면 독자적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새정치신당이 어느 지역에 주력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호남입니다. 호남 민심은 민주당의 무능에 지쳤고, 대안으로 안철수의 새정치신당이 뜬 만큼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일부에선 지역정당이라는 혹평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봅니다. 그만큼 지역기반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지요. 국회의원도 결국은 지역을 기반으로 합니다. 과거 김대중·김영삼이 어떻게 정치를 해 왔는지를 안 의원이 공부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 국민들이 오는 지방선거에서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무엇일까요?

▲고착화된 투표 성향, 선거 관행이 안철수 의원 등장으로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입니다. 특히 호남에서는 이제 민주당이니깐 무조건 지지하는 것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충청도는 역대 선거에서 왔다 갔다 했는데 이곳도 안 의원이 들어갈 틈이 있다고 봅니다. 새정치신당의 전라도, 충청권, 수도권 도전이 어떻게 될지가 주목됩니다.

- 7·30재·보궐선거가 10곳 이상의 미니 총선급으로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재보선 결과가 달라질 것입니다. 선거에서 여당은 언제나 수세적입니다. 반면 야권은 이번에 민주당과 안철수가 사활을 걸고 맞붙을 텐데,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하지만 결국 지방선거의 연장선에서 재보선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와 관련해 오늘 첫 변론이 시작됐습니다. 정부의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한 견해를 밝히신다면?

▲민주국가에서 위헌 소지가 있는 정당을 법에 의해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낼 때까지 지켜봐야겠지요. 

- 야권에서는 이석기 의원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나선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만….

▲모순입니다.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에 민주당이 동의했기에 그가 체포된 것입니다. 체포동의안에 동의해준 순간 민주당도 이 의원의 혐의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표한 것이지요. 그래놓고 이제 와서 섣부르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입니다.

-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고언을 한 말씀 해주시지요.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한다는 명분은 좋습니다. 그러나 5000만명의 국민을 상대하는 것보다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여야 협상과 타결이지요. 민주당 의원 126명 가운데 100명 정도만 설득하면 됩니다. 그리고 정치적 내각이 되도록 각료들이 움직여 줘야 합니다. 내각은 있는데 장관, 국무위원이 누가 누군지 모를 정도로 역할이 없고, 소신도 없습니다. 

- 개각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신가요?

▲개각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원칙 있는 새로운 출발이 됐으면 좋겠다"고 건의를 했었는데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판단은 대통령의 몫이고 책임도 대통령의 몫입니다.

- 정치선배이자 원로로서 여야 정치권에도 한 말씀 해주시지요.

"안철수 새정치신당 뜰 기회는 민주당이 만들어…"
"'투표혁명'으로 국민들이 정치 바로 잡아야"

▲여당이 제 목소리를 못 낸다는 비판은 언제나 있었습니다. 청와대가 아니라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다만 옳은 일이라면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용기를 가지고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야당은 여당 이상의 활동을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야당이 연립정권이란 생각을 갖고 민생과 관련한 법안을 챙긴다면 지지율은 자연스레 오를 것입니다. 다만 야당은 부자들을 적으로 만들면 안 됩니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직장인들의 돈을 벌게 해주는 만큼 무조건적 비판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 총재님 본인의 정치인생을 어떻게 자평하시는지요?

▲전라도 사람으로 태어나 가난하고 차별받는 전라도의 후배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가난과 차별을 없앨까 고민했고, 그것이 일생의 목표였습니다. 호남 출신의 좋은 대통령을 만들어 좋은 정치를 하면 가난은 당장에 물리치지 못하겠지만 차별은 완화시키지 않겠나 생각했었지요. 그때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고, 이 분을 위해 일생을 바치자고 했는데, 목표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최근 여유를 가지고 그 과정을 되돌아보니 여당 대표까지 했지만 김 대통령의 1등 참모 노릇도, 1등의 충성스러운 역할도 못한 것 같더군요. 내용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점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으시다면?

▲국민들이 정치에, 정치인에 실망하고 비판하는데 결국 책임은 국민 몫입니다. 결코 정치인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이유는 그런 정치인을 투표로 뽑은 것이 바로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투표혁명이 필요합니다. 당을 보고 뽑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정책을 보고 투표하는 투표혁명을 통해 국민들이 정치를 바로 이끌어야 합니다.

 

대담=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한화갑 총재 프로필>

▲현 한반도평화재단 총재
▲평화민주당 대표
▲민주당 대표
▲새천년민주당 대표최고위원
▲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
▲국민회의 원내총무
▲제 14~17대 국회의원(4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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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