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①새누리당 박희태 상임고문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27 14: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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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타협, 수없이 말해도 안 들어"

[일요시사=정치팀]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치 원로의 충고 한 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빛줄기처럼 반갑다. 길을 잃은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는 신년을 맞아 정치 원로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민족의 대명절 설을 앞두고 새누리당 박희태 상임고문을 만났다. 




'정치9단 박희태가 돌아왔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지난 6일 새누리당의 상임고문으로 위촉되며 당에 복귀했다.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박 고문은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장관과 한나라당 대표,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그는 MB정권의 개국공신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또 헌정 사상 최장수 대변인으로 재직하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총체적 난국' '정치9단' 등 각종 정치어록을 만들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정치9단 박희태라면 길을 잃은 대한민국 정치권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고 있진 않을까? 그래서 박 고문을 만나 정치권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물어봤다.
다음은 박 고문과의 일문일답.

- 지난 6일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당에 복귀하셨습니다. 당에 복귀한 소감과 앞으로 당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실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 직함 그대로 당에서 고문 역할을 할 것입니다. 다만 특별하게 당에서 자문을 요구할 때 나서는 것이지 스스로 먼저 나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에 대해 평가해주신다면?
▲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 초기와는 달리 커다란 문제점이 없기 때문에 잘 순항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명박정부 때는 임기 초 광우병 사건이 터져 정권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요동을 겪었습니다. 그에 반해 박근혜정부 초기에는 그런 일 없이 순탄하게 잘 넘어가고 있고, 국정도 잘 살필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고 봅니다.


- 올해 최대 정치이슈는 단연 지방선거입니다. 새누리당이 승리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어떻게 하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전략의 포인트입니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테니까, 그걸 지금부터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 당의 몫일 것입니다.

- 올해 지방선거나 7월 재보선 출마 등 향후 제도권 복귀 계획은 없으십니까? 인물난을 겪는 새누리당에서 '선당후사'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권유한다면?
▲ 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출마에 대한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돌아온 정치9단, 정치권에 강한 쓴소리
기초 공천제 폐지와 개헌론엔 반대 입장

-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세지고 있는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사실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해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안철수 현상과 관련해 안철수신당은 이제 막 스타트라인 서있는 것이지 아직 출발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안철수신당이 잘 뛴다, 국민들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안철수신당은 지금 한 발짝도 떼지 못했습니다.

- 안철수현상에 대해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기성 정치인들이 반성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기존 정치권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겠습니까?(웃음) 그동안 정치권이 나라 발전을 위해서 한 일도 많습니다만 한 가지 비판을 한다면 현 정치권은 타협정치에 대한 노력이 아주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정치는 타협입니다. 그런데 현 정치권은 타협을 하지 않고 너무 정쟁에만 치중해왔습니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논란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공천제 폐지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법으로 공천을 못하게 막는 것은 정당활동을 본질적으로 심대하게 침해하는 조치입니다. 헌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큽니다.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공천제를 폐지해봐야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공천제를 폐지해도 각 정당들은 공천 대신 사천을 할 것이 뻔합니다. (공천제가 폐지된 교육감 선거처럼) 우리 당에서는 기초의원 누구를 지지한다며 정치적으로 소문을 내고 후원을 해주는 것은 공천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 원칙적으로 반대하신다는 말씀이신가요?
▲ 그렇습니다. 과거 우리가 기초의원 공천제를 폐지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전부 사천을 해서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공천을 폐지한다는 것은 하나마나 혼란만 일으키는 일입니다. 또 공천제가 폐지되면 국민들은 어떤 후보가 좋은지 선택하는 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정당이 공천을 해주면 국민들이 믿고 그 후보자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그래서 공천제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정치권의 또 다른 핫이슈인 개헌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모든 개헌은 이론적으로 고칠 부분이 있어서 고친 것이 아니라 권력을 잡기 위한 개헌이었습니다. 집권과 관련이 없는 개헌은 동력을 얻기 힘듭니다. 그런데 현행 헌법 하에서는 어떤 정파든 집권도 가능하고 정권을 탈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개헌에 대한 동력이 생기지를 않습니다. 실제로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고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원포인트 개헌을 제의했지만 아무도 지지를 하지 않아 실패한 사례도 있습니다.


- 여야관계가 최악의 상황입니다. 정치가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도 많은데 여야관계 개선을 위한 조언을 하신다면?
▲ 한마디로 정리해 정치는 타협입니다. 타협은 정치의 본질입니다. 그것에서 벗어나는 정치는 안 됩니다. 타협은 패배가 아니라 상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목을 베이면 베였지 절대 상대방에게 굴복은 안 당하겠다' 이런 생각이 팽배한 것 같습니다. 타협을 해서 반을 얻으면 대승이고, 3을 얻어도 승리고 이득입니다. 이대로라면 정치권은 공멸하게 될 것입니다. 빨리 여야가 타협을 해서 국민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국회가 되길 바랍니다. 사실 여야가 타협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제가 그동안 수도 없이 주문해온 말인데 여야 모두 귀를 기울이지 않아 아쉽습니다. 

- 이처럼 여야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국회선진화법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 시절 직권상정을 하신 경험이 있는데 국회선진화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회선진화법은 이상론에 너무 치우친 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현실을 좀 더 직시해야 합니다. 또 민주주의 기본원리인 다수결을 포기하는 법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발도 안한 안철수신당 평가 시기상조"
"국정원 특검, 공소시효 지나 소득 없어"

- 지난해 정치권의 최대이슈였던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태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 저는 지난 김영삼정부 시절 국회에서 국정원개혁특위를 만들어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국정원법을 만든 장본인입니다. 그래서 저는 현행법을 강하게 잘 집행하면 되는 것이지 (국정원 대공수사력 약화 우려 때문에) 더 이상은 못할 거라고 봅니다. 또 야당은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데 특검은 정치개입을 예방하는 것이 아니고, 정치개입에 대해 단죄를 하기 위한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가 벌써 1년이 훨씬 넘었는데 이제 와서 특검을 한다고 해도 뾰족한 혐의점이 드러나겠습니까? 드러난다 해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시끄럽기만 하고 소득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  야권이 요구하고 있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야당 쪽에서 오래 전부터 꾸준히 요구를 해왔던 사안입니다. 과거에는 국정원이 소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 광범위한 수사권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김영삼정부 시절 국정원 개혁을 통해 국정원의 수사권이 대폭 줄여 그야말로 간첩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전에는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이 '고무찬양죄'(반국가단체로 명명된 특정 집단에 대해 고무하거나 찬양하는 것)입니다. 많은 야당 정치인들이 이 고무찬양죄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김영삼정부 이후에는 단순 보안사범에 대한 국정원의 수사권을 폐지해 더 이상 국정원의 수사권을 축소할 필요성은 없다고 봅니다. 국내 간첩 사건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국정원이 수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최근 고무찬양죄와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 이석기 의원의 경우는 단순한 고무찬양이 아니라 내란음모를 꾀했다는 것이 주요 혐의입니다. 단순 고무찬양은 아닙니다. 단순 고무찬양죄는 과거에 야당 의원들을 옭아매기 위해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는데, 제 기억에는 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한 번도 고무찬양죄가 문제가 됐던 적이 없었습니다. 이석기 의원의 경우 과거의 사례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십니까?
▲ 박근혜정부는 지금도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이라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첫째도 경제고, 둘째도 경제입니다. 경제에 올인하고 박근혜정부가 신년을 맞아 새롭게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희태는 누구?

굴곡의 26년 정치인생

새누리당 박희태 상임고문은 무척 굴곡진 정치인생을 보냈다. 부산고검 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박 고문은 지난 1988년 민주정의당(민정당)에 입당해 13대 총선에서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박 고문은 정치 초년생 시절부터 당 대변인을 맡아 촌철살인 논평으로 이름을 날렸다.

박 고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든 공신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6인회의 멤버였고 대선 당시 이명박캠프 선대위 공동위원장이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토사구팽 당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일요시사>와의 인터뷰 도중 '대표적인 친이계'라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박 고문은 "내가 친이계라면 공천에서 탈락했겠느냐"며 아직도 당시의 앙금을 털어내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 고문은 공천탈락에도 불구하고 그해 한나라당 당대표에 선출됐고 이듬해 경남 양산 재보선에서 승리하면서 국회에 복귀했다. 이후에는 입법부 최고의 자리인 국회의장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박 고문의 정치 굴곡은 계속됐다. 지난 2012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불거지며 정계에서 은퇴하게 된 것이다. 박 고문은 1ㆍ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으나 지난해 1월 이 전 대통령이 임기 말 단행한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특별사면을 받았다.

특별사면을 받은 후 지난 해 2월부터는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지난 6일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당에 복귀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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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