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탱크’ 최경주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사실 난 매너 좋은 선수 아니다"

“나라고 왜 골프채 집어던지고 싶었을 때가 없었겠습니까?”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8승을 거둔 최경주 프로가 관훈초대석에서 던진 말이다. 국내 중견언론인모임인 관훈클럽(총무 오대규) 초대로 지난 10월18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특강을 가진 최경주는 그동안 자신의 인생역정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골프의 기본은 그립…‘대충주의’에 일침
고교시절 연습할 때 받은 돈 고작 8만원

관훈클럽이 주최하는 관훈초대석에 스포츠선수가 초청된 것은 최경주가 처음이다.
전남 완도 출신인 최경주는 어린 시절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갔더니 입학식 날 ‘역도 해본 놈 있으면 나와 봐라’고 했다. 그래서 나갔더니 스무명 남짓한 학생들을 양쪽으로 세우는 거였다. 한쪽은 역도부, 한쪽은 골프부였다. 난 골프 쪽에 줄을 서게 됐다. 그래서 역도 쪽으로 살짝 옮겨가려고 했더니 선생님께서 ‘야, 너 어디 가? 가만있어’라고 했다. 하는 수 없이 골프를 하게 됐다. 그런데 요즘은 ‘사람은 역시 줄을 잘 서야 한다’는 말을 절감한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게 그립이다. 그런데 아마추어 골퍼들은 그립을 대충 잡더라. 암벽을 탈 때 생명고리를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그 줄을 제대로 안 잡고 추락한 사람이 줄 탓을 해서야 되겠느냐. 마찬가지로 그립은 골프에서 생명줄이다. 공이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있는데 그립을 대충 잡아서야 되겠는가. 마찬가지로 나는 ‘대충대충 합시다’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한다. 한국선 일파만파, 무파만파니 하는 룰과, 멀리건과 오케이(컨시드)가 너무 흔하더라. 공을 터치하면서 치는 사람도 많고…. 그런데 골프는 홀컵에 공이 땡그랑 하고 떨어져야 끝나는 거다.”
그는 골프만큼 깨끗한 운동, 신사적인 운동도 없다고 강조했다.
“골프처럼 깨끗한 스포츠도 없다고 생각한다. 야구나 축구, 농구는 심판의 오심에 의해 경기가 종종 뒤바뀐다. 그러나 골프는 자신조차 속여선 안 되는 운동이다. 브리티시 오픈에 출전했을 때 연습라운드를 하며 공을 이리저리 참 많이 날려 보냈다. 그런데 본경기 때 공을 엉뚱한 곳으로 보냈다. 포어캐디가 내가 친 공을 찾았다며 신호를 보내는 거였다. 그리고 달려갔는데 그 공은 내가 이틀 전 연습라운드 때 쳤던 공이었다. 그래서 나는 로스트볼을 선언하고, 벌타를 받았다. 이 홀에서 결국 트리플보기를 범했다. 골프는 이렇게 엄격한 경기다. 세찬 바람이 불어 볼이 살짝 흔들려도 벌타를 받아야 한다. 남을 속일 순 있어도 나 자신은 속일 수 없는 경기다.”

“성적 만족한다”

최경주는 고교시절 이래 골프한다고 집에서 받은 돈은 단 8만원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만큼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독하게 훈련한 셈이다. 그는 가장 잊지 못할 순간으로 미국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했던 순간을 꼽았다.
“국내에선 승승장구했으나 아시안투어에선 1승도 못하자 ‘최경주는 국내용’이란 기사가 나오더라. 오기가 나서 일본 무대에 진출해 경기를 치르는데 마지막 18번홀에서 나와 동타인 선수가 생겼다. 18번홀, 파퍼팅을 놓치면 연장에 나가지 못한 채 일본 선수에게 트로피를 내줄 상황이었다. 그래서 라이를 살피면서 하나님께 기도했다. 기도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부디 연장에 나가게 해달라’고. 그런데 눈을 떠보니 호미로 잔디에 줄을 쭉 그어놓은 것처럼 선이 보이더라. 그래서 그 선대로 퍼터를 자신있게 밀었다. 공이 홀컵으로 땡그랑 떨어졌고, 연장에 나가 결국 우승했다. 당시 상금이 1250만엔(한화 약 1억5000만원)이었는데, 현금다발이라 부피가 꽤 컸다. 좁은 호텔방에 놓고, 날밤 새운 채 돈을 지켰다.”
PGA투어에 진출해 2년 반은 영어가 너무 어눌해 등줄기에 식은땀이 났었다는 이야기도 소개했다.

무조건 ‘땡큐’

“처음 PGA에 갔을 때 출전선수 120~130명 중 아시아인은 나밖에 없었다. 하루는 번개가 쳐서 선수들이 모두 클럽하우스에 모였다. 그때 정말 등골이 오싹했다. 등 뒤에서 나에 관해 뭐라고 얘기하는데 칭찬인지 욕인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그 때부터 남들이 뭐라고 하든 무조건 ‘땡큐’라며 미소를 지었다. 갤러리에게도 마찬가지로 그랬다. 그랬더니 ‘저 친구는 욕을 해도 땡큐라고 하니 차라리 좋은 말을 해주자’는 쪽으로 바뀌더라. 나를 매너 좋은 선수로 만들어준 건 짧은 영어실력이다. 처음엔 부모님이 캘리포니아 출신이 아닌 걸 무척 원망했는데 이제는 도리어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다. 완도 촌놈이라 좋은 점도 있었던 거다.”


“나는 많은 걸 받았기에 이제 보답을 하고 싶다. 그래서 미래 주역이 될 어린이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조금씩 어린이들을 돕다가 2007년에는 좀 체계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최경주재단을 만들었다. 최경주재단은 최경주 것이 아니다. 사회복지재단은 공공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요즘 학교에선 체육교육이 자꾸 줄고 있더라. 어린이들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해진다. 운동을 하지 않는 어린이들은 몸이 피곤하지 않아 밤늦게까지 컴퓨터에 매달려 있거나 스마트폰 게임에 몰두하더라. 이게 아이들에게 좋을 리 없다. 나는 자식 셋을 두었는데 철칙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아이들이 자기 전에는 안 잔다. 그리고 아이들이 있을 때는 텔레비전을 안 본다는 거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가능하면 자주 운동을 하려 한다. 그러면 밤에는 피곤해서 금방 잠에 빠져든다. 자연히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진다. 자녀에게 운동을 많이 시켜라. 그래야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어린이들 체육 교육에 특히 관심 많아
“깨끗한 골프가 비리 온상 비쳐져 걱정”

“사람들이 슬럼프냐고 많이들 물어본다. 그런데 작년에 골프선수 세계랭킹은 101위였다. 올해는 서른계단 올라 70위다. 아주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지만 그만하면 잘한 거라 생각한다. 체력적으로도 큰 문제는 없다. 한국은 경제적 측면에선 세계 10위 대국인데 한국인들의 행복지수는 100위 밖이라고 들었다. 우리보다 훨씬 못사는 나라 사람들도 만족하며 사는데 우리는 도무지 만족을 모른다. 아이들도 오로지 성적으로만 평가한다. 인성, 곧 사람 됨됨이가 더 중요한데 말이다. 그래서 어른을 아주 우습게 아는 아이, 코치를 존중하지 않는 아이, 친구를 보듬지 않는 아이가 자꾸 늘고 있다. 성적만 좋으면 뭐하나?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나는 내 성적에 만족하고 있다. PGA투어에서 나처럼 14년을 지속적으로 뛰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현 위치에서 역대 현역선수 평가를 보면 나는 상위 20위 안에 들어간다. 내년 목표는 올해보다 스무계단 올라 50위 안에 드는 거다. 참, 또 다른 목표는 2015년 열릴 프레지던츠컵 대회에 캡틴(주장)이 아닌 플레이어(선수)로 출전하는 거다. 열심히 꿈꾸며 훈련하고 있으니 가능하지 않겠는가.”
“올림픽과 프레지던츠컵은 다가오는데 골프는 여전히 비리의 온상으로 비춰지고 있고 대중화는 뒷걸음치고 있어 걱정이다.”
골프를 바라보는 국내의 왜곡된 시각을 지적할 때는 목소리를 높였다.
“뉴스에서 국정감사 관련 내용을 봤는데 ‘왜 골프장에서 밥을 먹었느냐’가 이슈가 되더라. 언론에 골프장이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비춰졌다.”

주장 아닌 선수로

“골프는 국가브랜드를 알리는 스포츠다. 프레지던츠컵과 올림픽을 준비해야 함에도 아직 상황이 어렵다.”
프레지던츠컵은 미국대표팀과 세계연합팀의 남자골프 대항전으로 오는 2015년 아시아 최초로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골프가 112년 만에 정식종목으로 치러진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입성해 가장 자랑스러웠던 게 골프백에 태극기를 단 것이다. 국가를 위해 뛴 선수들을 대변해 나라를 대표했던 선수들에게 은퇴 이후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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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