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창석-아모레 수상한 거래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8.19 11: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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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도 새도 모르게 '수백억 현금화'

[일요시사=정치팀] '전두환 금고지기' 이창석씨의 수상한 땅거래가 포착됐다. 상대는 아모레퍼시픽. 수만평 부지가 이씨 수중에서 아모레퍼시픽으로 넘어간 뒤 다시 나온 정황이 석연치 않다. 전씨일가의 은닉재산 의혹이 제기된다. '비자금 세탁'이 아니냐는 것이다.



'비자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굴까. 아마 재계 총수들일 게다. 그리고 이 사람, 바로 전두환씨를 빼놓을 수 없다. 비자금이란 단어를 처음 유행시킨 그는 공식적으로 땡전 한 푼 없는 무일푼 신세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가 있을까. '어디에 꼬불쳤지'하는 국민적 의심이 최근 경기도 오산에 꽂혔다. '전씨랜드'로 불리는 그곳이다.

'전씨네 곳간지기'
수십만평 이미 정리

전두환씨 처남 이창석(이순자씨 동생)씨의 수상한 땅거래가 포착됐다. 아모레퍼시픽에 팔아 거액을 챙겼다. 이를 두고 전씨의 은닉재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땅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에 있는 임야다. 대법원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이 소유했던 오산 땅은 양산동 산19-3, 산19-57, 산19-116, 산19-117 등 일대로 모두 38만8542㎡(약 12만여 평) 규모다. 아모레퍼시픽의 모회사 ㈜태평양이 2002년 사들였다가 2006년 회사가 분할되면서 아모레퍼시픽 소유로 명의가 이전됐다.

이중 산19-116, 산19-117 2필지(6만6180㎡·약 2만여 평)를 아모레퍼시픽에 판 인물이 바로 이씨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부지를 검찰의 ‘전두환 비자금’수사가 그 일가로 확대되기 전인 2002년 7월 이씨로부터 매입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오산 땅에 대해 공장부지 확보 차원에서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씨 소유인 것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스킨케어사업장(수원공장) 등을 오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에 따라 2002년 전후 양산동 땅을 집중 매입했다"며 "이씨의 땅 2필지 외에도 모두 12만여 평에 달하는 양산동 임야를 사들였기 때문에 특정 인물과 연계된 것은 아니다. 공장부지 확보 차원에서 매입을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임야의 공시지가(㎡당)는 아모레퍼시픽이 매입한 시점인 2003년 1만3000원대에서 지난해 7만8000∼8만2000원대로 6배 이상 뛰었다. 부지 바로 앞에 2009년 완공된 오산-화성고속도로 등이 들어선 게 호재였다. 한신대 캠퍼스가 붙어있고 일진전기, 중외제약, 선일레미콘 등 대형 공장들이 들어선 주변은 현재 도로 확장공사 등 개발이 한창이다. 이곳엔 SM엔터테인먼트의 한류타운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비자금 수사 확대전 오산땅 2만평 매매
다시 지인 회사로 넘어가…실소유 의문

때문에 이 일대의 토지 실거래가는 공시지가보다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수십∼수백배 비싼 가격으로 흥정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씨와 아모레퍼시픽이 거래한 땅이 100억원대를 호가한다는 계산이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양산동 산19-116, 산19-117 일대는 개발 호재가 많아 2만평 정도면 약 100억원에 거래된다"며 "해당 부지가 개발될 경우 땅값은 훨씬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도시계획변경으로 2006년 양산동 개발이 무산되고 확보한 부지를 부동산개발업체에 되팔았다"며 "이미 매각 대금도 다 받는 등 매매 거래가 끝났다. 이젠 오산 땅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 부지는 아모레퍼시픽 공장 계획이 무산되면서 2011년 6월 부동산개발회사인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로 넘어갔다. 이 업체는 대형 건설사와 함께 이곳에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오산랜드 설립자는 박정수 늘푸른오스카빌 사장. 이씨와 박 사장은 20년 지기 친구다. 전씨의 은닉재산 의혹과 비자금 세탁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둘은 또 다른 오산땅을 수백억원에 거래하기도 했다. 이씨의 수상한 거래 때마다 박 사장이 거액을 들여 땅을 매입했다. 검찰은 박 사장이 전씨의 비자금을 차명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오산 땅의 매입 경위와 거래에 쓰인 자금 내역 등을 조사 중이다.


전두환 수사 키맨
사정당국 예의주시

검찰은 이씨를 '전씨네 곳간지기'로 지목, 집중적으로 털고 있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전씨 일가의 재산관리인 역할을 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산 땅 거래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오산 땅이 전씨 일가의 은닉재산이라면 벌써 거액을 세탁해 챙겼다는 얘기가 된다.

이씨는 사정당국이 항상 예의주시하는 인물이다. 그동안 전두환 비자금과 관련 여러 번 수사선상에 오른 탓이다. 2004년 검찰의 5공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전씨의 은닉자금으로 추정되는 '뭉칫돈'이 이씨의 계좌에서 발견됐었다. 검찰은 전씨의 비자금 수십억원이 이씨에게 유입된 사실을 확인, 추징금 대납형식으로 이를 몰수했다.

앞서 2003년엔 추징금 미납으로 경매에 붙여진 전씨의 연희동 자택 별채를 감정가의 2배가 넘는 16억4800만원에 낙찰 받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씨는 YS정부 시절 오산 임야 26만평에 대한 증여세를 내지 않아 탈세 등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당초 이씨는 부친 고 이규동(2001년 사망)씨로부터 수십만평의 오산 땅을 증여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규동씨도 비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다. 이규동씨는 예비역 준장으로 전역해 5공 당시 대한노인회 회장을 지내며 부동산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씨일가의 오산 땅은 '5공 비리'청문회 당시 전씨의 비자금으로 사들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진짜 주인 누구? 
은닉 재산 의

이씨는 오산 땅을 대부분 팔아치웠다. 그 금액이 무려 1000억원에 이른다. 이들 거래엔 항상 박 사장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게 전씨 차남 재용씨와의 거래다. 이씨는 조카 재용씨와 함께 부동산개발업체 에스더블유디씨와 음향기기업체 삼원코리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2만평을 처분한데 이어 문제가 된 땅거래는 2006년 이뤄졌다. 이씨는 당시 자신 명의의 양산동 임야 29만여 평을 매각했다. 이중 절반을 박 사장에게 500억원에 매각했다. 나머지 절반은 재용씨에게 28억원에 팔았다. 같은 부지를 무려 472억원이나 싸게 넘긴 것이다.

더욱이 재용씨는 2008년 이 땅을 시행사인 N사와 400억원에 되팔기로 하는 매매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의 연대의무자는 다름 아닌 이씨로부터 땅을 산 박 사장이었다. 결국 이씨는 재용씨에게 '헐값'에 땅을 넘겨줬고, 이를 통해 재용씨는 불과 2년 만에 투자금 15배인 370억원의 매각차익을 거뒀다.

재용씨가 부인 박상아씨 등과 함께 경영하고 있는 부동산개발·임대 업체인 비엘에셋이 소유했던 오산 땅은 모두 13만여 평. 지난해 말 기준 이 땅의 장부가액은 50억원, 공시지가는 100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이 거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조사에 착수, 이씨와 재용씨에게 각각 양도소득세·증여세를 부과했다.

세금 추징액만 8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들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자 이씨 명의의 연희동 사저 별채를 압류하기도 했다.

아들 소유 7만평
"아직 남아있다"

이씨 소유의 오산 땅은 아직 남아있다. 양산동 산19-84 등 7만여 평에 달하는 부지를 아들 원근씨와 50:50 지분으로 공유하고 있다. 이씨가 2006년 증여했다. 이 땅은 현재 S사에 신탁된 상태. 또 언제 팔릴지 모를 일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도마 오른 '오산 땅'가보니…

"전두환꺼"소문 무성

전두환씨 처남 이창석씨는 오산시 양산동 일대의 대지주다. 그래서일까. 현지 주민들은 이 일대를 '전두환 땅'으로 알고 있다.

이씨 소유의 부지 인근에서 자재업을 하는 김모씨는 "이 지역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정확한 소유주를 모른 채 전두환 땅으로만 알고 있다"며 "주변의 땅을 가진 다른 토지주들은 유명 인사가 많은 부지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대박'가능성을 기대했으나 30년 넘게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근처 식당 주인은 "5공 시절부터 양산동 일대가 '전두환 랜드'가 되지 않겠냐는 소문이 돌았다"며 "(전씨가) 백담사와 교도소에 있을 때만 해도 양산동 야산에 퇴임 이후 지낼 '아방궁 사저'가 들어설 것이란 얘기가 주민들 사이에 있었다"고 귀띔했다.

주민들의 예상과 달리 전씨는 연희동 사저로 들어갔고 개발도 없었다. 이씨는 오산 땅을 대부분 팔아치웠다. 그 금액이 무려 1000억원에 이른다.

이씨 소유의 부지 바로 뒤편엔 '독산성'과 '세마대'등의 유적건조물이 자리 잡고 있다. 독산성은 문화재청이 1964년 지정한 국가사적 제140호다. 백제시대에 축성돼 권율 장군이 임진왜란 때 왜병 수만명의 대군을 격파한 군사적 요충지로 남한산성과 함께 한강이남 최고의 산성으로 꼽힌다.

세마대는 권율 장군이 독산성에 물이 부족한 점을 노린 왜군을 교란하기 위해 산 정상에서 흰쌀로 말을 씻기는 모습을 연출해 적의 사기를 꺾은 곳으로 전해진다.

오산시는 "일부 성곽만 남아있는 독산성과 세마대를 2015년까지 복원하는 등 74만7470㎡(약 23만여 평) 규모의 역사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시의 랜드마크인 유적지 등 주변 경관·환경이 손상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개발행위 허가를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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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