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박의 남자들' 권력암투 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8.13 10: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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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6개월…'실세 전쟁' 시작됐다

[일요시사=정치팀] 청와대에서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파워게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권 2인자'자리를 놓고 실세들 간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최근 아무도 예상치 못한 '깜짝 인사'는 물밑경쟁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역대 정권의 2인자는 항상 존재해 왔다.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그랬다. 시간에 따라, 사건에 따라 사람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 자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남자'는 대통령 못지않은 파워로 무소불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 충성심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의 신임을 앞세운 강렬한 카리스마로 국정 전반을 쥐락펴락 한다. 그렇다고 함부로 나서지 않는다. 막후에서 은밀히 일을 처리한다.

김기춘 등장으로
꼬인 청와대 족보

정치권 관계자는 "2인자는 때론 '총알받이'로 여론의 뭇매에서 대통령을 보호해야 하지만 평상시엔 국정 전반을 쥐락펴락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에서 찍힌 사진은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여름휴가를 마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 이후 처음 열린 회의라 관심이 쏠렸다.

박 대통령과 함께 정홍원 국무총리,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 박흥렬 경호실장이 회의장에 들어섰다. 그런데 박 대통령과 더 가까운 사람은 정 총리가 아닌 김 실장이었다. 김 실장이 정 총리보다 앞선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여러 뒷말을 낳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말이 많았던 대목은 청와대의 권력지형 변화 감지다. 혹시 '정권 2인자'자리를 두고 권력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주인공은 앞서 언급한 정 총리와 김 실장.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 일각에선 '파워게임'이란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이번에 김 실장의 깜짝 등용으로 청와대 '족보'는 꼬일 대로 꼬였다. '우두머리'인 정 총리와 김 실장을 비교했을 때 그렇다. 의전서열상 박 대통령 다음은 정 총리지만 객관적인 시각에선 그 정반대다.

나이부터 김 실장이 5살 많다. 김 실장은 1939년생이고, 정 총리는 1944년생이다. 경남중·고 선후배 사이에 사법시험 기수도 김 실장이 12년이나 빠르다. 당연히 검사 생활도 김 실장이 먼저 시작했다. 1987년 김 실장이 법무연수원장으로 있을 때 정 총리는 그 밑에서 법무연수원 기획과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김 실장이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정 총리를 추천했고,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에게 정 총리를 현 정부 초대 총리로 추천한 사람도 김 실장이란 소문도 들린다.

정홍원-김기춘 '2인자'두고 미묘한 기류
불붙는 '파워게임'…지금부터 치열한 경쟁

정치 이력도 게임이 안 된다. 정 총리는 지난해 당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반면 김 실장은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내고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 내리 3선 의원을 지냈다. 또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한국에너지재단 이사장 등의 요직을 거치면서 화려한 경력과 인맥을 쌓았다. 정치권 안팎에선 권력 실세 중에 김 실장과 인연이 없는 사람이 없다고 평가할 정도다.

무엇보다 김 실장을 향한 박 대통령의 신임도 대단하다. 김 실장은 박정희정부 때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과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 등을 지내며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실무적으로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멤버 가운데 한 명이 됐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명박 정부 때 '왕차관'이 있었다면 박근혜정부 들어선 '왕실장'이 새롭게 권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김 실장은 여러 면에서 정 총리를 능가하는 파워를 갖고 있다. 단순히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역에 머물지 않고 다방면에서 상당한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는 2인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김 실장 외에 정권 막후실세로 부상할 만한 인물들은 누가 있을까. 가장 유력한 후보군은 역시 김 실장이 속한 7인회 멤버들이다. 멤버는 김 실장 외에  김용환 상임고문, 새누리당 최병렬 상임고문, 새누리당 김용갑 상임고문, 안병훈 기파랑 대표,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강창희 국회의장이다.

7인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맺은 인연에다 정치 경험도 많아 박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자문그룹으로 꼽힌다. 김 실장 같이 이들의 깜짝 등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현안 등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인회 외에도 원로그룹은 또 있다.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과 이병기 주일대사,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박효종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다. 이들도 박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 정부를 이끌 주역들로 꼽힌다.

원로그룹 주목
멘토들도 부상

박 대통령에겐 7인회뿐만 아니라 '10인회'도 있다. 하나같이 막후실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인회 멤버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권영세 주중대사,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 변추석 국민대 조형대학장 등이다.

친박계인 이들은 대선 승리를 이끈 주역들이다. 모두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대선 당시 중앙선대위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다. 선거기간 내내 머리를 맞댔다. 선대위 인사, 재정, 선거운동 기조, 메시지 등 모든 선거전략이 10인 회의에서 나왔다.



10인회 중에서도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대사, 이학재 의원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 3인방으로 꼽힌다. 대선 때 김 의원은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권 대사는 전략·기획 등을,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의 일정 조율·의전 총괄 등을 담당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정현 홍보수석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가신'으로 불린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의 오랜 심복. 박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급부상 중이다. 최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친박계 중에서도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대선 당시 2선 후퇴를 통해 승리를 견인했다.

'대통령 복심'서서히 윤곽
'그림자'물밑 기싸움 감지

앞으로 치고 나올 만한 '다크호스'들도 줄서 있다. 안대희 전 대법관과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언제라도 한자리를 꿰찰 수 있는 복병으로 분류된다. 지난 대선 때 안 전 대법관은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김 전 수석은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지냈다. 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불리는 김 원장은 캠프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했다. 이들은 모두 박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으로 핵심 요직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도 '대통령 오른팔'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이주영 의원과 박창식 의원, 박대출 의원, 안형환 전 의원, 박선규 전 인수위 대변인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향후 권력 지각변동이 시작된다면 '뉴 페이스'로 등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문고리 권력'에도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보좌관 3인방'은 현 정권 출범과 함께 예상대로 청와대 비서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재만 전 보좌관은 총무비서관, 정호성·안봉근 전 비서관은 각각 제1·2 부속 비서관이 됐다.


빽빽한 친박계
다크호스 줄서

이들은 박 대통령이 1998년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15년 이상 보좌해온 인물들이다. 때문에 청와대에서 이들의 위상은 공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국회의원보다 높은 '실세 보좌관'으로 통한다는 얘기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권력 상층부에 포진해 있는 인사들은 과거 행보에 대해 논란이 많은 등 너무 구시대적인 사람들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여론이 더욱 악화되거나 사건·사고가 터질 경우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 앞으로 친박계 인사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인자를 두지 않는 스타일이다. 제2의 권력자를 용인하지 않는 것. 하지만 이제부터 상황이 다르다.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로 접어들면서 실세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권력의 자리를 놓고 '대통령의 남자'와 '숨은 그림자'간 물밑 기싸움이 감지되고 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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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