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미디어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실체추적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30 1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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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대선에 개입하더니 이번엔 ‘원세훈 구하기’?

[일요시사=정치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검찰 구속이 있은 지 한참이 지났지만 언론보도는 웬일인지 감감무소식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인한 원 전 원장의 구속 여부가 정치권 최대 화두였다. 하지만 국정원 대선개입 보도는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다. 미디어가 ‘원세훈 구하기’에 나섰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박근혜정부에서 미디어를 배후조종하는 막후세력은 누구일까?



국정원 대선개입으로 인한 갈등은 여야를 뛰어넘었다. 최근 방송사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인한 보도국과 기자 간 갈등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된 방송 분량이 통째로 삭제되는가 하면, 국정원 직원 의혹 보도가 갑자기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미디어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보도국장 “완성도 미흡”
경영진 ‘책임 추궁’ 요구 커

YTN이 최근 단독 보도한 ‘국정원 직원의 트위터 댓글 공작 의혹’ 보도가 갑자기 중단됐다. 이와 함께 공중파인 KBS, MBC 등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 보도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반적인 ‘방송통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YTN이 신뢰성 등을 이유로 방송을 중단한 국정원 관련 단독 보도가 방송기자연합회의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방송기자연합회는 '국정원 SNS 박원순 비하글 2만건 포착'을 보도한 이승현 YTN 기자를 이달의 방송기자상 뉴스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YTN이 보도한 '국정원 SNS 박원순 비하글 2만건 포착'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삭제된 ‘국정원 SNS’ 의심 계정 10개를 중심으로 복원을 시도한 결과, 복구된 트윗글과 인용글 2만여 건 가운데 박원순 시장과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 등과 관련한 글이 2000여 건으로 특히 많았는데, 비판 일색이었다”는 내용으로 보도 이후 큰 반향을 일으켰다.

MBC 파행방송에
노조 “코미디 같은 상황”


하지만 이 리포트는 당일 낮 2시께 방송이 돌연 중단됐다. 방송이 중단된 이유는 YTN 보도국장의 지시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배경을 놓고 현재까지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이홍렬 YTN 보도국장은 “취재원과 추출방식의 신뢰도 등 완성도가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고 방송 중단 이유를 밝혔지만 내부에선 수긍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방송 중단 지시가 내려지기 전에 국정원 직원이 YTN 보도국 회의 내용을 파악하고 이 기자에게 국정원 입장 반영을 요구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이로써 국정원이 작년 대선개입에 이어 언론사 보도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 확산과 함께 해당 기자가 이달의 방송기자상으로 선정되면서 내부에서는 불방 결정을 내린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언론노조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외부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받은 특종기사에 대해 정작 YTN 보도국장과 간부들만 터무니없는 논리로 가치를 깎아내리느라 고심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을 무슨 말로 판단해야 할지 난감하다”라며 “대외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특종기사에 대해 ‘내용이 어렵고 애매하다’는 상식 밖의 논리로 방송을 중단시킨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YTN ‘국정원 직원의 트위터 댓글 공작 의혹’ 단독보도 중단
전반적인 방송통제 분위기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 가득 

언론사 YTN이 자체적으로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밝혀낸 이 보도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핵심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평이다. 정치개입 관련 글이 올라오면 트위터 계정 40여 개가 불과 몇 분 사이에 150여 개 이상 리트윗되는 일은 조직적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조직적인 국정원의 SNS 개입은 향후 국정원 사건에 아주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는데, 아예 이것을 보도하지 않도록 지시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인 것이다.

타 방송사 또한 YTN의 '국정원 SNS, 박원순 비하글 등 2만건 포착'이라는 기사를 인용하지 않았다. 국정원 관련 보도도 NLL사건이 중심을 이뤘으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정치 공작에 관한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유명 블로거는 “국정원 사건의 핵심 증거는 사라지고, 오로지 NLL만 남았다는 사실은 지금 언론이 노리는 것은 국민의 관심을 국정원에서 NLL로 바꾸는 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방송이 통째로 사라진 곳은 YTN뿐만이 아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이하 <2580>)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방송 분량이 통째로 삭제된 것이다.


지난달 6월23일 밤 방송된 <2580>에서는 총 3건의 보도가 나갈 예정으로 그중 하나가 ‘국정원에서 무슨 일이?’라는 제목의 방송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방송된 <2580>에서에는 이 보도가 빠지고 나머지 2개만 나갔다. 결과적으로 '파행 방송'이 된 것이다.

“국정원과 민주당 결탁?”
MBC 기자 1인시위 중

그 중심에는 심원택 시사제작2부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80>의 취재기자와 카메라 기자가 발표한 성명을 보면 심 부장은 국정원 관련 보도 불방 사태의 총 책임자이다. 하지만 담당기자인 김 모 기자에게 총대를 메게 하는 등 보복성 조처로 비난을 받고 있다.

성명에 따르면 심 부장은 데스크에게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전·현직 국정원 직원과 민주당이 결탁한 더러운 정치공작이다. 기자의 시각과 기자의 멘트로 이 부분을 명확히 지적해야 한다”며 “검찰 수사도 믿을 수 없다. 편향된 검찰이 정치적 의도로 편파수사를 했으니 그 점을 기자의 시각으로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사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데스크는 “기사에 이미 여야의 인터뷰로 양측 주장이 균형 있게 담겨 있다”고 항의했지만 심 부장은 경찰의 수사 은폐와 조작, 원 전 원장의 간부회의 발언 부분을 통째로 삭제해 13분짜리 기사를 6분으로 만들라고 요구했다.

 “국정원 사건의 핵심 증거는 사라지고, 오로지 NLL만 남아”       
MBC <2580> “국정원에서 무슨 일이” 방송 통째로 삭제

심 부장은 김 기자를 업무에서 배제시켰다. 나아가 업적 평가에도 최하 등급인 'R등급'을 부여했다. <2580> 기자들은 합당한 근거가 아닌 감정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MBC 본사 로비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파업 복귀 후 비교적 잠잠했던 MBC 기자들이 항의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자들은 ‘MBC 망가뜨린 심원택 물러나라’ ‘업무배제 R등급 즉각 철회하라’는 피켓을 들고 사태 해결 촉구에 나섰다.

이번 '국정원 보도 불방 사태'와 관련해 <2580>에서 쫓겨난 기자는 업무 배제 조치를 당한 김 기자를 제외하고도 6명이나 된다.

<2580> 기자들에 따르면, 심 부장은 지난해 9월 <2580> 소속의 또 다른 두 기자에 대한 인사이동을 요청했다. 그 결과 이들은 신천아카데미 '3개월 교육' 발령이 났다. 심 부장은 이들의 발령에 대해 구체적인 이유를 대지 않은 채 "성격이 잘 맞지 않는다. 자세한 이유는 나중에 밝히겠다"고만 말했다는 전언이다. 두 기자는 심 부장이 <2580> 기자들을 '종북좌파'로 매도한 것에 대해 기자들 대표로 항의했던 이들이었다.

심 부장은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기자에게는 '업무배제'를 지시했고, 타 언론사와 인터뷰한 두 명의 기자를 징계위에 회부했다. 이들 기자는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국정원 이슈 죽이기”
“언론이 제기능 잃어”


YTN의 한 해직언론인은 트위터를 통해 “아시아나 사고가 터지자 방송들이 판을 벌인다고 안간힘을 쓴다. 허나 국정원 같은 민감한 이슈를 외면해온 매체들의 자위로 보일 뿐, 국정원 이슈를 대놓고 죽이게 되어 기뻐하는 모습이 겹쳐 보인다”라고 비판글을 올렸다.

주요 매체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보도 축소 또는 보도 불방에 대해 날 선 비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직 언론인들은 언론이 제 기능을 잃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불만을 느껴 대안언론으로 이직하는 공중파 기자의 수도 점점 느는 추세다.

현재 공중파 뉴스에서 원 전 국정원장의 검찰 수사 과정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국정조사에 관한 소식을 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과연 언제쯤에나 원 전 원장에 관한 뉴스를 공중파 방송을 통해 접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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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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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