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식 사정, 일석이조 플랜 해부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3: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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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털어 정치권 목줄 잡는다

[일요시사=정치1팀] '박근혜식'기업 사냥이 시작됐다. 한마디로 무시무시하다. 국세청이 선봉에 서고 검찰이 종지부를 찍는 모양새. 노무현·이명박 때와는 게임이 안 된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게다가 정밀타격식이다. 문제는 기업을 털면 비자금이 나오기 마련. 비자금은 로비, 곧 정치권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래서 재계를 덮친 '사정 칼바람'방향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회를 어지럽히는 기업은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여러 번 재계에 경고를 보냈다.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그리고 곧바로 재계엔 '살생부'가 돌았다. '사정 칼바람'을 맞을 이른바 검찰 수사 블랙리스트였다. CJ그룹도 그중 한곳이었다.

검찰이 지난 18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62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운영하는 과정에서 2000억원에 달하는 횡령·배임·탈세 혐의로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첫 대기업 수사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명박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단 두달 만에 마무리 지어 더욱 그랬다.

정밀타격 수사에
세무조사 '병행'

대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이 회장까지, 재계 10위권 그룹 총수 3명이 동시에 구속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 이런 상황에서 검찰발 '사정 폭풍'이 언제 어디로 휘몰아칠지 몰라서다. 특히 살생부에 사명이 오르내린 기업들은 더하다. 좌불안석이다. 예견된 검찰의 움직임이 족집게처럼 맞아떨어지고 있어서다.

재계는 "불황에 검풍까지 겹친다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검찰의 매서운 칼날은 재계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이다. 여기에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 '대기업 저승사자'들도 가세해 재계 여기저기에 묻은 '먼지'를 털어낼 태세다.


정치권에선 대기업 수사가 정관계 수사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의 최종 표적이 전 정권 또는 전전 정권 인사로 향해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검찰은 기업의 비자금을 집중적으로 털고 있다. 정치인을 솎아내는 데 비자금만한 통로가 없다. 비자금이 곧 정관계 로비로 연결돼서다. 검찰이 과거 정권의 특정 인사를 잡기 위해 그들로부터 특혜를 받거나 유착관계에 있는 기업들을 정조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검찰이 전 정권에서 불거진 각종 비리와 비자금 조성, 특혜·로비 의혹 등 구린내 나는 사건들을 다시 꺼내들 것으로 안다"며 "재계를 향한 검찰의 수사는 결국 정치인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당초 CJ 수사도 비자금을 조성해 이를 정관계에 뿌렸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은돈'종착지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이 회장이 MB정권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워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CJ그룹은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권력 상층부에 줄대기를 했다는 의심을 받았지만, 이번 수사에선 '미제'로 남은 상태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비자금 사용처에 대해 "개인 사생활"이란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국세청 선봉 서고 검찰 종지부
진짜 표적은 전 정권 핵심인사

일각에선 검찰과 이 회장이 혐의를 낮춰주는 조건으로 정관계 로비리스트를 '딜'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특정 인사들의 목줄을 잡고 흔들기 위한 박근혜정부 차원의 '히든카드'로 남겨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살생부에 거론된 검찰의 다음 타깃들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하나같이 정관계 유착 의혹을 받고 있다.

CJ그룹에 이어 도마에 오를 것으로 유력한 대기업은 적게는 1∼2곳, 많게는 3∼4곳으로 압축된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수사 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정리된다.


우선 그동안 검찰의 내사를 받았던 기업들이 위험하다. 한화, SK, CJ가 모두 같은 과정을 거친 이유에서다. 검찰 안팎에선 박근혜정부 출범 전부터 전국 각 지검 특수부 등이 주축으로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횡령, 재산 국외도피 등 각종 비리 정보를 싹싹 긁어 모아놨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벌 오너의 검은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후문. 이 과정에서 유수한 기업들이 검찰 캐비닛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문과 소문만 키운 채 구린내만 풍기다 수면 아래에서 잠자고 있는 대표적인 사건이 A그룹과 B그룹의 비자금 의혹이다.

검은돈 종착지
"끝까지 찾는다"

검찰은 MB정부 때 A그룹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포착해 내사에 나섰다. 여러 회사를 인수·합병(M&A)하면서 인수대금을 부풀려 검은돈을 마련했다는 내용이다. 비슷한 시기 검찰은 B그룹도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 등 해외 현지법인의 거래 과정에서 납품 단가를 부풀리는 수법 등으로 수백억원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를 입수, 관련 정보와 자료를 수집했다.

두 기업은 모두 전 정권 핵심 인사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물론 현직 정치인들의 이름도 거론된다. 검찰은 두 그룹에 대한 내사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자칫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MB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수사를 일단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권에서 갑자기 급성장한 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 정부의 비호를 등에 업고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 시기 기형적으로 덩치를 키운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는 롯데그룹이 그렇다.

롯데그룹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 등 굵직한 사업들을 승인받아 최대 수혜기업으로 지목돼 왔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쉽게 나서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롯데그룹 핵심인 롯데호텔에 이어 롯데쇼핑에 대한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정치권을 향한 사정 분위기가 감지된다.

세무조사를 맡은 곳은 다름 아닌 '대형사건 전담반'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게다가 광고계열사 대홍기획은 공정위 조사를, 롯데시네마는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이들 조사 결과 부정한 자금흐름이 드러날 경우 오너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족집게처럼 맞아떨어지는 '살생부'
정관계 로비 초점…대형쓰나미 예고

사정기관 관계자는 "전 정권의 제2롯데월드 건설 인허가 등을 두고 그동안 계속 말들이 많았다"며 "거물급 정치인과 정부 고위 관료 등이 개입한 특혜설이 일었다"고 지적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다른 부서도 아닌 조사 4국이 세무조사를 진행한다면 뭔가 특별한 의미나 배경이 있을 것"이라며 "국세청 주변에선 롯데그룹의 탈세 혐의를 포착했다는 얘기가 들려 검찰 수사와 맞물릴 경우 예상보다 파괴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그룹도 전 정권의 비호 아래 사업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M&A 시장에 나온 매물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한 결과다. 급하게 덩치를 키우면서 잡음도 많았다. 특혜설이 제기됐다.

M&A 자금 중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조달하면서 특혜 대출 의혹이 제기됐다. 한 업체를 시장 적정가격보다 2배가량 비싸게 사들여 논란이 일었고, 사실상 오너의 개인회사를 인수하면서 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사들을 무리하게 동원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오너가 거액을 횡령했다' '정치권에 비자금을 제공했다' '수상한 돈이 해외로 흘러나갔다'등 C그룹의 비리 첩보와 제보가 검찰에 수북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향한 '검날'
어디까지 꽂힐까

마찬가지로 그때마다 정치인과 고위 관료 이름이 오르내렸다. 지난 정부 실세였던 모 의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이다. C그룹의 로비 대상엔 참여정부 인사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사여부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와 별개로 '거액을 탈세했다' '옛 임원이 창업한 하청업체와 부당한 거래 중이다'란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진 국세청과 공정위도 C그룹을 잔뜩 벼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정치권을 향한 '표적 사정설'에 대해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딱 잡아뗀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출범 전후 나돈 기업 수사 시나리오가 점차 현실로 드러나면서 사실상 정치권 사정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재계를 정조준한 '검날'이 어디까지 꽂힐지 주목된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검찰 '다음 타깃'은?

정보라인 풀가동…방패막이도 영입


검찰의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발뺌하면서도 혹시 모를 '불똥'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마냥 방치했다간 폭풍을 머금은 '칼바람'이 언제 어디로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자체 정보라인을 풀가동하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느라 정신이 없다. 일부 기업은 '방패막이'로 영입한 법조인 출신의 임원들을 통해 검찰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모 그룹 한 직원은 "혹시 모를 검찰의 수사에 대비해 대관업무 담당 부서를 풀가동하고 있다"며 "이들은 정·관계, 사정기관 등의 동태를 살피며 수집한 정보를 상부에 수시로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그룹 측은 "정보팀도 모자라 법조인 출신 임원들을 동원해 사정기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며 "꼭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괜한 구설에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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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