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창당 '빨간불' 켜진 내막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24 13:06:33
  • 댓글 0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일요시사=정치팀] 독자세력화를 선언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안 의원 측 인사가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재영입 과정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안 의원 신당 지지율이 일부 하락세까지 보이고 있어 현재로선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 후보자를 내려고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안 의원은 여전히 신당 창당에 대해 "아직은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8일 전북 전주를 찾아 "신당 창당에 대한 질문을 예전부터 많이 받아 왔다"며 "일관된 생각이지만 아직은 신당 창당을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지세력 모호

이어 "제가 그릇(신당)을 만들어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좋은 분들을 만나 생각을 교감한다면 자연스럽게 그릇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다가올 정치일정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여지는 열어뒀다.

지역인재 영입에 대해 안 의원은 "전북에도 새정치를 위한 좋은 인재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새정치에 대한 교감을 나눈다면 좋은 인재들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안 의원이 신당 창당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좋은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힘을 쓰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다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안 의원의 신당 창당이 현실적·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정치권 밖의 유명 인사는 "안철수 신당을 창당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다가오는 선거를 자신의 사람으로 치르려고 하지만 접촉하는 사람들이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이다. 안철수라는 깃발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모두들 의문을 가지고 있다"라며 "안 의원의 입장이 다급한 것으로 안다. 새정치를 한다고 하지만 검증이 안 된 사람들을 데리고 정치를 할 수도 없고, 민주당 사람을 빼올 수도 없으니 지금은 안 의원이 딜레마에 빠져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들 또한 안 의원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조금은 낮게 보고 있다. 민주당 한 핵심인사는 "안철수 효과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신당 창당 에너지를 쉽게 잃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다소 안심하는 분위기다"라며 민주당이 안 의원에 대해 다소 경계를 풀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그는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는 "안 의원을 지지하는 '세력'이 매우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다. 그들은 민주당과 안 의원 사이에서 여론의 동향을 살펴가며 안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 같다. 안 의원이 정치를 하는 건지 안 의원 지지자들이 정치를 하는 건지 모를 정도다. 안 의원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신당 세력으로 뭉친다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본다. 안 의원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할지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정치권 관계자 "안철수 현실적·물리적 한계 극복 쉽지 않아" 
이슈·정책·인물 없어 '3무(無)론' 나와. '새정치'도 추상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현재 120명이 넘는다. 제1야당으로 정부를 견제하기에도 벅차고 어렵다. 안 의원은 지금 혼자다. 송호창 의원이 있기는 하지만 둘이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있겠는가. 게다가 민감한 현안에 대해 안 의원이 제 목소리를 내서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 지방선거에 안 의원이 자신의 사람을 출마시킨다고 가정해보자. 서울시에 박원순 시장이 재선에 출마할 텐데, 안 의원은 서울시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후보를 내 박 시장과 겨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안 의원이 자칫 새누리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기여를 할 수도 있다"라며 "그 전에 신당을 만들어 민주당과 연대를 하는 방안이 있는데 창당하자마자 연대를 하는 것도 안 의원의 새정치 슬로건에 얼마나 부합할지 장담할 수 없다"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안철수 신당 창당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예전만 못한 것도 안 의원 진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를 가정한 정당지지율에서 새누리당이 40.6%, 안철수 신당이 25.1%, 민주당은 13.9%를 기록했다. 이는 1주일 전 대비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2.3%포인트 상승한 반면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2.4%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민주당은 0.8%포인트만 하락했다.

이번 주간 집계는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0%포인트였다. 하지만 전북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직 안철수 신당에 대한 호남의 기대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국민적 기대감이 신당 창당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다. 다시 말해 지지할 사람은 있는데 안 의원 측근으로 지지받을 사람이 없는 형국이다. 설령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제1야당인 민주당의 벽을 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정가에서는 안 의원이 이슈, 정책, 인물이 없다는 '3무(無)론'이 나오고 있다. 여야 대치 구도에서 이를 뛰어넘을 만한 담론을 제시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줄기차게 외치던 민생을 정치권 화두로 끌어오지 못한 것도 지적받고 있다.

안철수 신당 기대 여전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이념노선만 제시하고 각론을 내놓지 않는 상황, 현안에 대한 추상적 일반론만 반복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다. 마지막으로 신당 창당의 주력군을 모집하는 인재영입 역시 성과가 없어 3무라는 말이 떠돌고 있는 것이다.

'안풍'을 몰고 오며 새정치 슬로건으로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안철수 의원. 과연 그의 새집은 언제쯤이면 우리 앞에 나타날지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국민의 기대는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는 않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