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창당 멤버’ 영입 총력전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02 13: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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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꽂자니 사람이 없고 사람 모으자니 깃발이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출범하면서 그동안 ‘설’로만 떠돌았던 ‘안철수 신당’이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은 안 의원의 행보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안 의원이 정책세미나 등 지방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오는 10월 재보선 전에 각 지역의 인재를 영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된다.




안철수 의원이 지방과 스킨십을 넓히며 신당 창당 채비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각 지역 지지조직이 결집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인사는 좀처럼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국이 암운 속에 있는 만큼 안철수 신당에 뛰어들기에는 위험 부담이 높다고 진단한다. 안 의원을 믿고 정치에 뛰어들어 승부를 걸기에는 아직 무리수라는 이야기다.

차기 대선주자 1위
정당 지지율 2위

차기 대선주자로 여권에선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야권에선 무소속 안 의원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안철수 신당 창당에 동력이 붙었다.

여론조사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6월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은 9.0%를 기록, 8.8%를 기록한 김문수 경기지사에 0.2%포인트 앞섰다. 김 지사에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6.9%), 정몽준 의원(6.3%), 홍준표 경남지사(4.7%), 나경원 전 의원(3.6%), 남경필 의원(3.2%), 원희룡 전 의원(2.5%), 유승민 의원(1.6%) 등이 뒤를 이었다.

야권 차기 대선주자 조사에서는 안 의원이 26.1%를 기록, 15.4%를 기록한 민주당 문재인 의원에 10.7%포인트 앞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8.1%로 3위를 기록했다.


이어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7.8%), 김영환 의원(2.9%), 정동영 상임고문(2.6%), 송영길 인천시장(2.1%), 안희정 충남지사(2.0%),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1.2%)가 뒤를 이었다.

전국 순회 세미나 시작
지방정치인 ‘눈독’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창립기념 학술회를 개최한 결과 안철수 신당의 가상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그렇다. 안철수 신당 창당을 가정한 정당지지율에서 새누리당이 41.9%, 안철수 신당이 27.3%, 민주당이 14.8%를 기록했다. 이로써 안철수 신당과 새누리당 간 격차는 14.6%포인트로 소폭 줄어들었다. 리얼미터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창립기념 심포지엄을 하면서 보도량이 증가한 것이 지지율 1.1%포인트의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했다.

이 밖에 정당지지율 조사결과 새누리당이 0.1%포인트 하락한 48.6%, 민주당은 0.4%포인트 상승한 21.5%를 기록해 양당 격차는 27.1%포인트로 좁혀졌다. 통합진보당은 2.3%, 진보정의당은 1.5%였고 무당파는 0.2%포인트 하락한 23.4%였다.

전문가들은 안철수 신당이 가시화 될 경우 그 파괴력은 더욱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 안 의원은 얼마 전 국회출입기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자신의 ‘지역발전관’을 피력해 이를 지방의 정치세력화 물밑작업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안 의원은 지방언론사와의 오찬간담회에서 “지역문제를 중앙정부가 마치 나눠주는 식으로 시혜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정부가 예산을 나눠주는 식으로 하기 때문에 지역에서 필요한 사업을 하기 위해 담당공무원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누구보다 지역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이 지역 발전과 관련한 언급을 한 것은 국회의원 당선 후 처음이다.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출범 후 가상 지지율 상승
7월 전국 순회 세미나, 대전·창원·전주에 이어 수도권 개최 


안 의원과 정책네트워크 내일은 7월부터 전국 순회 세미나를 연다. 5일 대전, 6일 창원, 12일 전주에 이어 중순 이후 수도권에서 한 차례 개최한다. 안 의원은 "앞으로도 계속 지역을 방문해 지역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안 의원이 참석하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토론회는 충청(대전)을 시작으로 영·호남에 이어 수도권에서 개최될 예정이어서 신당 창당의 기초작업으로 분석된다.

첫 번째 세미나가 치러지는 대전지역 안 의원 지지모임으로 알려진 ‘대전내일포럼’ 관계자들 또한 지역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등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인재들을 살피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미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상 후보군을 리스트업 하고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수면 아래서 안 의원을 지지해온 지방정치권 인사들의 ‘커밍아웃’도 관심사다.



민주당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지역은 야권의 텃밭인 전주다. 전북은 민주당 텃밭으로 그동안 민주당에 몸담아온 인사들의 참여가 예상되고 있었다. 안철수 신당 창당을 야권 분열의 직접적 변수로 보는 이유다. 이와 함께 오는 10월 재보선은 도내 지역에서 안 의원 정치세력화 여부의 직접적 요인이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당장 전주 완산을의 포함 여부에 따라 안철수 신당이 전북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 여부가 판가름 난다는 얘기다.

정치권은 전북과 광주··전남 등 호남을 기반으로 삼아 안 의원이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정치 도약의 발판을 마련, 내년 지방선거 전 신당 창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전주 둘러싼 각축전
군포 스킨십 강화

반면 민주당은 전주 완산을이 재선거지역으로 분류되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다.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안철수 신당의 정치적 영향력을 사전 차단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높은 것으로 감지된다.

이 같은 상황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실제로 최근 무소속 송호창 의원을 비롯한 안 의원 측 인사들이 군포지역에 자주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지역정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안 의원 측 인사들이 군포지역 새누리당과 민주당 인사 몇몇과 접촉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움직임들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창당이 유력한 안철수 신당이 군포시 지역위원회를 만들고 시장선거에 나서기 위한 물밑 작업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기성 정당에서 눈에 띄는 출마예상자가 없는 가운데 안철수 신당이 창당돼 선거에 뛰어들 경우 그 파급력이 엄청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군포지역은 20~30대의 젊은층 인구가 다른 지역보다 많아 야권성향이 강한 곳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지난 선거에서 ‘바람’에 민감한 표심을 보여 지역정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신당 창당 서두르지 않을 듯 ‘인재영입 주력’ 시사
신진정치인 발굴과 함께 기성정치인과도 손잡을 것

안 의원은 “그릇 먼저 만들고 사람을 모으지 않겠다”라고 말해 신당 창당을 서두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계별로 진행하겠다”라며 오는 10월 재보선에 출마할 ‘안철수의 사람’을 찾아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안 의원은 정치세력화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안 의원은 “인재는 상당히 많은데, 정치 쪽이 워낙 험난해서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 측은 야권 재구성을 위한 주도권 경쟁의 일환으로 인재 영입작업을 서두르고 있지만, 과거 재야세력과 같은 ‘정치집단'이 부재한데다, 어렵사리 찾아낸 후보들도 선뜻 응하는 경우가 드물어 영입작업은 녹록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벌써부터 주변에선 "제대로 된 인재를 모시려면 삼고초려는 기본이고, '십고초려'의 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안 의원 측은 '안풍(安風)'의 확산은 '제2, 제3 안철수의 출현'이라고 보고, 영향력 있는 인사를 영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기성정치권에서도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다.

특히 안 의원은 이른바 '6인회'로 알려진 새누리당 김성식·정태근·홍정욱 전 의원, 민주당 김부겸·정장선·김영춘 전 의원 등 기성정치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이들의 합류 여부가 주목된다. 하지만 김성식 전 의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5명은 당장 안 의원과 한솥밥을 먹는 것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십고초려’ 보여야
‘새정치’ 분명히

정치권에선 안 의원의 인재영입이 성공하기 위해선 자신이 내세우는 '새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내용을 분명히 하는 게 우선이라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박근혜정권을 비토할 때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세 가지’가 박근혜의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그리고 안철수의 새정치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안 의원은 지역신문 기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안철수 측근 인사들을 후보로 낼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 공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각 분야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일해서 성과를 만들어 낸 분들이 있으면 같이 일을 할 수 있다. 다만 그릇(신당)을 만들고 나서 사람을 모으겠다는 생각은 아니다”고 밝혔다.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내기보다는 신당에 들어올 사람부터 찾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지금도 많은 사람을 열심히 만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깃발을 꽂자니 사람이 없고 사람을 모으자니 깃발이 없는 안 의원의 처지가 ‘내일’은커녕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정치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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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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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