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정원 물 타기 수사’ 제2차전 돌입 내막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6.24 10: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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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묻은 X 살리려고 겨 묻히고 몰아넣나?

[일요시사=정치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검찰은 몹시 분주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빠져나가려야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인다. 뚜렷한 정황과 확실한 물증이 포착됐지만 원 전 원장은 소멸시효를 앞두고 결국 불구속 기소 결정을 받았다. 이 와중에 민주당 문재인 전 대선후보 측 SNS 팀장을 맡았던 한 비서관이 검찰에 의해 체포됐다. 검찰은 이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이에게 칼을 겨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물 타기 수사’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18일 검찰은 민주당 조한기 충남 서산·태안지역위원장을 전격 기소했다. ‘불법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다. 진행 중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수사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검찰은 민주당의 불법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검찰의 줄다리기가 끝난 직후, 원 전 국정원장 불구속 기소 결정을 향한 여론의 십자포화가 쏟아지던 터였다.

‘불법선거운동’ 보도에
“민주당도 똑같다”

지난 13일에는 작년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팀장을 맡았던 당직자가 체포됐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건물에서 신고 되지 않은 대선캠프를 운영하면서 불법SNS선거운동을 벌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민주당의 한 의원실 소속인 차 모 비서관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차 비서관이 수차례 소환 요청에 불응하자 이날 오전 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 신분으로 체포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은 한순간에 달아올랐다. 차 비서관 체포 소식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론은 따가웠다. ‘민주당도 똑같다’는 성토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대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선 직전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제기하며 집중공세를 퍼부었다. 박선규 당시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새누리당 황우여 표 이름으로 민주당 대표권한대행인 문재인 후보와 조한기 SNS지원단장을 검찰에 고발했다”라고 밝혔다.


공선법 입법취지는
후보자 간 형평성 고려

이에 앞서 새누리당 조원진 선대위 불법선거감시단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선관위가 민주당의 불법선거운동 사실을 인정했다”며 “선관위가 민주당 여의도 중앙당사 별관의 ‘불법선거운동사무실’ 운영 의혹과 관련, 서울남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선거법 제89조를 근거 법조문으로 들었다. 조 단장은 “공직선거법상 중앙당엔 1개의 ‘선거대책기구’를 설치할 수 있지만, 이는 선거운동이 아닌 내부 대책 논의를 위한 기구라는 게 선관위의 유권해석”이라며 “민주당의 당사 별관은 ‘선거운동기구’로 등록돼 있지 않기 때문에 거기서 선거운동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민주당이 선관위에 등록한 영등포구 내 선거운동기구는 총 3곳이었다. 민주당 중앙당사는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아 선거법에 위반된다는 게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일요시사>가 중앙선관위에 취재한 결과 새누리당의 이 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가 공식적으로 민주당의 불법선거운동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 적은 없다”면서 “선관위가 선거법상 선거대책기구를 선거운동이 아닌 내부대책 논의를 위한 기구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은 맞다”라고 설명했다.

신고 되지 않은 캠프 운영, 불법선거운동 벌인 혐의로 당직자 체포 
민주당 당사 별관 ‘유사기관 설치금지’ 공선법 근거로 불법사무실? 

현행 공선법 제89조 본문은유사기관의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단서는 ‘다만 후보자 또는 예비후보자의 선거사무소와 정당의 중앙당 및 시·도당의 사무소에 설치되는 각 1개의 선거대책기구 및 정치자금법에 의한 후원회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명시돼 있으며, 이 부분이 논란의 핵심이다.


민주당은 해당 사무실을 ‘선거사무소’가 아닌 ‘민주당 당사’로 선관위에 신고한 상태다. 선관위 관계자는 “당사는 이번 사건의 쟁점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법조관계자 A씨는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는 후보자가 과도하게 여러 사무실을 선점할 경우, 사무소가 없는 무소속 후보자와 차별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본 사건은 선거에 결정적인 당락을 좌우하는 인과관계는 없어 보이며, 당사로 등록했다면 일반인도 충분히 선거사무소라고 알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법 적용의 배경에 당사로 등록한 사실은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언론 “혐의 대부분 시인”
조 위원장 “시인 한 적 없다”

또한 그는 “이 사건은 개인의 문제인지 당 차원의 문제인지 살펴봐야 한다. 당사는 한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니다”라며 “형식적인 신고 여부만 따질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선거사무소를 입법 취지와 어긋나게 사용했는지가 불법선거운동의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률전문가 B씨는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법 적용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직 변호사인 C씨는 사건을 검토한 후 “공선법 제89에 관한 판례가 올 초에 있었다. 작년 서울 남부지검에 수사의뢰가 있을 당시 대법원 판례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 대변인이었던 진선미 의원은 해당 당사가 선거대책기구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것이 민주당에게 자충수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2월28일 공선법 해당 조문에 대해 대법원은 ‘선거대책기구란 내부적 선거준비행위를 하는 기구만을 말하고 이를 넘어 선거인에게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설치된 것은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변호사 C씨는 "진 의원의 주장대로 해당 캠프 사무실을 선거대책기구로 본다면 더 불리해진다. 이곳에서 선거인에게 영향을 행사할 만한 행위가 이루어졌다면 제89조 단서 위반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반적인 정당 사무를 처리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공선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정당이 여론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의 일은 통상업무라고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미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된 상황이라면 검찰의 기소가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캠프 설치한 자가 수범자, SNS 단장이 캠프 주도 했는지 여부 관건
재보선 당선 유력했던 지역위원장, 무죄 선고에도 여론 회복 어려워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된 이들이 유사기관 설치 금지에 관한 공선법 규정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검찰의 이번 수사를 두고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여야 균형 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게 일었다.

또 다른 의혹은 오는 ‘10월 재보선’에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조 위원장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성완종 보와 경쟁을 했던 민주당 후보였다”라며 “이번 10월 재보선에서 서산·태안 지역은 조 위원장의 출마가 예상됐던 지역이다. 설령 무죄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는 사실은 여론을 악화시켜 선거출마가 어려워 질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서산·태안지역의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성완종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국회의원직 상실위기에 놓였다. 조 위원장이 지난 총선에서 아깝게 분패했던 만큼, 민주당 내에서는 ‘한번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하지만 이번 검찰 기소의 여파로 그가 오는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선거에 출마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일부 언론은 차 비서관과 조 위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혐의를 대부분 시인했다고 보도했지만, 직접 당사자인 조 위원장의 주장은 달랐다.

검찰 “정치적 의도 없다”
법조계 “정치검찰 오명”

조 위원장은 아직 공소장을 받지 못한 이유로 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기에는 곤란하다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고 하는데, 단 1명도 돈 받은 사람이 없고 댓글을 달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 그곳은 수많은 콘텐츠를 기획하는 팀이었다. 댓들을 단다고 해서 여론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기사 내용은 날조에 가깝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대선캠프를 직접 설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선법 적용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 21일 조 위원장은 공소장을 받은 후 취재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소장에 모순된 점이 있다. 앞에서는 중앙당 총무국이 대선 캠프 계약을 했다고 명시해놓고는 뒤에 내가 설치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변호사 C씨는 “공선법은 ‘누구든지 유사기관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해 설치한 당사자를 수범자로 제한했다. 캠프 설치를 주도한 사람이 대상자로 봐야 한다. 캠프를 설치한 사람이 따로 있다면 무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률전문가 B씨는 “국정원사건이 이슈가 된 만큼,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도 수사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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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