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쇼크' 메가톤 후폭풍 막전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6.19 11: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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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원세훈 전 국정원장…혼자 죽지 않는다

[일요시사=정치1팀] '원세훈 불구속'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검찰과 법무부가 적지 않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정조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청와대와 국정원, 경찰 쪽에도 불똥이 튄 모양새.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결국 자유의 몸으로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 14일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4월18일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만료(19일)를 5일 앞두고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결국 불구속 기소
압력 의혹 증폭

예상대로 '원세훈 불구속'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 가장 시끄러운 쪽은 그를 불구속한 검찰과 법무부다.

검찰의 구속 의지는 강했다. 수사 내내 그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검찰'오명을 벗겠다는 각오였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인 만큼 신속하고 철저하게 성역 없는 수사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했다.

일찌감치 법무부에 구속 방침도 전했다. 그런데 순식간에 생각을 바꿨다. 검찰은 왜 그랬는지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어차피 구속해도 수사 기간이 짧다는 불구속 배경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서 법무부가 튀어나온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구속 기소 의지를 사실상 꺾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보고했지만, 황 장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아가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다시 검토하란 지시까지 내렸다고 한다.


법무부가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검찰에 압력을 행사하고 수사권을 지휘했다는 정황이다. 황 장관은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황 장관에 고개를 숙인 채동욱 검찰총장도 외압을 막지 못했다는 비난과 함께 수사팀 등 검찰 내부의 반발을 수습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청와대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법무부가 청와대와 교감 없이 단독으로 결정했을 리 없어서다. 사전에 사건을 조율했다는 의심이 가득하다. 곽상도 민정수석의 수상한 전화가 이를 뒷받침한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곽 수석이 국정원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5월 하순에 (국정원 정치개입을 수사하는) 검사들이 저녁회식을 할 때 곽 수석이 전화를 걸어와, '너희들 뭐하는 사람들이냐, 도대체 뭐하는 거냐, 이렇게 수사를 해서 되겠느냐'는 요지로 얘기했다”며 청와대의 수사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곽 수석과 법무부, 검찰은 한목소리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검찰·법무부 적지 않은 후유증
청와대·국정원·경찰에도 불똥

경찰과 국정원에도 '원세훈 불똥'이 튀었다. 양대 권력기관이 '한통속'으로 지난 대선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권력의 눈치를 살핀다는 불신이 팽배한 두 기관에 대한 개혁 소용돌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다.

원 전 원장과 함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국정원 직원은 혐의 없다"고 발표했다. 이는 선거판을 뒤흔들었다. 이후 국정원 여직원 수사 과정에선 수사팀에 부당하게 외압을 행사했다. 

원 전 원장이 기소됐다는 점은 국정원의 여론조작을 통한 정치개입 의혹이 더 이상 의혹이 아닌 사실이란 의미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업무 범위를 벗어나 정치에 관여한 셈이다. 정치도구로 전락한 국정원은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들통 나면서 개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급기야 일각에선 해체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정원 국정조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야권은 황 장관과 곽 수석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태세. 이들의 해임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정원 사건과의 전쟁'을 선포한 민주당은 황 장관과 곽 수석의 사퇴, 국정조사 합의 등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요구하고 있다. 최근 검찰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SNS 팀장을 맡았던 당직자를 선거법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한 것은 민주당 분노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민주당은 국정원 사건에 대한 '물타기'로 풀이하고 있다. 불구속된 원 전 원장과의 '차별'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미지근한 반응이다. 앞서 민주당과 검찰 수사 종결 이후 즉각적인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지만, 돌연 '조건부'단서를 달고 나섰다.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재판 이후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국정조사가 행사되면 안 된다고 규정한 관련법을 거들먹거리고 있다.

국정원 개혁 불가피
일각선 해체론까지

정치권에선 원 전 원장에 대한 재판이 끝나도 새누리당이 국정조사에 응할지는 미지수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선거개입이 사실로 결론 나면 더욱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에 국정원 사건을 적극 활용했다. 새누리당은 경찰의 '깜짝'수사결과 발표를 근거로 국정원 개입 의혹을 단순한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 몰아세웠다. 새누리당도 이번 국정원 사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이 노골적으로 원 전 원장을 감싸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구보다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둘 다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이 전 대통령은 전 정권 비리로 확대되지 않을까 좌불안석이다. 원 전 원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원 전 원장은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뿐만 아니라 개인비리 의혹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원 전 국정원장이 황보건설 전 대표 황보연씨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혐의를 캐고 있다. 이미 지난 6일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분식회계로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로 황씨를 구속한 상태. 황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원 전 원장에게 10여 차례에 걸쳐 건넨 명품가방과 순금 등 '선물리스트'도 확보했다. 대가성 여부가 수사의 초점. 특히 '선물리스트'엔 정관계, 금융·언론계 인사도 포함돼 있어 원 전 원장 외 정권실세들도 로비에 연루된 MB정권 '게이트'사건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홈플러스의 무의도 연수원 인허가 과정에서 산림청에 외압을 넣은 정황도 포착했다. 원 전 원장은 홈플러스의 청탁을 받고 2010년 당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SSM(기업형슈퍼마켓)법의 국회 처리를 저지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원 전 원장이 행안부 장관 취임 전까지 대형마트로부터 매달 500만∼600만원의 현금을 지원받고, 에쿠스 승용차를 렌트해 운전기사와 함께 제공받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국정조사 '뜨거운 감자'
이명박·박근혜 조마조마 '좌불안석'

원 전 원장이 개인비리로 구속될 경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원 전 원장을 캐면 4대강, 주가조작, 내곡동 등 이 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 나올 수 있어서다. 둘의 관계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원 전 원장은 대표적인 'MB맨'. 그중에서도 몇 안 되는 독대가 가능한 심복이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당시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MB정부 들어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된 후 2009년 2월부터 지난 3월까지 무려 4년간 국정원장을 지냈다.


국정원 사건은 박 대통령에게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 때 상황이라 입술이 바짝바짝 마를 만하다.

국정원 선거개입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박 대통령이다. 선거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일부에서 도출한 불공정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추상적인 결론도 무리가 없어 보일 정도다. 박 대통령은 대선 직전 TV토론에서 오피스텔에 감금당한 국정원 여직원을 옹호했다. 한 유세 현장에선 아예 "무죄"라고 단정 짓기도 했다. 이후 경찰은 "혐의가 없다"는 섣부른 결론을 내렸고, 이는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민주당은 "전 정권과 현 정권의 권력 기관들이 총동원해 사건을 은폐 축소했던 일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 봐도 권력기관에 의한 국기문란이고, 이명박·박근혜정권으로 이어지는 국기문란 계승 사건"이라고 밝혔다.

MB정권 게이트?
현 정부 족쇄?

국정원 사건은 이 전 대통령 때 벌어졌지만, 박 대통령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원 전 원장이 정치에 개입한 것은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선거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 등은 더욱 그렇다. 양측이 모종의 유착관계가 아니더라도 '원세훈 쇼크'는 현 정권 내내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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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