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부동산 동향]‘정부발’ 개발호재 마을은?

[박민우 부동산전문기자] 전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48곳이 풀린다. 정부는 이곳에 ‘걷고 쉬고 체험하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 집값은 물론 주거환경이 훨씬 나아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혜(?)를 입는 지역을 둘러봤다.

전국 개발제한구역 48곳 생활문화공간 조성
‘걷고 쉬고 체험’4개 사업 5년간 1천억 투입

전국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48곳이 도시민의 걷는 길, 여가와 전통문화 및 자연환경·생태 체험 공간으로 거듭난다. 국토교통부(이하 국교부)는 도시민의 생태휴식 공간 조성을 위해 개발제한구역의 뛰어난 자연환경을 이용, 자연·역사·체험이 어우러진 생활문화 공간을 조성한다. 이 사업에 향후 5년간 1000여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1억∼5억씩 지원
“주민 소득 기여”

그 일환으로 국교부는 지난 6일 개발제한구역이 있는 90개 시·군·구로부터 공모 신청을 받아 사업제안서 평가 및 현장조사를 거쳐 48개 친환경·문화사업을 최종 선정했다. 사업은 ▲걷는 길(21개·116.3㎞) ▲여가녹지(8개·5만4974㎡) ▲경관(17개) ▲전통문화(2개) 등 4개 분야로 시행된다.

지원금액은 ▲걷는 길 89억4500만원 ▲여가녹지 32억7500만원 ▲경관 74억6900만원 ▲전통문화 7억5000만원으로 정해졌다. 국교부는 총 209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번 선정된 사업들에 대해 해당 시군구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사업비의 70∼90% (1억∼5억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개발제한구역은 개발행위를 제한만하고 방치하는 소극적 접근방식을 넘어 도시민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생태체험, 여가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친환경·문화 사업을 통하여 보다 많은 도시민들이 개발제한구역을 여가 휴식공간으로 이용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구역 주민들의 소득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걷는 길] = 누리길로 불리는 걷는 길 사업은 지난 3년간(2010∼2012년) 총 연장 116.3㎞를 조성했다. 국교부는 향후 관할 지자체와 협의해 권역(수도권·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창원)별로 중심도시를 외곽에서 벨트형으로 두르는 둘레길을 완성할 계획이다. 21개 사업에 지원되는 금액은 89억4500만원이다.

누리길 사업지로 가장 많이 뽑힌 지역은 전남이다. 나주시 금당 누리길(L=2.1㎞·지원금 4억5000만원), 담양군 대전 생태하천(L=6㎞·4억5000만원), 화순군 도덕산 누리길(L=4.0㎞·3억6000만원), 장성군 황토 단감(L=11.5㎞·4억5000만원) 등 4곳이나 된다.

경북은 3곳이 선정됐다. 경산시 생명 누리길(L=4.2㎞·4억5000만원), 고령군 낙동강 행복(L=12㎞·4억9500만원), 칠곡군 동무골(L=4㎞·4억5000만원)이다. 여기엔 휴게시설, 돌탑, 주차장, 보행데크, 전망데크, 화장실 등이 조성된다.

서울시에선 은평구 북한산(2.5㎞·1억2000만원)이 선정됐다. 부산시는 해운대 반송동 석대천변 황토숲길(L=1.2㎞·4억8000만원)과 금정구 범어사 문화체험길(L=2.3㎞·5억원)이 들어선다. 대구시는 북구 화담마을(18㎞·4억5000만원), 충북은 청원군 대청호반(L=7㎞·5억원), 세종시는 비학산(L=5㎞·5억원)이 그린벨트가 해제됐다.

또 ▲광주시는 동구 너릿재(L=1.5㎞, B=1∼2m·4억5000만원)와 북구 삼각산(L=4.5㎞·9000만원) ▲대전시는 대덕구 산디마을(5.8㎞·5억원)과 동구 식장산 몽돌지압길(1.7㎞·3억6000만원) ▲울산시는 중구 입화산 참살이숲(L=14㎞·5억원)과 북구 강동 사랑길(L=1.7㎞·4억원) ▲경남은 창원시 국화꽃 향기속으로(B=4m, L=5㎞·4억9000만원)와 김해시 김해 백두산(2.29㎞·5억원)이 개발된다.

[여가녹지] = 여가녹지는 원칙적으로 국가가 매수한 토지나 기타 유휴 국공유지를 활용해 조경수 식재, 야외수영장, 분수, 실외 체육시설 기타 여가시설 등을 설치해 도시민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참고로 정부(LH공사가 대행 중)가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현재까지 매수한 토지는 1198필지 2070만7000㎡다. 여가녹지 사업은 8곳에 32억7500만원 지원된다.


사업지로 가장 많이 뽑힌 지역은 경기도다. 의왕시 포일2지구 숲속마을주변(5억원)에 보행·안전시설·광장·숲가꾸기 시설이, 의정부 자일IC 하부 체육시설(4억8000만원)에 풋살경기장·휴게시설이, 남양주 황금산 문화공원(3억5000만원)에 산책로·피크닉장·휴게쉼터가 들어선다.

대전시는 대덕구 산디마을(5억원), 동구 효평동(4억9500만원)에 편의시설, 생활체육시설, 팔각정자 등이 조성된다. 이밖에 광주시 광산구 운평마을(2억7000만원), 대전시 유성구 송림마을(4억원), 울산시 남구 솔마루길(2억8000만원)엔 각각 다목적구장, 편의시설, 데크, 파고라, 체육시설 등을 설치한다.

[경관] = 경관사업은 도로변에 수목이나 화초를 심거나 조명시설 및 조경물, 전망데크를 설치하는 등 경관이 훼손된 지역을 복구하거나 경관이 수려한 지역을 도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국교부는 17개 사업지에 74억6900만원을 지원한다.

둘레길 재정비
국공유지 활용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가장 많은 사업지가 선정된 지역은 경기도다. 시흥시 갯골 생태공원(3억5000만원)과 하우고개(3억3400만원), 남양주 재재기로(3억5000만원), 양평군 두물머리(4억5000만원)가 새롭게 단장된다. 이들 4곳엔 탐방로, 수목식재, 간판, 보행·안전시설, 편의시설, 조명, 보호수 등이 조성된다.
부산시에선 동래구 만덕고개길(4억5000만원)과 김해 국제공항 입구(3억5000만원)의 공간·경관이 개선된다. 대구시 동구 대곡지 에코갤러리(4억5000만원)에 체험센터 및 쉼터가, 달서구 도원지 수변(4억5000만원)엔 데크 및 데크광장이 생긴다. 울산시 중구 태화저수지(5억원)와 울주군 온양 대골못(4억9000만원)에도 수목식재, 편의·운동시설, 데크, 조명 등이 설치된다. 경북 고령군 월성 달맞이공원(4억9500만원)은 공원, 전망데크, 주차장, 편의시설 등을 만드며 칠곡군 송림사 주변(4억5000만원)은 경관등, 교량난간이 교체된다.

국교부는 ▲서울시 도봉구 무수골 재정비(4억원) ▲인천시 계양구 계양역 주변 벚꽃길 조성(5억원) ▲광주시 남구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4억5000만원) ▲대전시 대덕구 고속도로변 경관녹화사업(5억원) ▲충남 계룡시 신도안 전통문화사업(5억원)도 지원한다.

[전통문화] = 전통문화사업은 개발제한 구역내 문화재나 문화적 가치가 높은 시설이나 지역을 중심으로 역사문화 체험공간으로 조성해 도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2개 사업지에 7억5000만원이 투입된다. 서울시 구로구 정선옹주 묘역(4억원)과 경기도 고양시 산영루(3억5000만원) 일대가 새롭게 정비된다.
국교부는 개발제한구역 48곳 해제와 함께 동서남해안의 지역거점 8곳을 휴양·체험·생태벨트로 조성하는 내용도 발표했다. 취지는 같다. 국민 여가생활 공간을 넓히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 지역균형발전의 기반을 닦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국교부는 올해부터 거점지역별로 본격적인 설계 및 공사에 착수한다.

국교부는 “‘동서남해안권 발전 종합계획’에 포함된 해안권별 핵심사업과 박근혜정부의 지역개발 공약인 ‘낙후지역 휴양·관광벨트 구축’사업과 연계해 해안권 거점지역별로 2013년부터 사업에 착수하는 등 해안권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고 밝혔다.

동서남해안 8곳 휴양·체험·생태벨트 조성
동해 고창 거제 등 여가·경제 활성화 기대

이에 따라 동서남해안의 지역거점을 대표하는 경남 거제 지세포 해양레포츠타운 등 8개 사업(동해안 4곳, 남해안 3곳, 서해안 1곳)은 올해 하반기부터 설계와 공사가 착공된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약 1181억원(국비 564억원, 지방비 618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동해안권은 맑고 청정한 동해바다, 다채로운 지형·해안경관 등 청정한 이미지의 자연·생태적 관광자원을 활용해 가족체험·휴양·레포츠 벨트가 조성된다. 광역교통망 확충(제 2영동고속도로, 상주∼영덕 고속도로)에 따른 동해안 관광객 수요 증가에 대비, 동해 망상 및 영덕 고래불 해수욕장에 다기능적 기능을 갖춘 ‘휴양·체험형 관광 거점’을 조성한다. 또 해맞이 명소인 울주 간절곶과 동해안 관광의 메카인 정동진 해안단구에 탐방로를 조성, 해안경관과 생태자원을 잇는 동해안 일주형의 ‘동해안 블루투어로드’도 만든다.

서해안권은 서해안의 역사·문화를 주제로 학습·체험형 관광벨트를 구축하고, 갯벌·철새 등 세계적 생태관광자원을 활용한 관광벨트가 조성된다. 고창의 람사르 갯벌생태지구가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생태관광거점’으로 재탄생한다.

남해안권은 섬, 리아스식 해안 등 독특한 자연자원을 활용해 복합 체험·휴양·문화·관광지대가 조성된다. 수려한 다도해 관광자원을 활용해 서남해안 해양관광 및 물류 거점항으로 진도항 배후지를 개발함으로써 환황해경제권 및 동남아시아 등 세계로 진출하는 전진기지로 육성한다.


훼손 경관 복구
체험공간 확대

고흥은 우주과학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국내 유일의 우주과학 시설과 천혜의 관광자원을 연계한 ‘우주테마형 대규모 복합 휴양·문화공간’이 만들어진다. 거제 지세포는 남해안권 관광중심축으로 세계적 해양관광 휴양지대로 조성하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거가대교 개통과 더불어 부산∼거제∼통영을 연결하는 광역적 관광 거점 축으로 남해안 발전 모델로 구축된다.

국교부 관계자는 “해안권별 거점사업이 완료되면 국민 여가생활 공간을 넓히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지역균형발전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외에도 해안권별로 지역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발굴하여 지속적으로 해안권 개발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