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36년 만에 부활한 ‘박정희 사람들’ 현주소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4.29 15: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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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대물림 하더니 사람까지 대물림?

[일요시사=정치팀] ‘독재자 박정희가 살아나고 있다.’ 한 진보성향 언론에 기고한 전문가의 칼럼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정가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박 대통령의 당선을 두고 ‘박정희가 살아나고 있다’고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말 그들이 ‘박정희 시대’에 날고 기던 이들, 혹은 그 2세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독재의 만행’을 몸소 겪었던 이들에게 이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이들은 박정희의 ‘박’자만 들어도 ‘박정희의 부활’과 다름없는 공포와 맞닥뜨린다. 그렇다면 36년 만에 부활한 ‘박정희의 사람들’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매년 4월22일은 ‘새마을의 날’이다. 2011년 국가기념일로 공식지정 된 이후부터 ‘대통령 박정희’의 업적을 칭송하고 그에 대한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일명 ‘과외교사’이자 ‘새마을운동 전도사’인 한 학자가 있다. 최외출 영남대 교수가 그 주인공. 그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2 명의 박 대통령’에게 빚졌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다.

컬러링도 건배사도
오로지 ‘새마을’

박정희 전 대통령은 대구대와 청구대를 강제 통합해 영남대를 설립했다. 영남대가 ‘박정희 일가의 대학교’가 된 역사적 시발점이다. ‘이 법인은 대한민국의 교육이념과 설립자 박정희 선생의 창학정신에 입각하여 교육을 실시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의 영남대 정관 제1조만 봐도 알 수 있다.

최 교수는 영남대 새마을장학생 1기생(77학번)으로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만들어진 ‘지역사회개발학과’에 입학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 교수의 인연은 모친 육영수 여사 사망 이후에 시작됐다고 한다. 이들의 각별한 인연은 ‘새마을노래’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 교수는 지금도 휴대전화 컬러링으로 새마을노래를 쓴다고 한다. 최 교수의 술자리 건배사도 ‘근자협’으로 알려져 있다. 근자협이란 새마을운동의 슬로건이던 근면, 자조, 협동의 줄임말이다. 그는 작년 박 대통령 대선 유세장에서도 새마을 노래를 틀었다는 전언이다.


박정희와 서갑호
경제발전 동반자

최 교수는 2009년 자신의 모교이자 일터인 영남대를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전초기지로 삼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설립자 유족’ 자격으로 7명의 이사진 중 4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박 대통령에게 주면서다.

이때부터 영남대는 다시 ‘박통의 대학’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최 교수는 영남대에 박정희 새마을정책대학원을 만들어 초대원장을 지냈으며, 박정희리더십연구원을 세웠다. 이처럼 43년 전 시작된 새마을운동이 최 교수를 매개로 시간을 뛰어넘어서까지 상존할 조짐이다.

최 교수에 앞서 1971년 영남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도 ‘친박라인’이다. 김 이사장은 ‘박근혜 해바라기’로 불린다. 대구 출신인 김 이사장은 영남대를 졸업한 뒤 방림방적에 입사해 상무이사까지 지냈다. 방림방적의 설립자인 서갑호 사장이 그 중심인물로, 김 이사장과 박 전 대통령의 연결고리는 여기 있다.

‘2 명의 박 대통령’에게 빚진 최외출 교수 ‘새마을운동’ 재현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 노동자 탄압했던 방림방적 임원 거쳐

서 사장은 1929년 14세의 나이로 일본으로 건너가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1963년 한국 경제개발계획에 발맞추어 해외동포로서는 최초로 엄청난 규모의 자본을 국내에 도입, 한국석유산업으로 수출강국이 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서 사장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은 19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 사장은 3000여 평(현 시가 1조2천억원)의 주일 대한민국대사관을 사저로 매입해 박 전 대통령에게 기증하면서 두 사람은 각별한 인연을 맺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 서 사장과 그 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찍은 사진이 지난 2011년 8월11일 서 사장 아들에 의해 공개되면서 이 같은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당시 방림방적은 그 유명한 ‘방림방적 사건’을 계기로 노동자를 탄압하는 회사로 악명을 날렸다.

방림방적 노동자들은 “방림방적에서 박정희정권의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외부에 고통을 호소하면서 노동계의 이목이 쏠렸다.

박정희정권에서 산업화가 본격화된 시기에 진보적 기독교 선교단체 총무로 활동했던 인명진 목사는 매체를 통해 “방림방적 등에서 자행된 박정희정권의 노조 및 노동자 탄압 실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1977년 11월28일자 ‘방림방적체불임금대책협의회 참가자’의 성명서에 따르면, 방림방적은 노동자들의 체불된 임금을 아무 이유 없이 거부하고 있으며,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온갖 악독한 방법으로 탄압하고 있지만, 정부는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기는커녕 악덕기업을 옹호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동양방송 PD 출신
박근혜 사조직 합류

김 이사장은 이러한 노동자 탄압이 자행되던 시기 방림방적에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방림방적은 굵직한 기업으로 성장했고 김 이사장은 임원으로 승승장구했지만, 그 이면에는 임금체불과 노동자 탄압이라는 그늘이 존재했다. 김 이사장이 직간접적으로 당시 방림방적 노동자 탄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얼마 전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임명된 고학찬 윤당아트홀 관장도 대표적인 ‘박정희 사람’으로 꼽혀 한 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고 관장은 박 대통령을 보좌한 조직에서 활동한 친박인사로 육영수 여사 헌정 공연으로 불리는 뮤지컬 <퍼스트레이디>를 공연해 이 같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고 관장은 박 대통령의 사조직이었던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으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박 대통령의 문화예술분야 정책조언을 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고 관장은 1970년 한양대 영화과를 졸업한 후 동양방송 TBC PD와 삼성영상사업단 방송본부 총괄국장 등을 지낸 이력이 있다. 박정희정권 당시 그의 구체적 활동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지만, 무엇 때문인지 고 관장에게는 박정희의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고학찬 예술의 전당 사장, 육영수 헌정 뮤지컬 <퍼스트레이디> 공연
쿠데타·유신·독재 함께한 측근의 2세들 '정영사' 통해 사회 요직 맡아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성명을 통해 고 관장 임명에 대해 “대통령의 아버지와 인연이 있는 사람, 본인 캠프에서 일한 사람 중 가족들과 인연이 있는 사람, 본인 가족들을 칭송하는 사람이 현재까지 보여준 이 정부의 인사코드”라며 “소위 박정희 코드라고 불리는 신(新)권력이 이 정부가 말하는 ‘전문성 있는 인사’”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른바 ‘박정희 키드’라 불리는 박 전 대통령 측근 2세들이 박근혜정권 내각과 청와대에 한자리씩 차지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박정희 사람 1세들이 주로 영남대를 통했다면 2세들은 ‘정영사(正英舍)’를 통했다. 정영사는 박 전 대통령 본인의 이름과 부인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각각 따서 1968년 서울대에 세워진 기숙사다.

그 중에서도 특히 대통령직인수위 경제2분과를 맡았던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과 교육과학분과를 맡았던 장순흥 교수의 부친은 박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알려진다.

서 장관의 부친인 고 서종철 전 국방부 장관은 육군사관학교 1기 출신으로 5·16군사쿠데타에 참여한 인물이다. 서 전 장관은 박정희정권에서 육군참모총장, 대통령 안보담당특별보좌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유신 시절에는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장 교수 역시 박 전 대통령(육사 2기)의 측근이던 장우주 전 대학적십자사 사무총장의 아들이다.

‘박정희 키드’
보은인사 여전

또 외교국방통일분과 인수위원을 맡았던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의 부친은 박 전 대통령이 총애했다는 고 최재구 전 공화당 의원이다.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이던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을 기초했던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다.


박 대통령 주변을 포진하고 있는 이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박 전 대통령 측근 또는 그들의 2세들이 여전히 정치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인사를 두고 ‘보은·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쏟아지는 이유다. 이것은 박 대통령의 최대맹점으로 꼽힌다.

정치권 안팎에선 박근혜정권 초반 ‘독재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잖았다. 그 시절 유신과 독재를 목도했던 이들이 요직을 차지해 최소 36년이나 지난 역사를 거스르지는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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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