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가 본 달라진 안철수 ‘어디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3.28 13:35:24
  • 댓글 0개

무기는 제대로 갖췄는데, 아직 싸울 줄을 몰라

[일요시사=정치팀]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를 바라보는 정치권 시각에 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여야의 입장 차가 아니다. 진보와 보수언론의 엇갈리는 이념적 성향도 배제된다. 진보진영에서 안 전 교수의 정치권 등장을 인색하게 평가하는가 하면, 새누리당에서는 안 전 교수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해 엉뚱하게도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안 전 교수의 어떤 부분이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에게 포착된 것일까?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에 대한 공통적인 평가가 하나 있다. 대부분 언론은 안 전 교수의 등장을 ‘예상보다 미미했다’라고 평했다. 그럼에도 여야는 그의 발언과 일거수일투족에 온 신경을 기울이며, 안 교수의 속내를 해석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안풍’은 잠잠해 졌을지 몰라도, 후폭풍에 대해선 좀처럼 마음을 못 놓는 눈치다. 

혹평 쏟는 보수언론
“4개월 전과 같다”

보수성향의 언론 <데일리안>은 안 전 교수 등장에 대해 혹독한 비난을 쏟아냈다. <데일리안>은 “‘국민이 원한다’만 되풀이하는 안철수식 불통, 대선 때나 지금이나 한 말만 되풀이하는 모호한 정치적 수사”라며 안 전 교수를 몰아붙였다.

기사는 ‘안철수는 변하지 않았다’고 못 박으며 시작했다. 안 전 교수가 귀국 기자회견에서 다시 ‘새 정치’를 거론했다며 지루함을 표현했다. 게다가 안 전 교수의 기자회견에 ‘실체가 없다’고 했다. 기사는 ‘신념과 각오, 이를 표현하는 방법까지 모두 4개월 전과 같다. 추상적 정의와 포괄적 표현, 이에 대한 해석은 국민 각자의 몫’이라며 안 전 교수의 귀국 기자회견을 깎아내렸다.

“바람 빠진 안풍”
“기대감 무너져”

그러면서 지난 해 안 전 교수가 대통령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소개하며 귀국 당시와 같은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사퇴 기자회견 당시 밝혔던 가시밭길은 향후 정치활동을 의미했으며, 귀국 당시 밝혔던 가시밭길은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의미할 뿐 달라진 것은 없다고 평가했다.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안 전 교수의 답변에 대해서도 같은 평을 내렸다. 대선 당시 단일화 조건이었던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 가치와 철학이 하나 되는 단일화,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와 귀국 기자회견 당시 “정치공학적 접근을 하지 않겠다”라고 밝힌 점을 대조하며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고 꼬집었다.

<데일리안>은 이것을 ‘안철수식 불통의 정치’라며 자신이 원하는 말만 하는 전형적 일방통행이라고 서술했다. 또한 ‘지난 대선기간 동안 안 전 교수에게 10가지 다른 질문을 한다면, 최소한 2~3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같았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며 안 전 교수의 변화에 제로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진보적 성향의 언론도 안 전 교수를 향해 인색하긴 마찬가지였다. 안 전 교수 귀국 열기가 정치권에 등장했을 때만큼 높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일단 안 전 교수의 귀국 기자회견에 대해 ‘예전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귀국 일성으로, 첫 등장 때처럼 ‘새 정치’를 말했지만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밝힌 이후 여러 곳에서 질타를 받고 있는 안 전 교수의 상황도 함께 보도됐다.

보수·진보언론 안철수에 연이은 혹평, “현상유지” “전보다 후퇴”
전문가 ‘새 정치’에 대한 모호함 비판 여전, ‘소탐대실’ 평가절하 

전문가의 의견도 후하지 않았다. 진보성향의 정치학자인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매체를 통해 “안 전 교수가 눈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해 더 큰 것을 잃어버리는 ‘유시민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성향의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도 칼럼에서 “대선 후보 근처까지 갔던 사람이 노원병을 선택한 것만으로도 정치공학적이란 비판이 나오는데 자신만은 여전히 거룩하다고 믿는 눈치”라고 혹평했다.


안 전 교수에 대해 이 같은 평가가 나오는 데에는 일단 대선이라는 큰 정치적 이벤트가 끝난 이후 정치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낮아진 환경적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형식 한결리서치 소장은 매체를 통해 “안 전 교수의 지지도는 반새누리당, 반보수라는 전선에서 있을 때 시너지효과가 있었다”며 “그런데 대선 후 안 전 교수가 독자노선을 간다고 하니 순수한 안철수 지지자만 남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후보가 강조한 새 정치에 대한 모호함 또한 지적됐다. 홍 소장은 “안 전 교수는 원래 경제, 사회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비정치적 아이콘”이라며 “그런데 정치를 시작하면서 느닷없이 정치혁신만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안 전 교수 스스로 무너뜨렸다”면서 “당장 노원병 출마의 명분이 없다”며 “노회찬 전 의원은 사회정의를 외치다 의원직을 상실한데다 본인의 ‘지역주의 극복’ 논리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대구의 김부겸 전 의원, 광주의 이정현 전 의원도 지역주의에 기댄 것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
“이제 정치인답다”

이처럼 언론과 전문가들이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 기자회견에 대해 대체로 좋지 않은 의견을 내놓은 데 반해 새누리당의 반응은 이채롭다. 새누리당의 중진인 A의원은 안 전 교수의 기자회견과 이후 노원병 지역에서의 움직임에 전과 다른 변화가 보인다고 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안 전 교수의 귀국 후 기자회견과 작년 대선 출마 기자회견, 그리고 제18대 대통령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비교하며 안 전 교수가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첫째로 안 전 교수의 귀국 후 기자회견 당시 억양과 목소리 그리고 제스처를 언급하며, 이전보다 훨씬 ‘정치화’ 됐다고 해석했다.

A의원은 “안 전 교수의 억양이 분명하고 강해졌다. 어조도 뚜렷해 졌다"라며 “작년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안 전 교수는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귀국 기자회견이 여의도에 출사표를 내놓는 자리라, 적잖이 긴장했을 법도 한데 작년 대선보다 훨씬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라고 안 전 교수에 대한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이어 “작년보다 한결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어필하며 출마 의지를 확실히 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마이크를 잡고 연설도 하게 될 텐데…. 그때 쯤이면 지금보다 더욱 진화한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새누리 소속 의원 호평 내놔 “언론, 지역주민과 정치적 스킨십 강화”
“권력의지 강화는 박수 받아야… 정치적으로 미흡한 부분은 연대로”

두 번째로 안 전 교수의 적극적인 스킨십 강화를 들었다. A의원은 “안 전 교수는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기자들과 거리를 두며 어색해했다. 기자들과 만나거나 대화하는 것도 매우 드물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안 전 교수는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인사하며 적극적으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언론을 대하는 안 전 교수의 태도에 변화가 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 전 교수는 기자회견 내내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오랜만입니다” “낯익은 얼굴들이 많네요”라며 친밀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A의원은 안 전 교수가 노원병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며, 인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지지자들을 만나도 먼저 인사하거나 악수하지는 않았다. 미국에서 대단한 각오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라고 평가했다.

이용길 시사평론가는 안 전 교수의 정치행보에 대해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안 전 교수의 전술적인 부분은 상당히 좋게 생각한다. 지역주민들에게 정치적인 스킨십을 열심히 하고, 언론·방송과의 상호작용에서도 이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세련되고 진일보했다”라며 “전에는 우유부단하고 모호한 행동을 보였지만, 지금은 분명하고 확실해 졌다. 정치적 권력의지와 욕망이 강화된 느낌이다. 안 전 교수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될 때만 해도 권력에 대한 욕망은 거의 없었다. 후진적 한국정치로 국민적 열망을 실감하고, 그 과정에서 대선을 겪으면서 외부적인 동기를 내화시켜 권력욕을 키웠을 것이다. 긍정적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전술은 긍정
전략은 부정

이 평론가는 안 전 교수의 권력의지 순수성과 정치적인 전략은 달리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평론가는 “안 전 교수의 전술은 좋았지만, 전체적인 전략에는 미스가 있다. 여론과 전문가들이 비판하는 부분은 이 부분이다"라며 ”서울시장·대통령 후보를 양보했던 사람이 국회의원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인 점은 이미지에 치명적이다. 노원병 선택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도의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점을 말하는 것이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와 충분히 협의해 진보진영 지지자들을 포옹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앞으로 대화와 협력을 통한 야권연대는 안 전 교수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라고 당부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