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가 본 달라진 안철수 ‘어디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3.28 13: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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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는 제대로 갖췄는데, 아직 싸울 줄을 몰라

[일요시사=정치팀]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를 바라보는 정치권 시각에 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여야의 입장 차가 아니다. 진보와 보수언론의 엇갈리는 이념적 성향도 배제된다. 진보진영에서 안 전 교수의 정치권 등장을 인색하게 평가하는가 하면, 새누리당에서는 안 전 교수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해 엉뚱하게도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안 전 교수의 어떤 부분이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에게 포착된 것일까?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에 대한 공통적인 평가가 하나 있다. 대부분 언론은 안 전 교수의 등장을 ‘예상보다 미미했다’라고 평했다. 그럼에도 여야는 그의 발언과 일거수일투족에 온 신경을 기울이며, 안 교수의 속내를 해석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안풍’은 잠잠해 졌을지 몰라도, 후폭풍에 대해선 좀처럼 마음을 못 놓는 눈치다. 

혹평 쏟는 보수언론
“4개월 전과 같다”

보수성향의 언론 <데일리안>은 안 전 교수 등장에 대해 혹독한 비난을 쏟아냈다. <데일리안>은 “‘국민이 원한다’만 되풀이하는 안철수식 불통, 대선 때나 지금이나 한 말만 되풀이하는 모호한 정치적 수사”라며 안 전 교수를 몰아붙였다.

기사는 ‘안철수는 변하지 않았다’고 못 박으며 시작했다. 안 전 교수가 귀국 기자회견에서 다시 ‘새 정치’를 거론했다며 지루함을 표현했다. 게다가 안 전 교수의 기자회견에 ‘실체가 없다’고 했다. 기사는 ‘신념과 각오, 이를 표현하는 방법까지 모두 4개월 전과 같다. 추상적 정의와 포괄적 표현, 이에 대한 해석은 국민 각자의 몫’이라며 안 전 교수의 귀국 기자회견을 깎아내렸다.

“바람 빠진 안풍”
“기대감 무너져”

그러면서 지난 해 안 전 교수가 대통령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소개하며 귀국 당시와 같은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사퇴 기자회견 당시 밝혔던 가시밭길은 향후 정치활동을 의미했으며, 귀국 당시 밝혔던 가시밭길은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의미할 뿐 달라진 것은 없다고 평가했다.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안 전 교수의 답변에 대해서도 같은 평을 내렸다. 대선 당시 단일화 조건이었던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 가치와 철학이 하나 되는 단일화,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와 귀국 기자회견 당시 “정치공학적 접근을 하지 않겠다”라고 밝힌 점을 대조하며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고 꼬집었다.

<데일리안>은 이것을 ‘안철수식 불통의 정치’라며 자신이 원하는 말만 하는 전형적 일방통행이라고 서술했다. 또한 ‘지난 대선기간 동안 안 전 교수에게 10가지 다른 질문을 한다면, 최소한 2~3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같았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며 안 전 교수의 변화에 제로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진보적 성향의 언론도 안 전 교수를 향해 인색하긴 마찬가지였다. 안 전 교수 귀국 열기가 정치권에 등장했을 때만큼 높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일단 안 전 교수의 귀국 기자회견에 대해 ‘예전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귀국 일성으로, 첫 등장 때처럼 ‘새 정치’를 말했지만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밝힌 이후 여러 곳에서 질타를 받고 있는 안 전 교수의 상황도 함께 보도됐다.

보수·진보언론 안철수에 연이은 혹평, “현상유지” “전보다 후퇴”
전문가 ‘새 정치’에 대한 모호함 비판 여전, ‘소탐대실’ 평가절하 

전문가의 의견도 후하지 않았다. 진보성향의 정치학자인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매체를 통해 “안 전 교수가 눈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해 더 큰 것을 잃어버리는 ‘유시민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성향의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도 칼럼에서 “대선 후보 근처까지 갔던 사람이 노원병을 선택한 것만으로도 정치공학적이란 비판이 나오는데 자신만은 여전히 거룩하다고 믿는 눈치”라고 혹평했다.


안 전 교수에 대해 이 같은 평가가 나오는 데에는 일단 대선이라는 큰 정치적 이벤트가 끝난 이후 정치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낮아진 환경적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형식 한결리서치 소장은 매체를 통해 “안 전 교수의 지지도는 반새누리당, 반보수라는 전선에서 있을 때 시너지효과가 있었다”며 “그런데 대선 후 안 전 교수가 독자노선을 간다고 하니 순수한 안철수 지지자만 남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후보가 강조한 새 정치에 대한 모호함 또한 지적됐다. 홍 소장은 “안 전 교수는 원래 경제, 사회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비정치적 아이콘”이라며 “그런데 정치를 시작하면서 느닷없이 정치혁신만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안 전 교수 스스로 무너뜨렸다”면서 “당장 노원병 출마의 명분이 없다”며 “노회찬 전 의원은 사회정의를 외치다 의원직을 상실한데다 본인의 ‘지역주의 극복’ 논리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대구의 김부겸 전 의원, 광주의 이정현 전 의원도 지역주의에 기댄 것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
“이제 정치인답다”

이처럼 언론과 전문가들이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 기자회견에 대해 대체로 좋지 않은 의견을 내놓은 데 반해 새누리당의 반응은 이채롭다. 새누리당의 중진인 A의원은 안 전 교수의 기자회견과 이후 노원병 지역에서의 움직임에 전과 다른 변화가 보인다고 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안 전 교수의 귀국 후 기자회견과 작년 대선 출마 기자회견, 그리고 제18대 대통령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비교하며 안 전 교수가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첫째로 안 전 교수의 귀국 후 기자회견 당시 억양과 목소리 그리고 제스처를 언급하며, 이전보다 훨씬 ‘정치화’ 됐다고 해석했다.

A의원은 “안 전 교수의 억양이 분명하고 강해졌다. 어조도 뚜렷해 졌다"라며 “작년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안 전 교수는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귀국 기자회견이 여의도에 출사표를 내놓는 자리라, 적잖이 긴장했을 법도 한데 작년 대선보다 훨씬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라고 안 전 교수에 대한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이어 “작년보다 한결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어필하며 출마 의지를 확실히 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마이크를 잡고 연설도 하게 될 텐데…. 그때 쯤이면 지금보다 더욱 진화한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새누리 소속 의원 호평 내놔 “언론, 지역주민과 정치적 스킨십 강화”
“권력의지 강화는 박수 받아야… 정치적으로 미흡한 부분은 연대로”

두 번째로 안 전 교수의 적극적인 스킨십 강화를 들었다. A의원은 “안 전 교수는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기자들과 거리를 두며 어색해했다. 기자들과 만나거나 대화하는 것도 매우 드물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안 전 교수는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인사하며 적극적으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언론을 대하는 안 전 교수의 태도에 변화가 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 전 교수는 기자회견 내내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오랜만입니다” “낯익은 얼굴들이 많네요”라며 친밀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A의원은 안 전 교수가 노원병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며, 인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지지자들을 만나도 먼저 인사하거나 악수하지는 않았다. 미국에서 대단한 각오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라고 평가했다.

이용길 시사평론가는 안 전 교수의 정치행보에 대해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안 전 교수의 전술적인 부분은 상당히 좋게 생각한다. 지역주민들에게 정치적인 스킨십을 열심히 하고, 언론·방송과의 상호작용에서도 이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세련되고 진일보했다”라며 “전에는 우유부단하고 모호한 행동을 보였지만, 지금은 분명하고 확실해 졌다. 정치적 권력의지와 욕망이 강화된 느낌이다. 안 전 교수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될 때만 해도 권력에 대한 욕망은 거의 없었다. 후진적 한국정치로 국민적 열망을 실감하고, 그 과정에서 대선을 겪으면서 외부적인 동기를 내화시켜 권력욕을 키웠을 것이다. 긍정적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전술은 긍정
전략은 부정

이 평론가는 안 전 교수의 권력의지 순수성과 정치적인 전략은 달리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평론가는 “안 전 교수의 전술은 좋았지만, 전체적인 전략에는 미스가 있다. 여론과 전문가들이 비판하는 부분은 이 부분이다"라며 ”서울시장·대통령 후보를 양보했던 사람이 국회의원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인 점은 이미지에 치명적이다. 노원병 선택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도의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점을 말하는 것이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와 충분히 협의해 진보진영 지지자들을 포옹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앞으로 대화와 협력을 통한 야권연대는 안 전 교수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라고 당부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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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