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이준석 카드’ 흘린 진짜 이유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3.13 13: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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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 잡는 덴 팔팔한 ‘피라미’ 미끼가 제격?

[일요시사=정치팀] 서울 노원병은 초기 박근혜 정부의 최대 격전지다. 소수점 지지율로 선두다툼을 벌이던 ‘빅3’ 잠룡 승부가 대선 후에도 끝나지 않은 듯하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오는 4월 재보선에 등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원병은 ‘미니대선’을 치르게 됐다. 사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새누리당은 난데없이 ‘이준석 카드’를 슬쩍 흘렸다. 작년 부산 사상구에서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무명의 정치신인 손수조 미래세대위원장을 내세웠던 새누리당. 이번엔 또 무슨 속셈일까?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출사표를 낸 서울 노원(병)은 4·24 국회의원 재보선의 최고 관심지역이다. 안 전 교수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여야 모두 합하면 약 10여 명에 이를 정도다. 그중에서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이는 단연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다.

힘 빼거나 버리거나

노원병 선거 결과는 박근혜 정부 초기 국정운영 동력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새누리당이 필승카드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중에서도 안 전 교수의 대항마로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이름 석자를 내건 이 전 위원의 이력이 주목을 끈다. 이 전 위원은 올해 29세로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불린다.

<어린놈이 정치를>이라는 저서의 저자소개를 보면 이 전 위원은 서울과학고를 2년 만에 조기 졸업한 수재 중의 수재다. 그해 카이스트에 입학한 후 미국 하버드대에 합격했다. 그는 2억원에 이르는 수업료를 한국장학재단 장학금으로 해결하기도 했다.

이 전 위원은 대학생 시절부터 무료로 과외봉사를 했으며, 졸업 후 저소득 자녀들을 위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교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클라세스튜디오’라는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전 위원의 저서를 보면 그가 정치를 꿈꾸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출판사에서 쓴 것으로 보이는 책 소개에 따르면 ‘3개월 임시직 정치인으로서 변혁의 정치판을 직접 체험하며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책을 통해 그는 젊은 청춘이 바라보는 정치, 언론, 교육, 경제 등 25가지 이슈를 통한 한국 정치, 사회의 현실과 미래를 자신의 시각으로 파헤친다’고 했다. 그의 정치적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 전 위원이 안 전 교수의 대항마로 급부상하자, 더불어 문재인 전 후보와 대결구도를 펼쳤던 손수조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에게 관심이 쏠렸다.

새누리당이 ‘젊은 정치신인’ 카드를 또 꺼낼지를 두고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 이 전 위원에 대해 당의 한 고위관계자가 “참신할지는 몰라도 수도권에 후보로 내기엔 너무 어리다”라고 고개를 내저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치권 관계자는 새누리당으로선 이준석 카드가 오히려 안전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번 총선서 ‘손수조 재미’ 본 새누리, 4월 재보선 공천도?
클라세스튜디오 ‘유령회사’ 의혹 일어… 자칫하면 역효과 날수도

지난해 총선 당시 새누리당에서는 손 위원장을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인 당시 상황에서 새누리당으로서는 전혀 손해 볼 게 없는 카드인데다, 문 전 후보와 손 위원장의 득표율이 큰 차이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예측이 적중한 것도 그렇다.

결과는 문 전 후보의 승리였지만 언론은 ‘정치초년병’인 손 위원장의 저력과 선전을 높이 치켜세웠다. 지금도 새누리당에서 요직을 맡고 있어 새누리당과 손 위원장은 ‘윈-윈’ 전략을 쓴 셈이 됐다.

안풍이 여의도를 뒤흔들고 있는 지금 새누리당에서는 아무리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이길 확률이 낮은 판에 영향력 있는 당내 중진을 내세우는 위험을 감수하진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손 위원장이 문 전 후보의 상대로 나서 유명세를 날렸듯, 이 전 위원이 안 전 교수에게 패한다 하더라도 이 전 위원 입장에서 손해 볼 게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그리고 안 전 후보에게 ‘다 이긴 선거’를 뛰게 만들어, 긴장감을 반감시켜 김 빼는 효과도 톡톡히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전 위원에게는 손 위원장은 없는 아킬레스건이 문제다. 얼마 전 ‘유령회사’로 논란이 됐던 클라세스튜디오가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지난 2월 클라세스튜디오 관련 단독보도를 통해 ‘이 전 위원이 벤처기업가란 타이틀을 얻기 위해 설립한 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 바 있다. 이 전 위원이 법인 설립 후 불과 4개월 만에 정치에 입문한 사실 등을 의혹의 근거로 들었다. 



이 전 위원이 중소기업청의 창업진흥원에서 7000만원의 비용을 지원받아 법인을 설립한 바,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 전 위원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국고를 사용한 것이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전 위원이 대표로 있는 클라세스튜디오의 운영상태다. <일요시사>의 취재 당시 클라세스튜디오의 홈페이지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의 홈페이지로 보기에 무리가 있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아예 ‘버리는 카드’를 쓰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안 전 교수의 정치권 등판을 잠재우기에 박근혜 카드라는 수식어만으로는 부족하지 않느냐는 우려에서다. 다시 말해, 유령회사 의혹이 다소 불거지더라도 조금이라도 안풍을 잠재워 보겠다는 심산이다.

막판에 이 전 위원이 아닌 다른 후보를 내세울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위원을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경우, 그를 대체할 만한 정치초년병을 앉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다.

‘꼬리 자르기’ 경계태세

그 경우 새누리당은 ‘낡은 카드’를 대신하는 ‘새 카드’를 제시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게 된다. 안 전 교수가 ‘새 정치’를 대변하는 인물로 여겨지는 만큼, 이슈를 끌어오기보다 이 같은 안 전 교수의 이미지를 중화시킨다는 계획이다.

과연 ‘이준석 대항마설’ 뒤에 감춘 새누리당의 ‘진짜카드’는 무엇일까? 혹시 이번에도 박 대통령의 ‘꼬리 자르기’로 논란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닌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요즘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기사속 기사>


이전 클라세스튜디오 어땠나 보니


약도도 없어 ‘회사 가려면 어떻게?’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클라세스튜디오 홈페이지 모습이다. 현재 클라세스튜디오를 클릭하면 테스트바다(www.testbada.com)라는 사이트로 연결되며, 테스트바다의 대표이사는 이준석으로 돼 있다. 그림은 클라세스튜디오 홈페이지 약도를 소개하는 화면으로, 그림이 깨진 채 흐릿하게 방치돼 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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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