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안철수-문재인 단독회담 녹취록 실체추적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2.28 16: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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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사퇴 조건부 안철수 입당’ 친노 반발로 단일화 무산됐다”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선이 끝났지만, 민주당은 아직도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안으로는 ‘친노 책임론’이, 밖으로는 ‘안풍’이 그칠 줄을 모른다. 한참 민주당 계파 갈등이 치열해질 무렵 민주당에서 심상치 않은 이야기 하나가 흘러나왔다. 작년 대선을 앞두고 비공개 단독회담을 가졌던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후보의 녹취록 내용이었다. 이에 <일요시사>가 녹취록 정황을 포착, 전격 취재에 나섰다.



문재인-안철수 전 후보의 단독회동 녹취록의 실체와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참석한 속기록의 내용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들은 각각 ‘있다’ ‘없다’를 주장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쉽게 찾는다면 별 내용이 없다는 방증이다. 찾지 못한다면 ‘대단한 게’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귀띔했다. 녹취록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은 의견을 달리했다. ‘문·안 단독회동 녹취록’이 민주당에서 공론화된 사안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필수조건인 단일화
챙긴 DJ, 털린 JP

취재가 진행된 지 얼마 후 녹취록 이야기는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녹취록의 존재에 고개를 내저었다. 한편 녹취록과 단일화 협상과정을 둘러싼 저간의 사정들이 점점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공개되지 않은 협상과정의 진실이 하나 둘 연결고리를 이루며 자리를 잡아갔다. 이것은 녹취록에 대한 뒷말이 쏙 들어간 배경과 맞물리며 마치 흩어진 퍼즐을 맞추듯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단일화 당시 있었던 치열한 설전의 배경을 짐작케 했다.

문-안 단일화 단독회동 녹취록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녹취록의 존재가 중요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 물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친노 책임론 일자
속기록 공개 논의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는 야권의 필수조건이 된 지 오래다. 만년 대권재수생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대권을 잡아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단연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와의 단일화 성공에 있었다.

DJ에게 필요한 것은 충청권 표였다. JP에게 필요한 것은 권력지분이었다. 문 전 후보에게 안 전 후보의 중도층 표가 필요하고, 안 전 후보에게 권력지분이 필요했던 것처럼 단일화 공식의 셈법은 늘 그렇다.

하지만 이것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합의’에 그친다는 게 문제다. 대선 후 ‘DJP연합’ 합의내용이 이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JP는 DJ에게 어떠한 정치적·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 단일화의 함정이다. 단일화를 두고 표몰이를 위한 ‘야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단일화 조건이던 내각제는 국민적 반대에 부딪혔다. 단일화 합의를 이루지 못한 DJ와 JP는 결국 서로 등을 돌렸다. 결과적으로 DJ는 충청권 표를 대거 견인해 권좌에 올라 한몫 제대로 챙겼다. 하지만 JP는 충청권 표만 내주고 지분은 얻지 못해 제대로 털린 셈이다. 덕분에 DJ는 짐을 덜었지만, JP는 억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녹취록이 등장한다.

JP와 그의 측근들이 마지막으로 내밀 수 있는 ‘필살카드’가 바로 단일화 회동 녹취록이다.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묻겠다는 심산이다.

유권자-권력 지분 맞교환, 지키나 마나 한 ‘단일화 합의’ 승패 뚜렷!
공식 합의문·실무진 속기록 보유 “이면합의 내용의 녹취록 있을 것”


전문가들은 이처럼 공식적인 합의문 외에 이면합의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문 전 후보와 안 전 후보의 단일화 회동 녹취록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취재 중 알게 된 단일화 협상 관련 문건은 총 3종류, 그 중의 하나가 녹취록이다. 존재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다른 하나는 언론을 통해 공개된 ‘합의문’ 형식의 문건이다. DJP연합 당시에는 ‘후보단일화 합의문’, 문·안 단일화 협의 당시에는 ‘새정치 공동동선언문’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발표됐다.

나머지 하나는 실무협상단회의 속기록으로, 속기사가 회의에 참석해 양측 협상단의 논의 내용을 기록한 문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 A씨는 현재 민주당이 문·안 단일화 협의 당시 실무진 협상단의 속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요시사>는 민주당이 의총 혹은 비공개회의에서 야권단일화 속기록 공개 여부가 논의된 사실을 관계자를 통해 전해들을 수 있었다.

속기록의 내용이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접했던 내용과 다른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당시 문 전 후보가 안 전 후보에게 “맏형으로서 ‘통큰 양보’를 할 수 있다”고 말한 배경을 두고 문 전 후보와 문 전 후보 측 단일화 실무진의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여기서 말하는 통큰 양보는 문 전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뜻한다. 그때 문 전 후보는 후보직 사퇴까지 고려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일화 단독회담 당시 문·안 두 후보는 실무진을 통해 단일화 협상과정에 대해 보고받았다”라며 “안 전 후보 측이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할 테니, 문재인 후보가 사퇴하라’는 주장을 했고, 이 같은 내용이 문 전 후보에게 전해지자, 문 전 후보가 ‘알겠다.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그때나 지금이나
“60년 전통 민주당”

문 전 후보가 오랜 숙고 끝에 안 전 후보의 후보직 사퇴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다소 놀라운 발언이다. 하지만 친노진영의 당 지도부는 이 같은 문 전 후보의 결정을 적극 만류했다고 A씨는 전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발언이 전해진다. 문 전 후보가 후보직 사퇴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하자 친노 진영에서 누군가가 “민주당은 60년 전통을 가진 정당으로 그러한 제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응수했다는 것.

얼마 전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안 전 후보의 신당 창당에 대해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현재 60년 전통의 정당이 현존하고 있다. 신당이 출현하면 야권은 분열된다”라는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이 때문에 친노가 문 전 후보의 사퇴를 저지했다는 발언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를 놓고 문·안 실무진 간 협상이 이어졌지만, 양측은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대신 안 전 후보에게 후보사퇴 명분을 찾아주려고 했지만, 안 전 후보 측은 ‘문재인 사퇴-안철수 입당’ 입장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양측의 협상이 결렬되자, 민주당은 사퇴한 안 전 후보에게 ‘뒤통수를 쳤다’라는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고 한다. 이를 둘러싼 배경과 논의가 속기록의 골자다.


민주당이 대선 후 위기에 놓였을 때, 친노진영에서 꺼내려고 했던 카드가 바로 속기록이다. ‘문재인이 사퇴하려고까지 했다’라는 것을 강조해 불리한 여론을 타개하려 한 친노진영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에 대한 역풍 또한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는지, 일단 민주당은 비공개로 결정했다.

문재인 ‘통큰 양보’에 민주당 지도부 거센 반발, 양보는 없던 걸로~ 
마지막 단일화 회동에서 ‘안철수 사퇴 명분’ 오갔을 가능성 커

이 같은 실무진의 속기록 내용이 문·안 단독회담 녹취록에 대한 무성한 뒷말을 키웠다. 정작 단일화의 당사자인 문·안 전 후보가 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에 대한 뒤늦은 관심이 커진 탓에, 캠프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당 비선라인에서 녹취록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고 나선 것.

속기록에 의하면 대통령후보가 단일화과정을 이끌지 못하고, 측근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묘사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통령후보들도 모르는 녹취록이 존재할 가능성 또한 커지는 대목이다. 안 전 후보의 사퇴로 끝난 단일화가 실은 후보 당사자의 의사가 아니라, 자신의 권력지분을 양보하지 못한 측근들의 작품일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추측이다.

이 때문에 문·안 전 후보가 단독회담을 가질 때마다 몇몇 측근들에 의해 이들의 대화내용이 녹취됐으며, 이러한 두 후보의 의중이 모니터링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를 바탕으로 단일화 실무협상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만약 두 후보가 아닌, 이들이 모르는 제3자에 의해 대화내용이 녹음됐다면 이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당사자 중 1인만 알고 있어도 이것은 ‘불법도청’에 해당하지 않는다. 녹취록 이야기가 갑자기 꼬리를 감춘 이유로 충분히 유추 가능하다.


녹취록 존재에 대해 관계자 B씨는 “처음 문·안 후보가 만났을 때, 그리고 안 후보가 사퇴를 선언하기 하루 전날 비공식으로 두 후보가 만났을을 때 녹취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당사자도 모르는 녹취록
‘불법도청’ 가능성

그리고 비상대책위원회 소속의 C씨는 “안철수 민주당 입당 카드는 사실이지만 녹취록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녹취록의 존재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 전 후보는 대권보다 정권교체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다. 문 전 후보의 단점이라면 권력욕이 없다는 것”이라며 “두 사람이 권력을 두고 다툼을 벌이진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에 안 전 후보가 '사퇴를 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라는 정도의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겠느냐?”라고 의견을 밝혔다.

만약 녹취록이 존재한다면 이것을 가진 한 쪽이 ‘위기돌파용 카드’로 꺼내지 않는 한, 확인되지 않은 역사적 비화로 남을 공산이 크다. 또한 녹취록은 그림자 권력의 철통보안속에 어딘가로 보관될 것이다. 추후에 양측의 책임공방 여지가 없어지고, 이와 관계된 이해 관계자가 여의도에서 사라지면, 그제서야 녹취록이 국민 앞에 공개되는 건 아닌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책임질 사람은 없고 흔적만 남아있는’ 역사의 한 조각으로 말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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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