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경 위기 민주당 '불편한 진실'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1.14 12:24:38
  • 댓글 0개

무색무취 시아버지(문희상), 숙려기간에 이혼서류 찢을까?

[일요시사=정치팀] 오랜 진통 끝에 관록의 문희상 의원이 민주통합당의 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으로 전격 합의 추대됐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일단 “무난하다”라는 평이다. 하지만 문 위원장이 계파 간 깊은 갈등의 골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선 패배 책임을 둘러싼 친노와 비주류 공방이 그만큼 치열했기 때문이다. 문 위원장의 등장이 민주당의 ‘일시적 봉합’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수면 아래 잠복해 있는 형국이다. ‘이혼 위기’에 놓였던 민주당이 과연 돌파구를 찾은 것인지, 민주당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쳐 보았다.

 

민주통합당은 최근 의원총회를 열고 참석의원 및 당무위원 156명 만장일치로 5선의 문희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정치권과 여론은 민주당의 비대위원장 선출을 앞두고 주류와 비주류의 날 선 대립을 예상했다. 실제로 한 정치부 기자는 비대위원장 선출 전날 이를 두고 “민주당의 대전쟁”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장 선출을 기점으로 민주당의 갈등이 분출할 것이란 예측이었다.

박영선 추대 486강경
민주당 전초전 기류

당초 비대위원장에는 박병선 국회부의장과 박영선 의원 등이 물망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박 부의장이 계파색이 옅어 더욱 적합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비대위원장 선출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탈계파’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계파갈등의 심각성과 야권지지층의 피로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역할을 했던 박영선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뽑혀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선대위에서 함께 일했던 이인영·김기식 의원 등 ‘486의원’들의 주장이었다. 이들은 박영선 의원으로의 합의추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선도 불사하겠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486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우상호 의원은 강경노선에 찬성하지 않는 등 486의원들 사이에 잡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비주류 측도 박영선 의원이 선대위본부장을 맡은 것을 지적하며 비대위원장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경선과정에서 매번 문제가 됐던 ‘모바일 투표’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있었다.  

주류 “싫으면 나가라”, 비주류 “협의이혼 안하면 재판상이혼”
무계파 의원 “계파갈등? 심각하지 않아… 위기 닥치면 뭉쳐야”

비대위원장 자리에 박영선 의원 적합 여부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던 주류와 비주류가, 경선방법을 놓고 더욱 첨예하게 대립할 조짐이었다. 일촉즉발의 전면전 기류가 흘렀다. 당 일각에서는 대선 패배 사태수습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향후 민주당의 대선 패배를 추스르고 전당대회를 도모해야 할 비대위원장 인선이 추대를 통한 결속을 다지는 장이 될지, 아니면 주류와 비주류 간 충돌로 경선으로 끝날지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낙관적인 전망보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양측 갈등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는 소위 무계파 의원들은 계파 싸움과는 동떨어진 듯했다. 한 마디로 민주당 의원들은 ‘각개전투’ 중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민주당의 세력은 두 개의 큰 줄기로 나눌 수 있다. 특정계파로 분류되든지, 계파가 없더라도 대립구도를 이루는 ‘주류’ ‘비주류’ 의원들.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무계파’ 의원들이다.

싸우는 주류·비주류
구경하는 무계파


주류는 친노(친노무현)계로 구성되며, 비주류는 비노·반노(비노무현·반노무현)계로 각각 분류된다. 친노는 새천년민주당 탈당파를 뿌리로 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직책을 맡았던 이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의원들도 포함된다.

비노와 반노로 불리는 비주류 인사들은 새천년민주당에 남아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 현재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계와 손학규 전 대표계 의원 그리고 초선의원, 자신을 비주류라 주장하며 ‘친노 중심의 지도부 쇄신’을 요구하는 의원 등이다. 

주류는 친노로만 구성돼 결집력을 보이지만, 비주류에는 여러 계파가 포함돼 있어 다소 산발적으로 움직인다. 주류를 향한 비주류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온다. 비주류가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운 이유다.

비주류의 실체가 분명치 않은 이유로, 애초에 주류와 비주류의 ‘정상적인’ 대립이 어렵다는 분석도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야권지지자들은 일방적으로 친노의 한계와 대선 패배 책임을 묻고, 매체를 통해 이들의 목소리가 전달되다보니 사소한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번진다는 평가다.

친노에 속하는 A씨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대선 책임은 고사하고, 서로 ‘나는 잘했고 너는 못했다’라고 싸우고 있다”라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아무리 친노라고 욕먹는다지만, 당이 어려울수록 서로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야 할 것 아니냐? 대선 내내 손 놓고 등 돌리고 있다가 (대선) 끝나니까 이제 와서 책임지라고 한다. 당은 없고 국회의원만 있다. 지금 같아선 ‘그렇게 싫으면 그냥 나가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푸념했다.

친노의 조직력
비주류의 산발성

반면 비주류에 속하는 B씨는 “문재인으로는 어렵다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있었다. 그럼에도 정권교체를 위한 준비도 없이 안철수 후보를 끌어들이기에 급급했다”라며 “주류는 대선에 패배하고도 똑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있을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려면, 지금이라도 등 돌린 야권지지자의 마음을 달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혼나고도 가진 것 쥐고 놓지 않는 주류의원들의 행태에 더 이상 동조할 수 없다. 협의이혼 못하면 재판상이혼이라도 하겠다”라고 말했다.

양측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을 여는 것도 현재로선 불가능해 보인다. 비주류의 의견을 아우르고 대표할 만한 리더도 없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실제로 주류와 비주류가 문제를 극복하려고 해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도 속 시원히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무계파 의원들 눈에 이러한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은 아무런 소득이 없는 ‘구태’로 비쳐진다. 무계파는 아무런 정치적 연고 없이 여의도에 입성했거나, 민주당 계파갈등이 뿌리내린 후 자립적으로 또는 제도의 혜택을 입은 초선 국회의원이 대다수다.

논의 아우를 컨트롤타워 부재… 서로 제각기 할 말만 
문희상, 계파갈등 해소는 적합! 민주당 쇄신엔 '글쎄'

무계파에 속하는 한 초선의원은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민주당 계파갈등이 보이는 것처럼 그리 심각하지는 않다”라면서 “민주당 의원 중 절반은 주류나 비주류에서 자유롭다. 무계파 의원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민주당이 세대교체를 거듭할수록 계파색을 가진 의원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민주당은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책임을 전가할 때는 한목소리로 잘 뭉치다가도, 정작 당이 위기에 처할 때는 나 몰라라 한다. 당이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갈등은 접어두고, 머리를 맞대는 것은 당연하다. 문재인 전 후보가 비록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아니더라도,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쳤어야 했는데 그 점은 매우 아쉽다. 대선 패배 책임도 이와 마찬가지다. 계파갈등보다는 위기를 관리할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해결하는 것이 민주당이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한다”라고 진단했다. 

문 위원장은 일단 계파 갈등을 해결할 관리형 리더로서 적합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정진우 민주당 전략기획위 부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친노와 비주류 모두 문 위원장의 선출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이라며 “민주당의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는 통합관리형 인물로 문 위원장이 가장 적합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 부위원장은 “문 위원장은 원로급에 속하는 분으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지만, 대선 패배에 정면으로 맞서 민주당의 혁신과제를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컨트롤타워 부재 심각”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이용길 시사평론가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문희상 비대위원장 선출은 주류와 비주류의 타협으로 본다”며 정 부위원장과 같은 의견을 내놨다.


그는 또한 “양측의 대립관계 속에서 박영선 의원이 경선을 통해 당선됐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최악의 결과가 됐을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이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향후 당의 진로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전망하지 않는다. 대선 평가는 문 위원장을 주축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문 위원장이 친노와 확실히 매듭을 짓고, 국민의 열망을 수용해 당의 정치 노선을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많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