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다 잡은 대권 놓친 ‘진짜 이유’ 대해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1.08 10: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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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더니만…

[일요시사=정치팀]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패배를 두고 수많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작년 내내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이 가장 큰 패인으로 꼽혔다. 선거 막바지에 이르면서 ‘비전과 정책’보다는 정권심판과 네거티브 공략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자 국민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일반적이고 표면적인 이유일 뿐,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 전 후보가 다 잡은 대권을 놓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일요시사>가 그 속을 제대로 한번 들여다봤다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에 대해 아직 제대로 된 ‘진단’과 그에 따른 ‘대책’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서로 대선 패배에 관한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하다. ‘나는 잘했고 너는 못했다’며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다”면서 당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

‘배수진’ 박근혜
‘안전모드’ 문재인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후보등록을 앞두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정치인생을 마감하겠다는 이른바 ‘배수진’이었다. ‘박근혜 의원직 사퇴’는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누리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반면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전 후보는 대선후보등록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저는 지난번 총선에 출마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회의원직 사퇴가 불가피할 테지만 단지 대통령에 출마하는 것만으로 국회의원직을 그만두지는 않겠다고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약속을 드렸다”며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과 문 전 후보는 국회의원직 사퇴를 두고 이렇듯 엇갈린 결정을 내렸다. 문 전 후보의 의원직 유지를 둘러싸고 당 안팎으로 논란은 계속됐다. 한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실제로 이부영 전 의원이 문 전 후보에게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고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소탐대실, 국회의원직 끝까지 못 내려놔 ‘당선에 확신 없었나?’
박근혜 빨간색으로 효과 누려, 문재인 노란색 ‘친노’에 가둬

일각에서는 문 전 후보가 의원직을 내려놓은 박 당선인과 달리, 기득권을 쥐고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에 대비해 ‘안전모드’로 나간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 심지어 문 전 후보의 의원직 유지가 대선 패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하지만 박 당선인과는 경우가 다르며, 쉽사리 국회의원직을 그만둬서는 안 된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문 전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킨 ‘PK(부산·경남)’ 지역은 민주당 주요 요충지로 여겨졌다. 문 전 후보의 지역구가 이번 대선의 향배를 가를 것 이라는 기대감이 민주당 내에 가득했다.

문 전 후보는 한마디로 ‘PK딜레마’에 빠졌다. 문 전 후보의 국회의원직은 대선 공략의 주요 거점이었지만, 박 당선인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바람에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비친다는 우려였다.

새누리당은 여지없이 ‘틈새’를 공격했다. 손수조 새누리당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의 ‘문재인 도둑질 발언’이 크나 큰 파문을 일으켰던 것. 손 위원장은 “(문재인 후보가 지난 4·11총선에서 자신의) 국회의원직을 도둑질해 가더니 대통령직도 그렇게 하려고 하느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때를 놓칠 새라 보수언론도 적극 가세했다.

한 언론사는 “권력을 더 쥐고 있으려는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친노세력과 대선 패배 책임론을 앞세워 권력을 빼앗으려는 비노세력 간의 전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부산·경남 지키려다
대한민국 넘겨줬다

관계자들은 문 전 후보가 PK지역 표에 연연해 배수진을 치지 못한 것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마디로 ‘소탐대실’이라는 것이다.

반면 한 민주당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의원직 사퇴 요구는 부산에서 어렵게 마련한 야권의 교두보를 그냥 허물라는 무책임한 소리”라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문 전 후보의 패배원인으로 꼽히는 또 한 가지는 바로 문 전 후보와 민주당을 상징했던 ‘노란색’이다. 한 전문가는 매체를 통해 “박근혜의 빨간색은 신의 한 수, 문재인에게는 색이 없었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색은 대대로 초록색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이후 열린우리당이 창당되면서 노란색과 초록색이 함께 사용됐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초록색이 아닌 노란색을 사용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란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했으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노란물결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한 전문가는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 당선인은 로고와 의상까지 모든 것을 빨간색으로 통일시켰다. 한나라당의 파란색을 과감히 버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평이다.

더불어 ‘빨갱이’라는 단어에서도 드러나듯, 보수성향의 후보에게 금기시되는 색을 선택해 ‘종북’에 대한 반발을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통합의 이미지를 강화시켜 큰 이득을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전 후보는 이미 노사모가 큰 효과를 누렸던 노란색을 다시 꺼내 자신만의 색을 만들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노무현 프레임’에 스스로 자신을 가둬, ‘새정치’를 요구했던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구호와 정면으로 배치돼 중도층을 견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란색은 2002년 당시 20~30대로 ‘노란색 물결’을 주도했던 현재의 30~40대 유권자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했지만, 당시 40대였던 현재 50대 유권자에게는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한 전문가는 매체를 통해 “50대의 눈에 ‘노란 목도리’는 ‘민생’이 아닌 ‘이념’으로 비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거양득 빨간색
‘민생’ 없는 노란색?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의 정연아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선에서 색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빨간색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빨간색은 채도가 가장 높은 색이다.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 대표는 “새누리당은 빨간색으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함으로써, 예전의 한나라당을 탈퇴해 새로운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라고 호평했다. 이어 “빨간색은 승리를 상징하는 색이다. 17∼18세기 크로아티아인이 전쟁에 승리해 승전고를 울리며 본국으로 돌아올 때 빨간색 천을 둘렀다”라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민주통합당의 노란색에 대해 “노란색은 친서민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특징이 없는 색이다. 카리스마나 뚜렷한 특징이 없는 문 전 후보가 노란색으로 유권자를 공략한 점에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진보세력과 야권 지지층은 결집했지만, 정작 민주당 의원들은 결집력을 보이지  못한 데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민주당에서는 이 같은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 기자와의 만남에서 “선거에서 캠프 사람들만 열심히 활동했다. 문재인을 순수하게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정말 고생 많이 했다”라면서도 “민주당 의원 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의원이 많다. 문 전 후보 유세장에 나타나 마이크 한번 잡으려고 기웃거리는 의원도 있었다”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게다가 어쩌다 한번 캠프에 들러서 “캠프까지 왔는데 아무도 나를 대접하지 않는다”며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의원이 적지 않았다는 것.

야권세력·지지층은 결집하는데, 민주당은 갈등 심각해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미친 사람’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박 당선인 캠프의 결집력과 비교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쏟아냈다. 이어 “새누리당은 의원들은 물론이고 지역에서 힘 좀 쓰는 유지들까지 모두 당선을 위해 땀 흘렸다. 지역 구석구석까지 발로 뛰어다니며 선거운동을 했다”면서 “민주당은 그러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정권교체보다는 국회의원 대접받는 일에 더 관심이 많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기간 내내 민주당 내 갈등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또한 “민주당에서 문재인의 당선을 확신하는 의원들이 거의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때는 ‘미친 사람들’이 있었다. 거리에서 ‘김대중, 노무현’ 하고 외치고 다니는 사람 여럿 봤다. 민주당 의원들부터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눈빛이 모두 달랐다. 민주당은 ‘제대로 미쳐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미쳐서 일하는 사람’이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 민주당 핵심인사는 매체를 통해 “민주당 의원들이 유세는 안하고, 유세 차량에서 자기자랑만 늘어놨다”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내비쳤다. 그는 취재기자에게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누군지 실명을 말해 달라. 비공식적으로 나온 이야기에 대해 대응할 이유가 없다”며 “민주당은 현재 수습과정에 있으며 원만하게 잘 해결하고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 국민이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의원 간 갈등 심각해
“대통합, 아니면 대분열”

한 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당내 목소리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본질을 외면하는 지엽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큰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라며 “민주당은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졌다. 이번 선거의 패배는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을 계기로 민주당은 대통합 아니면 대분열에 이를 것이다. 민주당은 지지해준 국민을 엄중히 응시하고,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를 아우르는 국민 중심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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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