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인터뷰>이군현 의원 (경남 통영·고성)

“이재오, 차기 당권 주자 가능하다”

이군현 의원은 한 달째 감기를 앓고 있다. 지난 1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 후 걸린 감기가 빡빡한 국회일정 등을 소화하면서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신을 돌볼 겨를도 없었단 얘기다. 인터뷰 내내 “목소리 쉬어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면 목을 아끼지 않았다. 이 의원의 겸손함과 의정 활동에 대한 열정을 읽을 수 있었던 대목이다.

힘·지혜 합쳐 이명박 정부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장기 투자보다 단기 상품화하는 기술 개발 필요


2월 임기국회가 막을 내린 다음날인 지난 4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만난 이 의원은 임시국회를 마친 소회에 “(야당의 반발에 대해) 대기업 투자를 제약해온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이 추진됐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은 규제 과잉 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의 당내 위치는 특별하다. 재선임에도 불구하고 3선 의원들이 주로 역임하는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의장 자리를 꿰차고 있어서다.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만들고,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앙위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의장으로서 이명박 정부를 평가한다면.
▲ 초기 1년 동안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걸어야 했다. 그런데 촛불집회,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전세계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그 타이밍이 미뤄졌다. 사실상 정부가 개혁을 하려고 했는데 추진 동력을 잃어버려 강한 제약을 받은 것 같다. 일례로 조선산업의 경우 작년까지 향후 4년간의 수주를 받았는데 근래 들어 4분의 1 밑으로 떨어졌다. 전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선박 인도 시기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모든 것들이 움츠러들었다. 대신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개혁의 방향, 내용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본다.

- 이명박 정부의 위기론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 지난 대정부 질문에서 과학기술자 정년 연장법을 추진해 과학기술분야의 사기를 올려줘야 된다고 주장했었다. 경제 위기론 속에서 정년을 연장하면 국가예산이 늘어난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역발상을 해서 위기 때일수록 과학기술자들이 ‘신바람’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이공계 분야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단기에 상품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또 경쟁자가 없는 1위 산업에서 신기술을 개발한다면 기업들도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 ‘법안전쟁’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로 인해 법안이 통과됐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 말 한마디 한마디를 언론이 지나치게 앞서 해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당내에서 박 전 대표와 같은 경쟁력 있는 후보가 있어야만 선의의 경쟁을 통해 당이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 이상득 의원의 광폭행보를 놓고 뒷말이 많다.
▲ 이 의원의 말 한마디에 거대 여당이 좌지우지된다고 보진 않는다. 사물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6선인 이 의원은 당의 원로다. 게다가 한나라당 소속의원으로서 동생 이명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잘돼야 한다는 인식 하에 이 같은 행보를 취하고 있다. 언론에서 너무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이 늦어지고 있는데.
▲ 개인적인 사정도 있고,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 이 전 의원의 복귀 자체에 여권 내부에서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일부에서는 측근 인사들이 메시지 정치를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데.
▲ 그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을 만드는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할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할 책임도 있다. 따라서 힘과 지혜를 합쳐서 이명박 정부가 올바른 길로 향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 전 의원이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

- 이 전 의원의 차기 당권 도전설도 나오고 있다.
▲ 확인된 바도 없고, 미루어 짐작해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만 이 전 의원은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도 역임했고, 정권 창출의 공신이다. 그리고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서 충분히 당권 주자로 거론될 수 있다고 본다. 차기 당권에 대해서는 이 전 의원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하리라 믿는다.


- 추진하고 싶은 법안이 있다면.
▲ 기본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배려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법안에 관심이 많다. 또한 도덕적인 사회,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국가를 만드는 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국회 파행을 보면서 국회운영을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도록 국회법 개정을 생각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한다.
▲ 경제 위기에서 국민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니던 일자리를 잃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매우 심각하다. 하루속히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민이 일하고 싶은 곳에서 실업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 이 외에도 사교육비 절감, 대학생 학비 경감을 위한 대책이 시급히 필요하다.

이군현 의원 프로필
▲ 1984~2003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 2001~2003 대통령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 위원
▲ 2003~2004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교수
▲ 2004~현재  17·18대 국회의원

이군현이 본 이재오 매력은?

이군현 의원은 이재오 전 의원과 가깝다. 이 전 의원이 국내에 있을 때 집에 자주 드나들었고, 복잡한 골목 때문에 집을 찾는 데 적잖게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이 의원은 또 이 전 의원의 매력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인은 청렴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갖추지 못하면 큰 정치를 하지 못한다”며 “이 전 의원의 정치활동을 비춰봤을 때 상당히 큰집에서 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30년 동안 조그만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을 정도로 검소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 전 의원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조직 장악력과 추진력이 대단히 뛰어나다”며 “사람을 경계하게 만드는 것은 이 전 의원의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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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이 가장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외환 혐의’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특검은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게 윤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 ‘V(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라고 들었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확보한 군 장교 녹취록의 일부 내용이다. 조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조 특검팀은 이 녹취록 외에도 외환 혐의 입증이 가능한 다수의 물적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다. 잃어버린 무인기 조 특검팀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소형 정찰 드론 2대가 사라졌다는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보고서를 확보했다. 조 특검팀이 확보한 국방부 감사관실 보고서는 지난달 말 작성됐다. 드론작전사령부가 지난해 10월15일과 12월19일 각각 백령도와 속초 대대에서 소형 정찰 드론 기체 2대를 잃어버려 찾지 못했다며 그 사유를 ‘원인 미상’이라고 기록한 게 핵심이다. 드론 소실 시점은 같은 해 10월 북한 외무성이 한국 무인기가 삐라(대북 전단)를 살포했다고 발표한 시기(10월 3·9·10일)와 11월 초 북한 함경남도 차호 잠수함 기지로 드론을 보냈다는 군 내부 제보 시점과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은 “차호 잠수함 기지까지 (드론을) 간신히 보낼 수 있었다”며 “매뉴얼 제원상 (최대 항속거리가) 500㎞지만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군 현역 장교 증언을 확보했다. 보고서에서 국방부 산하 국립과학연구소가 드론사에 무상 증여한 소형 정찰 드론 중 고장나거나 소실된 것은 총 8대다. 이 중 2대는 2023년 10월 ‘원인 미상 엔진 정지’ ‘공기 속도 센서 결함’ 등으로 고장 사유가 기록돼있다. 지난해 1월과 6월, 10월 무인기 파손 역시 구체적인 사유가 적혀있다. 11월7일 난기류와 강풍 때문에 추락한 드론은 속초·양양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월15일, 12월19일 잃어버린 드론은 회수하지 못했고 사유 역시 ‘원인 미상’ 처리됐다. 군수품관리법에 따라 무인기가 소실되면 그 이유 등을 정확히 기록해 국방부에 신고해야 한다. 특검팀은 드론 2기 소실 경위와 사후 조사가 부실한 이유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국방부 감사관실은 평양·연천 등에서 발견된 드론과 동일 기종을 지난 1월22일 전수조사했다. 백령도는 북한이 지난해 10월19일 평양에서 ‘추락한 드론’의 동체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륙 지점이라고 발표한 곳이다. 윤 “평양에 무인기 보내라” 지시 의혹 특검 “V가 북 반응 좋아해” 녹취 확보 국방부는 드론사 예하 김포·백령도·연천·속초 가운데 백령도 대대는 방문 조사를 하지 않고 유선 조사만 했다고 한다. 장부에 기록된 내용과 재고 상황이 정확한지 현장에서 실물을 확인한 다른 부대와 달리 백령도는 보고받은 사진을 바탕으로 조사했다. 특검팀은 드론사 관계자를 소환해 ‘북풍 몰이’ 목적으로 평양 등에 드론을 보냈는지 여부와 소실 배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위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앞서 ‘평양 드론 침투’ 의혹과 관련 “김용대 사령관이 V(윤 전 대통령) 지시다. 국방부와 합참 모르게 해야 된다(고 했다)” “삐라(전단) 살포도 해야 하고, 불안감 조성을 위해 일부러 (드론을) 노출할 필요가 있었다”는 내용의 현역 장교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엔 당시 북한의 위협적 반응에 “VIP와 장관이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그랬다” “11월에도 무인기를 추가로 보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녹취록에는 “(무인기를) 의도적으로 (북한에) 노출할 생각이 있었지만 떨어뜨릴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무인기가 개조되면서) 기체 불안정성 때문에 추락에 대한 가능성은 항상 품고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비행 자체에 대한 부담은 크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체 성능 자체가 안 되어서 손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도 했다. 군 측은 지금까지 평양 드론 침투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또 군은 작전에 사용된 드론 추락을 염려하기도 했다. 본래 설계와 다르게 자체 개조됐기 때문이라는 게 부 의원실의 판단이다. 외환 혐의 규명 필요 부 의원실이 지난 5월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제출받은 ‘북 전단 무인기 비교 분석’ 자료는, 북한에 떨어진 무인기와 연구소가 드론작전사령부에 납품한 무인기와 유사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충격 방지를 위한 ‘랜딩폼’ 부품이 빠지고 전단 살포를 위한 전단통이 개조돼 붙어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애초 전단 살포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무인기 구조를 변경하면서 기체가 불안정해져, 전단 살포 시 추락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무인기는 소음이 너무 커서 군사작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외환 혐의는 지금까지 검경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조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지난 1일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정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드론사 간부들이 줄소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검팀은 드론 평양 침투 외에도 외환 행위 고소·고발 사건과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야기하려고 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결국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통해 꼬리가 잡힌 ‘북풍 공작’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경찰이 노 전 사령관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수첩에는 비상계엄 당시 ‘수거(체포)’해야 할 명단이 적혔고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 시키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수첩에는 북한과의 접촉 방법도 “비공식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 접촉 시 보안 대책은?”이라고 구체적으로 적혔다.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 풍선 원점 타격’으로 전쟁 상황을 연출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월 국회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10월 정도로 기억하는데 김용현 전 장관이 ‘북한 오물 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 합동참모본부 지통실(지휘통제실)에 직접 내려가서 지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급박한 계획 변경 비상계엄 선포 뒤 노 전 사령관이 지휘하는 수사2단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직원 조사 임무를 맡기로 했던 김봉규 정보사 대령도 지난해 11월2일 경기 안산시의 한 카페에서 노씨가 “비상계엄 관련해서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고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말,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 하루 전날을 콕 집어 조기 귀국을 종용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두 인물의 검찰 수사 기록을 보면 계엄 9일 전이던 지난해 11월24일 일요일,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때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에게 자신이 곧 해외 출장을 간다는 사실을 알렸다. 문 전 사령관은 같은 해 11월25일부터 29일까지 대만 출장이 예정돼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노 전 사령관이 흥분하면서 화를 냈다. 그는 문 전 사령관에게 “이 중요한 시기에 무슨 해외 출장을 가느냐”며 “출장을 당장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문 전 사령관은 황당해하며 “이미 약속된 일”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은 “늦어도 수요일 밤까지는 귀국하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수요일 밤’은 11월27일이다. 하루 뒤인 28일은 북한이 33번째 오물 풍선을 부양한 날이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실제 귀국 비행기표를 11월27일 수요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의 변수가 생기며 이날 귀국하지 못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북한 오물 풍선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무렵, 정보사 대령들에게 ‘오물 풍선 원점 타격’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도 확인된다. 김 대령은 검찰 조사에서 “노상원 전 사령관도 오물 풍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야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방첩사, 비상계엄 당일까지 위기감 고조 합참, 북 원점 타격·대응 김 지시 거부 지난해 11월 초, 노 전 사령관은 김 대령과 문 전 사령관을 안산 상록수역으로 불러 앞서 지시한 인원 선발이 다 됐는지를 확인했다. 그는 이때도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하고 지원 세력을 타격할 수 있어서 너희가 임무 수행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이 같은 계획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의 32번째 오물 풍선 부양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17일 지상작전사령부에 “오물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시 경고 사격을 하고, 북한이 화기 도발을 하면 지체 없이 원점을 타격하도록 대응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공수처는 박모 방첩사 대령의 진술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이재학 방첩사 대령의 검찰 진술에도 “상황이 위중하니 부대에 위치해 있으라”는 얘기를 사령부로부터 들었다. 그는 “그전까지 북한 오물 풍선이 30여회 정도 떴는데, 그날따라 이상했다. 오물 풍선이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 사령관이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지난달 군사 재판에서 북한 오물 풍선 대응과 연결된 ‘국지전 시나리오’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법원에 출석해 “그때 상황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12월 1~2일쯤 사령관 되는 군인들이 가장 걱정한 건 북한 쓰레기 풍선이었다”며 “방첩사령관으로서 쓰레기 풍선에서 삐라가 떨어지는데 그걸 수거해 분석하는 게 방첩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군들은 북한 오물 풍선 때문에 뭔 일 터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이 태반이었고, 걱정스러워서 (장군들과) 통화를 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러나 당시 합참은 김 전 장관이 내린 경고 사격 지시에 소극적인 입장이었고, 오히려 다른 방식을 김 전 장관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내부의 이 같은 기류는 합참에 파견된 박 대령을 통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됐다. 국지전 도발했다 반면 여 전 사령관은 북한 오물 풍선 대응 지침을 전파하는 방식으로 방첩사 내부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12·3 내란 사태 당일에는 “적 오물 풍선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라며 주요 간부들에게 준비 태세 확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