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판도라' 지각변동 시나리오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12 11: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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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분의 일이라도 어긋나면 '도로아미타불'

[일요시사=정치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손을 맞잡았다. 두 후보의 단일화 회동은 예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국민의 기대도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양측 진영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본격적인 '샅바싸움'에 연일 신경전이 팽팽하다. 단일화가 불리하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양측 모두 이것을 무를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뚜껑 열린 '단일화 판도라'. 이것이 미칠 지각변동을 <일요시사>가 내다봤다.

지난 5일.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오랜 구애에 결국 화답했다. 안 후보는 전남대학교 초청강연에서 "우선 문재인 후보와 제가 먼저 만나서 서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혁신에 대해서 합의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야권단일화를 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의 뜻을 모아 '1+1=3'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분 확보 위해 경쟁 치열  
경선 과정 '이탈' 조심해야

문 후보는 안 후보의 제안을 즉각 수락했다. 다음날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단독 회동한 자리에서 오는 25일 후보등록일전까지 야권후보단일화를 이루기로 전격 합의했다.

일단 회동의 분위기나 여론의 태도는 긍정적이란 평이다.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과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막힘없이 편안하게 회동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동 후 양 캠프에서 묘한 신경전이 감지됐다. 단일화 협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양측 모두 초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다급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도 방식의 유·불리는 따지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양 진영은 단일화 첫 고비로 '룰전쟁'을 벌일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단일화 방법을 정하기 위해 앞으로 의견 조율 과정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양 캠프와 지지자들은 '경쟁'을 통해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혹시 모를 '잡음'을 염려하는 눈치다. 지지자 이탈을 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오랜 구애에 화답, 단독 회동으로 단일화 급물살
협상 과정에서 경선 룰 놓고 치열한 공방 예상

그렇다고 한쪽이 시원하게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방법으로 단일화를 이룰 수도 없어 보인다. 민주당이 그동안 안 후보에게 민주당 입당을 요구하고, 안 후보는 입당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줄다리기를 해왔던 만큼, 향후 양측의 정치 지분 확보를 위해서라도 접전을 거쳐 단일화를 성사시키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문·안 양측의 룰전쟁은 외부적으로 지지층 이탈이라는 위험을 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조건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나왔던 단일화 방식은 3가지다. 여론조사, 국민참여경선, 후보 간 담판 등이다. 정당 조직이 있는 문 후보 측은 국민참여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가급적이면 경선에 관한 룰을 정하기 위해 논의를 서두르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 후보 측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매체를 통해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단일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은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안 후보 측 정연순 대변인은 매체를 통해 "두 후보가 유불리는 따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논의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단일화 방식은 모든 것을 열어놓고 있으며 인터넷 채널이나 민원실을 통한 국민의 제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경선 방식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대변인은 "시간을 검토해보고 있지만 후보등록 마감(26일)을 생각할 때 물리적·시간적으로 가능한지도 검토 대상"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국민참여' 양측 대립
내부인사 설득해야

정치권은 민주당이 경선과정에서 심각한 진통을 겪었던 모바일경선을 밀어붙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일각에서는 국민참여방식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민주당이 무리하게 추진해 이 과정에서 또다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질 경우 대선 자체가 위험해 질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럴 경우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 고스란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대권을 넘길 상황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 하더라도 조사기간, 방식, 시기 등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양측은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양측 모두 대체적으로 "기존의 방식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단일화 절차를 매끄럽게 진행해야 한다는 일치된 의견이다.

문·안 후보가 국민의 동의를 바탕으로 공정한 경선 방법에 합의했다 하더라도, 내부인사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정도 수월치 않아 보인다. 결국 경선 룰은 문·안의 대립적 구도보다는 수면 아래 내부적인 이해관계 조절 성공 여부에 의해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잘못하면 쇄신대상 전락
통합 과정 더 위험해

잡음 없는 경선 과정을 거쳐 야권단일화 후보가 결정되더라도 이후 있을 양측 세력 간 통합 또한 문·안 후보가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다. 이 과정에서 두 세력이 제대로 융화되지 못하고, 계파 간 갈등으로 골이 깊어진다면, 이 또한 정치쇄신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 위험은 단일화 이후, 세력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정치권에서 우려하는 지분다툼, 즉 '밥그릇싸움'이다.

안 후보는 경쟁력에서 문 후보에 앞선다는 평이다. 하지만 '대통령 적합도'에는 문 후보에게 뒤진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대선까지는 안 후보가, 정권교체 후 국정운영에는 문 후보가 낫다는 결론에 이른다.

안 후보는 결국 대선 이후에 내·외적으로 내홍을 겪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때문에 안 후보는 민주통합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대선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은 무리다. 안 후보 입장은 단일화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 '경쟁력'이라는 카드를 충분히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이것도 대선 이후 안 후보의 국정운영 어려움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 후보에게 붙어 다닌 '민주당의 정치쇄신' 과제라는 꼬리표를 안 후보가 달게 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새누리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 세력을 도외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 마디로 안 후보는 적에게는 이기지만, 아군에게 격파 당할 패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단일화 후 대통령 노리는 것 무리 있어
민주당, 박원순 효과 노려 정권교체 승리 복안

문 후보는 '적합도'에서는 앞서지만 단일화 후 안 후보에 비해 높은 이탈비율을 가지고 있어 이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서울신문>과 여론조사 기관인 엠브레인이 지난 5~6일 양일간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 문 후보 지지자 중 13.9%가 박 후보로 돌아서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월16~17일 조사에서 나타난 20.1%보다 6.2%p 줄어든 수치다.


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을 경우 안 후보 지지자 중 이탈 비율은 10월 조사에서는 20.4%, 이번 조사에서는 20.8%로 나타나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단일화할 경우 부동층으로 이동하는 비율 역시 이와 비슷했다. 문 후보로 단일화되는 경우 7.9%의 이탈비율을 보이는 반면 안 후보로 단일화되는 경우 이탈비율은 6.7%로 나타났다.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이 같은 상황에서는 안 후보로 단일후보가 결정됐을 때 여권과 부동층으로의 지지층 이탈 방지 효과를 더 기대할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문 후보가 경쟁을 통해 단일화 후보가 되는 것보다는, 막판에 안 후보의 전폭적인 지지로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 지지자 이탈을 막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작년에 있었던 서울시장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여론조사 지지율 한자리에 불과했던 박원순 시장이 안 후보의 지지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당시의 상황을 민주당에서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안철수 '경쟁력'
문재인 '적합도'

또한 안 후보 입장에서도 정치적 입지를 굳히고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기대하는 만큼 지지율의 이탈을 막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그럴 경우 이들의 시대적 소명인 정권교체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문 후보로서는 부대는 있지만 전쟁에서 승리할 패가 없는 셈이다.

안 후보가 장고 끝에 문 후보와 회동을 가졌지만, 양측 모두 단일화 이후 있을 지각변동에 힘을 모아 대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문·안 진영 사람들의 사소한 욕심으로 갈등이 확산돼 이들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들 또한 '구태'가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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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