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꼬리 자르기' VS 문재인 '몸통 자르기' 전격비교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01 09: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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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를 지키면 백성을 잃지만, 백성을 지키면 신하를 얻는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연일 '정치쇄신'을 외치고 있다. 정당을 내세우며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를 압박하던 문 후보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그의 지지율과 존재감은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는 문 후보에게 분명한 위기로 보인다. 그에게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이에 <일요시사>가 '꼬리 자르기'로 탁월한 위기극복 능력을 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통해 문 후보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비교·분석해 보았다.

 

당초 '정당보다 쇄신'을 앞세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전향적 태도는 그의 대선가도에 호재로 작용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박수는 고사하고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어 문 후보 측 캠프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문 후보 캠프 측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받아들여 특단의 대책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쇄신 외쳐도 지지율 정체
당심 다지고 소통 면 넓혀

민주당 일각에서는 문 후보의 쇄신 노력에 대해 '겉돈다'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문 후보의 쇄신안에 알맹이가 빠졌다는 것이다. 높아지는 문 후보의 쇄신 목소리에 비하면 참으로 인색한 평가다.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여론조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호남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캠프 안팎으로 동분서주하며 쇄신을 외쳤던 문 후보였다.

내부적으로는 '용광로 선대위'로 대표되는 탈(脫)계파의 노력과 더불어 당내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당심(黨心)'을 파고들며 내부 결속을 다졌다. 외부적으로는 '타운 홀 미팅' 등을 통해 분야별 정책발표로 유권자와 '스킨십' 접촉면을 넓혔다.


문 후보 측은 매체를 통해 "문 후보의 소탈하고 인간적인 성품이 전달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틈나는 대로 단체장과 당원, 원내 외 지역위원장들과 진솔한 만남과 통화 등을 대폭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노'(비노무현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여전히 문 후보에 대한 깊은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 한 호남지역 의원은 매체를 통해 "문 후보가 의원들과 다니는 걸 싫어하니 ‘우리 후보’라는 믿음이 안 생긴다."라고 토로했다.

"알맹이 없이 겉도는 정치쇄신 하나마나"
손학규·김두관·정세균, 문재인 지원 총력

문 후보도 이를 의식한 듯 손학규·김두관·정세균 전 민주당 경선 후보들을 만나며 이 같은 비판을 불식시키려 애썼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

일부 쇄신파 의원들이 핵심 대책으로 거론하는 것은 바로 '이해찬-박지원 정리'다. 그동안 문 후보는 정치혁신을 주장하면서도 몸통의 '완전한' 2선후퇴 요구에 대해서는 비켜서 있었다.

문 후보 측 친노 핵심 참모그룹 9명이 백의종군했지만 이마저도 소용없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것이 박 후보의 '꼬리 자르기'가 아니고 무엇이냐"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처럼 문 후보의 과감한 몸통 자르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쏟아지고 있다.

당내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만 문 후보의 인적쇄신은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과제는 박 후보의 꼬리 자르기와 문 후보의 몸통 자르기를 비교해 보면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꼬리와 몸통은 엄연히 다른 대상으로 문 후보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관계자는 강조했다.

두 사람의 위기 극복과정은 쇄신 대상과, 쇄신의 주체, 그리고 쇄신 성공 여부에 따른 효과에서 차이가 난다.

박 후보의 쇄신 대상은 말 그대로 꼬리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윗선은 가이드라인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보존할 수 있었다. 그동안 박 후보는 제명징계와 자진 탈당을 통해 비리를 저지른 의원들을 '개인 문제'로 정리해 온 것.

대상·주체·효과서 차이
"시술 VS 이식 수술"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칙에 입각한 책임정치를 하겠다고 밝혀놓고, 적당한 꼬리 자르기를 통해 책임회피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문 후보의 몸통자르기의 대상은 역시 말 그대로 몸통이다. 몸통도 그냥 몸통이 아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에 버금가는 책사 중의 책사로 불린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정치9단의 '정보통'으로, 즉 야권의 핵으로 대표되는 인사다.

몸통이란 말에서 전해지듯, 이들을 도려내기 위해 문 후보는 당의 존립 위기를 각오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박 후보의 자르기는 '시술'이고 문 후보의 자르기는 '이식수술'이다”라며 "문 후보의 쇄신은 박 후보보다 철저한 준비와 인력, 그리고 고도의 첨단장비가 필요하다"고 비유했다.

문 후보로선 확실한 준비가 갖추어지기 전까지는 섣불리 이해찬-박지원의 2선후퇴를 언급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그에 버금가는 명분도 필요해 보인다. 박 후보는 측근들의 불법정치자금 수수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 잘라내지 않을 수 없는 다급한 위기에 있었다. 반면 문 후보는 몸통에 '새로운 심장'을 이식할 명문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쇄신 주체의 차이다. 박 후보는 새누리당의 최윗선 인물이다. 이는 당내 자금의 흐름과 인사에 관한 최종적인 결정을 박 후보가 내린다는 것을 뜻한다.


최윗선, 손쉽게 '목 댕강'
"주도적 리더십 갖춰야"

박 후보의 장점으로 꼽히는 강한 리더십과 위기대처능력도 과감한 인적 쇄신을 가능하게 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후보가 미리 측근들의 불법정치자금 수수를 알았다면 검찰이 알아차리기 전에 미리 싹을 잘라냈을 것"이라고 말해 박 후보의 쇄신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와 달리 문 후보는 분명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카리스마와 리더십 부족은 문 후보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로 꼽혔다. 당내에서도 "문 후보가 주도적 리더십으로 대선판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문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해찬-박지원의 그늘에 가려져 이렇다 할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 것도 문 후보가 박 후보처럼 몸통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몸통이 아닌 문 후보가, 그것도 꼬리가 아닌 진짜 몸통에 칼을 들이대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 후보가 우선 당 안팎으로 세를 모으고 정치 쇄신을 외쳐,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앞서 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조심스러운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 후보가 직접 몸통을 겨냥하기보다는 당내 쇄신인사와의 교류, 정치 혁신을 주제로 유권자와 소통을 넓혀 자연스럽게 이해찬-박지원을 고립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가 인적 쇄신의 용단을 내려야 하는 이유는 각각의 효과를 분석해보면 알 수 있다.

박 후보의 꼬리 자르기는 지지층 결집의 효과를 봤다는 평이다. 박 후보는 탁월한 꼬리 자르기로 지지율을 철벽 수비하며 콘크리트 지지율을 과시했다. 비록 최측근 인사를 내치는 기회비용을 감당했지만, 이는 지지층의 이탈과 균열을 방지했다는 평이다.

만약 박 후보의 과감한 인적 쇄신이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그랬다면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인사의 윗선까지 검찰 수사가 확대됐을지도 모른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친노 참모진 집단 탈퇴에도 반발 여전
이해찬-박지' 2선후퇴 압박 거세져

그럴 경우 몸통에 이르는 주요인사까지 도려내야 하는 상황에 도달해, 이것이 지지율 하락에서 나아가 대선에 초대형 악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와 대조해 문 후보가 과감한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경우 감당해야 하는 기회비용으로 꼽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당내 조직력, 당의 컨트롤타워의 부재, 민주당의 전략통과 정보력의 상실이 그것이다.

반면 문 후보는 그동안 자신을 가뒀던 '친노프레임',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리더십부재'를 일거에 날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것은 지지층의 결집뿐만 아니라 외연의 확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는 곧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도 유리하게 작용해 안 후보가 입당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도 함께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안 후보의 입당은 이해찬-박지원의 부재를 해결하고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문 후보가 몸통은 그대로 두고 지금처럼 정치제도혁신만 외치고 꼬리 자르기에 그친다면 어떠할까? 우선 외연의 확장은 고사하고 지지층 분열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단일화와 문 후보의 정치인생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 언론인은 매체를 통해 "최악의 경우 이해찬-박지원의 섭정을 보게 될 것"이라며 "안 후보와 이-박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다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가능성도 있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의 몸통을 두고 이처럼 야권은 한창 소란이다. 문 후보는 '몸통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이다. 전문가의 의견처럼 문 후보가 철저히 준비하다 적절한 시기를 정해 과감히 몸통을 도려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지지층 결집 VS 외연 확장
민주당 자정능력 필요해

하지만 무리하게 도려내기보다는 몸통 스스로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안으로는 '비노'를 끌어안아 범야권을 아우르는 통합 행보를 보이고, 밖으로는 유권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소통의 면을 넓혀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자기반성을 통해 구태 이미지를 벗어던져 미래형 전략가, 선진적 정보통으로 거듭나길 국민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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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