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경기도 양평군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전 대통령의 배우자가 연루된 일부 의혹이 이 지역에서 시작됐기 때문. 최근에는 사람까지 죽었다. 인구 12만명의 소도시, 양평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지난 10일, 경기도 양평군 소속 공무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추석 연휴 다음날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사망한 공무원 A씨는 50대로, 양평군청 소속 면장이었다. A씨가 양평군 양평읍 자신의 아파트 화장실에서 숨져 있는 것을 동료들이 발견해 신고했다.
윤 때부터
A씨의 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으로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떠올랐다.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씨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일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소환 조사를 받았다. 그로부터 8일 뒤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은 김씨 모친인 최은순씨의 가족 회사인 ESI&D가 2011~2016년 양평 공흥지구에 아파트 개발사업을 하면서 개발부담금을 내지 않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A씨는 2016년 양평군청에서 개발부담금 관련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사망으로 특검팀의 수사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 특검팀의 강압 수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A씨가 생전에 남긴 자필 메모에는 조사에 대한 심리적 고충과 당시 양평군수였던 국민의힘 의원의 지시에 따랐다는 취지로 진술하라고 회유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국민의힘 등에서는 수사기관이 원하는 결론을 유도하려 인권침해에 가까운 조사 환경을 조성한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특검팀은 A씨 사망을 계기로 지금까지 진행한 수사 과정 전반을 되짚어보며 진술 강요 등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었는지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10일 내놓은 입장문에서는 내부 조사 과정에서 강압, 위법 수사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A씨의 유서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A씨는 사망 전 노트 21장 분량의 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유서의 필적 감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원본이 아닌 촬영본을 보여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경찰은 특별한 의도가 있던 건 아니지만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A씨의 조서를 열람하는 문제를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특검팀은 A씨의 변호인이 신청한 피의자 신문조서 열람 복사 신청을 불허했다.

이들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사망한 양평군 공무원 변호인의 열람 등사 신청은 공개될 경우 진행 중인 수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당사자의 사망으로 변호인과의 위임 관계가 종료해 관계 법령에 따라 전날 부득이하게 거부했다”고 밝혔다.
A씨의 변호인 박경호 변호사는 전날인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고인 조서에 묻지도 않은 질문과 대답이 적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강압 수사 정황을 공개했다. 또 특검에 피의자 신문 조서와 심야 조사 동의서에 대한 열람 복사 신청을 했고 문서를 검토한 뒤 위법하게 수사한 수사관을 상대로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랬는데 특검이 박 변호사의 신청을 거부한 것이다.
특검 조사 이후 극단적 선택
유서·조서 둘러싼 공방 지속
박 변호사에 따르면 해당 조서엔 “군청 내부 전화로 군수로부터 전화가 와서 ‘잘 봐줘, 잘 처리해 달라’는 전화가 왔느냐”는 질문이 있고, A씨가 “예”라고 답했다고 적혀 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이는 사실과 다르지만 A씨가 당시 하도 힘들어서 고치자고 말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행사 서류가 오면 그대로 해주라고 군수가 지시했는가”라는 질문에 A씨가 “예”라고 답한 걸로 돼있는데 이 역시 A씨가 답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양평군 내부는 A씨의 사망 소식에 크게 술렁이고 있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지난 14일 양평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평군 공직자들이 부당한 압박 없이 본연의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종배 전국공무원노조 경기지역본부 양평군지부장은 “고인이 생전 제기한 강압적 조사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조사 절차의 공정성을 면밀히 검증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고인의 죽음이 결코 미화되거나 정당화돼서는 안 된다”며 “이를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A씨 사망 사건으로 양평은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윤석열정부 시기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해당 논란이 특검팀의 수사 대상으로 지목됐고, A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지역 전체가 몸살을 앓는 모양새다.
실제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이 화두로 떠올랐다. 특검팀 수사와 맞물려 정치 공방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윤정부 출범 직후, 당초 종점인 양평군 양서면을 강상면으로 변경하면서 불거졌다.

바뀐 종점 인근에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한 토지가 있었다. 이후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이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지만 종점 노선 변경 과정에 대한 조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3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윤정부 출범 직후 국토부 내부 인사들이 비공식적으로 개입했거나 인수위원회에서 특정 노선을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한준호 의원은 행정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한 의원은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발주 방침에는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대안 노선 확정 후 발주하도록 명시돼있다”며 “그런데 실제로는 2022년 5월 노선이 확정되기 전에 평가 용역이 발주됐다”고 했다.
한 의원은 “행정 절차상 명백한 오류”라며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타당성 조사 계약이 체결되고 인수위 시절인 5월에 평가 용역이 발주된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끌시끌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해당 사안은 특검 수사 중이므로 결과를 지켜본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 천 의원이 재차 요구하자 “직원들의 동요를 최소화하면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한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내부 감사나 점검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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