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서울’ 광명으로 안양으로

서울의 높은 주거비 부담이 점점 커지자 거주지를 옮기려는 ‘탈서울’ 행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서울을 떠난 10명 중 6명이 경기도로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4년 8월~2025년 7월) 서울의 순유출 인구는 2만9577명으로 집계됐다. 서울로 전입한 인구보다 전출한 인구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서울에서 타 시도로 전출한 전체 인구는 46만8212명이며, 이 중 60.38%인 28만2719명이 경기도로 이동했다.

인접한
도시로

같은 기간 경기도에 전입한 전체 인구 54만9865명 가운데 51.42%(28만2719명)는 서울에서 왔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2년 이후 매년 절반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순유입 인구는 4만4041명이며, 서울에서 이동해 온 인구만 4만6993명에 달한다.

행정구역별로 살펴보면 광명(15.94%), 안양(10.57%), 파주(9.86%), 양주(9.33%), 의정부(9.03%) 순으로 서울과 인접한 도시들에 서울 전출자들이 집중됐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주한 주된 이유는 ‘주택’으로, 12년 연속 가족이나 직업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서울의 집값 부담이 나날이 커지면서,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경기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서울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주거 부담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주택 매매가는 물론 분양가, 심지어 전셋값이 갈수록 오르고 있다 보니,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경기도 분양 단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8월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4654만원으로 확인됐는데, 같은 시기 경기도(1853만원)보다 2.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서울의 평균 전세 가격이 6억5823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경기권에서는 서울 전셋값 수준으로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서울 전셋돈에 조금만 자금을 더하면 경기도에서 신축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준 것이다.

서울 신축 분양가도 경기와 비교해 2배가량에 달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당 평균 분양가격(공급면적 기준)은 평균 4536만원인 반면 경기는 2223만원에 불과했다. 참고로 부동산 전문 업체가 분석한 올 8월 기준 서울 84㎡ 평균 분양가는 16억8588만원이다.

오르는
전셋값

올해 경기에서 분양한 ‘고양 더샵포레나(고양·1순위 평균 4.73 대 1)’ ‘호현 센트럴 아이파크(안양·6.7 대 1)’ ‘망포역 푸르지오 르마크(수원·14.4 대 1)’ 등이 청약 경쟁률이 높았던 이유다. 이들 단지들은 서울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다.

고양 더샵포레나의 경우 가장 큰 평수인 74㎡(이하 전용면적)가 최고 6억3900만원에 불과했다. 호현 센트럴 아이파크는 59㎡가 최고 7억6990만원, 84㎡가 최고 11억1010만원으로 책정됐다. 망포역 푸르지오 르마크 84㎡는 11억4510만~11억9230만원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탈서울은 단순한 집값 문제를 넘어 중장기적인 인구·주거 구조 변화”라며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의 인구 분산이 더 빨라질 수 있고 수도권 내에서도 입지에 따른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 비해 분양가가 비교적 싸면서도 교통망이 잘 구축된 분양 단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당분간 이 같은 인기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경기도 신축 단지.

▲하남 스타포레 3차= 3기 신도시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는 하남 교산신도시 인근에 위치한 ‘하남 스타포레 3차’가 총 2500세대 대단지 랜드마크 신축 아파트란 평가를 받고 있다. 1, 2차 완판에 이어 안정성·사업성 분위기 반전을 보이며 3차 조합 설립도 순항 중이다.

하남스타포레는 2025년 내 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예정하고 있으며, 현재 조합원 모집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인허가를 갖춘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라는 점에서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안정성과 투자 가치 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하남 스타포레가 위치한 하남 원도심은 오랜 기간 개발이 지체됐던 지역으로, 이번 아파트 사업을 기점으로 지역 활성화와 더불어 주거환경 개선, 부동산 가치 상승까지 기대되고 있다.

서울 주거 부담 커지자
경기 신축 단지로 이주

실제로 경기 하남시의 경우 교통망 개선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6·27 부동산 대책)’ 시행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에도 아파트 가격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맞물려 최근 하남 구도심 재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에 송파하남선(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의 기본계획 통과로 인해 하남시청역이 향후 교통 요지로 급부상하면서다.

송파하남선은 3호선 대화~오금 구간을 연장해 5호선 하남시청역까지 잇는 총길이 11.7㎞ 노선이다. 새 노선이 개통되면 하남에서 서울 강남권까지 이동 시간이 기존 1시간10분대에서 40분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남시청역 주변 역세권에 위치한 재개발 구역들이 수혜 지역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모습이다. 기존 5호선과 함께 3호선이 지난다는 건 강남·대치권역과 광화문 업무지구도 한번에 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입지 따라
양극화 심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교통 신설 효과는 종착역에 가까울수록 큰데 3호선 연장선인 송파하남선에서는 하남시청역 인근이 가장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했다.

동남권에 있는 하남 교산지구는 교통망 확충에 기대감이 높다. 3호선 연장 ‘송파하남선’과 9호선 연장 ‘강동하남남양주선’ 사업이 추진 중이며, 3만3000여가구 규모로 개발된다. 스타필드 하남, 5호선 등 기존 인프라와 연계가 가능하다.


▲중흥S-클래스 힐더포레= 경기도 구리에서 31개월 만에 1000가구 이상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분양이 예고됐다. 주인공은 중흥토건이 구리시 교문동에서 9월 공급을 앞둔 ‘중흥S-클래스 힐더포레’다. 신축 아파트 공급이 드문 지역 특성과 대단지 희소성이 맞물리며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딸기원2지구 재개발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15층, 22개 동, 1·2단지 총 1096세대로 조성된다. 이 가운데 전용 59·84㎡ 637세대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주력 평형은 ▲59㎡A 216세대 ▲59㎡B 54세대 ▲84㎡A 254세대 ▲84㎡B 113세대 등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 중심이다. 분양가를 59㎡ 6억원대·84㎡ 8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단지는 남향 위주 배치와 판상형 구조로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했다. 일부 1층 세대에는 개인 정원을 도입했다. 실내 골프연습장, 헬스케어센터, 작은도서관, 경로당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도 마련된다.

떠난 10명 중 6명 ‘경기도로’
중장기 인구·주거 구조 변화

지하철 7호선 상봉역과 8호선 구리역 접근성이 우수해 강남·잠실 등 주요 업무지구로 20분대 이동이 가능하다. GTX-B(계획) 상봉역,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북부간선도로, 강변북로 등 광역 교통망도 풍부하다. 특히 올해 개통된 고덕토평대교로 강동구 진입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반경 3㎞ 내 코스트코 상봉점, 홈플러스 신내점, 롯데백화점·아울렛 구리점 등이 있다. 한양대 구리병원과 동부제일병원, CGV·롯데시네마 등 의료·문화시설도 가깝다. 구리시청, 구리소방서, 구리아트홀 등 공공 인프라도 단지 주변에 자리한다.


단지 내 어린이집, 인근 도림초·서울삼육중·고교 등이 반경 1.5㎞내에 위치한다. 초등생 전용 셔틀버스도 운영될 예정이다.

단지 인근에는 소공원과 완충녹지가 조성되며, 남쪽 망우산과 북쪽 구릉산이 단지를 감싼다. 망우역사문화공원, 중랑캠핑숲, 둘레길 등도 가까워 도심 속 친자연적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다.

▲안양자이 헤리티온= GS건설이 경기도 안양시에서 ‘안양자이 헤리티온’을 분양한다.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일원에서 상록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다. 지하 5층~지상 최고 29층 17개 동, 총 1716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이 중 조합원 및 임대 물량 등을 제외한 전용면적 49~101㎡ 639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일반분양 물량의 전용면적별 가구수는 △49㎡ 164가구 △59㎡ 404가구 △76㎡ 39가구 △84㎡ 25가구 △101㎡ 7가구 등 중소형 중심으로 공급된다. 84㎡의 분양가를 12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도보 거리에 수도권 1호선 명학역이 위치한 ‘역세권’ 입지로 가산디지털단지역을 비롯해 서울역, 용산역, 종각역 등의 주요 업무 지역으로 환승 없이 한번에 도달 가능하다. 명학역에서 서울 방향으로 한 정거장인 안양역(1호선)은 월곶판교선(월판선)이 개통할 예정이고, 명학역에서 수원 방향으로 한 정거장 거리인 금정역(1, 4호선) 역시GTX-C노선이 계획돼 있어 향후 교통 여건은 향상될 전망이다.

쾌적한
주거 환경

단지 남측으로 수리산이 접해 있어 쾌적한 주거 환경은 물론 수리산 조망(일부 가구)이 가능하다. 안양천 수변 산책로, 명학공원 등의 공원 시설도 도보권에 있어 여유로운 여가 생활이 가능하다. 우수한 교육 및 생활 인프라도 가치를 더한다. 단지 남측 도보권에 명학초가 있는 것을 비롯해 성문중, 성문고 등의 각급 학교를 걸어서 통학 가능하고, 인근에 신성중, 신성고도 위치해 있다.

여기에 수도권 대표 학원가 중 하나인 평촌 학원가도 차량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어 우수한 교육 환경을 자랑한다. 롯데백화점(평촌점), 이마트(안양점), 홈플러스(평촌점), 뉴코아아울렛(평촌점) 등의 대형 유통시설을 비롯해 안양 1번가, 만안구청, 보건소, 메트로병원, 안양아트센터 등의 다양한 편의시설도 차량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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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