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세권’ 계절이 왔다

해마다 무덥고 긴 여름이 지속되자 주택시장에서 ‘숲세권’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숲세권은 ‘숲+(역)세권’의 합성어다. 요즘처럼 길어진 여름철에 숲세권 아파트는 역세권 못지않은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 한마디로 ‘숲=돈’인 시대다.

공원이나 녹지와 인접한 아파트 단지, 이른바 숲세권이라 불리는 주거지가 더위와 미세먼지, 건강까지 한번에 잡을 수 있어 여름철에 가장 이상적인 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시 숲은 여름철 기온을 3~7℃ 낮추고 습도는 9~23%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상 속 자연 그늘 효과는 물론,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해 실질적인 체감온도 저감 효과를 만들어낸다.

열섬 현상
저감 효과

숲세권이 주는 높은 가치는 숲이 주는 실질적인 혜택에 근거한다. 주변에 숲이 우거진 곳은 나무가 내뿜는 산소와 음이온, 피톤치드 등이 풍부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탁 트인 녹색 조망권도 만족을 주는 프리미엄 요소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06년부터 2023년까지 경기도 시흥시에 조성된 ‘곰솔 누리숲’을 분석한 결과 도시 숲 조성 후 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49.5% 감소,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진료 건수도 43.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숲이 미세먼지를 차단하고 공기 질을 개선해 지역주민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숲세권의 장점은 주거 선호도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주택산업연구원의 ‘2025 미래 주거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33%가 주거 선택 시 ‘쾌적한 녹지 환경’을 최우선 요소로 꼽았다. 이는 교통(24%), 생활 편의시설(19%)보다 높은 수치다.

KB경영연구소의 ‘KB 골든 라이프보고서’에서도 은퇴 전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공원 및 자연환경이 우수한 지역’이 50% 이상을 차지했다.

도심 속 녹지와 공원은 이제 단순한 힐링 요소를 넘어 건강과 환경, 자산 가치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주거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여름철이 다가올수록 숲세권 단지에 대한 실수요자 선호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쾌적한 환경을 갖춘 단지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전에는 집이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었다면,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하는 공간으로 개념이 변화하면서 쾌적성이 내 집 마련 시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상반기 분양시장에서 쾌적성을 갖춘 단지가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지난 2월 분양에 나선 ‘래미안 원페를라’의 경우 268가구(특별공급 제외)모집에 4만635명이 청약에 나서며 151.62대 1의 상반기 최고경쟁률을 기록하고 완판됐다. 단지 인근에 서리풀공원이 위치한 공세권 단지다.

경기도 화성시 산척동에서 지난 5월 공급에 나선 ‘동탄포레파크자연앤푸르지오’도 634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4만35 47명이 청약통장을 사용하며 68.6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단지는 주변에 동탄호수공원을 비롯한 공원과 녹지를 갖춰 인기를 누렸다.

길어지는 여름 다시 주목
더위 먼지 건강 ‘한번에’


쾌적한 환경을 갖춘 아파트 집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수원시 원천동에 위치한 ‘광교아이파크’ 전용 84㎡의 경우 올해 6월 13억7000만원에 매매됐다. 이는 1년 전 매매가인 12억3500만원에 비해 1억3500만원이 오른 것이다. 단지는 광교호수공원 남쪽에 인접해 있어 일부 가구에서 호수 조망이 가능하고 집과 가까운 곳에서 산책 및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업계는 숲세권 아파트의 인기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주거 공간 가까이에서 힐링을 추구하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녹지를 품고 있는 쾌적한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지방에 비해 녹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도권의 경우 숲세권 아파트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분양(예정) 중인 숲세권 단지.

▲안양자이 헤리티온= GS건설이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398-32번지에 건설하는 ‘안양자이 헤리티온’을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최고 29층 17동, 1716가구 규모다. 이 중 조합원과 임대 물량 등을 제외한 일반 분양 물량은 전용면적 49~101㎡ 639가구다. 49㎡ 164가구, 59㎡ 404가구, 76㎡ 39가구, 84㎡ 25가구, 101㎡ 7가구 등 최근 수요가 많은 중소형 평형 위주로 구성된다.

남향 중심으로 단지를 배치하고 힐링가든, 웰컴가든, 엘리시안가든 등이 계획돼있다. 수리산을 바라보며 요가나 명상을 할 수 있는 힐링라운지와 스카이홀 등도 마련된다. 커뮤니티센터에는 골프연습장을 비롯해 스크린골프, 피트니스클럽, GX룸, 탁구장, 북카페, 남녀 사우나, 남녀 독서실, 키즈카페 등이 들어선다. 단지를 방문하는 손님들이 숙박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별도로 조성된다.

쾌적성
따진다

도보 약 11분 거리에 지하철 1호선 명학역이 있어 가산디지털단지역을 비롯해 용산역, 서울역, 종각역 등 서울 중심 업무 지역으로 환승 없이 한번에 갈 수 있다. 명학역에서 서울 방향으로 한 정거장이면 갈 수 있는 안양역에는 시흥 월곶에서 성남 판교를 연결하는 월곶판교선이 2029년 개통될 예정이어서 교통 여건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 명학역에서 수원 방향으로 한 정거장 거리인 지하철 1·4호선 금정역에는 경기도 양주에서 수원까지 이어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도 뚫릴 예정이다.

단지 남측으로 수리산을 끼고 있는 ‘숲세권’ 아파트다. 인근에 안양천 수변 산책로와 명학공원 등 공원 시설이 있다. 안양시립만안도서관이 가깝고 단지 바로 옆에 성결대학교가 있어 대학교 상권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단지 내부에도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여러 공원을 조성한다.

▲해링턴 스퀘어 리버파크= 효성중공업은 경기도 광주시 역동에 ‘해링턴 스퀘어 리버파크’를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최고 39층, 4개동, 전용면적 59~161㎡ 아파트 818가구(일반분양 817가구)와 전용면적 84㎡ 오피스텔 72실을 더해 총 89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단지 바로 앞에는 청석공원과 경안천이 위치해 아름다운 자연을 영구 조망(일부 세대)할 수 있다.

단지 외관에 커튼월룩과 입면 디자인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내부 전 가구에 드레스룸을 적용하고, 타입에 따라 집안 곳곳에 펜트리를 추가로 구성해 수납력을 확보했다. 커뮤니티는 건강 관리를 위한 피트니스 센터부터 GX룸, 골프연습장, 사우나, 독서실, 작은도서관, 영상제작실, 다함께돌봄센터 등이 다채롭게 마련된다. 게스트하우스도 2개 소 조성돼 외부 손님을 맞이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녹지서
힐링을

스마트홈 시스템도 도입된다. 홈 IoT 기술이 적용돼 스마트폰 앱으로 어디서나 전등, 난방, 가스, 환기 등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고, 방문자 조회도 가능하다. 또 비대면 무인 택배 시스템과 어린이놀이터,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공동현관 등 단지 곳곳 범죄 예방 CCTV 설치를 통해 안전에도 신경 썼다.

단지 인근 경강선 경기광주역 이용 시 판교역까지는 14분대, 강남역까지는 30분 내 이동이 가능하다. 경기광주역에는 GTX-D 노선(계획)과 수서~광주 복선전철(예정)이 추진되고 있어 향후 개통 시 GTX-A 노선을 이용하면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힐스테이트 회룡역파크뷰= 현대건설은 서울과 맞닿아 있는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에 ‘힐스테이트 회룡역파크뷰’를 분양 중이다. 전용 39~84㎡, 총 1816가구 규모다. 이 중 전용 59·84㎡, 674가구가 일반분양된다.

단지 곳곳에 어린이놀이터가 있고 소셜커뮤니티가든, 힐링가든, 패밀리가든, 힐링숲, 피크닉가든, 그래스가든, 잔디광장, 중앙광장 등 다양한 조경시설이 마련됐다. 피트니스 센터, 골프연습장, 스크린골프장, GX룸, 사우나, 키즈플레이룸(실내 놀이공간), 남녀 구분 독서실, 작은도서관, 다함께돌봄센터, 워크 라운지, 힐스 라운지, 게스트하우스 등 대규모 커뮤니티가 있다.

현대건설의 층간소음 저감 기술 ‘H 사일런트 홈 시스템 Ⅰ’와 지하 주차장 건식 세차 공간 ‘H 오토존’, 반려동물 맞춤 공간 ‘H 위드펫’ 등 현대건설만의 특화 설계 ‘H 시리즈’가 적용됐다.


도봉산, 사패산, 수락산, 중랑천 수변공원, 북한산 둘레길 등 주변으로 자연환경이 갖춰져 쾌적한 주거 환경이다. 지하철 1호선과 의정부경전철이 지나는 회룡역을 도보로 이용 가능한 역세권 입지로 시청역, 강남구청역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까지 40분대로 도달 가능하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와 동부간선도로 등 주요 도로망과 가깝다.

▲엘리프 검단 포레듀= 계룡건설은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엘리프 검단 포레듀’를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15층, 11개동, 총 669가구로 조성된다. 전용 64㎡부터 110㎡까지 다양한 평면을 구성해 폭넓은 선택이 가능하다.

단지는 토당산, 역사공원, 다수의 근린공원 등으로 둘러싸여 있는 자연 친화적 입지를 자랑하는 4단계 구간 내 위치한다. 지난 6월 개통한 인천지하철 1호선 검단호수공원역을 통해 공항철도와 서울지하철 7호선 연계로 서울 및 인천 도심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

쾌적한 녹지 환경이 최우선
공원·자연 우수한 지역 선호

인근 인천지하철 2호선 마전역 이용이 가능하며, 향후 GTX-D 노선 검단역,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등 대형 교통 호재가 예정돼있다. 도계~마전 간 도로 신설 등 도로망 확충 계획도 추진 중이다. 단지 옆에는 초등학교 신설이 예정돼 있고, 인근에 검단초·능내초·검단중·검단고·마전고 등이 밀집해 있어 원스톱 학세권을 형성한다.

생활 인프라로는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시설과 검단 탑병원 등 구도심 편의시설이 가깝다. 주변에는 커낼콤플렉스, 휴먼에너지타운, 워라밸빌리지 등 5개의 특별계획구역이 있다. 이 중 단지는 에너지 자족 시범단지로 개발되는 휴먼에너지타운과 수변형 상업특화거리인 커낼콤플렉스와 인접한 이점이 있다. 커낼콤플렉스는 향후 상업·문화 복합단지로 조성될 예정이어서 생활 편의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더파크 비스타동원= 동원개발은 부산광역시 사상구에 사상공원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통해 ‘더파크 비스타동원’을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25층, 10개동, 전용면적 84㎡ 단일 면적으로 총 852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타입별 가구수는 ▲84㎡A 55 2가구 ▲84㎡B 143가구 ▲84㎡C 135가구 ▲ 84㎡T 22가구다. 특히 84㎡T는 오픈형 테라스 특화 설계가 적용돼 탁 트인 조망과 사상공원의 자연을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다. 단지 바로 옆에 위치한 사상공원은 부지 면적이 62만3118㎡(약 18만7000평)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 약 90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연과 교감하는 ‘풍경누리’, 자연 재생 공간 ‘활력누리’, 자연 문화 공간 ‘무지개누리’ 등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사상공원에는 숲체험교육관, 반려동물 놀이터와 산책로 등도 조성된다. 부산시와 민간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조성 계획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단순 녹지 공간을 넘어 문화와 휴식, 체험이 어우러진 복합 공간으로 만들어진다. 백양산을 등지고 낙동강을 바라보는 배산임수형 입지를 갖췄다.

실질적
혜택은?

도보 거리에 부산 2호선 감전역이 위치하며, 2호선·부산김해경전철·경부선 이용이 가능한 사상역과 부산서부버스터미널, 김해국제공항과도 인접하다. 단지 주변으로 부전~마산 복선전철(예정), 사상~해운대 지하고속도로(예정), 사상~하단 도시철도(예정), 북부산 세무서~백양로간 도로(예정), 엄궁대교(예정), 대저대교(예정) 등 광역 교통망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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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