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사’ 검·경 갈등 폭발 막전막후

비화폰 서버 두고 옥신각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내란 사태 핵심 물증으로 꼽히는 비화폰 서버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 경찰이 받기로 한 상황서 검찰까지 가세했다. 대통령경호처는 우선 검찰과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경찰은 검찰과의 ‘성과 배틀’이 불편하다는 분위기다. 경호처가 유독 검찰에만 호의적인 태세를 유지하면서 경찰에는 협조를 거부해 온 게 그 이유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확보한 비화폰 서버는 지난해 12월31일바부터 지난 1월22일까지다. 포렌식은 마무리됐고 이제 비상계엄이 어떻게 준비됐는지를 들여다볼 차례다. 검찰도 비화폰 서버 확보에 동참하면서 수사는 사실상 두 기관의 ‘경쟁 레이스’로 들어섰다.

판도라
열린다

경찰은 지난해 12월3일부터 지난 1월22일까지 통화 기록을 이미 확보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이 받는 체포영장 집행 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관련이다.

비화폰 서버 기록은 2일마다 자동 삭제되는데 경찰은 포렌식을 통해 대부분 복구했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 체포 방해 혐의 관련 비화폰 등 19대도 확보했다. 윤 전 대통령의 휴대전화도 포함됐다.

경호처는 초반과는 다르게 경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강경파로 분류됐던 김 전 차장과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이 지휘권을 잃은 이후 서열 4~5위에 해당하는 경호처 지휘관이 ‘물밑 협조’하에 경찰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경찰이 비화폰 서버 기록을 제출받는 현장에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수사팀이 나타났다. 수사팀 소속 군검사 등은 경호처로부터 협조를 받았다며 비화폰 서버와 CCTV 영상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은 이미 경호처와 수차례 협의해 확보한 자료라며 검찰이 끼어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항의했다. 검찰이 그간 삼청동 안가 CCTV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비화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던 사실도 불만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검찰은 “경호처 협조를 거쳐 절차를 진행하는 것일 뿐 경찰 수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새치기가 아니면 뭐냐? 몇 달 동안 경호처와 협의 끝에 겨우 확보한 중요한 자료”라며 “갑자기 이제야 요청하는 건 경찰에 수사 실적을 뺏기지 않으려는 저의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경찰이 비화폰 서버 확보에 성공하면서 내란 관련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경찰은 비화폰 서버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서 윤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이 지난해 12월6일 원격으로 삭제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 끈질긴 물밑 협의 끝에 겨우 확보
검 끼어들기 논란 “경호처 먼저 연락”

12·3 비상계엄 선포 사흘 뒤이자, 홍 전 차장이 ‘대통령이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했다’고 폭로한 날에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 김 전 서울청장의 비화폰이 삭제된 것이다. 이 외에도 복구된 비화폰 서버에는 통화·문자 내역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인멸 혐의로 수사를 시작했고 서버 분석 과정서 추가적인 정황이 포착됐는지는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이 확보한 자료가 상당한 만큼 내용에 따라 국무위원들이 줄줄이 소환될 가능성도 높다. 경찰은 내란 혐의 관련 국무위원들이 수사 대상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번에 경찰이 확보한 비화폰 서버는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에 체포 저지를 지시하거나,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와 관련된 자료로 한정된다.

내란 혐의와 관련된 핵심 자료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 압수수색 영장에 명시되지 않은 다른 범죄 혐의의 증거 활용은 위법이기 때문이다. 재판서 증거로 쓰이려면 담당 재판부가 직권으로 경찰에 사실조회를 하거나, 별도로 법원이 압수수색에 나서야 한다.

경찰은 삭제를 지시한 피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불상자에 대해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7일, 김 전 차장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의 비화폰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도 증거인멸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특수단은 지난달 30일, 김 전 차장을 불러 지난해 12월7일 경호처 실무진에게 연락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비화폰을 보안 조치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파악하고 누구 지시였는지 추궁했다.

보안 조치는 원격 로그아웃을 의미한다. 비화폰은 원격 로그아웃이 이뤄지면 통신 내역 등이 지워져 ‘깡통폰’이 된다.

지시자
윤석열?

김 전 차장은 이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두 차례 연락을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차장에게 “네가 통신을 잘 안다며. 서버 관련 규정이 어떻게 되나. 서버 삭제는 얼마 만에 한 번씩 되느냐”고 물었고, 김 전 차장은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첫 통화 직후 윤 전 대통령은 다시 김 전 차장에게 전화해 “수사받는 사람들 비화폰을 그렇게 놔둬도 되는 건가. 조치해야지? 그래서 비화폰이지?”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전화를 받은 김 전 차장은 즉시 경호처 통신 담당 실무진에게 전화해 보안 조치를 지시했다. 실무진은 김 전 차장에게 “누구 지시냐”고 물었고, 김 전 차장은 “대통령 지시”라고 답했다. 김 전 차장은 실무진과의 통화 내역을 삭제하는 등 그간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에 대해 함구했다.

하지만 최근 경호처로부터 확보한 통화 내역 등이 증거로 제시되자,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령관 3명의 비화폰 원격 로그아웃(보안 조치)은 경호처 실무진의 반발로 이뤄지지 못했다.

실무진들은 보고서 등을 쓰며 “증거인멸에 해당돼 로그아웃할 수 없다”며 반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무진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 전 차장은 간부회의 등에서 수차례 “보안 조치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경찰보다 늦었지만 비화폰 서버 자료를 확보 중이다.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곽 전 사령관, 여 전 사령관, 이 전 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 계엄군 지휘부,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대상이다.

김 전 장관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계엄을 지휘한 것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비화폰 기록도 포함됐다. 검찰은 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선포문과 포고령, 이른바 ‘최상목 문건’ 등을 작성했다고 보고 있다.

보란 듯이
수사 경쟁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의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과 노상원 작성 문건들의 유사성 검토’ 수사보고서에는 노 전 사령관이 서류를 작성하는 방식이 비상계엄 관련 주요 문건서도 발견됐다는 내용이 언급된다.

검찰 특수본은 제목이나 목차가 표기된 방식과 단락 구분에 사용한 기호 등을 토대로 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노 전 사령관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확보한 여러 한글 파일 문서를 넘겨받은 검찰 특수본이 비상계엄 관련 문건과 비교·검토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사령관 주거지서 압수한 USB 속 파일과 비상계엄 관련 서류는 모두 큰 목차에서 작은 목차로 내려갈 때 ‘■, ▲, o, -’ 순으로 기호가 매겨졌다고 한다. 그중 ‘o’ 표시를 할 때는 한글 프로그램 특수 문자 중 라틴 표기가 활용됐는데, 윤 전 대통령이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건넨 비상입법기구 문건서도 이 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국무위원 등에게 건넨 문건 중 실물이 남아있는 건 최 전 부총리가 받은 게 유일한데, 이 문건과 비상계엄 선포문이나 포고령 1호 제목은 ▲가운데 정렬 ▲밑줄 ▲진하게 등의 동일한 처리가 돼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특수본은 비상계엄 관련 문건 작성 주체가 확인이 안 된 만큼, 이를 토대로 노 전 사령관이 작성자일 가능성도 검토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검찰은 비화폰 기록을 확보하지 못한 채 관련자들의 진술만으로 윤 전 대통령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이 때문에 비화폰 기록 분석 과정서 공소장 변경이나 증거 보완이 이뤄질 수 있다.

민간인 노상원·김건희 통화 기록 확인
일부 국무위원 출국금지 물증 확보했나

검찰 관계자는 “아직 분석 과정이고 핵심 증거가 발견된다면 보완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통화에서 10분가량 울분을 토하며 개인적인 가정사를 언급했다”며 검찰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련이냐”고 묻자 김 전 청장은 “개인적인 부분이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영부인 특검법 얘기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김 전 청장은 헌법재판소서도 같은 증언을 했다. 그는 “어떤 특검이라든지 이런 부분 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부분들이다. 대통령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라고 저는 그 당시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헌재서 언급됐던 또 다른 증언도 주목받고 있다. 조태용 국정원장이 김건희씨와 계엄 전날(지난해 12월2일)과 당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이다. 이날 저녁 김씨가 조 원장에게 문자 두 통을 보냈고, 다음날 아침 조 원장이 김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경찰과 검찰 간 갈등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비상계엄·주가조작·공천 개입 등 주요 사건에 대한 특검법 처리를 예고한 만큼 구체적 수사는 특검이 이어받을 가능성이 커져서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서 전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혔던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등 3개 특검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내란·김건희 특검법은 각각 파견검사 40명 등 총 205명 규모로 170일간, 채상병 특검법은 파견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로 140일간 수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만약 3개 특검이 동시에 가동된다고 가정하면 파견검사 수만 100명에 이르는 규모다. 특검 출범 시 재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3개 특검
처리 예고

특히 내란 특검법의 경우 수사 인력을 증원하는 내용의 내란특검법 수정안이 제출됐다. 민주당은 지난 4일 오후 기존 발의한 법안서 파견 검사를 40명에서 60명으로, 파견 공무원과 특별수사관을 각각 80명에서 10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내란 특검법 수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특별검사가 추천하는 특별검사보도 기존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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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