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토건 빚 돌려막기 현주소

계열사 활용해 상환 연장

특수관계사 차입 2조 육박
곳곳에 돈 나갈 구멍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중흥토건이 눈덩이처럼 쌓인 빚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체제 개편 작업과 대우건설 인수가 자금 출혈을 불러왔고, 이를 해결하고자 차입을 늘렸다가 상환 압박에 노출된 모습이다. 불어난 차입금을 해결하고자 꺼낸 카드는 계열사 활용이지만, 이마저도 근시안적 처방에 불과하다.

중흥그룹 지배구조는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이 핵심 역할을 맡는 이원화된 형태였다. 이 같은 구조는 2022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계기로 요동쳤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비상장 자회사의 지분 50% 이상, 상장 자회사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펑펑 쓰더니…

중흥그룹은 상호출자관계 해소 차원에서 중흥토건에 힘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체제 개편을 추진했고 세종관광개발, 선월하이테크밸리 등 비상장 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수순이 뒤따랐다.

이처럼 중흥토건을 중심으로 체제 개편이 이뤄지는 행보는 이전부터 예상 가능했던 일이다. 중흥토건은 그룹 후계자인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꼭짓점 역할을 수행하면 승계 절차에서 혼선을 최소화하기 수월했다.


대우건설을 종속회사로 거느린 점 역시 중흥토건이 주축이 된 체제 개편을 예상케 만들었다. 중흥그룹은 2021년 12월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건설 인수를 확정했다. 중흥토건이 대우건설 지분 40.60%, 중흥건설이 10.15%를 흡수하는 조건이었고, 인수를 위해 투입한 금액은 총 2조671억원이었다.

다만 중흥토건은 체제 전환 작업을 거치면서 만만찮은 빚 부담을 떠안게 됐다. 중흥토건의 장기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총 2조5853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한 상환 계획은 ▲2026년 3020억원 ▲2027년 9237억원 ▲2028년 392억원 등이다. 나머지 1조3204억원의 경우 유동성장기차입금으로 분류돼 올해 안에 상환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됐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중흥토건은 단기차입금은 금융권에서, 장기차입금은 계열사에서 조달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계열사에서 돈을 빌리지 않았던 중흥토건은 이듬해 3895억원, 2023년에는 1조4000억원을 계열사에서 끌어왔다. 급기야 지난해 말 기준 계열사에서 장기성으로 차입한 금액이 1조82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그룹 계열사들은 중흥토건의 상환 부담을 일정부분 상쇄시키고 있다. 중흥토건이 올해 초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약 5개월간 낸 공시를 분석한 결과 중흥토건은 16차례에 걸쳐 계열사 4곳으로부터 총 8095억원을 차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 차입금 규모는 ▲1월 650억원(2차례) ▲2월 3160억원(2차례) ▲3월 1190억원(3차례) ▲4월 1450억원(5차례) ▲5월 1645억원(4차례) 등이다. 중흥토건에 돈을 빌려준 계열사 4곳 모두 3년 내 상환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5차례에 걸쳐 차입한 총 3860억원은 2022년 계약했던 차입이 3년 만기를 앞두자 연장 차원에서 체결한 것이다.

올해 들어 백기사 역할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행중인 계열사는 중흥토건의 100% 자회사인 중봉건설이다. 중봉건설은 지난 3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8회에 걸쳐 총 3140억원을 중흥토건에 빌려줬는데, 이는 5개월 전과 비교해 6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중봉건설이 지난해 말 기준 중흥토건에 대여한 금액은 540억원에 그친다.

예고된 수순


한편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끌어들인 외부 자금을 처리하는 일도 아직까지 종결되지 않았다. 앞서 중흥그룹은 인수금액의 60%에 해당하는 1조2000억원(중흥토건 1조200억원, 중흥건설 1800억원)을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했다. 지금까지 8500억원을 상환 완료했고, 나머지 3500억원은 7% 금리로 차환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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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최근 행적이 확인됐다. 지난해 탈옥에 성공한 이후 1년여 만이다. 박씨와 함께 탈옥에 성공했던 인물은 총 3명이다. 이들은 올해 초까지 말레이시아로 여러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박씨는 최근 필리핀 카비테 부근 한 시골 마을로 주거지를 옮겼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초부터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탈옥 가능성을 제기했다. 외교·수사당국은 현지 담당자가 철저하게 관리 중이라며 ‘소극 행정’으로 대처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꼴이다. 1년이 지난 현재, 박씨는 필리핀 서부 지역 한 시골 마을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못 잡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는 필리핀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에서 탈옥한 이후 올해 초까지 총 세 차례 이상 말레이시아 사바주로 밀항을 시도했다. 이들이 밀항을 시도한 곳은 필리핀 남서부 잠비앙가와 민다나오 다바오 시티다. 잠비앙가의 경우 여행경보 4단계인 흑색 경보(여행금지) 발령 지역이다. 외교부의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없이 흑색 경보 지역을 방문·체류하는 경우, 여권법 제26조 등 관련 규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잠비앙가는 우리나라 국민이 여행할 수 없는 곳인 셈이다. 박씨와 송모씨 등 ‘탈옥 멤버’들은 다바오 시티에서 두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잠비앙가로 이동했다. 잠비앙가에서 술루 제도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술루 제도로 이동하던 박씨 일당들은 필리핀 반군에 억류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씨가 밀항을 시도한 잠비앙가를 비롯해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는 이슬람 반군들이 주둔해 있다. 지난해 10월 말에도 무력 충돌이 발생해 최소 14명이 사망했다. 당시 민다나오 마긴다나오델수르주의 파갈룽간시에서 필리핀 최대 반군단체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두 지휘관과 수하 병력이 총기와 흉기로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1970년대부터 분리주의 무장투쟁을 벌여온 MILF는 2014년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를 통해 정부가 민다나오섬에 설치한 이슬람 임시 자치정부인 ‘방사모로 과도당국(BTA)’과 ‘방사모로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지역(BARMM)’ 구성에 참여했다. 잠비앙가·민다나오서 ‘뒷돈 도주’ 시도 이슬람 반군에 억류 후 풀려나 마닐라로 MILF는 2019년 9월부터 평화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무기 반납을 시작했지만, 무장 해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여전히 총기를 보유한 MILF 병력은 수천 명 이상이다. 박씨는 반군들에게 마약 및 보이스피싱으로 벌어들인 돈 수천만원을 뇌물로 전달한 이후 풀려났다. 지난 5월 초 박씨는 송씨와 헤어진 후 필리핀 루손섬 카비테주 카비테 시티로 이동했다. 지난달 말에는 카비테 시티 외곽 한 시골 마을에 자신의 현지 부인인 A씨까지 불러 정착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그간 마닐라 타기그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에 거주했다. 현지인들은 보니파시오를 BGC 또는 글로벌 시티로 부른다. 필리핀의 청담동으로 불릴 만큼 고층 빌딩, 고급 주거지, 쇼핑 거리 등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보니파시오의 경우 냉장고와 에어컨 정도만 구비돼있는 콘도 한 유닛의 월세가 필리핀 돈으로 13만~15만페소(약 304만~351만원)에 달한다. 필리핀은 주차장도 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에 주차장을 포함하면 월세도 10만원에서 15만원 정도 더 늘어나게 된다. 같은 도시에 위치한 원룸 형식의 콘도 월세도 5만5000페소(약 128만원)에 달한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경찰도 관련 첩보를 파악해 현지 수사당국과 공조 중이다. 아직 정확한 집 주소나 확실한 거주지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이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 넘게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 왔다. 수억 비트코인에 차명 주택 부동산 소유 현지 부인이 조력해 “지속적 현금 조달” 특히,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 그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게 “박씨가 마닐라에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하고 있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했다. 국내 정보기관은 박씨 일당의 움직임이 수상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023년 12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 교정당국에 박씨의 탈옥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박씨가 탈옥한 것을 두고 필리핀 교정당국은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외교부와 경찰, 법무부 국제형사과 등이 일부 파견을 가 현지에서 한국 범죄자들을 관리하는데, 공문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범죄자와 면담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저 공문만 보내는 것으로는 범죄자들의 탈옥을 막을 수 없다. 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잡나 박씨는 A씨의 도움을 받아 오래된 교도소의 취약점을 파악해 탈옥을 계획했다. 사전에 철저히 ‘탈옥 계획’을 구상하고 보안이 허술한 교도소에 잡혔단 뜻이다. 말레이시아로의 밀항 준비도 A씨가 현금 조달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A씨는 박씨가 교도소에서부터 환전한 수억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관리해 왔다. 박씨와 같은 교도소에 있었던 한 제보자는 “환전한 비트코인 외에도 A씨가 박씨의 차명 소유 자택 부동산 등 수십억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