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안티팬’ 이재명 악마화 막전막후

몽땅 달라붙어 사정없이 흔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국을 돌며 순회 경선 당원 투표서 표를 싹쓸이하니, 막아낼 사람이 없다. 국민의힘과 보수 지지층, 반 이재명 세력이 한데 모여 오직 한 사람을 끌어내리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

집회 현장은 ‘윤석열’ ‘이재명’ 두 사람의 이름이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탄핵 찬성파는 “윤석열을 파면하라” 피켓을, 탄핵 반대파는 “이재명을 감옥으로” 피켓을 흔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나라가 발칵 뒤집혔지만, 어째서인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이자 대선 예비후보를 향한 비난의 수위도 덩달아 높아졌다.

‘170석’
자리의 무게

유력 대선후보의 비호감도가 높게 측정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지난 2017년 치러진 제19대 대선서 당선된 문재인 당시 후보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대세론에 오른 후보에게 견제 심리가 발생해 그만큼 부정적 여론이 따르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인지도가 낮은 후보가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고 1위로 우뚝 서면 나름의 서사지만, 이 전 대표 같은 경우에는 팬 만큼이나 안티팬도 많다”며 “(이 전 대표는)이상하리만치 유명세를 혹독하게 치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에게 안티팬이 생긴 건 이재명이라는 인간의 삶 그 자체서 시작됐다. 그가 정치권에 들어서자 그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악마화 작업은 더욱 촘촘히 이루어졌다.”


정치권 잔뼈가 굵은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난한 어린 시절 변호사로 시작해 민주당과 연이 없는 성남시장을 거쳐 제1야당의 수장으로 우뚝 서는 과정마다 어깃장을 놓는 세력이 빠짐없이 존재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진영 간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의 유일한 성과는 이 전 대표의 악마화”라며 “이것이 여당 의원들에게 먹힌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악마화에 따른 증오와 혐오가 불러 일으킨 ‘정치인 테러’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국민의힘 인사의 ‘이재명 때리기’를 언급하며 “여기서 나오는 정서는 증오에 가깝다. ‘이재명을 때려야 우리에게 도움된다’는 정치공학적 측면이 아닌 심경은 어떻느냐”고 묻자 정 의원은 “참 안타깝다”며 “윤 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유일한 성과는 이 전 대표를 수사해서 기소하고 그 과정서 이 대표를 악마화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재명이 나쁜 사람’이라는 게 국민의힘 의원에게 어느 정도 먹힌 것 같다”며 “(이 전 대표가)전과 4범이라고 이야기하는데 확정된 판결은 하나도 없고, 그중에 하나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은 기소된 사실을 확정된 사실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때 보여줬던 추진력과 당 대표로서 신속히 당을 정비해 지난 총선서 승리한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국민의힘은) ‘정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굉장히 커진 것 같다”고 해석했다.

“손바닥 뒤집듯” 번복에 번복
먹잇감에 달려드는 반이 세력

민주당이 방어에 나서면 곧바로 반대편에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냐”며 이 전 대표의 과거 발언을 다시 끄집어냈다.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거짓말’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당시 집권 중이던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취임 1년이 넘도록 검·경을 총동원해서 없는 죄를 만드느라 관련자들 회유 협박에 국가 역량을 소진하고 있다. 국민께서 이미 간파하고 계신다. 자신들의 무능과 비리는 숨기고 오직 상대에게만 사정 칼날 휘드르면서 방탄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 바로 집권여당의 유일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을 다시 포토 라인에 세우고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균열을 노리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 저를 향한 저들의 시도를 용인하지 않겠다.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어떤 행동을 하든 범죄자 프레임, 방탄 논리에 갇혔고, 이를 흔들려는 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계의 압박 수위도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 20대 대선 때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한 데 이어 다시 한번 못 박으면서 사법 리스크 정면 돌파를 택했다.

그러나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한 두 번째 체포동의안이 국회서 표결되기 하루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명백히 불법부당한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부결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친명계에서는 “가결파를 색출해야 한다”며 분노했고 국민의힘에서는 이 전 대표가 국민 앞에서 한 약손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고 쏘아붙였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는 당시 공약으로 걸었던 ‘위성정당 금지’를 번복하며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총선의 비례대표제 선출 방식으로 현행 준연동형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반칙이 가능하도록 불완전한 입법을 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약속드린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며 “결국 준(準)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사과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반이재명 세력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을 통해 ‘드럼통’ ‘혜경궁 김씨’ ‘김부선 스캔들’ 등 가십성 루머를 꾸준히 회자시키면서 화력을 더했다. 이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모여 “이재명만은 안 된다”는 표어처럼 굳어졌다.

자승자박
꼬인 스텝

탄핵 정국에 들어선 뒤 국민의힘에서는 이 전 대표의 악마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냈다. 국민의힘이 매일같이 작성하는 논평 역시 이 대표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재명 악마화를 시도하면 시도할수록 오히려 국민의힘만 되치기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달 21일 이 전 대표의 발언을 엮은 ‘이재명 망언집’을 공개했다.

권 원내대표는 “제가 오늘로 원내대표직을 맡은 지 100일이 됐지만, 이 전 대표가 쌓아온 표리부동한 언행과 정치 행태를 뒤쫓기엔 역부족”이라며 “이제 모두 함께 그의 발언 하나하나를 정확히 기록하고 국민을 속이고 기만해온 실체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발행 취지를 설명했다.


200페이지 조금 안 되는 분량의 초판본에는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7년부터 지금까지의 발언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망언집이라 하기에는 “누군가는 정치보복을 끊어야 하고, 기회가 되면 당연히 내 단계서 끊겠다” “외국인 혐오 조장으로 득표하는 극우 포퓰리즘은 나라와 국민에 유해하다” 등 이야기가 포함돼 오히려 ‘이재명 명언집’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게다가 최근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주 4.5일제’를 대선 공약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공교롭게도 이재명 망언집 44페이지에 같은 내용이 실렸다. “창의와 자율이 핵심인 첨단과학기술 시대에 장시간의 억지 노동은 어울리지 않는다. 첨단기술 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이 전 대표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보수 지지층이 이 전 대표를 깎아내리기 위해 첨단기술까지 동원했다는 점에 분노했다. 한 유튜버가 ‘이 전 대표가 배우자인 김혜경씨에게 욕설하는 내용의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유포를 시도한다’는 제보가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에 접수된 것이다.

모두가
한쪽으로

박수현 선대위 공보단장에 따르면 “과거 수사기관 조사를 받고 귀가한 김씨에게 이 전 대표가 험악한 호칭을 쓰며 나무라는 것으로 상황이 설정돼있다”며 “과거 공개된 다른 영상의 이 전 대표의 음성을 다른 영상과 딥페이크로 합성해 마치 욕을 하는 것처럼 믿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문제의 영상을 유포한 유튜버 17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현재까지 민주당이 딥페이크 영상으로 이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한 사건은 9건이다.

선대위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주 이재명 예비후보 선대위는 딥페이크 등 허위 조작 정보 유포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다”며 “그럼에도 악의적 의도로 제작한 딥페이크 영상에 후보자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허위 조작 정보 등이 지속 유포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영상들은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해 이 전 대표에게 ‘친중 반미’ 프레임을 덧씌우고 악마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해 이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건이 다수 발견돼 딥페이크 영상 유포자 김모씨 및 허위 사실을 유포한 성창경 등 17명에 대해 법적 조치를 진행한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간의 기 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누가 누가 이재명을 더 잘 때리나” 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보니, 이 과정서 네거티브 공세 수위가 끝도 없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는 이 전 대표를 비판하기 위해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는 팻말을 든 채 드럼통 안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드럼통은 이 전 대표를 비꼬는 물건이다.

‘드럼통’ ‘김부선’ 네거티브 공세
더 커지는 몸집…오히려 동정론도

이른바 ‘변호사비 대납 사건’의 제보자 이씨와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유한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그리고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던 김씨가 숨진 채 발견되자 일부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적을 드럼통에 묻어버린다”라는 식으로 공격해 왔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나 의원이 ‘비정상적 사회를 바로잡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내란을 옹호할 게 아니라 위법, 위헌적 계엄을 막으려고 한겨울에 국회로 달려온 시민과 함께 장갑차를 막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70∼80년대 반공교육이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떠올리게 하려는 것 같다”며 “민주당에 대한 악마화가 인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후보 역시 “이재명정권의 종착역은 포퓰리즘과 국민 매수의 나라, 남미 최빈국 베네수엘라다. 반대로 홍준표정권의 미래는 자유와 번영의 선진 대국”이라며 “(이번 조기 대선은)홍준표정권이냐 이재명정권이냐의 양자택일 선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과 4범에 비리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자 화려한 전과자 이재명 후보와 풍부한 경륜과 검증된 능력을 갖춘 준비된 대통령 홍준표 후보의 대결”이라며 “비양심과 패륜으로 얼룩진 나라, 청년이 짊어져야 할 빚투성이 나라, 반칙과 불공정이 판치는 나라, 바로 이것이 이재명정권의 미래”라고도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대권주자와 반이재명 세력으로 뭉친 이들까지 몽땅 이 전 대표에게 날을 세우면 오히려 이 전 대표의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하는 효과가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지지층뿐만이 아닌 중도층 사이에서도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동정론이 형성될 것이란 점에서다.

지난달 27일 이 전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서 무죄가 선고되자 국민의힘은 또다른 사법 리스크를 꺼내 들었다. 이날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2심서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국민적 여론마저 나아질 거란 기대는 하지 말라”며 “이 대표가 전과 4범이라는 사실과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의미 없는
손가락질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한 라디오서 ‘본질은 정치보복, 이재명 죽이기라고 보는가’에 대한 진행자의 질문에 “이재명 전 대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냐고 묻는다면 제대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국민의힘도 ‘이재명 전 대표는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된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잘못에 대해서는 대답을 안 하고 있고 정치 공세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악마화하는 순간 모든 사람이 지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에서 해왔던 그 정치 공세는 결국 그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후원금 보니…기죽는 안티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 예비후보 후원금 모금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29억4000만원을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후원회는 지난 16일 “4월15일 오전 10시 모금 개시 당일 법정 한도인 29억4000만원을 모두 채웠다”며 “6만3000여명이 후원에 참여했고 이 중 99%가 10만원 미만의 소액 후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의 입금액 한도 설정에도 불구하고 입금이 몰려 2억5000여만원이 초과 입금되는 일도 있었다”며 “소액 다수의 후원으로 하루 만에 한도를 채운 것은 내란 종식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국민의 뜨거운 마음이 모인 기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입금액 한도를 넘긴 초과 입금분은 반환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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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장동혁 갈지자 행보 속셈

‘오락가락’ 장동혁 갈지자 행보 속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미국 정계가 이재명 대통령을 압박하는 흐름을 타 강경 보수 노선과 장외 집회로 기세를 올리려고 한다. 하지만 8개월여를 앞둔 지방선거에 정치 생명이 달린 정치인의 현실을 고려해 “극우 방식으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빙글빙글 도는 장 대표의 ‘용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앞세워 “왜 미국에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는 등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질타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호평에서 비판으로 일각에선 “이 대통령도 이런 망신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왓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 “한국의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우리 군사기지까지 들어갔다”며 “한국에서 숙청·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에 가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는 등 저자세로 나가면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노벨평화상 수상 욕심을 자극했다. 국내에선 평소 강경한 정치 성향을 유지하는 이 대통령의 ‘저자세’를 유연함으로 해석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호평은 금세 비판으로 바뀌었다. 당시 체결됐던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은 ▲상호 관세율 15% ▲한국의 대미 투자 3500억달러(약 485조원) 등이었다. 문제는 3500억달러가 우리나라 총 외환 보유고의 84%에 달하는 액수란 것이다. 아울러 두 대통령의 공동합의문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에 “자동차·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15% 관세율을 명시하자”고 요구했고, 미국은 우리에게 “3500억달러의 구체적 조달 시기·방식·사용처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각)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3500억달러 투자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호 관세율 25%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의 직접 투자 비중을 최대한 높이고 투자 대상은 미국이 주도해 선정하며, 투자액 회수 후 미국이 이익 중 90%를 가져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은 지난 4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소재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노동자 317명을 단속했다. 이들이 단기 상용 비자(B-1)로 미국에 입국해 근무하다가 불법체류자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에 입국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면담했고, 미국 영주권자 1명을 제외한 316명은 지난 12일 귀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훈훈하게 진행한 후 ‘한국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미군 기지에 들어간’ 데에 대한 보복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기만책 섞인 양동 작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재명 압박하자 강경론 선회 미 극우 논객도 한국서 극우 부추겨 미국 정부의 한국인 노동자 추방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보수 성향 친위 집단 MAGA 진영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의 극우 정치인 토리 브래넘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잡지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그 공장이 조지아주 주민을 고용하지 않아서 ICE에 신고했다”며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저임금 불법체류자를 다수 고용하는 것은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 우선 정책 연구소 미국 안보센터 부의장은 지난 7월21일, 한국 국회의원 13명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공정하거나 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있으면, 한국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사무총장을 지낸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가 진행돼 내가 큰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부정선거론을 주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지난 1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대통령 권력을 약화하려는 극좌 급진주의자들에게 유리한 발언을 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하고, 두 사람의 보수 철학은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강경 보수 진영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지난 8일 ‘대통령·부산시 교육감 선거서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손 목사와 손잡고 함께 시위를 주도한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지난 13일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로부터 채널 수익 창출 중단 통지를 받았다. 수익 창출이 중단된 이유는 “민감한 콘텐츠 관련 정책을 위반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분한 전씨는 “언론 탄압이자 보수 우파 죽이기”라며 “구글코리아 내 좌파 직원이 판단한 거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난달 26일 당선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 표심에 지지를 호소해 당선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선 이후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국민의힘 4선 김도읍 의원을 다시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다. 트럼프의 양동 작전 김 의장은 평소 중도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고, 장 대표는 김 의장을 삼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군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소리 낼 때, 전씨는 당 밖 의병으로서 그 소리를 증폭하고 적을 막는 역할을 했다”며 “당 밖 의병이 전씨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1등 공신임을 자처하던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크게 반발했다. 전씨는 지난달 30일 “제가 장 대표에게 영향력이 있어 힘이 세다고 보는 사람들이 놀랍게도 벌써 제게 인사·공천 청탁을 한다”며 “저는 장 대표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역할은 안 한다”고 말하는 등 장 대표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도 지난 1일 “많은 사람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도읍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영남 지방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4개 자유 우파 정당에 양보하면 된다”며 “이에 응하지 않아서 4개 정당이 영남 전 지역에 후보를 내면 국민의힘은 이길 수 없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장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혔던 “더 강하게, 더 넓게 500만 당원과 함께 싸울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같은 날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국회 본관 앞에 모여 ‘야당 말살 정치 탄압 특검 수사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지도부가 가장 강력한 방식의 투쟁을 하기로 했고, 장외투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외투쟁 명분은 ▲검찰청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반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 수사 기간 연장 반대 ▲내란 특검의 국민의힘 의원 압수수색 규탄 등이었다. 장 대표는 지난 8일엔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등 보수 야당과의 대화를 차단했다. 당시 장 대표는 단군 신화를 인용해 “정 대표와 악수하려고 당 대표가 되자마자 마늘·쑥을 먹기 시작했다”며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도 이렇게 악수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등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영수회담은 비교적 훈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장 대표도 자신의 의견을 이 대통령에게 모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장 대표는 다시 장외투쟁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분은 손 목사 구속이었다. 지난 14일 부산을 방문한 장 대표는 첫 일정으로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장 대표는 이날 “손 목사 구속은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2025년 대한민국에서 종교 탄압을 막는 게 제 소명이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돌고 돌아 장외투쟁 이어 지난 17일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구속된 것을 계기로 장외투쟁을 언급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이 장기집권을 위해 차근차근 야당을 말살하고 있다”며 “지금은 그냥 야당인 게 죄인 시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징역형이 구형된 것 ▲정부·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민주당의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장외투쟁 근거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의 장외 집회는 지난 21일 동대구역 인근에서 진행됐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 중도 공략 필요성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과 장 대표의 현 상황으로부터 비롯된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파면·구속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7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7%를 기록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 지지층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불과 8개월여를 앞두고 있다. 이기기 위해선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를 공략해야 한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로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데, 참패 시엔 대표직을 사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극우 정당이 각국 선거에서 승리하고 있고,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MAGA 진영이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21세 청년 타일러 로빈슨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극우 논객 찰리 커크 ‘터닝 포인트 USA’ 대표와 모린 배넌 ‘스티브 배넌 워룸’ 대표는 한국 극우를 부추기는 미국 정계 논객들이다. 이들은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해 ‘빌드업 코리아 2025’에 참석했다. 커크 대표는 “최근 한국 정치는 혼란스러웠다. 특검의 교회 압수수색은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은 미국의 가장 든든한 우방이기 때문에 중국공산당으로부터 독립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산주의자들이 정치 검사를 앞세워 우파를 탄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한국 정부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북한의 공산주의에 맞서는 여러분의 싸움이 곧 우리의 싸움이고, 필요하다면 내가 한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모린 대표도 “한국은 공산주의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관성은 오직 한동훈 축출 돌연 “극우론 안 돼” 유턴 손 목사는 커크 대표·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성향 일부 개신교 교단과 MAGA 진영이 김민아 대표가 이끄는 빌드업 코리아와 연결돼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빌드업 코리아의 모태는 커크 대표가 이끄는 터닝 포인트 USA로 전해졌다. 극우 성향 교단과 미국 극우는 강경한 반공 성향을 매개로 연결된다. 일제강점기 당시 교단의 세가 강했던 지역은 평안도였다. 이들은 북한 정부 수립과 6·25 전쟁 이후 모두 월남했고, 강경한 반공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도 소련과의 냉전을 계기로 매카시즘 광풍이 크게 일어나 복음주의 교단을 중심으로 한 반공 세력이 맹위를 떨쳤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도 복음주의 교단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지지 기반과도 연결되는 미국 정치의 흐름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정치 방향은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에 대한 강경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에서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 대변하는 인물을 대상으로 패널 인증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몫인 각종 방송 출연분 중 80% 이상을 친한계가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친한계엔 방송 출연을 위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가는 원외 인사들이 많다. 장 대표의 방침에 대해선 “친한계의 숨통을 끊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대해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5일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이후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근거 있는 확신을 한다고 했다”며 “그 확신의 근거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특검의 참고인 소환을 2회 거부했고, 내란 특검은 서울중앙지법에 한 전 대표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한 전 대표 증인신문은 오는 23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 전 대표는 연이은 당내 선거 패배와 안 좋게 결별한 장 대표의 당선으로 위기에 몰려 자신의 정치적 상징인 ‘비상계엄 반대’조차 자신 있게 내세우기 어려운 처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다. 나경원 의원 등 지난 2019년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연루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안팎으로 이어지는 내우외환에 일각에선 장 대표가 다시 강경 보수를 대상으로 한 장외집회에 전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지난 16일 공개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돌연 “우리가 설득하는 방식이 극우와 같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께서 공감하지 않는 방식으론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지층의 확고한 신뢰 없이 성급하게 중도층 마음을 얻겠다고 나아가면 실패할 거라고 본다”는 의견도 남겼다. 내친 김에… 용꿈의 조건 같은 인터뷰에서도 빙글빙글 돌고 있단 느낌을 줄 소지가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고 보는 해석도 나온다. 용꿈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명확히 밝혀 대중의 지지를 얻은 다음 노려볼 수 있다. 장 대표는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다. 굳건한 의견 없이 빙글빙글 돌면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 장 대표의 빙글빙글 회전 정치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