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발’ 검찰총장 축출 시나리오

‘검란 방아쇠’ 특수통 반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 내부가 심상치 않다. ‘즉시항고 포기’ 사태 이후 심우정 검찰총장을 향한 반발이 커지는 분위기다. 심 총장의 판단에 불만을 표출하고 나선 이들은 대부분 ‘특수부’다. 검찰 특수부는 지난해 9월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사퇴하면서 위축됐다. 좌천 부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윤석열정부의 끝이 보이면서 상황은 반전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의 검찰은 공안·기획통이 주름잡고 있다. 반대로 특수부의 위상은 이원석 전 검찰총장의 사퇴 이후 땅에 떨어졌다. 정권의 심장을 겨눠온 이들이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된 이유로 전해진다.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 12·3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를 계기로 반전을 모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정부서 특수본발 검란이 발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사들
부글부글

심우정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즉시항고’를 두고 특수본과 이견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심 총장은 윤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즉시항고를 하지 않았다. 통상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도 드물지만, 결정 후 석방까지 30시간도 걸리지 않은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심 총장 등 대검 수뇌부는 법원이 구속 취소를 결정한 지난 7일 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을 석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심 총장 외에 이진동 대검 차장과 대검 부장을 맡은 검사장급 이상 간부 6명이 참석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하면서 ‘구속기간 만료 후 검찰의 공소 제기’를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대검 회의에서는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로 인해 수사 서류가 법원에 제출된 기간을 ‘일’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즉시항고를 할 경우 위헌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사례 때문이다. 당시 헌재는 검찰의 즉시항고를 인정하면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 자체가 무의미해져 헌법의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대검은 특수본에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 지휘를 지시했다. 그러나 특수본은 대검의 방침에 반발했다. 법원의 구속기간 계산법은 시간이 아닌 날을 기준으로 산정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어긋나고 그간의 실무례 등과도 맞지 않기 때문에 즉시항고를 통해 다퉈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박세현 중심 단체 반기? “심, 리더십 상실”
즉시항고 포기 후 추가 이견 시 갈등 불가피

대검은 특수본을 설득했지만, 8일 새벽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이날 오전 다시 협의를 이어간 끝에 수사지휘권을 가진 심 총장이 직접 특수본에 석방을 지휘하면서 결론이 났다.

특수본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 지휘서를 서울구치소에 송부했다”고 밝혔다. 이후 윤 대통령은 오후 5시48분쯤 서울구치소를 나섰다. 대검은 ‘구속기간 산정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부당한 판단’이라는 특수본의 의견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본안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등 대응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법원의 판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는 즉시항고와 보통항고가 있다. 즉시항고를 할 때엔 법원의 결정 집행이 정지되지만 보통항고는 정지되지 않는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해 윤 대통령이 석방됐더라도 보통항고를 통해 법원의 판단이 옳은지를 상급심서 다퉈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던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불복 방법은 즉시항고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검찰 내부에서는 심 총장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검사들이 늘었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지 않는 사건이었다면 즉시항고했을 것이고 그게 일반적”이라며 “부담이 상당히 했으니까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겠나. 선례에 비춰봤을 때 상식적인 판단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박철완 광주고검 검사(사법연수원 27기)는 지난 9일 검찰 내부망 게시판 ‘이프로스’에 ‘구속 취소 사유 등이 궁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해 불가”
비판 쇄도

박 검사는 “재판부가 제시하는 구속 취소의 사유가 전례에 어긋나는 등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사는 즉시항고를 통해 그 당부에 대한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이 마땅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수본은 이런 입장서 즉시항고를 주장한 것이 아닐까”라고 썼다.

박 검사는 “그런데 대검은 즉시항고 포기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원칙적인 입장과 다른 입장을 취하는 쪽에서 ‘당해 사안에서는 이례적으로 원칙적 입장을 따르지 않아야 함’을 정당화해야 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원칙적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강력한 논증을 제공해야 한다”며 “대검은 어떤 논증을 제시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종호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1단 부장검사(연수원 31기)도 박 검사 글에 댓글을 달아 “지금의 구속기간 산입 등 법 해석 논란이 이해되지 않지만, 향후 일선의 업무 혼선을 정리하는 차원에서라도 일반 ‘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채수양 창원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연수원 32기)도 최근 이프로스에 ‘구속 취소 즉시항고의 필요성’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이번 즉시항고 포기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구속집행정지 및 보석에 대한 즉시항고를 위헌으로 결정한 취지를 고려했다는 취지로 이해한다”면서도 “기존 헌재 결정이 구속취소 즉시항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채 부장검사는 “구속집행정지와 보석은 법원이 조건을 부과하거나 취소 사유를 고려해 결정하지만, 구속 취소는 조건 부과 없이 구속의 효력을 소멸시키므로 법적 성격이 다르다”며 “잘못된 구속 취소 이후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해도 돌이킬 수가 없다.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는 영장주의 위배가 아니라 보완”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 특수본은 공안통, 특수통, 기획통이 한데 모여 있지만 특수통 검사들이 수사를 쥐고 있다. 특수본과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내란 사건에 대해 “검찰의 명운이 걸린 수사”라는 말 말고도 “다시 특수부가 떠오를 기회”라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이는 검찰 특수부가 이 전 총장 체제 이후부터 몰락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건들면
터진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심 총장을 포함한 공안·기획통이 검찰 요직을 차지하면서 특수부는 한직이자 기피 부서로 분류됐다. 지난해부터 특수부로의 이동을 원하지 않는 검사들이 많아지다 보니 김건희 여사와 윤 대통령 일가에 대한 이른바 ‘정권을 향한 수사’는 자연스럽게 힘을 잃었다.

특수본부장을 맡은 박 고검장은 원리원칙주의자로 특수통 중 가장 서열이 높은 인물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현대고, 서울대 법대 등 직속 후배로 ‘윤석열·한동훈 라인’이라고 불렸으나 이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인연에 약한 인사가 아니다. 한동훈 전 장관이 박 고검장과 실제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시절이 있다. 4~5년 전 한 대형 사건으로 인해 크게 실망했고 이후에 화해했는지는 모른다”고 귀띔했다.

윤정부 첫 검찰 고위급 인사 명단에 박 고검장의 이름은 없었다. 큰 충격을 받은 박 고검장은 주변에 사표 제출 의사까지 밝혔었다고 한다. 박 고검장은 이때의 승진 실패 이전부터 ‘인사 트라우마’가 있었다.

지난 2017년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시절 이른바 ‘돈봉투 만찬’으로 논란이 된 자리에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배석했다가 받았던 100만원이 원인이 됐다. 검찰과장 1순위였던 박 고검장은 수원지검 형사3부장으로 좌천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박 고검장의 사표를 만류한 이들은 한 전 대표와 박 고검장 모두와 친한 검찰 간부들이다.

한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전·현직 모두가 합세해 화해시키려 했다. 어느 정도 서로 서운한 걸 풀었다고는 들었는데 아직 껄끄러움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 고검장이 세 번째 트라우마를 피하려면 내란 수사를 완벽하게 끝낼 수밖에 없다.

기획 VS 특수 다툼 양상…과거 내분과 흡사
명줄 걸린 박 “인생 최대 위기이자 기회”

인생 최대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실제 박 고검장은 심 총장의 즉시항고 포기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소한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중앙지검 한 간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두고 일각에선 ‘검찰 봐주기가 우려된다’는 시선이 있는데 이미 그러기엔 늦었다. 특히 박 고검장의 스타일이 전형적인 특수부다. 최소한 검찰이라는 기관의 생존을 위해서는 사력을 다해 수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 안팎에서는 심 총장이 간부급 검사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통항고조차 하지 않으면서 야권발 특검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또 한 번 즉시항고 포기 사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그때는 심 총장에게 이견에 의한 갈등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간부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본발 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가장 대표적인 내분 및 항명 사태는 지난 2012년 11월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대립하던 최재경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이하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자 중수부장이 즉각 반발했던 사건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사들은 한 전 총장에게 퇴진을 요구하며 큰 파문이 일었다.

결국 한 전 총장이 검찰 내부 혼란을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수용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취임 1년3개월여 만이다. 당시의 대립은 한 전 총장이 발표하려던 검찰 개혁안 때문이었고 그 핵심은 중수부 폐지였다.

심 총장과 박 고검장 간 갈등이 아직은 한 전 총장과 최 전 중수부장의 대립처럼 노골적으로 노출되진 않았다. 그러나 ‘특수부의 생존’ 및 기획통의 특수통 컨트롤 양상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우선 일단락
불씨는 남아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특수통 DNA’는 컨트롤되지 않는다. 윤석열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 좋게 말하면 원리원칙주의고 나쁘게 말하면 꺾이지 않아서 다루기 힘들다. 검찰 역사에서 기획통이 특수통 달래기에 성공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정치·정무적으로 움직이는 집단임과 동시에 조직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특수본은 항상 다음 정권서 요직을 차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체포 때 김건희, 경호처 비난

“마음 같아선 이재명 대표 쏘고, 나도 죽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체포된 이후 김건희 여사가 총기 사용을 언급하며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을 비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MBC 보도와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윤 대통령 체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서에 김 여사가 “총 갖고 다니면 뭐 하냐, 그런 거 막으라고 가지고 다니는 건데”라는 취지로 발언한 내용을 포함시켰다.

김 여사는 지난 1월15일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이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관저에 머물면서 경호처 직원에게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특수단이 1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을 때와 달리 2차 집행 때는 경호처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는데, 이를 질책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부터 윤 대통령이 체포되는 일련의 과정서 김 여사의 구체적인 반응이 전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여사는 이런 발언을 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로부터 총기 사용 발언을 들은 경호처 직원이 김 여사가 “내 마음 같아서는 지금 이재명 대표를 쏘고, 나도 죽고 싶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진술도 특수단에 했다는 것이다.

김 여사의 발언은 윤 대통령 체포 전후 경호처가 총기 사용을 검토했다는 간접적인 정황 중 하나로 보인다. 경호처가 총기 사용을 검토했다는 의혹은 이전에도 나왔다.

앞서 특수단은 윤 대통령이 체포되기 전 김 차장 등 경호처 간부들과의 식사 자리서 “총을 쏠 수는 없냐”고 묻자 김 차장이 “알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과 함께 윤 대통령 체포 방해를 주도한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1차 체포영장 집행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직원들에게 MP7 기관단총과 실탄을 관저로 옮겨두고 “(관저)제2정문이 뚫린다면 기관총을 들고 뛰어나가라”고 지시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이 지시가 윤 대통령 체포 저지가 아니라 “진보·노동단체 시위대가 관저로 쳐들어온다는 보고를 받고 대비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차장 역시 “기관총은 평시에도 관저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졌으며 비상계엄 선포 전 계엄령이 발표될 것을 알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 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보안 전화기인 비화폰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본부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무위원보다 이른 시간에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에 계엄령, 계엄 선포, 국회 해산 등을 검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은 “포렌식 과정서 시간 오차가 발생한 경우”라며 “비상계엄 발표를 TV를 보고 알고 이후 검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차장 구속영장 신청서에 기재된 김 여사의 발언에 관한 질문에 특수단 관계자는 “구속영장 서류에 기재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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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