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피 말리는 '2차대전' 진검승부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0.17 09: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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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안 와?" VS "그래도 못 가!"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유력한 야권인사가 허리춤에 찬 검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더니 결국 꺼내 들었다. 처음으로 서로를 향해 칼끝을 겨냥한 것. 그동안 문 후보는 '정권교체'라는 타이틀로 안 후보를 간접적으로 압박해 왔다. 안 후보도 '정치쇄신'이라는 조건으로 완곡한 공격 패턴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은 확실히 다르다. 양 후보 모두 직접 단일화를 언급하고 나선 것. 이들의 피 말리는 2차대전 진검승부를 들여다봤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간 1차전은 지난 9월19일에 안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지지율만 보면 그렇다. 경선이 끝난 직후 야권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두 자릿 수로 안 후보를 따돌렸던 문 후보였다. 하지만 안 후보가 본격 출사표를 던지자 두 자릿 수로 안 후보에게 뒤쳐지며 그의 선전은 '1일 천하'로 막을 내렸다.

식솔 가출에 민주당 멘붕
"문-안, 하나 되도록 최선"

이제는 전면전이다. 눈치만 보던 문 후보도 이번에는 공격 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 9일 송호창 의원이 민주통합당을 탈당하고 안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이들의 경쟁은 본격화됐다.

안 후보는 자신의 아군이 된 송 의원에 대해 "참 맑은 힘이 더해졌습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송 의원은 탈당하면서까지 안 후보 측 캠프에 합류한 이유에 대해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제 아이의 미래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낡은 정치인들에게 맡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정권교체와 새로운 정치는 우리 시대의 소명"이라고 배경을 소개했다.

문 후보는 송 의원의 탈당과 안 캠프 합류에 대해 "아프다"는 말 한마디만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비상이 걸렸다. 이러한 현상은 대선을 앞두고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과정에서는 김민석 전 의원이 그랬다.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의원들과 소장파 대표주자였던 김 전 의원은 당시 정몽준 후보의 신당인 '국민통합21'로 당적을 옮겼다.

2007년 당시 문국현 후보의 창조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긴 김영춘 전 의원도 이에 속한다. 당시 의원들의 이러한 당적 이동 명분은 '야권단일화'였다.

하지만 막판 정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단일화는 실패했다. 문국현 후보도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과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고 결국 대선 완주를 택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철새정치인'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한 전문가는 "관건은 송 의원의 탈당이 과연 야권을 재편하는 수준까지 이어질 것인지 여부"라고 분석했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매체를 통해 "송 의원의 고민을 이해한다고 해도 정치도의에는 어긋나는 일이다. 또 그런 방식으로 새로운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단일화 가교 외친 송호창 탈당, 긴장감 거세져
안철수, 이해찬의 '무소속 불가론' 정면 반박 

민주당의 거센 비난에도 송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제 진심을 이해하고 받아주시니 큰 위안이 됩니다. 모든 것을 던진 만큼 의연하게 안철수, 문재인 두 분이 하나 되도록 최선을 다해 비상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단일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문-안 사이에서 중매를 서두르는 또 한 사람은 '제3지대'에 있는 조국 서울대 교수다. 조 교수는 지난 11일 매체를 통해 "안 후보가 단일화 전제조건으로 당혁신, 정치혁신을 내걸었다"며 "그런데 그 혁신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양쪽 다 정확히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민주당과 안 캠프가 공동으로 정치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합의를 문 후보가 반드시 실천한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매체를 통해 "정치혁신 해야 한다는 세력들이 함께 힘을 모으자는 제안은 좋은 취지"라며 "원칙으로 후보단일화하겠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후보단일화에 대한 원론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안 후보 쪽에서는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단일화를 둘러싸고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문 후보와 안 후보도 공방전에 가세했다. 안 후보는 지난 7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개혁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앞세우며 7대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대선출마 기자회견에 이어 다시 한 번 쇄신을 강조한 것이다. 안 후보는 이에 덧붙여 특권과 독점적 정책을 폐기할 것을 주장했다.

이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매체를 통해 국정감사 전략에 대해 "안 후보가 경쟁의 대상이면서 단일화 대상이기 때문에 ‘협력적’ 검증을 할 수밖에 없다"며 직접적으로 안 후보를 겨냥했다.

문 후보도 이날 안 후보의 발언을 겨눈 듯 "정당혁신, 새로운 정치는 결국 정당을 통해서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다"고 맞받아쳤다.

"민주당에 정권 줄 것"
"무소속으로 양쪽 설득"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자신의 국정운영에 대한 안정감을 부각시키려는 복안으로 해석했다. 특히 문 후보는 "바깥에서 우리가 요구한다고 그게 그대로 다 실현되지 않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고 전해진다.

이때부터 양 후보 간 이상기류가 감지되면서, 문 후보는 정당을 내세우고 안 후보는 쇄신을 내세우며 전면전 워밍업에 들어갔다.

안 후보의 정책발표 다음날인 지난 8일. 한 언론사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안 후보가 문 후보를 13.5%p로 앞서며 압승을 거뒀다. 안 후보가 46.6%, 문 후보가 33.1%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 단일화 싸움에서 안 후보가 한 발 앞서 나갔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검증을 선언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가 안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 모바일투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은 것이다.

또한 "특정한 방법을 놓고 단일화를 이야기하면 마찰이 생길 것"이라며 "두 후보가 마주앉아 이야기하면 국민이 원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 한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이는 박 원내대표가 여론조사 결과를 의식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매체를 통해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단 한 나라도 없다"며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안 후보의 무소속 정치행보를 거세게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도 "국민은 민주당에 정권을 줄 준비가 돼 있고 민주당은 그 준비로 단일화에 성공해야 한다"고 말해 안 후보를 겨냥, 정당을 내세웠다.

이에 안 후보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이 대표께서 무소속 대통령은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셨는데, 할 수 있다"라고 짜증 섞인 투로 화답했다.

주어를 빼고 단일화 제목만 외치던 이들이 직접 상대를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송 의원의 민주당 탈당으로 양측 경쟁이 가열되면서 더욱 공격적인 발언이 나온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안 후보도 더욱 각을 세우며 '무소속 불가론'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놨다.

안 후보는 "지금 상태에서 만약 여당이 대통령이 되면 밀어붙이기로 세월이 지나갈 것 같고, 만약 야당이 당선된다면 여소야대로 임기 내내 시끄러울 것"이라며 "차라리 그럴 바에야 무소속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양쪽을 설득해나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의 단일화만이 승리할 수 있다"
"민의 대변해야 정당, 개혁에 도움 줄 것"

이날 문 후보도 한 치의 양보가 없었다. 문 후보는 10일 전북도당에서 지역 당원들과 결의대회를 갖고 "단일화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낙관은 금물"이라며 "그저 단일화로는 충분하지 않다. 민주당으로의 단일화만이 승리를 보장할 수 있다"라며 민주당을 내세웠다.

이어 "민주당만이 반칙, 특권, 반민주의 새누리당의 저항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민주정부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래야 정치변화, 시대변화를 안정감 있게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다"면서 "정당의 기반 없이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고 안 후보를 정면 공격했다.

이후 안 후보 측은 기자들에게 안 후보의 입장을 전달했다.

안 후보는 문자메시지에서 "정당 없이 대통령이 가능하냐면 다시 역으로 질문할 수 있다. 여당이 재집권하면 힘으로 날치기 통과하는 것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고, 야당이 집권하면 여소야대 환경에서 5년 내내 방해 받을 것"이라며

"그러면 일이 안 된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어 "대립의 정치하에서는 국회의원 100명이 있어도 자기 일을 하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정당정치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대립이 날카로워지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안 후보는 "나도 정당정치를 믿는 사람"이라며 "정당이 없으면 직접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당이 민주주의를 끌고 가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믿음인데, 민의를 대변하지 않는 정당이 있으니 기존 정당이라도 민의를 대변하고 개혁하도록 도움을 주는 게 내 역할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매체를 통해 "향후 문 후보로선 정당기반 없이는 공동정부도, 분권형 정부도, 정치혁신도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안 후보를 압박할 공산이 크다"라고 전하며 "정치는 타이밍 싸움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문 후보가 공동정부 구상안을 치고 나갈지, 아니면 안 후보 측이 '국민 공천권'을 앞세워 분권형 정부 구성안 담론도 쥐게 될지, '문·안 단일화' 승부는 이 지점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여당은 힘으로 날치기
야당은 방해받을 것"

전문가들은 문·안의 싸움이 전과 달리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이들을 지켜보는 양측 지지자의 마음도 더불어 더욱 초조해지고 있다.

적에 대한 대비는 고사하고 아군끼리 총구를 겨누고 있으니 혹이나 어긋나는 것은 아닐까, 이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한 야권인사는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각자의 자가당착적 판단으로 절호의 정권교체 기회를 날려버리는 일이 없도록 국민과 지지자의 시름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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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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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