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으로 본 국민의힘 미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2.24 11:27:06
  • 호수 1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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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장의 악몽’ 이들도 그들처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수사기관들은 경쟁하듯이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같은 당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사라진 후 국민의힘은 ‘중진의힘’이 됐다. 8년 전 ‘진박 9인회’를 닮은 중진의힘은 과연 위기에 처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구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 사퇴로 인해 지난 12일 진행된 경선서 5선 권성동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친윤(친 윤석열)계 좌장으로 불리는 권 원내대표는 72표를 얻어 34표를 얻는 데 그친 4선 김태호 의원을 제쳤다. 이어 지난 16일엔 한동훈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대표 권한대행까지 맡았다.

그때도 윤상현
지금도 윤상현

한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이후에도 “당 대표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진종오·장동혁·김민전·인요한·김재원 등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지도부가 무너져 사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는 곧바로 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된다. 국민의힘은 탄핵안 가결 이후 비공개 의원총회를 진행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자리서 형식상 사의를 표명했지만, 재신임 절차를 거쳐 대표 권한대행도 맡았다.

지난 10일엔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들이 모여 간담회를 열고, 권 원내대표를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나경원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권 원내대표를 추대하려고 했던 배경을 일컬어 “중진 의원들의 생각은 ‘지금은 굉장히 위중한 상황이니, 적어도 원내대표 경험이 있어 여러 가지 복잡한 현안을 바로 풀어가야 할 사람이어야 하지 않느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전해 들은 재선 배현진 의원은 “그것은 중진 선배들의 의견이고, 우리가 ‘중진의힘’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한 전 대표도 “중진 회의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의 경선은 당내 반발 때문에 진행됐다. 하지만 ‘중진의힘’은 경선서 더욱 강하게 드러났다. 권 원내대표가 김 의원을 가볍게 이길 수 있었던 배경엔 5선 중진 그룹이 각개격파로 의원들을 설득한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 ‘중진의힘’ 구성원으로 지칭되는 의원들로는 ▲권 원내대표 ▲나 의원 ▲권영세 의원 ▲김기현 의원 ▲윤상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의원총회서부터 비대위원장 인선을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중진들은 여기서 또 ‘중진의힘’을 보여줬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등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이들은 당내 인사를 선호하는 듯한 의견을 제시했다.

박대출 의원은 의총 전에 진행된 중진회의 후 기자들에게 “비대위원장과 관련해선 당의 안정과 화합, 쇄신을 위해 경험이 많은 당내 인사가 적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후 부각된 당내 비대위원장 후보군은 5선 권 의원·김 의원·나 의원 등이었다. 6선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박 9인회와 중진의힘
연결고리 윤상현 지목

초선 김재섭 의원을 거론하는 움직임도 있다. 국민의힘 이상민 전 의원은 지난 17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서 김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면서 “초선이긴 하지만, 여러 상황서 올바른 판단을 했고, 꿈도 있는 분이 리더십을 받고 이끄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당론대로 탄핵 표결에 불참했다가 지역구서 뭇매를 맞았다. “국민은 어차피 1년이면 달라져서 무소속도 찍어준다”는 윤 의원 발언 당시 대화 상대방이었기 때문에 봉변을 당한 적도 있다. 김 의원이 후보로 거론되자, 곧바로 “만만한 초선을 내세워서 면피하려고 하느냐”는 비난 여론도 크게 일어났다.


중진들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당내 인사’를 거론한 계기는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던 인명진 목사가 지난 2016년 12월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했던 것으로부터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인 목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가 가결된 이후 취임했다. 

인 목사는 당시 친박 중진이었던 새누리당 서청원 당시 의원을 일컬어 “새누리당은 정치하는 데인 줄 알았는데, 서청원 집사님이 계신 교회”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과 정부의 요직에 있던 사람 ▲당의 분열을 조장하고 패권적 행태를 보인 사람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면서 막말을 한 사람 등을 인적 청산 대상이라고 지칭하면서, 친박 주류들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인 목사는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원회를 통해 구성되는 비대위와 윤리위를 통해 친박 중진들을 축출하려고 했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상임전국위가 개최되지 않아 실패했다.

당 대표든, 비대위원장이든, 총선이 끝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선 공천권이 없어 당내에 영향력을 확고히 뿌리내린 중진들을 상대하긴 버겁다. 당시와 지금 모두 총선이 끝난 후 약 8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인 목사가 의도했던 친박 청산과 한 전 대표가 시도했던 윤 대통령 탈당 모두 특정 계파가 당내 다수 세력으로 군림하는 한 실패하거나 큰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인 목사와 한 전 대표는 모두 ‘용병’이다.

친박 중진들은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문고리 3인방이 사라진 이후 권력 공백을 소리소문 없이 메웠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11월29일 제3차 대국민 담화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면서 개헌 카드를 던졌다.

개헌은 오래 걸린다. 간단히 따져봐도 국회 개헌특위 조직 → 개헌안 작성 및 발의 → 20일 이상의 공고 → 국회 본회의 의결 → 30일 내 국민투표 등 단계를 거쳐야 한다. 

대다수의 여론은 박 전 대통령에게 “당장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1년 이상의 시간이 요구되는 개헌 제안에 대해선 “시간 끌기 작전”이라는 반발이 컸다. 박 전 대통령은 구체적인 퇴진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고, 화재 참사가 발생했던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재판관
색깔론

이 행보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할 여론은 없었다. 촛불시위는 멈추지 않았고, 비박 성향 의원들도 탄핵에 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원책 변호사는 지난 2016년 12월1일 방영된 JTBC <썰전>서 박 전 대통령의 담화를 놓고 “측근 대부분이 박 전 대통령의 곁을 떠났지만, 새 아이디어를 준 사람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이디어를 준 사람’에 대해 “새누리당의 현역 의원인 친박계 핵심 인물이자, 영민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대담을 나누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동의하면서 “대통령을 누나라고 하는 사람 아니냐”고 소개했다. 

그는 바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도 지난 2016년 12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서 “친박 핵심이 정국 대책을 논의하고 이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작전회의를 진행한다고 직감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남 전 지사는 서울 여의도 모 호텔서 서 의원과 윤 의원을 비롯한 친박 핵심 의원들의 모임을 발견했다. 이후 이들은 ‘진박 9인회’라고 지칭됐다. ‘중진의힘’은 당시 ‘진박 9인회’와 닮았다.


당시 ‘개헌 제안’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윤 의원은 현재도 가장 적극적으로 윤 대통령을 두둔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는 통치 행위기 때문에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윤 대통령의 지난 12일 주장은 그로부터 하루 전 윤 의원이 국회 본회의서 진행된 긴급 현안 질문 중 주장했던 것과 똑같았다.

2016년 제시됐던 개헌 제안과 ‘4월 퇴진 및 6월 대선’ 제안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탄핵소추의 조직력이 흐트러진 적이 있다. 당시의 탄핵소추는 야권과 새누리당 비박 모두 동의하고, 친박서도 이탈표가 나와야 가결될 수 있었다.

비박계와 국민의당은 박 전 대통령의 제안을 듣고 탄핵소추에 일시적으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로 인해 지난 2016년 12월2일 예정됐던 탄핵소추안 상정이 불발됐다. 그러자 민심은 다음날 진행된 촛불시위에 총 232만 명이 참가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에 새누리당 비박계와 친박 일각도 탄핵소추안 가결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정국으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윤 대통령의 당선까지 이어졌던 상황을 ‘탄핵의 강’ 혹은 ‘탄핵 트라우마’라고 지칭하면서, 북한의 ‘고난의 행군’과 비슷하게 기억한다.

민심의 큰 파도를 일시적인 꼼수로 떼우려 할 뿐, 책임은 통감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어려움만을 기억하는 ‘선택적 기억상실’은 더욱 강해졌다. 국민의힘은 그 해결책으로 강성 지지자와 지역구 수성만을 제시하고 있다. 더욱이 총선은 불과 8개월여 전에 진행됐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어도 3년 4개월은 의원직이 흔들릴 이유도 없다. 


검찰·공수처·경찰은 과열 양상까지 보여가면서 수사 열기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수사기관들이 헌정사상 최초 현직 대통령 체포·구속이라는 ‘훈장’을 달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통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검찰이 적극적으로 ‘검찰 선배’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했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었다.

지난 18일엔 아예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오로지 국민의힘만 애써 외면할 뿐이다.

지난 2016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진행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서, 변호인단은 숱한 기행과 시간 끌기 작전을 선보였다. 조원룡 변호사는 “재판관들이 국회 측 대리인과 같은 편 아니냐”고 말했고, 김평우 변호사는 강일원 당시 주심재판관을 일컬어 ‘국회 측 수석대변인’이라고 지칭하기까지 했다. 

권성동도 
이정현처럼?

조 변호사는 다른 변호인들과 일체 상의도 하지 않은 채 즉석서 강 재판관에 대한 기피를 신청하는 초유의 사건을 일으켰다. 당시 탄핵 심판은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이 심판 도중 임기만료로 퇴임해 8인 체제로 재판이 진행됐다.

변호인단은 “재판관 결원이 생기면 그 자체로 공정성 시비에 시달리게 될 수밖에 없다”며 “신임 헌법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재판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도 이듬해 3월 13일 퇴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 상황까지 고려한 주장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이 권한대행의 퇴임 이전 선고를 진행하겠다”고 못 박았고, 실제로 그렇게 진행됐다.

지금은 국민의힘 차원서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주장을 8년 만에 반복하고 있다. 헌재는 국회 추천 재판관 3명 퇴임 이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아서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추천했고, 국민의힘은 조한창 변호사를 추천했다. 

국민의힘은 ‘9인 체제’ 완료에 협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16일 의총선 헌법재판관 선출 절차를 지연시킬 방법을 논의했다. 그래서 도출한 방법은 ‘색깔론 제기’와 ‘권한대행의 임명권 유무 논쟁 제기’였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정계선 후보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고, 마은혁 후보자는 과거 민주노동당 당직자 사건을 공소 기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도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직무 정지 때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는 23~24일 진행 예정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도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국회 추천 몫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임명은 형식적이다. 국민의힘이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했기 때문에 많은 반발이 이어졌다. 헌재도 직접 반박에 나섰다.

원내대표가 직접 수행
더 궁색해진 지연작전

이진 헌재 공보관은 같은 날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에 관련해선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한 사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황 권한대행이 지난 2017년 3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추천 몫이었던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최상목 경제부총리를 접견했고, 지난 16~19일 현 정부 장관급 인사 12명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서 사실상 당 대표이자 ‘실질 1인자’로서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가 아무리 광폭 행보를 보이려고 해도, 그렇게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딜레마가 있다. 이미 ‘중진의힘’이라는 말이 통하고 있는 상황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권 원내대표는 ‘온리 원’이 아니라, ‘원 오브 뎀’ 정도의 위상으로 인식된다.

다급한 상황서 비대위원장조차 며칠째 중진회의를 이어가면서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는 순장조였다. 권 원내대표와 중진들은 한 전 대표를 순장조로 몰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만, 당내 중진의 논의로 도출될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 결과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탄핵이 인용돼 진행될 대선은 더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누굴 대선후보로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것이란 장담은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서 그나마 대선후보 지지율 1위였던 한 전 대표는 돌아올 가능성을 암시했지만, 이미 당에서 축출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진행된 대선에선 홍준표 대구시장이 갑자기 부각돼 개인기로 선거를 치렀다. 홍 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나마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은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이라는 시한폭탄을 떼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도 1차 표결 당시 당론을 거부하고, 본회의장에 남았던 것으로 볼 때, 친윤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을 가능성이 높다. 이 4명 외엔 누가 있을까?

윤 대통령이 사실상 ‘자폭’한 후 ‘중진의힘’이 되고 있는 국민의힘이 어떻게 될지 예언처럼 연출된 옛 상황이 있다. 수도권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던 지난 2022년 8월11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나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동작구 사당동서 봉사활동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봉사활동은 하지 않고, 망언과 민폐 행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다. 

비상구가
안 보인다

권 원내대표와 나 의원은 수해복구 현장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의원들의 차량이 길을 막아 복구작업을 위한 차량이 현장에 진입하지 못하자, 한 주민은 “아침부터 길 막고 뭐 하는 짓이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주 부의장은 “따라와서 교통을 방해하니까 우리가 욕을 다 얻어먹는다”면서 취재기자들을 탓했다.

이해가 안 가는 발언이나 행적에 이은 책임 전가 등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으킨 각종 물의는 이 당시와 놀랍도록 닮았다. 이때도 주요 등장인물 중 1명은 권 원내대표였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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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