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으로 본 국민의힘 미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2.24 11:27:06
  • 호수 1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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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장의 악몽’ 이들도 그들처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수사기관들은 경쟁하듯이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같은 당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사라진 후 국민의힘은 ‘중진의힘’이 됐다. 8년 전 ‘진박 9인회’를 닮은 중진의힘은 과연 위기에 처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구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 사퇴로 인해 지난 12일 진행된 경선서 5선 권성동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친윤(친 윤석열)계 좌장으로 불리는 권 원내대표는 72표를 얻어 34표를 얻는 데 그친 4선 김태호 의원을 제쳤다. 이어 지난 16일엔 한동훈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대표 권한대행까지 맡았다.

그때도 윤상현
지금도 윤상현

한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이후에도 “당 대표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진종오·장동혁·김민전·인요한·김재원 등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지도부가 무너져 사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는 곧바로 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된다. 국민의힘은 탄핵안 가결 이후 비공개 의원총회를 진행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자리서 형식상 사의를 표명했지만, 재신임 절차를 거쳐 대표 권한대행도 맡았다.

지난 10일엔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들이 모여 간담회를 열고, 권 원내대표를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나경원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권 원내대표를 추대하려고 했던 배경을 일컬어 “중진 의원들의 생각은 ‘지금은 굉장히 위중한 상황이니, 적어도 원내대표 경험이 있어 여러 가지 복잡한 현안을 바로 풀어가야 할 사람이어야 하지 않느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전해 들은 재선 배현진 의원은 “그것은 중진 선배들의 의견이고, 우리가 ‘중진의힘’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한 전 대표도 “중진 회의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의 경선은 당내 반발 때문에 진행됐다. 하지만 ‘중진의힘’은 경선서 더욱 강하게 드러났다. 권 원내대표가 김 의원을 가볍게 이길 수 있었던 배경엔 5선 중진 그룹이 각개격파로 의원들을 설득한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 ‘중진의힘’ 구성원으로 지칭되는 의원들로는 ▲권 원내대표 ▲나 의원 ▲권영세 의원 ▲김기현 의원 ▲윤상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의원총회서부터 비대위원장 인선을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중진들은 여기서 또 ‘중진의힘’을 보여줬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등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이들은 당내 인사를 선호하는 듯한 의견을 제시했다.

박대출 의원은 의총 전에 진행된 중진회의 후 기자들에게 “비대위원장과 관련해선 당의 안정과 화합, 쇄신을 위해 경험이 많은 당내 인사가 적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후 부각된 당내 비대위원장 후보군은 5선 권 의원·김 의원·나 의원 등이었다. 6선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박 9인회와 중진의힘
연결고리 윤상현 지목

초선 김재섭 의원을 거론하는 움직임도 있다. 국민의힘 이상민 전 의원은 지난 17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서 김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면서 “초선이긴 하지만, 여러 상황서 올바른 판단을 했고, 꿈도 있는 분이 리더십을 받고 이끄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당론대로 탄핵 표결에 불참했다가 지역구서 뭇매를 맞았다. “국민은 어차피 1년이면 달라져서 무소속도 찍어준다”는 윤 의원 발언 당시 대화 상대방이었기 때문에 봉변을 당한 적도 있다. 김 의원이 후보로 거론되자, 곧바로 “만만한 초선을 내세워서 면피하려고 하느냐”는 비난 여론도 크게 일어났다.


중진들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당내 인사’를 거론한 계기는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던 인명진 목사가 지난 2016년 12월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했던 것으로부터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인 목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가 가결된 이후 취임했다. 

인 목사는 당시 친박 중진이었던 새누리당 서청원 당시 의원을 일컬어 “새누리당은 정치하는 데인 줄 알았는데, 서청원 집사님이 계신 교회”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과 정부의 요직에 있던 사람 ▲당의 분열을 조장하고 패권적 행태를 보인 사람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면서 막말을 한 사람 등을 인적 청산 대상이라고 지칭하면서, 친박 주류들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인 목사는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원회를 통해 구성되는 비대위와 윤리위를 통해 친박 중진들을 축출하려고 했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상임전국위가 개최되지 않아 실패했다.

당 대표든, 비대위원장이든, 총선이 끝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선 공천권이 없어 당내에 영향력을 확고히 뿌리내린 중진들을 상대하긴 버겁다. 당시와 지금 모두 총선이 끝난 후 약 8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인 목사가 의도했던 친박 청산과 한 전 대표가 시도했던 윤 대통령 탈당 모두 특정 계파가 당내 다수 세력으로 군림하는 한 실패하거나 큰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인 목사와 한 전 대표는 모두 ‘용병’이다.

친박 중진들은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문고리 3인방이 사라진 이후 권력 공백을 소리소문 없이 메웠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11월29일 제3차 대국민 담화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면서 개헌 카드를 던졌다.

개헌은 오래 걸린다. 간단히 따져봐도 국회 개헌특위 조직 → 개헌안 작성 및 발의 → 20일 이상의 공고 → 국회 본회의 의결 → 30일 내 국민투표 등 단계를 거쳐야 한다. 

대다수의 여론은 박 전 대통령에게 “당장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1년 이상의 시간이 요구되는 개헌 제안에 대해선 “시간 끌기 작전”이라는 반발이 컸다. 박 전 대통령은 구체적인 퇴진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고, 화재 참사가 발생했던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재판관
색깔론

이 행보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할 여론은 없었다. 촛불시위는 멈추지 않았고, 비박 성향 의원들도 탄핵에 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원책 변호사는 지난 2016년 12월1일 방영된 JTBC <썰전>서 박 전 대통령의 담화를 놓고 “측근 대부분이 박 전 대통령의 곁을 떠났지만, 새 아이디어를 준 사람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이디어를 준 사람’에 대해 “새누리당의 현역 의원인 친박계 핵심 인물이자, 영민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대담을 나누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동의하면서 “대통령을 누나라고 하는 사람 아니냐”고 소개했다. 

그는 바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도 지난 2016년 12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서 “친박 핵심이 정국 대책을 논의하고 이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작전회의를 진행한다고 직감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남 전 지사는 서울 여의도 모 호텔서 서 의원과 윤 의원을 비롯한 친박 핵심 의원들의 모임을 발견했다. 이후 이들은 ‘진박 9인회’라고 지칭됐다. ‘중진의힘’은 당시 ‘진박 9인회’와 닮았다.


당시 ‘개헌 제안’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윤 의원은 현재도 가장 적극적으로 윤 대통령을 두둔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는 통치 행위기 때문에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윤 대통령의 지난 12일 주장은 그로부터 하루 전 윤 의원이 국회 본회의서 진행된 긴급 현안 질문 중 주장했던 것과 똑같았다.

2016년 제시됐던 개헌 제안과 ‘4월 퇴진 및 6월 대선’ 제안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탄핵소추의 조직력이 흐트러진 적이 있다. 당시의 탄핵소추는 야권과 새누리당 비박 모두 동의하고, 친박서도 이탈표가 나와야 가결될 수 있었다.

비박계와 국민의당은 박 전 대통령의 제안을 듣고 탄핵소추에 일시적으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로 인해 지난 2016년 12월2일 예정됐던 탄핵소추안 상정이 불발됐다. 그러자 민심은 다음날 진행된 촛불시위에 총 232만 명이 참가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에 새누리당 비박계와 친박 일각도 탄핵소추안 가결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정국으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윤 대통령의 당선까지 이어졌던 상황을 ‘탄핵의 강’ 혹은 ‘탄핵 트라우마’라고 지칭하면서, 북한의 ‘고난의 행군’과 비슷하게 기억한다.

민심의 큰 파도를 일시적인 꼼수로 떼우려 할 뿐, 책임은 통감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어려움만을 기억하는 ‘선택적 기억상실’은 더욱 강해졌다. 국민의힘은 그 해결책으로 강성 지지자와 지역구 수성만을 제시하고 있다. 더욱이 총선은 불과 8개월여 전에 진행됐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어도 3년 4개월은 의원직이 흔들릴 이유도 없다. 


검찰·공수처·경찰은 과열 양상까지 보여가면서 수사 열기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수사기관들이 헌정사상 최초 현직 대통령 체포·구속이라는 ‘훈장’을 달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통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검찰이 적극적으로 ‘검찰 선배’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했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었다.

지난 18일엔 아예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오로지 국민의힘만 애써 외면할 뿐이다.

지난 2016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진행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서, 변호인단은 숱한 기행과 시간 끌기 작전을 선보였다. 조원룡 변호사는 “재판관들이 국회 측 대리인과 같은 편 아니냐”고 말했고, 김평우 변호사는 강일원 당시 주심재판관을 일컬어 ‘국회 측 수석대변인’이라고 지칭하기까지 했다. 

권성동도 
이정현처럼?

조 변호사는 다른 변호인들과 일체 상의도 하지 않은 채 즉석서 강 재판관에 대한 기피를 신청하는 초유의 사건을 일으켰다. 당시 탄핵 심판은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이 심판 도중 임기만료로 퇴임해 8인 체제로 재판이 진행됐다.

변호인단은 “재판관 결원이 생기면 그 자체로 공정성 시비에 시달리게 될 수밖에 없다”며 “신임 헌법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재판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도 이듬해 3월 13일 퇴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 상황까지 고려한 주장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이 권한대행의 퇴임 이전 선고를 진행하겠다”고 못 박았고, 실제로 그렇게 진행됐다.

지금은 국민의힘 차원서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주장을 8년 만에 반복하고 있다. 헌재는 국회 추천 재판관 3명 퇴임 이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아서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추천했고, 국민의힘은 조한창 변호사를 추천했다. 

국민의힘은 ‘9인 체제’ 완료에 협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16일 의총선 헌법재판관 선출 절차를 지연시킬 방법을 논의했다. 그래서 도출한 방법은 ‘색깔론 제기’와 ‘권한대행의 임명권 유무 논쟁 제기’였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정계선 후보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고, 마은혁 후보자는 과거 민주노동당 당직자 사건을 공소 기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도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직무 정지 때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는 23~24일 진행 예정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도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국회 추천 몫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임명은 형식적이다. 국민의힘이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했기 때문에 많은 반발이 이어졌다. 헌재도 직접 반박에 나섰다.

원내대표가 직접 수행
더 궁색해진 지연작전

이진 헌재 공보관은 같은 날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에 관련해선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한 사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황 권한대행이 지난 2017년 3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추천 몫이었던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최상목 경제부총리를 접견했고, 지난 16~19일 현 정부 장관급 인사 12명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서 사실상 당 대표이자 ‘실질 1인자’로서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가 아무리 광폭 행보를 보이려고 해도, 그렇게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딜레마가 있다. 이미 ‘중진의힘’이라는 말이 통하고 있는 상황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권 원내대표는 ‘온리 원’이 아니라, ‘원 오브 뎀’ 정도의 위상으로 인식된다.

다급한 상황서 비대위원장조차 며칠째 중진회의를 이어가면서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는 순장조였다. 권 원내대표와 중진들은 한 전 대표를 순장조로 몰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만, 당내 중진의 논의로 도출될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 결과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탄핵이 인용돼 진행될 대선은 더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누굴 대선후보로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것이란 장담은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서 그나마 대선후보 지지율 1위였던 한 전 대표는 돌아올 가능성을 암시했지만, 이미 당에서 축출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진행된 대선에선 홍준표 대구시장이 갑자기 부각돼 개인기로 선거를 치렀다. 홍 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나마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은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이라는 시한폭탄을 떼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도 1차 표결 당시 당론을 거부하고, 본회의장에 남았던 것으로 볼 때, 친윤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을 가능성이 높다. 이 4명 외엔 누가 있을까?

윤 대통령이 사실상 ‘자폭’한 후 ‘중진의힘’이 되고 있는 국민의힘이 어떻게 될지 예언처럼 연출된 옛 상황이 있다. 수도권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던 지난 2022년 8월11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나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동작구 사당동서 봉사활동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봉사활동은 하지 않고, 망언과 민폐 행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다. 

비상구가
안 보인다

권 원내대표와 나 의원은 수해복구 현장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의원들의 차량이 길을 막아 복구작업을 위한 차량이 현장에 진입하지 못하자, 한 주민은 “아침부터 길 막고 뭐 하는 짓이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주 부의장은 “따라와서 교통을 방해하니까 우리가 욕을 다 얻어먹는다”면서 취재기자들을 탓했다.

이해가 안 가는 발언이나 행적에 이은 책임 전가 등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으킨 각종 물의는 이 당시와 놀랍도록 닮았다. 이때도 주요 등장인물 중 1명은 권 원내대표였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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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전쟁’ 이재명-한덕수 파워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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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그런 한 총리 옆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우뚝 섰다. 국정 주도권이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혼란스러운 한 해가 저물어간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대통령이 궐위, 또는 사고로 인해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이를 대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권한대행의 범위는 법으로 정해져 있으며 조약 체결이나 국군통수권을 비롯해 긴급명령·긴급경제명령 발동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헌정사 세 번째 권한대행이지만 구체적인 권한의 범위를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쌓여가는 요구안 첫 번째 권한대행은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서 고건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이후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공백을 채웠다. 윤석열정부서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그 자리를 맡으면서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권한대행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경제부총리와 한국무역협회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외교·안보는 물론 주가와 환율 등 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한 권한대행은 요동치는 경제 상황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국정 주도권은 법적으로 권한을 가진 한 권한대행이 쥔 것처럼 보이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카드를 들고 있을뿐더러 헌법재판관 임명권과 거부권을 놓고 여당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심의 과정에 참여한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계엄법 제 2조 6항에 따라 국방부 장관의 계엄 선포 건의가 국무총리를 거쳐서 대통령에게 이뤄졌다면 내란죄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며 한 권한대행을 내란 혐의로 고발했다.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야권 의석수만으로도 가능한 만큼 정국의 목줄은 사실상 야당이 쥐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자 민주당 내부서도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부겸 전 총리는 “나중에 (한 권한대행)수사를 하다가 혐의가 드러나면 그때 탄핵을 하면 되지 않나”라며 “당장 법안 하나하나 가지고 ‘뭘 하면 탄핵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민주당은 “국정 혼선을 고려해 일단 탄핵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당내에서는 한 권한대행에 대한 내란 사태의 책임과 국정 난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국정 안정을 위해 일보 후퇴하겠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의석수로 밀어붙이면 그대로 끝 총리 탄핵 밀당…신중하게 접근 이 대표는 “어제(14일) 한 권한대행과 통화를 했다”며 “이제는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정파를 떠나 중립적으로 정부의 입장서 국정을 해나가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은 교과서적으로 현상 유지관리가 주 업무고 현상을 변경하거나 새 질서를 형성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는 국정 공백 상황서 ‘탄핵 남발’ 프레임에 걸려들 경우 사법 리스크를 떠안은 민주당에 화살촉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발 물러섰지만 언제든 탄핵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쥔 거대 야당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다. 민주당은 어수선한 정국의 틈새를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5일 이 대표는 정국 정상화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초당적 협의체인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크게 휘청인 금융경제, 민생에 관한 정책적 협의를 비롯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히 논의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이 이 대표를 선두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고 자연스럽게 대권 행보로 이어가려는 포석을 깔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모든 정당과 함께 국정 안정과 국제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며 “시장 안정화, 투자 보호 조치 등 경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협조를 요구하며 “거절 시 정당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이전에는 당 소속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무적 판단을 했다면 이제는 그냥 국회 구성원이자 제2당으로서 국정 안전, 민생회복이라는 큰 공통의 목표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국민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서 국민이 직접 선출한 권력기관은 이제 국회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띄운 국정안정협의체 제안에 한 권한대행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은 사실상 이를 거절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고 헌법 규정에 의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됐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정치를 끝까지 하려고 한다”며 “그동안 민주당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어떻게 하면 윤정부를 붕괴시킬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마치 탄핵소추 이후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국정 운영 책임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옳지 못하고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기 대선 몸풀기 이에 이 대표는 “모든 논의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가져가도 좋고 이름이나 형식, 내용이 어떻게 결정되든 상관없다”고 받아쳤다. 특히 “혹시라도 국정 전반에 대한 협의체 구성이 부담스럽다면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를 구성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거듭 국민의힘의 참여를 요구했다. 민주당이 손을 내밀었지만 여당은 연일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권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이 이 대표의 죄를 덮어주는 ‘대선 출마 허가증’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정국 불안정으로 경제와 외교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묻지마 탄핵’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미 대통령이 된 듯 ‘상왕 놀이’에 심취한 이재명 한 명의 존재가 한국 경제와 정치의 최대 리스크”라고 거들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겨냥해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난동범일 뿐”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홍 시장은 “범죄자, 난동범을 대통령으로 모실 만큼 대한민국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내란 정당’ ‘내란 공범’ 단어 앞에서는 무뎌질 뿐이다.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한동훈 전 대표를 들어내고 그 자리에 친윤(친 윤석열)계를 앉힌 국민의힘인 만큼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옹호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초당적 협의체를 제안한 야당과 이를 거절한 여당, 그리고 둘 사이에 낀 한 권한대행 간의 삼각관계는 갈수록 복잡하기만 하다. 권력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사이 이 대표는 ‘개딸(개혁의 딸)’과 거리를 두고 보수 세력과 만남을 가지면서 중도 세력 확장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우선 지난 16일, 그는 자신의 팬클럽인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이장직은 재명이네 마을 회원 등급 중 하나로 이 대표만 가진 등급이다. 이 대표는 재명이네 마을에 “삼삼오오 광장으로 퇴근하는 여러분들도 그렇겠지만 저도 덩달아 요즘 챙겨야 할 일이 참 많아졌다”며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아쉬운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비상시국인 만큼 야당 대표로서 업무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끝없는 딜레마 앞서 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팬덤 정치, 정당 사당화를 비판했다. 그동안 이장직을 내려놓지 않은 이 대표가 이런 결정을 한 데에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자 중도층 확장을 위한 조치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월 ‘이재명 2기체제’가 출범함과 동시에 금투세 폐지 등 경제 분야서 우클릭을 시도해 왔다. 12·3 내란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에도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TK(대구·경북) 지역을 찾거나 정·재계 보수 인사와 만남을 갖는 등 외연 확장에도 힘을 쏟았다. 지난 대선서 “윤석열은 싫지만 이재명도 싫다”는 비토 세력의 목소리가 컸던 만큼 중도층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연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정 안정을 위해 한발 물러섰지만 한 총리가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사용할 경우 탄핵안 발의도 고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한덕수 권한대행의 거부권 사용에 대해 “상황을 봐야겠다”면서도 “똑같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윤석열 시즌2’가 아닌가. 권한대행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만일 사태에 대비해서 탄핵안은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정 안정을 위해 한 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한 차례 보류했지만 윤 대통령과 똑같은 절차를 밟는다면 역시나 같은 결과를 맞이할 것이란 경고를 날린 셈이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한 권한대행은 헌법상 절차에 따른 권한대행일 뿐 선출된 권력이 아님을 명심하시라. 권한대행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헌법상의 필요 최소한의 대통령 권한 행사만 대행해야 한다”며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국민의 권한을 침탈하는 입법 거부권과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은 헌법 위반으로 또 다른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부해라, 받아라” “임명해라, 못한다” 여야 사이에 낀 한 총리 깊어지는 고민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한 권한대행이 살얼음판을 걷는 사이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가 또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여야가 국회 추천 몫인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면서다. 한 권한대행과 이 대표의 힘겨루기 역시 이 문제를 놓고 절정에 치달았다. 우선 야당은 한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거부권은 불가능하지만 재판관 임명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대통령 궐위 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직무가 정지된 때에는 임명할 수 없다며 ‘거부권은 가능하지만 재판관을 임명할수 없다’는 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향후 치러질 윤 대통령 심판의 핵심이 되는 축이다. 재판관 3인의 공석으로 인해 ‘6인 체제’로 재판을 치를 경우 한 명만 이탈하더라도 탄핵안은 기각된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위해 민주당이 강경하게 밀고 나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탄핵안 남발로 역풍이 불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윤 대통령 탄핵이 갈림길에 선 지금 민주당은 ‘이판사판 전투태세’라는 게 한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국민의힘 주장대로라면 머릿수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서 무리하게 심판을 치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비상계엄 여진이 상당히 길다”며 “6인 체제로 심판할 경우 국민 정서에 어떻게 비춰질지 안 봐도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는 것은 결이 다른 이야기”라며 “국가가 불안정한 상태서 지도자를 자주 교체하는 건 대내외적으로 바람직하게 비치지 않는다. 지금 상황서 한 권한대행이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없다. 협력 방안을 모색하며 여야의 협치에 기대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벼랑 끝 탈출구 윤 대통령의 경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달리 비상계엄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권한대행 역시 주어진 역할은 같지만 과거보다 활동 폭이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부터 권한대행은 여야 사이서 질타를 받는 위치였다. 잘해도 욕 먹고 못하면 더 욕먹는 고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벌써 대통령처럼 행동하는 이 대표에게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여당의 제어가 필요하다”며 “여야 불문하고 힘든 시기일수록 협치를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 이상 국민에게 실망스러운 정치를 보여드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탄핵 후 처음 만났지만…빈손으로 돌아선 여야 지난 18일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상견례를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대표급 만남이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머리를 맞대면 혼란 정국을 잘 수습할 것”이라면서도 “탄핵소추로 인해 국정이 마비 상태니 그것도 풀어주시기를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국정이 매우 불안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헌정 질서의 시급한 복귀”라며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완벽할 수 없으니 국회 1당과 2당 모든 세력의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이들은 여야 간 소통을 강화하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자주 만나서 같이 합의하고 결론을 낼 수 있는 게 있으면 보여주자. 오른손으로는 싸우더라도 왼손으로는 합의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