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차기 대선 다크호스 우원식 국회의장

'어대이?' 독주 깰 잠룡 기지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신뢰도 측면서 여야 차기 대선후보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보다 높게 나타날 정도다. 정치권서 우 의장은 조용하고 온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습기살균제와 노동자 인권 문제 등 해결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기도 했다.

비상계엄 해제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 담장을 넘었다.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에 돌입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여야 의원들이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으나 절차를 지키려는 리더십이 빛났다. 30년 정치 인생이 드디어 주목을 받았다는 평가다. 실제 우 의장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빛난 리더십
호감 급상승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계 주요 인물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우 의장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56%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우 의장의 신뢰도는 여야 차기 대선후보나 한덕수 권한대행보다 높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신뢰한다’ 41%, ‘신뢰하지 않는다’ 51%였고, 한 권한대행은 ‘신뢰한다’ 21%, ‘신뢰하지 않는다’ 68%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신뢰한다’ 15%, ‘신뢰하지 않는다’ 77%였다.

우 의장은 20대서 60대까지 비교적 폭넓게 신뢰받았으며,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에서는 신뢰의 비율이 81%에 달했다. 이 대표는 40대와 50대서만 신뢰도가 50%를 웃돌고 있지만 그 외 연령대에서는 비신뢰가 더 많았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과 보수층서 43%, 34%의 신뢰를 받았다.

이는 비상계엄과 계엄 해제 등 수습 과정서 우 의장의 리더십이 재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우 의장은 67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국회 담장을 넘어 계엄 해제를 이끌었다.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에 돌입하고, 국회 직원들과 보좌진이 이를 막아서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여당 의원들이 계엄 해제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음에도 우 의장은 침착하게 “절차적 오류 없이 해야 한다. 아직 안건이 안 올라왔다”며 절차를 지키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우 의장은 “이런 사태에서는 절차를 잘못하면 안 된다”고 여야 의원들을 설득했다.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190명 의원의 찬성으로 가결됐고, 그렇게 계엄 정국은 마무리됐다.

우 의장은 지난 1957년 9월18일 서울특별시 중구 신당동서 아버지 우제화씨와 어머니 김례정씨 사이서 9남매 중 막내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 우씨는 황해도 연백군 출신이고, 누나 둘은 북한에 살아 있다고 한다. 2010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 모친인 김씨가 남측 최고령자(당시 나이 96세)로 참석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헤어진 지 60년 만에, 상봉을 신청한 지 15년 만에 누나 정혜씨와 상봉이 이뤄지기도 했다.

우 의장은 서울경동초등학교, 서울 성수중학교, 경동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토목공학과에 진학했다. 1977년 연세대학교 기독학생회 회장에 취임했고, 같은 해 학생 운동으로 박정희정부 퇴진 운동을 벌이다 징집됐다.

이듬해 2월25일 육군에 입대해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제60훈련단서 공병(야전건설 특기)으로 복무했고, 1980년 7월24일 병장으로 만기전역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1981년 3월 전두환정부 반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연세대학교서 제적됐다.

계엄부터 해제까지 의장석서 침착함 빛나
여야 친화적 협의 주도…때론 단호·강경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서 문익환 목사 등과 함께 김대중 지지운동에 참여했다. 이듬해엔 문동환, 박영숙, 임채정, 이해찬 등 재야 민주화운동가 98명이 결성한 평화민주통일연구회(이하 평민연)를 통해 평화민주당에 입당하면서 현실정치에 참여한다.

평화민주당 인권위원회 민권부국장을 맡은 우 의장은 군부독재 정권의 인권유린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88-89인권백서>를 편찬하기도 했다. 1991년 지방선거서 신민주연합당 후보로 서울특별시의회 노원구 제4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직후 재검표 끝에 서울특별시 노원구 을 선거구서 당선된 임채정 제14대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임용됐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민주당 후보로 서울특별시의회 노원구 제3선거구에 출마해 민주자유당 송정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우 의장은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서울특별시 노원구 을 선거구에 출마해 한나라당 권영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이후부터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제17대 국회서 4년간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약자를 위한 정치의 길을 밟았다.

대표적으로 공공기관서 전체 직원의 2% 이상 장애인 의무 고용을 법제화해 장애인도 교사가 될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지난 2005년 우 의장이 대표발의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의해 의무고용 대상서 제외됐던 법관, 헌법 연구관, 공립 유치원·초등학교 교사, 정무직 및 일부 기술직 공무원 분야에도 장애인 의무고용 원칙이 적용됐다. 2007년 주한미군기지 반환 협상의 문제점과 미군의 기름 유출에 따른 환경오염 치유를 위한 국회 청문회를 이끌었고, 반환 협상의 부당함과 미군의 환경오염 은폐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2013년 ‘남양유업 갑질 사태(남양유업 대리점 상품 강매 사건)’와 같은 연이은 대기업 갑질 사건이 벌어지자 ‘갑의 횡포를 막고, 을의 눈물을 닦아주자’라는 목적을 갖고 을지로위원회가 결성됐다. 을지로위원회는 각종 불공정·부당 행위로부터 자영업, 중소기업, 간접고용 비정규직 등 을(乙)의 권리를 보호하고 갈등을 중재했다.

조용·온화
약자 우선

2017년 전당대회 이후부터는 전국위원회로 승격됐다. 남양유업 사태 외에도 우 의장은 대기업 기술 편취로부터 중소기업 보호, 학교 비정규직 처우개선 예산 확보 및 정규직화 추진, 우체국 택배 기사 처우개선, 국회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용산 화상 경마 도박장 폐쇄 타결,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보상 중재, 간접고용 비정규직 위험의 외주화 개선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성과를 냈다.

을지로위원회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제1호 경제민주화 공약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당·정·청 을지로민생회의’를 만들어 민생과제 해결을 위한 당·정·청의 공조·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또 자영업, 중소기업, 노동자 등 현장 전문가들이 함께 민생과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민생연석회의’ 출범을 주도하여 카드 수수료 1%대 인하, 편의점주 최저수익 보장 및 상생협력 확대, 제로페이 활성화, 택배 노동자 과로사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 등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는 데 기여했다.

2017년 5월16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서 홍영표 의원을 61표 대 54표로 꺾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제19대 대통령선거)으로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안정적인 출범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내대표 당선 이후 야당과의 타협과 유화적 메시지 전달에 앞장섰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인준을 위해 당시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색깔인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야당과의 협치를 주문했던 게 있다. 이를 근거로 추경안 통과, 헌법재판소장 임명 등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강조한 협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야당과의 협치 행보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서 서울특별시 노원구 을 선거구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해당 지역구에 단수공천을 받아 4선에 도전했다. 상대는 한때 같은 당 동지로서 노원구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지휘한 미래통합당 이동섭 전 의원이었지만, 이변 없이 62%의 득표율을 얻고 큰 차이로 4선에 성공했다.

노동자 위한
입법 주도

20대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는 이 대표 지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며 이재명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이 대표와 회동서 불평등, 불균형,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정신을 실천할 사람이 아니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고 우리는 이길 수 없다며, 강력한 사회경제개혁을 해낼 사람을 통해서만 우리는 승리하고 정권 재창출을 해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출마했으나 경선 상대가 6선의 추미애 의원이라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국회의장 후보자로 선출됐다.

우 의장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상임위원장 문제로 충돌하자 합의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결국 의견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자 국회법에 따라 국회를 개원해 논란의 중심이던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11개의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과거의 의장들과 달리 현장 친화적 행보를 자주 보였다.

지난 6월19일에 입장문을 통해 이달 23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해달라고 최후 통첩을 날렸다. 결국 국민의힘이 6월24일에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사직 선언 및 7개 상임위를 수락하는 등 항복을 선언하면서 줄다리기 같았던 상임위 논쟁은 일단락 됐다.

한 달여 뒤 국회의장으로서 야당에는 방송4법 단독 입법과 방통위원장 탄핵 논의 중단을, 정부·여당에는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중단하고 방송4법에 대해 범국민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자는 중재안을 제안했다. 이후 민주당에서는 중재안을 수용했지만 국민의힘서 중재안을 거부했다.

우 의장은 “상황의 변화가 없다면 의장은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에 대해서 내일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고 지난 7월25일 채상병 특검법과 방송4법 등을 순차적으로 처리했다.

지난 3일 우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자정을 넘긴 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들을 소집했다. 회의는 우 의장 개인 유튜브 계정으로 중계했다.

군사정권 반대 시위로 투옥…대학교 제적
DJ 지지하며 ‘거목’ 이해찬과 정치의 길

오전 1시경 190명의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에 참석한 상황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진행했고, 만장일치로 가결되자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이므로 군경 병력은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그 후 안건이 상정되자마자 속전속결로 계엄 요구 해제안을 가결시켰다. 이 과정서 일부 의원들이 언성을 높이며 보채자 “안건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 잠깐 기다려라. 본 의장도 마음이 급하지만 절차는 지켜야 할 것 아니냐. 이런 사태는 절차가 잘못되면 또 그것도 문제”라며 5선 중진다운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우 의장은 BBC와의 인터뷰서 “만약에 이런 사태가 생기면 어떻게 처신해야 되는지, 또 법적인 요건은 어떻게 되는지, 이런 걸 숙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에는 윤 대통령 탄핵 2차 표결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탄핵 의결서에 공식 서명을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탄핵소추의결서 정본 및 등본에 공식 서명이 완료되자, 정본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을 통해서 헌법재판소로 송부됐다.

등본은 국회사무총장이 대통령실로 전달됐다. 탄핵소추의결서에 서명까지 모두 마친 이후, 열흘 만에 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 의장은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 문제와 관련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가 마무리되는 즉시 임명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 의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서 “국회·대통령·대법원장이 3인씩 선출해 구성하는 9인의 헌법재판관 중 국회서 선출한 3인은 대통령의 형식적 임명을 받을 뿐 실질적 권한은 국회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회의 선출 및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의 경우,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 권한에 불과하므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게 가능하다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 역시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국회의장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절차와 취지에 맞춰 국정 혼란을 수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5선 중진
카리스마

현재 여야는 한 권한대행이 공석인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를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궐위가 아닌 직무 정지 상태므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의 추천 주체는 국회고, 한 권한대행은 임명장 결재 절차만 밟는 수동적 역할을 하는 만큼 이들이 반드시 임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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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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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