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괴담> 속 이야기들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불분명하며, 각 이야기가 서로 연결돼있으면서 때론 하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들을 품는가 하면 이야기 속 이야기가 또다시 다른 이야기를 제 안에 끌어안기도 한다. 그렇게 등골 서늘해지는 흥미진진한 괴담에 푹 빠져 있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덧 미쓰다 월드의 기이한 구조를 지닌 저택 안 음습하고 스산한 곳에서 길을 잃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공포는 그저 책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현실의 ‘나’와 동일인물로 보이는 소설 속 화자이자 작가인 ‘나’는 이제껏 의도된 불확실성을 통해 허구의 이야기를 현실의 한 괴담으로 끌어옴으로써 불분명하고 낯선 공포를 독자에게 안겨줬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어디까지나 작품 속 청자에 머물렀을 뿐이다. 메타 호러의 작법을 빌려 소설 속 불길한 분위기를 현실의 대기 중에 어두운 포자처럼 뿌릴 수는 있어도, ‘청자의 청자’라는 신분을 가지고 이중의 벽 뒤에 서서 괴담을 듣는 입장일 수밖에 없는 현실의 독자들을 이야기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허구와 현실의 융합을 기대하기에는 태생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중괴담>에서 미쓰다 신조는 혼돈과 공포로 오랫동안 쌓아 올린 자신의 견고한 세계를 자칫 스스로 무너뜨릴 수도 있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면서까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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