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주류임에도 현 상황이 제일 불안한 세력은 친윤(친 윤석열)계다. 누가 구세주처럼 나타나 주면 좋으련만 그것도 쉽지 않다. 이런 탓에 손댈 수 있는 부분은 전당대회 룰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여기저기 걸림돌이 있기 때문이다. 이게 다 2인자가 돌아선 탓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의 목격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최근 길거리서 발견했다는 사진이 올라오더니 얼마 전에는 서초구 양재동의 도서관서 목격됐다. 양재도서관서 소설을 읽더니 여기서 만난 시민들과 셀카와 사인 요청에 일일이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깨진 침묵
본격 등판에 앞서 슬슬 몸을 풀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만남을 가졌다. 4·10 총선 당시 원 전 장관은 국민의힘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해당 만남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 경선 등 당내 현안을 갖고 여러 의견을 나눴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을 거부했던 그였기에 사무처 당직자, 비대위원들과의 저녁 회동과는 정반대 행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자신의 독자적 존재감을 과시하며 민심을 체크하기 위한 행보라는 게 정가에선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총선 참패 직후 책임을 지겠다며 비대위원장직서 빠르게 물러났다. 이후 일부 당원들을 중심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의 동정론이 일었는데, 그의 전략이 그대로 먹혀든 셈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의 당권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한다. 실제로 국민의힘 이상민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로)마음은 기울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딱히 안 나간다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그가 갑작스럽게 침묵을 깨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재 당내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나서느냐를 두고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초 오는 6월 말에서 7월 초 열릴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원장의 취임 이후 시기가 늦춰지는 분위기다. 황 비대위원장은 전대 시기를 8월 초까지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황 비대위원장이 띄웠던 8월 전당대회설은 한 전 비대위원장 견제 차원서 친윤계의 거센 반발로 인해 물 건너갔다. 현재 비대위의 구성을 살펴보면 친윤 일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친윤 인사다. 비대위원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유상범 의원 ▲전주혜·엄태영 의원, 김용태 당선인(이상 지명직)이다. 당연직으로는 추경호 원내대표와 정점식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김 당선인을 제외하고 친윤 세력이 이름을 올리자 곳곳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비대위 입장서도 고민이 적지 않다. 전대 룰을 손보는 입장서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견제할 장치를 택해야 해서다. 앞선 전대 룰은 친윤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당심 100%로 설정해 왔으나 이번만큼은 다르다.
곳곳서 민심을 반영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욱이 이번마저 당심 100%로 가게 된다면 여전히 대통령실이 당을 주무른다는 이미지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한 존재감 과시로 대표 출마 가시화?
룰 개편 두고 상당한 고심 이어질 듯
지금껏 이런 기조로 국민의힘은 많은 지탄을 받아왔다. 이제는 당과 대통령실이 경색되고, 수직적인 모습보다는 유연하고 또 할 말은 할 수 있는 관계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나온다.
국민의힘은 100% 당원 선거룰로 변경하기 전에는 당원투표 비율 70%와 일반 국민여론조사 30%로 전대를 치러왔다.
문제는 친윤 세력서 내세울 당 대표 후보가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심을 반영하는 경우도 문제인데, 이 경우 오히려 친윤 세력이 불리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더욱이 민심을 반영한 전대를 치를 경우, 견제해야 할 대상은 한 전 비대위원장뿐만 아니라 유승민 전 의원도 생긴다.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이런 탓에 비대위가 일찍부터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견제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강하다.
현재 비대위 시기를 두고서도 엇박자가 생겼다. 친윤 세력은 대부분 전당대회를 일찍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특히 성일종 사무총장은 전대 시기에 대해 “7월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조기에 치를수록 한 전 비대위원장이 출마하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으로 읽힌다.
이 역시 총선 패배 책임론과 크게 무관치 않다. 한 전 비대위원장 입장에서는 전대가 늦게 치러질수록 책임론이 희석된다. 차기 당 대표는 지방선거와도 큰 관련이 있다. 이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살피면 알 수 있다. 현행 국민의힘 당헌상 차기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하기 위해서는 1년6개월 전까지 모든 선출직 당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이런 탓에 사실상 차기 당 대표가 지방선거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현재 국민의힘 비대위는 이 부분에도 주목하고 있다. 만일 전대 룰이 개정된다면 차기 당 대표는 지방선거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수도 있게 된다.
앞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은 조용히 바깥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할 것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친윤 세력은 전대 룰을 현재와 같이 유지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민심을 대폭 늘리기 위해 유 전 의원과의 경쟁으로 표가 분산되는 방식을 채택할 수도 있어 보인다.
분산되는 표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권에 나오려는 이유는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함으로 보인다”며 “당내서도 존재감을 발휘해야 다음 대권주자로 올라설 수 있다. 이미 윤 대통령과 한 전 비대위원장이 각을 세운 듯한 모습을 보여준 이상 당 대표 출마부터 시작해 반사이익을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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