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발 ‘25만원’ 후폭풍

그래서 주는 거야, 마는 거야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4·10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 지원금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여당이 공세에 나섰지만 총선 공약으로 못을 박았기 때문에 이제 와서 물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주겠다는 자와 막겠다는 자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3월24일 ‘민생회복지원금’ 공약을 띄웠다. 4·10 총선이 3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였다. 이날 이 대표는 강남3구를 찾아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포퓰리즘?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전통시장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코로나19 당시 재난지원금을 지원했던 것처럼 민생회복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과 같은 취약 계층의 경우에는 1인당 10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민주당에 따르면 민생회복지원금에 필요한 재원의 규모는 약 13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가 그동안 퍼준 부자 감세나 민생 없는 민생토론회에 밝혔던 선심성 약속을 이행하는 데 드는 900조원, 1000조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손톱 정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박했다. 이 대표가 민생회복지원금을 제안한 다음 날인 25일, 당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선거 때마다 들고나오는 현금 살포 포퓰리즘”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한마디로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며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를 것 같나, 내릴 것 같나. 아주 단순한 계산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물가로 인한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오히려 물가를 상승시킨다? 그건 책임 있는 정치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총선 이후 잠시 수면으로 가라앉는 듯한 민생회복지원금 공약은 영수회담을 기점으로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이 대표가 민생회복지원금 수용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면서다.

이날 윤 대통령은 “어려운 분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이 대표의 제안을 거절한 동시에 지급 대상에 의견을 달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 “민생 회복” 여 “세수 부족”
지원금 특별법 22대 첫 불씨 될까

이로부터 약 열흘 뒤인 지난 10일에는 민주당이 22대 국회서 ‘민생회복지원금을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며 압박에 나섰다. 영수회담서 입장 차이를 확인한 만큼 민주당서 해당 법안을 곧바로 발의해 처리하겠단 방침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13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정부·여당은 세수 부족을 이유로 지원금 지급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민생을 회복하는 데엔 이견이 없지만 민주당이 국채 발행으로 인해 뒤따라올 이자와 부채를 고려했냐는 지적이다.

이 같은 의견과 관련해서 한 민주당 성향의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사적으로 만난 자리서 “부자 감세로 세수 펑크가 어마어마하게 난 건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치 지원금을 풀면 당장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처럼 말하는데 대한민국이 그렇게까지 기울어진 나라는 아니다”라며 “댐에 돌을 하나 던졌을 때 물이 넘치느냐 마느냐의 차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의 반발이 거세자 민주당은 법안에 행정 집행의 대상이나 시기, 방식을 담을 수 있는 처분적 법률을 활용한 특별조치법을 통해서라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역시 “정부가 끝까지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특별법의 형태로라도 만들어 추진하는 방향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처분적 법률은 정부를 거치지 않고 행정 권한을 행사하는 방안인 만큼 여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예산을 우회해서 편성하려는 게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54조에 따르면 예산편성권은 정부의 권한으로 지정됐는데 민주당이 이 절차를 무시할 경우 위헌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헌법에 보면 행정권은 대통령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위헌 여지가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 부분(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국민이 판단할 거라고 본다. 민주당이 수의 힘으로 통과시킨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입법화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처분적 법률까지 꺼냈지만…
헌재 제소 맞불…평행선 대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 국민에게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법률을 입법하는 것은 헌법상 예산편성권이 행정부에 있다고 명시돼있어 위헌적 소지가 크다”며 전문가의 의견을 대변했다.

민주당의 기세가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민생회복지원금을 전 국민이 아닌 일부에게 선별적으로 지급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흐름의 변화가 감지된다. 협상의 여지를 넓힌 동시에 정부·여당에게 공을 넘긴 것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원의장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를 통해 “정부는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할 생각이 없다고 하는데 여당에서는 선별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때문에 이것은 얼마든지 협의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효과를 생각한다면 보편 지원이 맞다”면서도 “어차피 정부서 예산을 편성하고 지급해야 하므로 정부·여당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야권 인사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민생회복지원금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끼리 갈라치기를 하는 등 역효과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지급 방식을 도출해 여당을 설득해야 포퓰리즘이라는 프레임도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최근 민주당이 한발 물러선 것 같은데 그래도 처분적 법률은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며 “(민주당이 입법을 강행한다면 국민의힘이)헌법재판소서 제소할 가능성도 커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끝까지 싸움만

그러나 한 민주당 당선인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선별적 지급과 관련해 민주당 내 당론으로 정해진 건 아직 없다”며 “민생에 방점을 찍어야지 여야 싸움으로 흘러가면 안 된다. 민생회복지원금이 22대 국회의 첫 불씨가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을 둘러싼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5만원’과 ‘지원 대상’이라는 단어에 얽매인 형국이다. 여야가 민생 회복에 대한 새로운 협상 테이블에 앉을지가 21대 국회의 마지막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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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