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 후폭풍 음모론의 서막

지방의료 외치더니 서울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야당 대표가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는 현행범으로 현장서 체포, 피해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피습 이후 당 대표의 행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 정치권을 넘어 의료계 이슈로 확산돼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기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이 응급의료체계 문제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흉기에 찔린 이후 부산대병원을 거쳐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되는 과정서 석연찮은 의혹이 제기되는 중이다. 의료계에서는 이 대표의 행보가 지방의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혜냐
아니냐

지난 2일 오전 10시27분께 이 대표는 부산 강서구 대항동 대항전망대서 가덕도신공항 건설부지를 사찰 중이었다. 부지를 둘러보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한 이 대표가 이동하는 사이 한 남성이 달려들었다. 이 남성으로부터 왼쪽 목 부위를 공격당한 이 대표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가해자는 60대 김모씨로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쓰고 지지자 사이에 서있다가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흉기를 휘둘렀다. 김씨는 현장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오전 10시39분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고 10시51분 이 대표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향했다. 

야당 대표가 지방 일정을 소화하던 중 흉기에 습격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해 연이어 일어난 ‘묻지마 칼부림’ 사건으로 사회가 뒤숭숭했던 터라 그 충격은 배가 됐다. 특히 사건이 4·10 총선을 3개월 앞둔 시기에 일어나면서 선거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렸다. 


이 대표의 용태와 함께 가해자 김씨의 범행 동기, 사용한 흉기, 과거 행적 그리고 당적까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찰이 김씨의 당적 확인을 위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압수수색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정치권에서는 음모론을 경계하면서도 김씨의 당적에 따른 파급력을 가늠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동시에 사건은 의료계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이 대표 피습 이후 수술에 이르는 과정서 의문을 자아낼 부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피습 이후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가 오후 1시쯤 응급의료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수술은 피습 후 5시간18분 만인 오후 3시45분에 시작됐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좌측 목 뒤끝 흉쇄유돌근 위로 1.4㎝ 자상을 입었다.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칼로 인한 외상의 특성상 추가적 손상과 감염, 혈관 손상으로 인한 합병증 우려가 있어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수술 부위에 출혈이 발생하거나 혈전 등 합병증으로 인한 다른 장기 손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대병원-서울대병원 전원 논란
응급의료 헬기 이용은 특혜 의혹

의문이 제기된 지점은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된 경위다. 또 이 과정서 응급의료 헬기를 이용한 부분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의료계는 피습 이후 이 대표의 동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전상 문제냐 특혜냐 아니냐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양성관 의정부 백병원 가정의학과장은 “국내 최고의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를 놔두고 권역외상센터조차 없는 서울대를 가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 과장은 “서울대까지 헬기를 타고 간다면 중증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증이 아닌데 헬기를 타고 간다면 도무지 말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회 회장을 지낸 여한솔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장도 “이 대표의 피습은 아쉽게 생각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의문점이 있다. 근본적인 특혜 문제”라고 SNS에 적었다. 여 과장은 “이 대표가 전원하는 과정서 응급의료 헬기가 이용된 것을 두고 일반인도 그렇게 하길 원하면 가능하느냐”고 꼬집었다. 


의료계에서는 이 대표가 응급의료체계를 벗어난 예외적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전원은 가족의 요청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응급의료체계에 따르면 생사를 오가는 긴급 상황서 환자를 수술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 한해 타 병원으로 후송한다.

그 외 상황에서는 환자의 요청이 있더라도 전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부산대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 평가서 2년 연속 1위를 하는 등 국내 최고로 꼽히는 센터다.

위급한데
왜 이송?

한 의료계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이 이 대표의 사례처럼 속목정맥(내경정맥) 손상에 대해 수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서 충분히 처치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응급의료 헬기 이용과 관련해서도 특혜 의혹이 거듭 제기됐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응급의료 헬기는 의료취약 지역의 중증외상환자나 심뇌혈관질환자, 분만 징후가 있는 산모 등 응급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이용할 수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응급의료 전용헬기 운용 세부지침’으로 병원 간 이송 때의 출동 요청 기준도 정해놨다. 

세부 지침에 따르면 ▲내원 후 응급실에 재실 중인 환자가 ▲최종 치료를 즉시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까지의 이송 시간이 40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거나 ▲구급차의 운행이 불가능한 지역에 있을 때 응급의료 헬기를 이용해 이송한다.

이 대표가 세부 지침에 부합하는 환자가 아니었는데도 응급의료 헬기를 이용한 부분은 특혜라는 지적이 의료진 사이서 나왔다.

이 대표의 전원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면서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은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야당 대표가 흉기에 찔린 긴급 상황인데도 부산서 서울까지 헬기 이송을 강행한 점을 두고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일각에서는 부산대병원이 이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갑론을박
공방전

지난 3일 부산대병원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를 서울로 옮긴 것은 가족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었고 부산대병원은 이에 관한 유감 표명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또 수술을 요하는 위급 상황이었던 점 역시 분명하다고 밝혔다.


부산대병원 입장 발표 하루 뒤인 4일 서울대병원 브리핑이 이어지면서 두 병원 간의 공방이 본격화됐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일 이 대표의 수술을 진행하고도 브리핑을 진행하지 않아 의문을 자아냈다. 특히 브리핑을 하겠다고 공지했다가 40분 만에 기자단에 취소 문자를 보내면서 의문을 증폭시켰다. 대신 민주당이 나서서 이 대표의 상황과 수술 경과에 대해 말했다. 전문가를 두고 비전문가가 나서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서울대병원은 4일 브리핑을 진행했다. 민승기 서울대 교수는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안이라 수술 후 브리핑을 준비했지만 전문의 자문 결과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환자의 동의 없이 의료정보를 발표해선 안 되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브리핑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민 교수는 “목 부위는 중요한 혈관, 신경, 기도, 식도 등이 밀집돼있는 곳이라서 겉에 보이는 상처의 크기가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깊이 어느 부위가 찔렸는지가 중요하다”면서 “목정맥이나 목동맥 혈관재건술의 난이도도 높아 수술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고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가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과정에 부산대병원의 요청이 있었다고도 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언론과 인터뷰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최종 의료기관”이라며 “이곳에서 헬기를 타고 다른 병원으로 이동한 건 (이 대표가)처음”이라고 밝혔다.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다른 수술 중이거나 세미나 등 다른 일정으로 치료하지 못할 상황이 아니면 병원 측에서 먼저 전원을 요청하는 일은 없다고도 말했다.


한쪽 주장에 다른 한쪽 반박
의료계 넘어 선거에도 영향?

이 대표의 전원 사례는 매우 드문 경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원 역시 부산대병원이 권한 게 아니라 이 대표 측이 요청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의 전원을 두고 불거진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의 공방, 의료계의 반응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와 지방의료에 대한 민낯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양성관 과장은 이 대표 피습 직후 행보를 보고 “지방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떠들던 정치인조차 최고의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을 두고 서울대병원으로, 그것도 헬기를 타고 갔다”고 지적했다. 

여한솔 과장 역시 “본인이 다치면 ‘서울대 가자’는 분이 ‘지방의료 활성화 해야 한다’(니)”라며 “지역 대학병원 무시하면서 우리나라 최고 대학병원으로 119 헬기 타고 이송하는데 이송 조건에는 단 하나도 부합하지 않는다. ‘돈 없는 일반 서민들이나 지방에 찌그러져서 치료받아라’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환자가 지역의 병원이 아닌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응급환자가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길에서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 역시 그 배경이 대다수의 환자가 서울의 병원을 선호하는 것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거듭 나온 바 있다. 

부산서 다친 이 대표가 보건복지부서 4년 연속(2019~2022년) A 등급을 받은 부산대 권역외상센터를 두고 헬기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간 것은 의료계는 물론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런 식으로 한다면 어느 국민이 지역 병원, 그것도 지역거점 국립대학교 병원을 믿고 국가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신뢰하겠나? 국가적으로 혈세를 쏟아부어 가까스로 쌓아 올린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스스로 부정하며 허물어 버린 것”이라며 “지역의대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를 주장하는 이중적인 정치권 행태에 가슴을 치게 된다”고 일갈했다. 

결국 체계
망가진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지역의사제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은 이 대표의 전원을 막았어야 하고 서울대병원은 간다고 해도 매뉴얼대로 오지 말라고 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정치인의 파워는 그 두 병원을 뛰어 넘는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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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